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85
악녀는 두 번 산다 284화
뒷정리를 보이는 장군에게 맡기고 황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드릭은 프레일이 보낸 전령에게 보고를 받았다.
『중앙군 제4군단장 스테파니, 제7군단장 하셀이 부절 없이 군을 움직였으며, 조기에 발견하여 참모부를 제압했습니다. 딘스키 콥을 체포했습니다.』
이로써 비밀 수사관 중 잡지 못한 것은 3뿐이었다.
세드릭은 전령에게 말했다.
“서두를 필요 없다고 전해라. 하급 장교와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위로하는 게 먼저이니.”
그런 일은 후버 장군이 알아서 잘할 것이다.
세드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버 장군도 놀랐을 것이다.
그는 끝의 끝까지 군란이 있으리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군부 인사 중에 황태자에 반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지목하는 이름마다 일을 벌일 리 없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실제로 일을 벌인 제4군단장과 제7군단장을 포함하여 그 지목된 이름들은 모두 충성스러운 황제의 신하였고, 제국 군인이었다.
설령 황태자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 한들, 군대가 황궁을 겨냥하다니 그게 있을 법한 일이냐는 것이었다.
「날 주살하라는 밀명이 있다고 해도 말인가?」
세드릭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후버 장군은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황제 폐하께서 역사에 남을 성군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사생활이 방탕하고, 황후 폐하께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참담한 일을 하신 적도 있고요. 하지만 평생을 옥좌를 바로세우는 데에 애쓰신 분입니다.」
후버 장군이 말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돌아가시면 다음 황위 계승권자는 레티샤 황손님. 그러면 제국이 위태로워지는데, 그러실 리 없습니다.」
세드릭은 후버 장군이 보고 있는 황제가 어느 때의 그레고르였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의 믿음은 굳건했다. 세드릭은 그래서 그를 속인 듯한 기분이 되었다.
황제에게 밀명이 내려지리라는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버 장군은 그게 위조된 것이라는 세드릭의 말을 믿을 것이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오늘밤의 일은 끝났다.
‘희생의 총량으로 따진다면, 이게 맞지.’
이쪽에서 미끼를 던지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는 황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군부에 들렀다. 은밀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서였다.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브레넌 백작이 허리를 직각으로 꺾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
뒤이어 고개를 숙인 것은 나이 든 보급부 장교였다.
그가 바로 5였다.
세드릭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북부로 가는 물자를 관리하는 실무자였기 때문이다.
비밀 수사관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황제는 북부에 정보망을 만들려고 늘 시도했었다. 그러니 북부에 사람과 물자를 보낼 자리에 비밀 수사관을 앉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드릭의 시선을 눈치 채고 5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가 브레넌 백작과 친한 줄은 몰랐군.”
“황공합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이미 폐하께 천명을 이어받으셨다는 것에 동의했을 뿐입니다.”
세드릭은 그 말을 흘려들었다. 이런 자의 아첨을 듣다 보면 눈과 귀가 모두 어두워지는 법이다.
그러나 이번에 세운 공적은 작지 않았다.
콥은 브레넌 백작과 5가 반황태자파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둘 다 탐욕스러웠으며, 야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탐욕도, 야심도, 기존의 권력자에게 의탁하는 쪽이 훨씬 만족시키기 쉬운 법이다.
브레넌 백작은 로이가르 대공이 실패했을 때에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퍼거슨이 5에게 접촉했을 때에, 가장 먼저 황제를 배신했던 것이다.
5의 조직이 가장 먼저 퍼거슨에게 붙잡혀 해체된 것도 이중첩자 노릇을 의심받지 않기 위한 수작이었다.
세드릭이 말했다.
“비밀 수사 조직은 해체될 걸세. 자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네.”
5가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세드릭은 5의 조직 전부를 덮을 것이다. 그가 비밀 수사관으로서 활동 자금을 받아 쓰며 축재한 재물도 남을 것이다.
그거면 5에게는 충분했다. 그는 평생 황제의 비밀 수사관 노릇을 하고서도 안전하게 새로운 황제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세드릭은 브레넌 백작에게도 말했다.
“자네에게는 아직 아무 약속도 할 수 없네. 할 일이 있으니까. 알고 있겠지?”
“곧 동부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이상 허튼 생각을 하는 자는 없을 겁니다.”
브레넌 백작이 깍듯하게 말했다. 세드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 귀족들 간에 무용한 싸움이 계속되면 백성의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브레넌 백작을 통로로 삼아 협상을 이끌어내볼 생각이었다.
가문을 유지시켜 주는 대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토지나 광산에 대한 이권 같은 것을 빼앗아 국유로 돌릴 생각이었다.
세드릭은 마지막으로 황제의 늙은 첼로 주자와 엔다르 백작 부인에게 돌아섰다.
그 두 사람이 1과 2였다. 각각 귀족 가문의 고용인들과 사교계의 정보 수집을 맡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약속도 마찬가지일세. 비밀 수사 조직은 해체되고, 비밀은 영원히 지켜질 걸세.”
