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93
악녀는 두 번 산다 292화
수색대는 9번 제방을 오가는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여 심문한 끝에 폭약이 설치된 장소를 두 곳 발견했다.
지금은 8번 제방 인근을 수색중이었다.
그러나 땅은 광대했고, 쓸 수 있는 인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애당초 서부는 군사방어조차도 면을 지키는 것을 포기한 곳이었다.
오웬은 놀람을 숨기지 못했다.
“정말로 있었군요.”
황태자비의 명령이니 따랐다. 아르티제아가 세드릭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제일의 참모이기라도 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폭약이 발견될 줄은 몰랐다.
납치된 리시아를 찾으러 온 길이 아니었던가. 베냐가 전한 말에서도 제방을 폭발시킨다거나 하는 말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진짜로 폭약이 발견되었다. 오웬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두통을 참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9번 제방에서 확실하게 폭약을 다 찾아냈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
서부에서 무기와 폭약은 구하기 쉬운 것이었다. 땅을 전부 갈아엎어 확인하지 않은 이상 설치된 폭약이 찾아낸 두 곳이 전부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수색하게 한 것이었다. 폭약을 숨겼다면, 터뜨릴 자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폭약을 터뜨리기 위해 대기하는 자가 반드시 외지에서 왔다는 보장은 없었다.
로렌스는 부유했다. 귀족 가문 하나를 대대로 꾸려낼 만큼의 자산은 아니었지만, 농민 일가족의 인생을 뒤집어주는 것쯤은 소맷자락에 들어 있는 돈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의심해야 할 것은 현재 제방 인근에 머물러 있는 사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전부 심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나였다면, 일부러 들킬 만한 자 하나를 배치하고, 실제로는 본토박이를 이용할 거야.’
좁은 지역 사회이니 더더욱 군의 탐문에는 입을 다물 것이다. 설령 다소 수상한 행동을 하는 친지가 있더라도 덮어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신자가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9번 제방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로렌스가 6번과 7번 중 어디서부터 시작할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시간 안에 절대로 다 찾아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오라버니를…….’
아르티제아는 여러 차례 생각했다. 사실 그 생각이 거의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렌스를 죽으면 막을 수 있나?
이제 리시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준비가 끝났다면, 로렌스가 죽어도 일은 계속해서 진행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로렌스는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그 모든 일을 직접 통제했을 것이다.
그는 아르티제아처럼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수하의 충성심을 유지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철저한 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그리고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알리는 정보는 극히 부분적인 것이고, 모든 보고가 다 모였을 때에야 하나로 짜맞춰져 완성된 일이 되도록 한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의 사고 과정과 방식을 로렌스에게 설명하곤 했다.
처음에는 인정받고 싶어서. 나중에는 그가 의심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것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될 줄 몰랐다.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한다고 해서 그것이 되긴 하나?’
아르티제아는 안락의자에 몸을 깊게 묻은 채 머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녀는 성녀가 되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분할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사람 하나의 목숨을 죽이는 것이 다른 사람의 목숨 일부만으로 가능할까?
시간을 돌리는 대마법은 오히려 가능했다.
일단 마법진을 구동시키기만 하면, 마법은 시간을 역행시키며 그 시간대를 살아간 모든 생명을 삼켜 양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은 등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10년을 잘라 미엘르에게 10년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시간을 돌려?’
리시아가 붙들려가기 전으로? 아니면, 로렌스가 사라지기 전으로?
그럴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이미 한 번 실패했다. 자신이 여기에 살아 있는 것부터 그랬다.
수많은 사람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도 아마 마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아직도 어떤 법칙으로 그런 일이 생겨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마법이 잘못된 것은 확실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상 실행할 수 없었다.
자신이 사라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로 되돌아가도, 로렌스를 막을 사람이 없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게다가 이제는 정치적으로 잃을 게 너무 많았다.
어느 한 가지만 변수가 되어도 지금보다 나쁜 상황이 될 것이었다.
자신이 사라진 상태에서 로렌스나 반황태자파의 기억만 돌아온다면? 황후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황제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성녀가 사라지면 세드릭은 황태자 책봉식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면, 과거에 한 번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도 사라질까?
아르티제아는 손으로 눈가를 덮었다.
‘아니, 정말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닌가?’
아르티제아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생각의 꼬리에 레티샤가 걸렸다.
문득 눈을 들었다가 아르티제아는 방 한쪽에 앉아서 옷깃을 꿰매고 있던 베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앨리스가 물었다.
“뭔가 따뜻한 마실 것이라도 가져올까요? 우유와 설탕을 넣은 진한 차는 어떠세요?”
“진한 차?”
