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0
악녀는 두 번 산다 30화
아르티제아는 티파티가 준비된 테라스로 가기 전에 잠깐 투왈렛 룸에 들렀다.
이제 그녀의 투왈렛 룸에는 꽃과 선물이 넘쳐났다.
소피가 목과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아르티제아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옷을 갈아 입으실 건가요?”
“아니야. 그냥 살펴보러 왔어. 이 꽃은 다 선물로 온 건가?”
“네. 에브론 대공가에서 온 건 침실에 가져다놓고요, 따로 정확히 어느 분이 보내신 건지 적어놨어요. 나머지 선물 중에서 여자분들에게 온 꽃과 레이스는 오늘 테라스에 장식했어요.”
“그리고?”
“마흔 살 이상의 남자분에게서도 온 선물 중에서 전에 말씀하신 금액 이상의 선물은 집사와 의논해서 따로 보관하게 했어요. 그리고 보석처럼 비싼 선물이나 미혼의 젊은 남자 분들이 보낸 경우에는 가리지 않고 모두 돌려보냈어요.”
행여 지시를 어긴 게 있을까 봐 소피가 긴장한 채 말했다.
“기혼이신 경우에는 나중에 아가씨께서 직접 확인하고 결정하실 수 있도록 목록을 만들고 창고에 놔두었고요.”
“잘했어.”
아르티제아는 가볍게 대답했다. 소피가 긴장을 풀고 헤헤 웃었다.
소피는 로산 후작가의 잡일 하녀로 고용되었다가 옷 손질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아르티제아의 하녀로 배정받았다.
그것은 빌이 딴엔 아르티제아를 아가씨 대접해준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다.
아가씨를 모시는 하녀라고 해도 받는 급료는 말단 하녀와 다를 바 없었다.
일손이 부족하면 남들이 다 싫어하는 세탁실에도 불려갔다. 도저히 후계자인 아가씨의 측근 하녀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소피는 아르티제아를 좋아했으므로 자신의 대접이 나쁜 것에는 불만 없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가 무시당하는 것이나, 초라한 옷방과 투왈렛 룸은 그녀가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안타까웠다.
그랬던 것이 한 달 사이에 뒤집혔다. 빌이 쫓겨나고 고용인이 바뀌었다.
무례한 자들은 쫓겨나고, 중요한 자리가 모두 아르티제아에게 공손한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 대부분이 이름을 바꾼 한슨 일가와 그들과 친했던 옛 고용인들이었지만, 소피로서는 그것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눈도 없는지, 아르티제아더러 못생겼다고 수군댔던 자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
불러주는 이 없던 아가씨에게 매일매일 초대장과 꽃이 산처럼 당도했다.
험한 시절에 모신 보람이 있어서 지금 소피는 앨리스와 함께 아르티제아의 최측근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꽉 찬 옷방도, 보석도, 꽃과 선물이 넘쳐흐르는 투왈렛 룸도 그녀의 소관이었다.
아르티제아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며 슬쩍 뇌물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천지가 개벽한 것 같았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언제든 밀라이라와 로렌스가 돌아와 다 뒤엎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뿌듯하기만 했다. 일개 하녀에 불과한 소피도 알 만큼 아르티제아는 지금 사교계의 유명 인사였다.
정계와 여론은 이츠 남작 사건으로 들끓었지만, 사교계에 그 화제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에브론 대공의 약혼 사실이 화제가 되지 않을 리 없었다.
세드릭은 무사히 성장하여 작위 계승식을 치렀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사람들의 관심사에 있었다. 누가 에브론 대공가의 인척이 될 것인가. 누가 북부의 방패, 서부의 영웅을 차지할 것인가.
그러니 새삼스럽게 그 약혼에서 세드릭 자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적었다.
세드릭에 대해 관심을 가질 부분은 약혼보다는 이번 사건으로 그가 얻은 명성과 영향력 쪽이었다.
반면, 이제까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만큼 아르티제아가 갑작스럽게 사교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세드릭이 로렌스와 손을 잡기로 했는가 아닌가, 로산 후작가의 재산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만 가지고서도 귀족들은 밤이 새도록 토론할 수 있었다.
그만큼 아르티제아의 이름이 많이 언급되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했다.
소녀들은 그보다 좀 더 낭만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르티제아는 이제까지 미운 오리 새끼도 아니라 숫제 오리알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세드릭과 인연이 되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교외의 사원에서 망가진 마차 때문에 우연히 만난 것부터 엔다르 백작가의 무도회에서 세드릭과 아르티제아가 춤을 추었던 일, 이츠 남작 사건의 도화선이 된 청혼 선물, 에밀리 의상실의 드레스 1년어치가 모두 예약된 일까지 모조리 멋진 일뿐이었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도 마치 제가 바닷가에서 진주라도 발견한 마냥 관심을 보여 왔다.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선물을 보내오는 자도 있었다.
생각이 많은 것은 어릴 때부터의 일이었지만, 이제는 일절 자기 일이 없어진 것처럼 보였다.
예전 같으면 설레어 했을 이렇게 아름다운 선물도 길가의 조약돌처럼 여겼다.
그것이 소피는 안쓰러웠다.
“머리를 새로 해드릴게요, 아가씨.”
“괜찮아. 가벼운 티타임 자리인데.”
