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22
악녀는 두 번 산다 외전
황후궁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세드릭에게는 느릿느릿한 걸음이었지만, 레티샤는 도도도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제가 먼저 가겠다고 야단을 쳤으면서, 결국 황후궁의 정원에서 레티샤는 팔을 내밀었다.
“아빠, 나 안고.”
“그래.”
세드릭은 레티샤를 훌쩍 안아 올렸다.
멜의 가족을 비롯하여 몇몇 에브론에서 온 이들이 머무르고 있을 테지만, 굳이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세드릭은 해진 뒤에 황후궁에서 보내는 시간은 완전히 사적인 시간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급한 일이 있으면 보고를 받고 나가야 했지만, 굳이 인사를 받는 것 정도라면 내일로 늦추기로 했다.
멜의 가족과 만찬을 갖는 것은 며칠 후가 될 예정이었다. 조르딘 백작 부군이나 아이들에게는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가족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레티샤가 내려달라고 조르더니 곧바로 아르티제아의 치맛자락으로 뛰어들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늦으셨네요. 본궁에서 출발하신다는 소식이 온 지 꽤 되었는데.”
“티샤가 걸어온다고 해서.”
“정말로 걸어왔니?”
“우웅.”
레티샤가 망설였다. 다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황후궁까지는 걸어왔으니까.
해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조그만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세드릭이 레티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걸어온 건 아닙니다. 반은 뛰어왔으니까.”
“헤헤.”
레티샤는 안심하고 웃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얼굴이 왜 이러죠? 울리셨어요?”
“……제가 어제 약속도 안 지키고, 인사도 안 하고 갔으니까요.”
“바쁘시니까 어쩔 수 없다고 했잖니.”
아르티제아가 나직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레티샤가 볼을 부풀렸다.
“그치만. 약속 어기면 나쁜 사람이야.”
“그러면 아빠가 나쁜 사람이야?”
레티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화가 잔뜩 나 있었을 때라면 주저 없이 나쁘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세드릭이 레티샤를 혼란에서 구조했다.
“자아, 이제 밥 먹어야 되니까 가서 손이랑 얼굴이랑 씻으러 가자.”
“응.”
레티샤는 순순히 세드릭의 손을 잡고 옆방으로 옮겨갔다.
레티샤의 키 높이에 맞게 따로 만든 선반 위에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도자기 대야가 준비되어 있었다.
세드릭이 소매를 걷어주자 레티샤가 무슨 대적이라도 만난 기사처럼 눈을 꽉 감고 대야에 통으로 얼굴을 담갔다.
물이 대야에서 넘쳐 사방으로 튀었다. 애초에 그럴 것을 예상하고 시종들이 걸레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옷이 다 젖는다, 티샤.”
세드릭이 경고해도 소용없이 레티샤는 어푸어푸 팔로 물을 휘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팍 들더니 눈을 감은 채 세드릭이 들고 있는 수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앞머리까지 다 젖어 있었다. 세드릭은 한숨을 내쉬고 앞머리부터 팔까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레티샤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는 오랫동안 함께 있지 못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때에는 가능한 한 모든 일을 다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시종들에게는 역시 송구스러운 일이라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 깨끗해졌다. 눈 아프진 않고?”
“안 아파.”
“그럼 키쇼어 부인이랑 같이 가서 옷 갈아입고 와. 다 젖었다.”
“아빠, 나 딸기 아이스.”
레티샤가 그의 바짓자락을 잡아당기며 졸랐다.
“젖은 옷 갈아입고, 밥 다 먹고.”
“이잉.”
“안 돼.”
레티샤가 또다시 삐지려고 했다.
세드릭은 잠깐 고민했다. 그는 이럴 때에 유효한 대답을 아르티제아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교육적으로 해도 되나 고민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미안한 날이니까, 하고 그는 자기 자신을 합리화했다.
“가서 얌전히 잘 갈아입고 오면, 아빠 것도 줄게.”
“진짜?!”
레티샤가 신나서 소리쳤다. 그리고 키쇼어 부인에게 달려갔다.
시종들은 이것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레티샤의 새 셔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세드릭이 손을 씻는 사이에 키쇼어 부인이 옷을 갈아입혔다. 레티샤가 빨리 가자고 세드릭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르티제아는 식탁에 앉아서 촛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너무 오래 걸렸습니까?”
“아니에요.”
아르티제아가 앉으라고 손짓했다.
저녁식사는 이미 식탁 위에 모두 차려져 있었다.
장작에 구운 북부식 햄이 있어서 세드릭은 기쁜 낯을 숨기지 않았다.
“후.”
아르티제아가 웃음을 흘렸다. 세드릭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이해했다.
“와아!”
커다란 오믈렛을 보고 레티샤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오믈렛을 찔러보고는 흘러나오는 반숙을 보고 신나 했다.
이제는 세드릭도 레티샤의 얼굴이 자신을 꼭 닮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저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그가 어색하게 뺨을 쓰다듬었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시진 않죠.”
