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17
악녀는 두 번 산다 외전
아르티제아는 알현을 마치고 서재로 향했다.
서재에는 한나가 와 있었다. 그녀는 에브론의 가신 중 하나로 이번에 멜과 함께 도착한 이들 중 하나였다.
에브론에서도 왜 하필 한나가 지목되어 불려왔는지 아는 자는 극소수였다. 그녀는 평민이었고, 직책이 높지 않았다.
기밀을 아는 자는 그녀가 카람 작물 멜번에 관한 은상을 이번에 받게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아르티제아가 멜번을 세상에 꺼내 놓은 뒤에, 한나는 그것을 북부에 퍼뜨리는 데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몇 년 동안 북부에서 농사법을 연구한 것이 완전히 허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그것도 눈가림이었다. 첫 번째 눈가림은 가신단 그 자체, 두 번째 눈가림은 멜, 세 번째 눈가림은 이 한나이다.
그렇게 해서까지 맞이한 북부에서 온 진짜 ‘손님’들은 한나와 함께 지금 서재에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서재 문 앞에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손수 문을 열었다.
긴 망토를 입고, 후드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이들의 덩치는 하나 같이 컸다.
북부인들도 본토 사람에 비하면 하나 같이 키가 훤칠했으나, 이들은 그 북부인들보다도 머리 하나가 클 정도였다.
거기에 비하면 아르티제아는 어린 소녀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얼굴을 내놓은 자가 하나 있었다. 그도 두건으로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한나와 두건을 쓴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아르티제아에게 절을 올렸다. 그 뒤에서 후드를 눌러 쓴 손님들이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르티제아는 한나의 절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치맛자락을 펼치며 무릎을 구부리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카 엘르 파하 퀴에.”
그것은 카람의 말로 “나의 불 옆으로 오라”라는 뜻이며, 환영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손님들이 망토를 벗었다. 이마에 있는 세 번째 눈과 목까지 이어진 수북한 털이 드러났다.
망토 밖으로 나와 있는 위쪽 팔이 자기들의 예법에 따라 허공에서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그 발음은 어색하여 마치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아마 아르티제아가 발음한 것도 그들에게는 그렇게 들렸을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두려워하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모르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녀도 처음 카람을 보았을 때에는 경악했으나 이제 그녀는 아푸아를 알고 있었다.
그가 세드릭과 교환한 백여 통의 편지를 모두 함께 읽었다. 올해 첫 번째 편지에 아푸아는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극북의 땅에서 첫 번째로 핀 꽃을 봉투에 넣어 보내주기도 했다.
아르티제아는 지난 2년 동안 카람의 언어를 익혔다. 그리고 이제 카람의 말을 할 수는 없어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녀는 남들보다 암기가 빠르고 어학에 재능이 있었다. 성전의 모든 문장을 외우고 있었고, 교리와 역사에도 박식했다.
그 재능을 형편없는 일에만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떤 죄도 짓지 않고 미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언어를 교환하고 외교의 방식을 결정하며, 상호간에 존재를 인정한다. 이곳에서 공식적인 교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 * *
대주교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예복을 걸쳐 입고서도 아직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네 혼자 다녀오게.”
“성녀님의 명령입니다.”
니코스 주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잇!”
대주교가 투정 부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할 말 많다는 얼굴로 니코스 주교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불만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아르티제아는 황후가 되면서 거의 모든 권력을 내려놓았다.
정보 조직은 진즉 해체했으며, 그 노하우는 프레일을 통해 황제의 제국 정보원에 합쳐졌다.
황후가 되면서 로산 후작의 작위는 포기했고, 재산은 동결하여 상속권자의 후견인에게 맡겼다.
황후로서 권력을 형성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황제의 사랑이 황후궁에 머물러 있는 이상, 언제든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녀가 그것을 손에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원만은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성녀의 소임이 끝났음을 선포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원의 권력은 비공식적이며, 외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신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었고, 사원의 영향력은 강했다.
거기에는 아르티제아 자신의 탓도 있었다. 그녀가 “성녀가 황후가 되리라.”라는 신탁을 거짓으로 읊은 탓에 종교적 권력은 세속에 개입할 힘을 얻었다.
그 뒤에 연이어 리시아가 전염병을 치유했다. 그 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자신이 수해를 막은 일도 목격자가 많았다.
신탁을 믿지 않았던 자도, 이제 성녀를 믿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무신론자들은 내심으로는 어떨지 모르나 겉으로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세가 오른 사원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리시아에게 사원을 맡길 수 없었다. 그녀는 리시아를 사랑하고 믿었지만, 리시아에게 사원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카람의 일을 생각하면 더더욱.
멜번을 합법적으로 경작하고 혼혈들을 악마로 낙인찍어 죽이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북부를 살리려면 카람이 필요하다.