“그래도요. 이런 티파티 주최하시는 거 처음이시잖아요.”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었다.
“손님들에게는 흔한 일인걸. 됐어.”
“그럼 잠깐만요.”
소피가 그녀의 옷차림을 다시 다듬어주었다. 소맷자락을 살짝 다듬어 팔찌가 드러나도록 만들자 아르티제아가 손끝을 움찔했다.
“요즘에는 소매가 약간 짧은 쪽이 예뻐요.”
“…….”
“날이 많이 더워졌으니까요. 이제 곧 여름이네요.”
아르티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뺨이 약간 발그레했다.
소피는 만족스러워졌다. 팔찌는 예뻤고, 아가씨가 멋진 남자와 약혼한 것도 좋았다. 그리고 그보다도 그쪽 이야기를 하면 아르티제아의 얼굴이 소녀처럼 변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 * *
테라스에는 이미 손님들이 도착해 있었다.
그중 공식적으로 아르티제아와 아는 사람은 키쇼어의 딸 미엘르뿐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제일 먼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미엘르 양.”
“안녕하세요, 아르티제아 양.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기뻐요.”
미엘르가 환하게 웃으면서 아르티제아의 손을 잡고 인사했다.
“오늘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이렇게 아르티제아 양의 초대에 응할 수도 있을 정도인 걸요. 지난번에 전해주신 입욕제는 정말 잘 사용했어요. 한 번 그걸 푼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손발도 따 뜻하고, 오래 걸을 수도 있더라고요.”
“더운 날씨라도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훨씬 몸이 좋아지지요.”
“늘 마음 써주셔서 고마워요. 아버지가 제 감사의 마음을 충분히 전해 주셨는지 모르겠어요. 아참, 이쪽은 제 외사촌인 헤젤이에요.”
미엘르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녀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나란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로산 후작 영애.”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로산의 아르티제아입니다.”
아르티제아는 천천히 허리를 구부리며 정중하게 절했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만나 뵙고 싶었어요.”
헤젤이 몇 년 만에 만나는 소꿉친구를 보는 양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나머지 셋을 소개해 주었다.
미엘르도, 아르티제아도 사교 활동과는 인연이 멀었으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 초대된 다른 손님들은 사교범위가 좁은 두 사람을 위해 헤젤이 소개해준다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모두 결혼 적령기의 소녀들이었다.
물론 아르티제아에게는 진짜로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교계 인사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모든 손님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중에는 별다른 약력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훗날 이름 있는 귀부인이 되는 사람도 있다.
아르티제아는 그중에서도 특히 헤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명민하고 기억력이 좋았으며, 사교적이었다. 그리고 발이 아주 넓고, 다소 속물적이었다.
헤젤은 불쾌하지 않게 인맥을 과시할 줄 알았고, 그 인맥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널리 퍼뜨리는 데에도 선수였다.
친해두어서 나쁠 사람은 아니었다.
아르티제아와 손님들은 자리에 앉았다. 손님들은 모두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녀의 차림새와 저택을 살폈다.
아르티제아의 드레스는 수수해 보이지만 고급스러운 면직물로 만들어져 있었다.
꾸미지 않은 모습이 도리어 품위 있어 보였고, 가느다란 팔목에 걸친 다이아몬드 팔찌가 오히려 강조되었다.
몇몇 손님들의 시선이 은근히 팔찌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이 세드릭에게 약혼 선물로 받았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 팔찌인 모양이었다.
이 약혼 소식이 신문 기사로 나면서, 최근 한 달 사이에 사랑의 선물로 두 줄짜리 다이아몬드 팔찌가 유행하고 있었다.
사건의 시발점이 된 성녀 올가의 심장과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보석이 아닌가.
세드릭은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덕분에 오도로프 보석상에서는 정보료를 톡톡하게 거둬들이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팔찌만이 아니라 평민들이 청혼 선물로 쓸 만한 가격으로 만든 두 줄짜리 수정 팔찌도 엄청나게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알폰스 경은 안 계시는군요. 늘 곁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누군가가 호기심을 가득 담아 물었다.
세드릭이 에브론 기사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신뢰할 만한 이를 아르티제아에게 보냈다는 이야기도 유명해져 있었다.
“네. 긴한 용건이 있어서 오늘은 안 계세요.”
그때였다. 하녀 하나가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왔다.
“아가씨! 아가씨!”
“무슨 일로 이렇게 소란을 부리니? 손님들이 계시는 게 보이지 않니?”
아르티제아는 하녀를 꾸짖었다. 하지만 하녀는 새파랗게 질린 채 다급하게 말했다.
“마님이 돌아오셨어요!”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빌을 외쳐 부르는 소리와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르티제아는 느릿한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울게요.”
“아, 네.”
미엘르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창백한 얼굴을 했다.
아르티제아가 막 테라스의 문을 열었을 때였다. 밀라이라가 바로 거기까지 와 있었다.
“어머니.”
밀라이라가 서슬 퍼런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하녀장이 죽어가는 얼굴로 “손님이 계신다니까요.”하고 밀라이라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아르티제아는 차분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
밀라이라의 시선이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품평하듯 훑었다. 그다음에는 테라스에 한가득 장식된 꽃과 레이스를 보았다.
“네가 남자를 잡아서 아주 팔자가 피었더라는 소문이 별궁까지 들려오더라?”
밀라이라가 날카롭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