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91
악녀는 두 번 산다 290화
베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차에서 내린 귀부인이 베냐의 이름을 부르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마차에 태우라고 명령했다.
중간에 실랑이가 있었다. 기사들은 당황하면서 몸 수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녀도 깜짝 놀라 말했다.
“마님, 누군지 알고 이러세요?”
“아는 사람이야. 태워. 카데르 시로 가자.”
귀부인이 그렇게 말했다.
기사들이 하녀에게 베냐의 외투를 벗겨 달라고 부탁했다. 옷이 흙투성이였을 뿐더러 옷 안에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베냐는 옷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벗어. 흙투성이잖아. 나중에 빨아서 줄게.”
“그냥 둬, 앨리스.”
아르티제아는 콜록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기사들에게도 말했다.
“괜찮네. 믿어도 돼.”
“비 전하께서 아시는 분이시라면.”
오웬 경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는 아르티제아에게 자기가 모르는 수하가 있고,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베냐는 왜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배를 부여안듯이 한 채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무사히 달아나면, 서부군이나 에브론 기사를 찾아가라는 말은 들었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찾아가면 도와줄 거라고 한 리시아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의심스러웠다.
진짜 귀족 여자가 기사단을 이끌고 이 지역을 지금 지나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제일 먼저 이렇게 물었다.
“리시아 님은 무사히 계시지?”
“아.”
그 말에 베냐는 숨을 삼켰다.
아르티제아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기억이 돌아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 소녀는 그녀가 아는 베냐가 아니라 진짜 17살 소녀다.
“어, 어떻게 아세요?”
베냐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앨리스도 의아한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는 베냐가 로렌스에게서 도망쳐 왔을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베냐가 이 지역에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이 로렌스라도 베냐를 끌고 갔을 것이다. 베냐는 리시아가 마지막까지 의지하던 하녀였다.
인질로 쓸 수 있다는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고향이 어디인지도 잘 알려져 있었다.
성녀가 구해준 수많은 마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베냐의 고향은 유명했다.
그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베냐 자신이 늘 그때에 대한 감사와 경탄을 말했기 때문이었다.
“리시아 님을 위해서 달아났지?”
베냐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리스가 아르티제아의 치맛자락을 잡았다.
“마님, 침착하세요. 이 애는 어린데…….”
함정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었다.
혼자 마적을 꽁무니에 달고 이 넓은 평야를 말로 달아나다니,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저었다.
베냐는 용감한 여자였다. 결단력이 있었고, 결정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용기와 실행력도 있었다.
아직 세월의 풍파를 겪지 않은 17살이라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겁먹게 하면 해야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앨리스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람의 신뢰를 받는 데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상황적으로도 그랬다.
앨리스가 대신 말했다.
“괜찮아. 믿어도 돼. 우리 마님이 황태자비 전하셔.”
베냐가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끔벅거렸다. 그러다가 “아!”하고 소리쳤다.
“성녀님, 성녀님께서 보내시는 게 있어요!”
베냐가 황급히 꽁꽁 묶어놓은 외투의 여밈을 풀었다.
앨리스가 또다시 마음에 안 드는 기색으로 베냐를 흘겨보았다. 성녀는 우리 마님인데,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심경이었다.
베냐는 외투를 풀고, 그 안에 입은 상의도 걷었다. 그리고 긴 천으로 배에 둘러 묶어놓은 것을 꺼내었다.
“안 돼!”
앨리스가 대경실색하여 비명을 질렀다. 마차가 멈추고 문이 덜컥 열렸다.
오웬이 벌컥 문을 열었다가 기겁하며 곧바로 베냐의 손을 후려쳤다. 베냐가 손을 움켜쥐고 아르티제아의 발밑에 쓰러졌다.
손에서 날아간 권총이 바닥을 굴렀다.
앨리스가 얼른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때에 오웬의 검은 이미 베냐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앨리스, 뒤쪽 문을 열어.”
앨리스가 얼른 그 말에 따랐다. 오웬이 말했다.
“비 전하, 외람되오나 비 전하께서 뒤쪽으로 내려주십시오.”
베냐에게 움직일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앨리스가 눈치 빠르게 아르티제아의 손에 자기가 주워든 권총을 건네 주었다.
아르티제아는 그것을 잠시 앞뒤로 살펴보았다. 오웬도 곁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놀란 투로 말했다.
“황태자 전하의 권총이 아닙니까?”
“오웬 경, 무기를 내리게.”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서투르게 실린더를 열었다.
안에는 탄환이 하나도 없이 비어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그것을 보여주어도 오웬은 검을 내리지 않았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 아르티제아는 그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었다.
베냐가 겁에 질린 채로 애써 말을 꺼냈다.
“그, 그것을, 에브론 기사나 서부군 기사께 돌려드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누구에게?”
“리, 리시아 모르텐이라고 하면, 아실 거라고…….”
그 말까지 듣고 오웬이 납검했다. 이 이상 의심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베냐가 바닥에 무너지듯이 엎드렸다. 미안해진 앨리스가 그녀를 부축해 어깨를 안았다.