“황감할 따름입니다.”
첼로 주자가 두 무릎을 다 꿇고 대답했다.
엔다르 백작 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전하께서 처음으로 제가 연 무도회에 참석하셨을 때에는 오늘 같은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도 그렇군.”
“황태자비 전하께서 영민하시다는 것을 알았으니, 좀 더 친절하게 대했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세드릭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엔다르 백작 부인은 움찔하여 입을 다물었다.
세드릭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들에 대해서도 남은 일은 이제 실무자가 처리할 것이다.
그가 밖으로 나가려는데, 첼로 주자가 말했다.
“긴히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세드릭은 그가 말한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 * *
사위가 조용했다.
황제는 피로한 눈을 반개한 채로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침실이 깊은 곳에 있는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일이 끝난 건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베르톨트가 밖으로 나가고 몇십 분 정도 지났다. 시종장이 미지근한 물을 가져다가 그의 입을 축여 주었다.
“잠이 오지 않으십니까?”
“윌리.”
“예, 폐하.”
“밖에서 일이 어찌되고 있는가?”
“황자궁에서 불이 났다고 하던데, 별문제 없을 겁니다, 폐하. 그런 일에 심력 쓰시지 마시고 편안히 주무십시오.”
그 대답에 황제는 발작적으로 몸을 떨었다.
“폐하.”
시종장이 그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몸을 부둥켜 안았다.
황제는 한참을 버둥거렸다. 그러나 육체는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경련이 멈춘 후에도 오랫동안 헐떡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시종장은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와 목에 흐른 땀을 닦아주었다. 황제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몇 번이나 헛웃음을 내뱉었다.
“왜 그랬나?”
“…….”
“자네였지. 자네가…….”
황제는 단 한 번도 시종장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스무 살 시절에 만나, 사십 년을 함께했다.
세드릭에 대한 신뢰가 인품에 대한 신뢰였고, 아르티제아에 대한 신뢰가 상황에 대한 신뢰였다면, 시종장에 대한 신뢰는 쌓인 시간에 대한 신뢰였다.
시종장은 그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
독의 냄새를 숨기기 위해 쓴맛 나는 음식을 권유받던 시절,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옷감을 샅샅이 훑어 가시 같은 바늘을 찾아내야 했던 시절, 시종장은 그를 위해 모든 음식을 기미했고 옷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렇기에 의심병이 돋아 오를 때조차도 시종장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설령 불안한 예감 같은 것을 느꼈더라도 무시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의심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종장이 일부러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콥 따위가 어떻게 이 심처까지 들어올 수 있었겠는가.
그는 로렌스에게 연락해보라고 지속적으로 명했다. 로렌스가 요즘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명했다.
때때로 편지를 보냈다. 밀라이라에게도 그랬다.
그것이 하나도 닿지 않았다면, 시종장이 중간에서 막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비밀 수사관 문제는 또 어떤가.
콥은 해고되었고, 첼로 주자는 바뀌었다.
몸이 아파 누운 뒤로 그는 대부분의 일을 시종장에게 의지했다.
황후가 해고했다면, 시종장은 황제에게 그 사실을 미리 고할 수도 있었다. 사실 그 스스로 맞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그가 작정하면 숨길 수 있는 일들은 대체 얼마나 많았겠는가.
또 그가 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않은 일은 얼마나 많았겠는가.
밖으로 나가 충성스러운 자를 찾아 이 일을 알릴 수도 있었다.
“하……. 자네가, 자네가 어떻게 내게…….”
권세를 휘두르지 않았을 뿐이지, 시종장은 얼마든지 권신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황제는 더욱 더 그를 총애했고, 재물과 권력을 내려주었다.
오랜 봉사에 대한 보답으로, 유언장에 단승 후작위를 남겼다.
이제 와 결혼하여 자식을 갖는 건 어렵더라도, 양자라도 들여 후사를 이어주려 한다면 백작의 작위를 세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유언도 적었다.
노후를 풍요롭게 보내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저택과 은광을 따로 주고, 세드릭에게 내리는 유조에도 그를 보살펴주라고 따로 글줄을 적었다.
그런데.
“옥체에 해롭습니다, 폐하.”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시종장은 변함없는 얼굴로 바깥 일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황제의 의혹은 의심이 되고, 이제 완전히 확신이 되었다.
시종장이 아니고서는 생길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갑자기 악화된 병이야말로 이 일이 시종장의 손에서 이루어졌음을 확신하게 했다.
그는 시종장이 건넨 것을 먹고 마시는 데에 의문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의사의 조언대로 식이를 신중하게 관리했다. 그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시종장이.
그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면, 자신이 시종장의 말을 듣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왜 그랬나. 대체 왜?”
황제가 소리쳤다. 심장을 칼로 찌른 것처럼 깊은 곳에 통증이 퍼져,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몰아쉬었다.
시종장은 그를 반듯하게 눕히고 부드럽게 말했다.
“로렌스 경이 시종을 때려죽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