“총집사장님에게 배워뒀어요. 마님 그걸 좋아하시니까요.”
앨리스가 기운 차게 말했다.
“별일이구나. 밤늦은 시간인데, 차를 권하다니.”
“주무시라고 권해도 어차피 듣지 않으실 거잖아요.”
아르티제아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차라리 조금 자고 일어나는 게 실타래처럼 얽힌 생각을 조금 끊어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니다. 이제 피곤하니 눕는 게 좋겠어.”
“네. 그럼 잠자리를 봐드릴게요.”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베냐를 흘깃 안 좋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베냐는 바느질거리를 내려놓은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앨리스가 베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아르티제아도 알고 있었다.
「전 잘 이해가 안 가요. 베냐가 공을 세웠다면, 적당한 상을 주어 돌려보내시면 되지 않나요? 데리고 있다고 해도 마님 바로 곁에 둘 필요는 없잖아요.」
앨리스는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앨리스에게 설명하지 않고 베냐를 가까이에 두었다.
자신이 과거에 무슨 짓을 했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르티제아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잊지 않아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는 것 자체가 잊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돌아왔던 초반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웃음이 나오는 것도 참게 되었다. 그것도 아마 자신의 감정이 심장 밑에 있는 뚜껑을 열고 튀어나오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그것이 두려웠다.
앨리스가 먼저 가서 침구를 정리하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아르티제아는 베냐에게 말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구나. 이제 가서 쉬렴.”
“아니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마님.”
베냐가 일어서서 아르티제아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아르티제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열어 놓은 창문 너머로 횃불이 늘어나 순식간에 밖이 밝혀졌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게.”
“예.”
거실을 지키고 있던 기사 하나가 절도 있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기사가 돌아오기 전에 먼저 밖에서 누가 외쳤다.
“황태자 전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아르티제아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소식은커녕 정보로도 듣지 못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북부를 먼저 떠나 올 때에도 만나지 못할 확률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음모를 꾸미다가 실패했을 확률을 셈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에 떠날 때에는 죽을 확률을 셈하지 않았다.
설령 황제가 밀명을 내려 그녀를 죽인다 하더라도 세드릭은 황제의 관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끝난 다음이었다. 모략으로 판을 움직이는 시기는 벌써 끝났다.
나머지는 세드릭 자신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밀어붙여 올라가야 할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죽든 아니든 걱정할 뒷일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은 전보다 오히려 더 괴로웠다.
전에도 이미 마음에 연모를 품고 있었다. 그러니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어야 할 텐데.
그런데도 이번에는 달랐다. 전에는 그저 사랑받는 기쁨을 알았으니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속을 저며내는 것처럼 아팠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르티제아는 한순간 도망을 생각했다. 물론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단 지금의 괴로움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우뚝 서 있는 사이에 문이 열렸다.
서부의 황토 먼지 냄새가 밀려들어 왔다. 북부의 눈바람 냄새와는 달랐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그 냄새가 낯익다고 생각했다.
세드릭이 문을 연 채로 그 자리에 섰다. 아르티제아는 숨을 멈췄다.
“당신 때문에.”
세드릭이 인사도 없이 갈라진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아르티제아는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세드릭의 뒤에서 문이 닫혔다. 그가 장갑을 벗어 바닥에 팽개쳤다.
그것도 낯익었다.
아르티제아는 단 두 번뿐이었던 밤의 일을 떠올렸다. 손발이 모두 녹아 촉촉해졌던 밤과 아기의 습하고 보드라운 손바닥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그를 마주 안지도, 뒷걸음질 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 우뚝 섰다.
여기에 있는 여자는 인간이어서는 안 됐다.
“왜 이런 곳에 오셨나요?”
아르티제아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도를 비우실 상황이 아니셨을 텐데요. 게다가 군주께서 역병이 도는 지역에 오시다니.”
그는 군주였다. 일개인이기 이전에 옥좌에 앉은 황제여야 했다. 주춧돌이자 기둥이고 대들보여야 했으며, 톱니바퀴의 시작점이자 관리자여야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목적에 봉사하는 도구여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마법진에 몸을 던졌는데도 소멸하지 않고 이곳에 있는 것일 터였다.
세드릭이 아르티제아를 안으려고 벌렸던 팔을 내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팔 두 개만큼의 간격이 있었다.
“올 만하니까 왔습니다.”
세드릭이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결정한 일입니다. 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었으니까.”
아르티제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세드릭이 말했다.
“왜 그런 얼굴을 합니까? 내가 당신의 주군일 텐데, 내 결정에 따를 수 없습니까?”
“아뇨.”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대답했다. 손발이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