세드릭은 안심했다. 아르티제아가 레티샤가 흘린 달걀을 닦아주며 말했다.
“손님들에게 익숙한 음식을 많이 섞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좋아하는 음식이면, 말씀하지 그러셨어요?”
“딱히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세드릭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아르티제아는 거기에 달리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멜이 요리사를 따로 데려왔어요. 당분간은 그쪽의 요리가 이쪽에도 나올 거예요.”
“티아.”
“배에 있는 동안에도 꽤 중부 요리를 접했을 테지만, 동부와 남부 쪽 식재료도 이용하게 할 작정이에요. 견문을 넓히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그냥 익숙한 것뿐입니다.”
세드릭이 다시 부정했다. 아르티제아가 빙긋 웃었다.
“알았어요.”
“으음.”
“다른 것도 좋아하시는 게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햄은 운송에 그다지 큰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가끔은 가져오게 하는 것도 좋겠네요.”
아르티제아가 그렇게 말하자 세드릭이 민망해졌다.
“원래 알고 있었어요. 북부에서 자주 드셨잖아요.”
이번에야말로 세드릭은 입을 다물고 얌전히 햄을 얇게 썰어냈다. 아르티제아와 레티샤의 접시에 각각 햄 조각을 올려주었다.
레티샤가 볼이 미어지도록 오믈렛을 욱여넣은 채 숟가락을 휘둘렀다.
아르티제아가 그러지 말라고 막고 말했다.
“그냥 제가 관찰력이 좋아서 그렇죠. 설령 좋아하신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잖아요?”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세드릭이 헛기침을 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오믈렛을 본 레티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면 부끄러운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디저트로 딸기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차가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르티제아에게는 딸기 위에 그냥 크림을 얹은 것이 나왔다.
세드릭이 자기 몫의 컵까지 밀어 주자 레티샤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약속이니까.”
“설마 미안하니까 준다고 하신 건 아니겠죠?”
이번에는 세드릭이 거짓말을 할 차례였다.
그가 움찔하자 레티샤가 편을 들었다.
“아빠가 날 사랑하니까 주는 거야.”
거짓말이 눈에 보였다. 아르티제아는 어이가 없었지만, 눈을 감고 넘어가기로 했다.
“좋아요. 하지만 키쇼어 부인에게 이야기는 해두겠어요.”
“으음…….”
세드릭이 신음했다. 아기에게 물질로 보상하면 안 된다는 말은 늘 듣는 것이었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좀처럼 잘되지 않았다.
레티샤는 나중에 세드릭이 잔소리를 듣게 될 운명을 모르고 숟가락을 열심히 놀렸다.
세드릭은 차만 한 잔 받았다. 얼음을 넣은 차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이스크림만큼이나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겨울에는 아무도 체온을 낭비하려 하지 않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얼음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세드릭이 황제가 되고 나서 스스로 찾는 유일한 사치였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휴우 한숨을 돌리며 물었다.
“손님들은 어땠습니까?”
“유익한 만남이었어요. 사실 말을 공부한다고는 했어도, 실제로 소용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익숙해지면 전부 알아들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더군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열심이지 않았습니까?”
“단어의 일부라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 통역이 수작 부리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것보다도, 옛날 북부 방언이나 고대어의 발음에서 유사점을 찾아내려고 그런 거였어요.”
“어느 정도 확신이 있군요?”
세드릭의 물음에 아르티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구는 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북부 방언과 연관성이 있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지만요. 고대어의 발음도 지금은 추측일 뿐이라고 하지만, 카람어를 기록할 수 있고요.”
굳이 사원에 사전을 만들라고 요구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수백 년 이전의 기록이나 언어에 대한 학술적인 업적은 대부분 사원의 것이었다.
북부에 대해 기록다운 기록을 남긴 것도 사원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이미 목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손댈 생각은 없었다.
일개인이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닐 뿐더러, 사원 안에서 발견해서 연구하는 쪽이 훨씬 자기들도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서로 존재를 익혀 가는 단계이니까요. 단순한 대화를 여러 차례 시키려고 해요.”
아르티제아의 단기 목적은 사원 안에서 이 문제에 흥미를 갖는 학술 사제를 발굴해낼 작정이었다.
그리고 아푸아는 방문 기간 동안에 카람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몸으로 체감하게 할 작정이었다.
실제로 그가 부탁한 물건들 중에 중요한 기술이 들어간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강철로 만든 바퀴 축이나 정교한 철물 몇 종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동화책, 색연필, 향이 입혀진 초와 도자기, 꽃이 핀 화분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들은 날이 더워지기 전에 떠날 것이다. 수도의 여름은 카람이 버틸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아르티제아는 생크림이 얹어진 딸기를 입에 넣었다가 단맛에 문득 울렁거림을 느꼈다.
“왜 그래요?”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세드릭이 보기에 양이 적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평소보다 적게 먹은 것이었다.
“피곤한 탓이겠죠. 그리고 낮에 차를 너무 많이 마셨어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세드릭에게 그렇게 말하고 아르티제아는 포크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