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97
악녀는 두 번 산다 296화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두고 수없이 확률 놀음을 했다. 그 결과로 목숨을 빼앗고 절망을 불러들였다.
그래도 아르티제아는 특별히 마음에 두지 않았다. 사람은 숫자에 불과했고, 죽음은 확률의 어떤 부분이 실행되었거나 실패한 결과일 뿐이다.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오류였다.
또 악행이었다.
아르티제아가 구릉으로 왔을 때에는 자신을 희생해야겠다고 특별히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의 호위대를 유효하게 쓰기 위해서였다.
세드릭은 아르티제아의 호위대 백 명을 고스란히 남겼다. 그 숫자를 데리고 안전한 후위에 있는 것은 낭비였다.
로렌스가 진짜로 그 구릉 위에 나타날지 어떨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함정일 것이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로렌스가 이끌고 있는 병력은 마적 몇 무리에 불과했다.
지난 이틀의 추격으로 더 많이 흩어졌을 게 분명했다. 호위대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함정도 없었다. 애당초 편지를 받은 직후에 세드릭이 사람을 보내어 샅샅이 살피게 했다.
그러니 오히려 로렌스가 역으로 포위당할 것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
로렌스가 온다면 호위대로 붙잡을 수 있다. 그러지 않고 그저 가서 참상을 목도하라는 의미로 보낸 편지였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았다.
지켜보고 있다가 만약의 경우에 호위대를 갈라 지원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구릉 위에서 들불이 번지는 것을 보았을 때에, 아르티제아는 그것도 확률 놀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르티제아가 수없이 해온 확률 놀음.
사냥감이 자주 다니는 길목 이곳저곳에 올무를 깔듯, 사람의 마음을 함정에 빠뜨리고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움직여 파멸로 향한 덫에 빠져든다면 좋았다. 그러지 않아도 증거는 남지 않으니 또다시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
언젠가는 걸려들게끔.
그리고 저 들불은 로렌스가 불러 일으킨 확률이었다. 아르티제아의 방식이었다.
어쩌면 진화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화약까지 닿을 것이다.
어쩌면 화약은 터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들불이 막대한 피해를 낼 수도 있었다.
또 어쩌면, 들불도 잡고 제방도 무사할 수 있지만, 리시아를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로렌스는 웃을 것이었다.
피해규모의 대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확률이 실행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결국 세드릭이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똑같았으니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승리라는 것을 로렌스도, 세드릭도, 리시아도, 자신도 알고 있었다.
바람이 미친 듯이 불었다.
아르티제아는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손가락을 잘랐다.
“마님!”
앨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오웬이 달려왔다.
아르티제아는 개의치 않고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통증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 들불처럼 이 일의 인과가 제게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없었다.
전부를 막아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본래 없었어야 할,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오류이니까.
그것이 신탁이다.
신은 그녀에게 특정한 성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아르티제아가 저지른 일은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녀의 방식을 배운 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아주 많았다.
그렇기에 신은 그녀에게 다른 형태가 없이 오로지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리라.
콰앙!
폭약이 터지는 순간 그녀는 마법진에 손바닥을 댔다. 그 순간에는 리시아도, 세드릭도, 로렌스도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이 성력으로 변해 아르티제아의 손바닥을 타고 마법진에 부어졌다. 마법진은 타오르듯 새하얀 빛을 쏟아냈다.
“큭……!”
아르티제아는 턱관절이 부서지도록 이를 악다물었다.
빛의 방벽이 해일처럼 쏟아지는 폭류를 가로막았다.
그녀가 쓰는 마법은 진짜 성녀나 성자가 발현해온 성력과 달랐다. 마법은 대가를 요구했다.
성력으로 마법진에서 요구하는 생명력을 치렀다. 하지만 쏟아지는 수압은 그대로 아르티제아에게 부담으로 걸렸다.
옷자락과 머리칼이 부풀어오르는 성력에 미친 듯이 흩날렸다.
“애, 앨리스. 내 손……!”
아르티제아는 비명을 질렀다. 앨리스가 달려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왜 아가씨가!”
앨리스가 반울음을 울면서 아르티제아의 손바닥이 마법진에서 튕겨져 나가지 않도록 꽉 잡아 고정시켰다.
아르티제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내장이 진탕되었다. 귀에서 피가 흘러서 소리가 먹먹해졌다.
오웬이 달려와 그녀를 마법진에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앨리스가 그것을 막았다.
“아가씨의 뜻이에요! 아가씨가…… 아가씨가 성녀니까!”
아르티제아에게는 원망의 말을 뱉었으면서, 앨리스는 오웬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아르티제아는 흐려진 눈으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충실한 앨리스.
행복해지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어기는 일이 없었다. 자신이 진짜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막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녀를 먼저 보내지 않고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마법진에서 한 손을 빼냈다. 아직도 한 마디를 잘라낸 검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손으로 마법진을 고쳐 썼다.
물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길어야 20분 정도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성력의 장벽이 사라지는 순간 물이 쓸려내려갈 것이다. 그러니 제방의 복구가 선행되어야 했다.
《아르티제아 로산의 성력을 받아 그 대가로서 시간을 되돌린다.》
두 번째 쓰는 문장은 훨씬 능숙했다.