오웬이 당혹한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르티제아를 따라오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정말로 리시아의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 소식도 없은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수소문을 해도 들려오는 말은 없었다.
이 넓은 서부 어디에서 사라져버린 사람 하나를 찾는단 말인가? 사건이 벌어진 곳 인근의 마적을 모조리 토벌해도 사라졌으니, 이제 찾지 못하려니 했다.
“도로 출발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오웬은 토를 달지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마차 문을 닫았다.
베냐는 그때까지도 벌벌 떨고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권총을 앞뒤로 한 번 살펴보고 손수건을 꺼내어 그것을 감쌌다.
“베냐.”
아르티제아는 한층 깊어진 눈으로 베냐를 바라보고 말했다.
“리시아 님을 찾으려고 이곳에 왔어. 네가 도와줘야 해. 언제 탈출했니? 세 시간은 넘었니?”
“아뇨. 오늘 새벽에 나왔어요.”
베냐는 찢어질 것처럼 마른 목을 침으로 축였다. 앨리스가 그녀에게 물통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마시고 나자 조금 살 것 같았다. 비로소 눈에서 눈물이 울컥 솟구쳤다.
“성녀님이 두목과……. 두목에게…….”
베냐는 말하다 말고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앨리스가 움찔하는 것을 아르티제아는 막았다. 지금 누구를 성녀로 부르느냐 같은 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마구간의 말 중 하나의 고삐를 풀어두셨어요. 그리고 제가 달아나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애써 보겠다고 하셨어요.”
중간의 말을 빼고 베냐는 말했다. 그때쯤에는 온 얼굴이 눈물과 먼지가 뒤엉켜 새카매져 있었다.
“언제 들켰는지는 모르겠어요. 강을 타고 내려오면서 마을을 찾아가다가 중간에 말이 지쳐서 잠깐 쉬었어요.”
“거기에서 들킨 거구나.”
“네.”
“잘했다.”
베냐 입장에서는 그만 하면 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냉정하게 기억한 셈이었다.
아르티제아가 입술 아래쪽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은 이미 오후였다. 조금 있으면 해가 기울 것이다.
마적의 이동 속도를 생각하면, 그 정보만으로 위치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황태자비 전하이시지요?”
“그래. 황태자비 전하셔.”
앨리스가 생각에 잠긴 아르티제아 대신 대답했다.
“황태자비 전하께 꼭 전하라는 말씀이 있었어요. 에브론 사람이나 고위 사제에게 권총을 보여주고 말하라고.”
베냐가 헐떡거리면서 말했다.
“9만이라고 전하라고 하셨어요.”
“9만.”
아르티제아가 앵무새처럼 그 말을 두 번 반복했다.
그러더니 이내 본래도 병색이 완연했던 얼굴에 핏기가 빠져나갔다.
카데르 시의 거주민이 9만이었다.
교통 요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로 도시에 있는 사람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세드릭은 20명의 정예 기사만을 거느리고 서부의 중심 도시에 도착했다.
그는 조용하게 움직였다. 수도에서 출발할 때에는 어떤 공식적인 행사도 없었다. 지나쳐온 길에서도 관공서를 들른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착할 때쯤에 서부군은 그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부군 사령관 아인은 도시 수비군만 도열시켜 그를 맞이했다.
그 곁에는 아말리에가 있었다.
“오랜만일세, 아인 경, 하퍼 경.”
세드릭은 두 사람과 군례로 인사했다.
“공식적인 일정이 아닌데, 병사들에게 공연한 수고를 끼쳤군.”
“황태자 전하를 다시 뵙게 된 것을 서부군 전원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마 사열식을 하자고 해도 다들 좋아할 겁니다.”
아인의 말에 세드릭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로 보낼 시간이 없었다.
아말리에는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했다.
“이런 시기에 황태자 전하께서 몸소 찾아와 주셨으니 이보다 더 서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다가 아말리에가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 전하라고 여쭐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그 이야기도 지금은 하지 말도록 하지.”
아말리에가 긍정의 뜻을 담아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아직 생존해 있다.
세드릭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순시를 하러 온 것은 아니라네.”
“예. 대강의 소식은 들었습니다.”
아말리에가 그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어제 헤일리 영애가 제게 보낸 것입니다.”
세드릭은 그것을 황급히 펼쳐 보았다.
헤일리는 간략하게 자기 쪽의 소식을 전한 후에, 아르티제아에게 받았다는 명령을 전달하고 있었다.
“카데르 시에서부터 동북 쪽으로 사흘 안에 군병을 대기시키라고?”
“예.”
“이게 가능한 내용인가?”
세드릭의 질문에 아말리에가 대답했다.
“물론 이곳에서부터 출병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헤일리 영애가 있는 도시에, 황태자비 전하를 지키기 위해 상당수의 서부군이 주둔해 있었습니다.”
출병은 거기에서 할 것이다.
황태자비가 황태자의 문장, 정확히는 에브론 대공가의 문장이 찍힌 명령서를 보냈다.
서부군으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헤일리는 아말리에에게 사정을 알리기 위해 이 편지 내용을 전한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