아르티제아는 앨리아 장성까지 인간이 후퇴해야 한다는 의견에 변함이 없었다.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에브론 대공령의 북녘까지는 카람의 이주를 받아들이고 교류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혼혈을 가시화하여 호적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경작량과 노동력이 극적으로 늘어났다.
북부는 이제야 비로소 생존을 넘어서서 산업을 발달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이 일에는 사원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카람은 악마의 종자라고 사원이 계속해서 고함지르면, 북부 전체가 또다시 함께 배척당할 뿐이다.
아르티제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주교 회의에 간섭하여 에브론 본성의 주교를 대사원의 중요한 보직에 앉히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는 다시 북부의 사제 중 하나를 골라 주교로 서품하여 올렸다.
곧, 주교 회의에 처음으로 두 명의 북부인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었다.
여기까지도 대주교는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받아들였다. 북부에서 황제가 나왔으니, 북부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학술 사제들에게 어느 시점에서부터 신학 이론이 카람을 성전의 악마로 호명하기 시작했는지 연구하게 했다.
실은 그녀는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대주교도 공부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르티제아와 마찬가지로 그도 답을 알았다.
그것은 에브론 공국이 아직 공국으로서 존재할 때 있었던 카람의 대남하 때였다.
방어선은 거의 중부 지방까지 밀렸다. 에브론 공국은 독립을 유지할 역량이 없음을 인정했고, 제국은 장성을 쌓았다.
그때 제국 본토인은 처음으로 카람을 대면했었다.
낯선 외모, 전에 없이 지독한 전쟁은 카람을 악마라고 기억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르티제아가 그 이전 시대의 기록을 연구하게 한 것은 카람과의 교류가 성전에 어긋나지 않음을 증명 하기 위해서였다.
대주교는 보신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지만, 여기에는 언성을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황후 폐하, 이는 교리를 전부 뒤집는 일입니다!」
「대주교님, 저는 황후로서 명한 것이 아닙니다.」
아르티제아는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성전의 그 어디에도 카람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없습니다. 북의 악마라는 말조차 사원과 제국 황실, 에브론 대공가가 합심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던가요?」
두려움이 퍼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이해가 아니라 공포를 지속시킨 것은 그것이 유효한 지배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낸 교리이니 재해석할 수도 있겠죠.」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황후 폐하, 저는 카람 혼혈이 사원의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지금 북부에서 카람과 교류하는 것을 묵인하고도 있습니다.」
그건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것이었다. 적당한 때가 되면 양보했던 만큼 황실에게서 보상을 받아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사원과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게 대주교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황후 폐하!」
「제가 성녀입니다, 대주교님.」
「황후 폐하께서는 성녀의 소임을 이미 끝마치시고…….」
「대주교님은 제가 성녀임을 부정하실 건가요?」
「그런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에브론 대공비였던 제가 성녀로서 황후가 되라는 신탁을 받았습니다.」
그 신탁은 거짓말일 것이다. 대주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었다.
선황의 앞에서 아르티제아가 신탁을 받았음을 보증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제게는, 이 일이 무척 신께서 제게 명하신 일처럼 느껴지는군요.」
아르티제아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대주교는 아르티제아보다 키가 컸지만, 분명히 그렇게 느꼈다.
「그러니 이 문제로 사원과 타협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주교님.」
그러기에는 약점이 너무 많은 일이었으니까. 사원에서 가부를 말할 수 있게 만들면, 그것만으로도 언제든지 상황이 뒤집힐 수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이 성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과거의 리시아와는 달랐다. 성녀이면서 세속 권력 그 자체였다. 신자들에게 내세울 명분과 사원을 찍어 누를 수 있는 실질적 힘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냉정한 얼굴로 대주교에게 강요했다.
「카람은 자신들을 카 에르사, 신의 자녀라고 부른다더군요. 그들이 섬기는 신이 우리 성전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신학적으로 꽤 흥미로울 겁니다.」
결국 카람에서 온 손님은 황궁에 들어갔다. 황후가 된 성녀는 대주교에게 초청장을 보내왔다.
거부하면 성녀의 초대를 거절하는 것이고, 받아들이면 카람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대주교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니코스 주교가 한숨을 내쉬며 달랬다.
“성녀님께서 이것이 신탁이라고 말씀하시면, 그것만으로도 명분은 완성되는 셈입니다. 사원이 거역해도 그분은 일을 계속 추진할 겁니다.”
콜튼 수사나 북부 사원 쪽을 통해서 새로 교리를 정립하게 만들면, 사원 내 힘의 추는 완전히 기울고 만다.
그러느니 성녀의 뜻을 받들어 최측근에서 관여하는 쪽이 나았다. 정치는 황실과만 하는 게 아니라 사원 안에서도 해야 하니까.
대주교도 알고 있었다.
“후……. 하긴, 그래. 혼자서 멋대로 하시게 놓아둘 수는 없지.”
대주교는 결국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어쨌든 무사히 대주교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해야 할 게 아닌가. 그는 성녀에게 끌어내려진 대주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