성력이 물을 가로막고 있었으니 좌표를 그 성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범위로 지정할 수 있었다.
마법진을 고치는 동안 힘이 분산되어 성력의 장벽이 출렁였다.
“악!”
그 광경을 보고 베냐가 비명을 질렀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꽉 감았다. 그녀의 두 손에서 쏟아지는 성력과 해일을 감싼 장벽은 이제 녹색의 빛으로 변해 있었다.
“아가씨!”
앨리스가 아르티제아의 손목을 잡은 채 울면서 소리쳤다. 오웬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아르티제아와 성력의 장벽을 번갈아 보았다.
아르티제아의 옆얼굴로 쏟아진 머리칼이 하얗게 세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시간이 되감아지지 않았다. 폭류는 나아가지도, 물러가지도 못하는 채 허공에 멈추어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이 생명을 너무 낭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의 시간을 돌리는 대마법과 달리, 좌표를 지정하여 제방과 물의 시간을 돌리는 것은 오로지 그녀 스스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르티제아의 영육은 그 대가를 모두 치르기에는 지나치게 손상되었다.
성력은 미약했다. 부분적으로 잘라 내는 것만으로는 마법진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이다.
“아…….”
아르티제아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오류를 제거하고, 죄의 대가를 치르고, 세상에서 사라지기에 완벽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망설였다.
숨이 막혔다. 그냥 몸을 던지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내심 깊은 곳에서부터 은밀하게 빌어온 소원대로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삶도, 남을 고통스럽게 했던 삶도. 은원도, 죄악도, 욕심도.
앨리스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다음 순간 베냐가 달려들어 뒤에서 그녀의 덜미를 잡았다.
“베냐!”
오웬이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붙들었지만, 아르티제아는 이미 마법진에 밀어넣어진 다음이었다.
‘아…….’
아르티제아는 몸이 고꾸라지기 전에 의식이 먼저 주저앉는 것을 느꼈다.
얼굴 옆에 총알이 하나 툭 떨어졌다.
그녀를 둘러싼 마법진의 빛이 푸른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건너편에서 베냐의 일그러진 얼굴이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쌓인 원한을 풀어낸 사람처럼.
“지옥에서 보자, 악귀년!”
“이게, 이게 무슨 짓이야!”
앨리스가 미친 사람처럼 베냐에게 달려들었다. 오웬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르티제아는 멍한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그녀의 앞에서 곧 불꽃이 확 크게 일어나면서 그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드릭은 로렌스의 목을 움켜쥐어 바닥에 짓누른 채 그 성력의 장벽을 멍하게 올려다보았다.
아르티제아는 그에게 성력의 작동 원리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리시아와 달리 그녀는 딱 한 차례 성력을 쓰고도 앓아 누웠다.
그때에 골수까지 기력이 빠져나간 듯하여 병색은 도무지 완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거대한 힘을 사용하고 아무렇지도 않을 리 없었다.
“세드릭 님!”
리시아가 두 주먹으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 세드릭을 뒤따라온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달려와 리시아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세드릭은 눈을 떠서 그녀를 올려다보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로렌스는 짓눌린 채로 여전히 킬킬대며 웃고 있었다.
“빨리 가세요, 늦기 전에!”
리시아가 말하면서 세드릭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로렌스의 머리에 들이댔다.
“아직 괜찮아요. 빨리 가세요.”
그때 성력의 빛이 녹색으로 변했다가, 다음 순간 파란 불꽃으로 변했다.
빛의 장벽이 불타는 구체처럼 변했다. 그 안에서 시간이 거꾸로 돌아갔다.
쏟아진 돌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무너진 제방은 본래의 형상을 되찾았다.
하늘로 솟구치던 채 멈추어 있던 물은 비단 손수건을 떨어뜨리듯 가볍게 아래로 떨어졌다.
밑으로 쏟아지던 해일은 방향을 바꾸어 뒷걸음질 치듯이 제방 안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 빛은 리시아보다도 세드릭에게 낯익은 것이었다.
“티아!”
그는 벌떡 일어섰다.
“어서 가세요!”
리시아가 소리쳤다.
세드릭은 말 위에 오를 정신도 없었다. 그는 미친 듯이 구릉을 달려 올라갔다.
기사단이 그를 따라가며 말고삐를 던져주었다. 세드릭은 빈 말안장 위로 훌쩍 뛰어올라 박차를 가했다.
리시아는 권총을 여전히 로렌스의 머리에 겨눈 채 그녀를 위해 남은 기사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손짓했다.
이것은 그녀와 로렌스의 문제였다.
로렌스가 일어나 앉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이죽거리며 웃었다.
“약실에 총알은 확실히 들어 있어? 그 권총.”
“행운을 시험해보겠어요?”
“…….”
“이런 건 당신이 자주 내게 시켰던 일이잖아요. 왜요? 당신이 시험하자니 두려운가요?”
리시아가 내뱉었다. 로렌스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려 했다.
탕!
그 순간 리시아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로렌스의 쇄골을 관통했다.
“끄, 윽……!”
로렌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다행이네요. 총알이 들어 있어서.”
리시아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