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3
악녀는 두 번 산다 33화
세드릭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쓰러진 키쇼어 양과 다른 손님들에게 사죄를 하고 집을 돌려보내고, 왜 알폰스가 당신의 옆에 없는가 물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현명한 당신이 과연 로산 후작 부인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을까?”
“…….”
“나는 알폰스에게 당신 옆에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그건 내가 언제나 당신 옆에 있으며 당신을 지키고자 한다는 뜻을 남들에게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는 걸 나도, 당신도, 알폰스도 알고 있지요.”
아르티제아는 눈을 돌렸다.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당신이 처음으로 손님을 초대한 날에 알폰스에게 집을 비우라고 말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로산 후작 부인이 어제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당신이 정말로?”
“저라고 해서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건 대답이 안 됩니다. 이번 일을 꾸몄습니까, 아닙니까?”
“…….”
아르티제아는 대답을 망설였다.
주군에게 말하지 않고 일을 꾸미는 것까지는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묻는 말에 거짓을 말하는 것은 불충이다.
“네.”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대답하고 슬쩍 세드릭의 눈치를 보았다.
이야기하지 못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눈치를 본 것은 세드릭이 몹시 화난 기색이었기 때문이다.
“꾸몄다고 할 것까지는 없는 일이에요. 어머니가 돌아오시는 날에 맞춰서 사람을 초대한 것뿐이었는걸요. 그리고 필요한 일이었어요.”
아르티제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무슨 일을 꾸밀 때에는 나중에라도 이야기하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제가 로산 후작가와 인연이 끊어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어요.”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밀라이라가 아르티제아를 미워한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로산 후작가 안에서 푸대접받고 있다는 사실도 그녀를 무도회에서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족의 인연을 중시하는 법이었다.
그녀를 직접 알지 못하는 자나 사교계 바깥의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머니를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아는 자들조차도 모녀가 인연을 쉽사리 끊을 리 없다고 여길 것이었다.
“그리고 뭔가 계기가 없다면, 로산 후작가를 단숨에 확보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빌에게서 열쇠와 장부를 빼앗았다지만, 저택의 금고에 들어 있는 동산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걸요.”
“티아.”
“사업 경영권, 영지, 그밖에 다른 지역에 있는 재산 같은 경우에는 모두 대리인에게 맡겨져 있고, 그 대리인은 황제 폐하께서 골라주신 사람들이에요. 제가 결혼하고 작위를 계승받는다고 해도 어머니는 쉽게 내놓지 않으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황제도, 로렌스도 밀라이라가 아니라 그녀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모르는 척하지 않고 그녀가 가져가야 할 합법적인 권리를 챙겨 주리라.
지금까지 아르티제아는 종순한 딸이었다. 황제의 앞에서는 더욱 더 순한 효녀처럼 굴었다.
이제 그 열매를 거둘 때가 왔다.
“에브론 대공비가 될 사람으로서는 품위를 잃은 셈이지만, 어차피 어떻게 해도 평판은 망가졌을 거예요. 법정 싸움 같은 것을 하며 에브론의 이름에 흙탕물을 튀기는 것보다는 제가 불쌍한 계집애가 되는 쪽이 낫지요.”
모녀간의 재산 싸움, 그것도 황제의 정부와 그 딸의 싸움이다.
밀라이라가 머리에 꽂은 꽃조차도 화제로 삼아 선정적인 기사를 쓰는 신문들이 타깃으로 삼을 만한 재미난 이야깃거리였다.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놓아둘 수 없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에브론 대공가를 위해서.
“티아.”
“로산 후작가의 재산은 결코 작지 않아요. 앞으로 전하께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겁니다. 반대로, 로렌스 오라버니 손에 놓아두기에는 너무 커요.”
세드릭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맞은 게 필요한 일이었다는 겁니까?”
“네.”
아르티제아는 망설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으니 그녀는 기꺼이 몸을 던졌다. 어차피 닥쳐올 일에 약간의 술책을 부렸을 뿐이다.
그다음에는 일이 마음대로 진행되었고, 그녀는 견디기만 하면 되었다.
“당신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고 어젯밤에 침대에 들어갈 때부터 생각해서 오늘 아침에 눈떠서도 계속 되새기고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시는군요.”
하지만 세드릭은 정말로 화를 내고 있다. 아르티제아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화가 나셨나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이건 정말 말씀드릴 만한 것도 없는 작은 수고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다친 사람도 없고요. 앨리스가 손을 삐었다고 들었지만, 큰 상처는 아닐 테고요.”
이번에 그녀가 한 일은 단 세 가지뿐이었다.
별궁의 시종 중 하나에게서 밀라이라가 수도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받았고, 손님을 초대했으며, 알폰스에게 휴식을 주었다.
그녀를 때린 것은 밀라이라였고, 손님들은 그것을 보았을 뿐이다. 여기에서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것은 그녀를 감싸고 맞은 앨리스뿐이다.
이 일에서, 세드릭의 도덕심을 건드릴 만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세드릭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다쳤지 않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몇 번 눈을 깜박거렸다.
“티아, 나는 당신이 한 일에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화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은 것 때문에 화가 난 겁니다.”
“저, 저는, 별로 위험하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절대로 절 죽이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아르티제아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세드릭이 낮게 말했다.
“그러면 안 됩니다. 당신 자신을 도구로 쓰면 안 됩니다. 그렇게 계산해서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셈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목숨까지도 내놓게 될 겁니다.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하지 마십시오. 그게 당신의 몸이라 해도.”
아르티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어차피 남은 삶 따위는 별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팔다리도 없고 혀도 없는 삶,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몇 년을 더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서 의미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느니 그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유용하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혀와 사지가 온전했다고 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게 가장 간편하게 마법을 시동하는 방법이라면, 남은 삶이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이었더라도 그녀는 기꺼이 마법진 안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아르티제아에게 자신의 몸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값싼 자원이라는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다.
매수할 돈도 필요 없고, 충성심을 사려는 노력도 필요 없다.
그녀는 충성에도 값을 매겼다.
충성스러운 자는 얻기 어렵고, 한 번 소모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게다가 사람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자꾸만 힘든 일을 요구하면 깎여나가고 만다.
그러니 충성심을 사두되 쓸 곳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제 몸은 얼마나 간편한가.
불평하지 않고, 배신할 우려도 없으며, 예측에서 어긋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당황했다.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건강은, 그렇다,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없지 않았다.
앨리스가 늘 걱정했고, 소피도 마음 써주는 것을 알고 있다.
로산 후작으로서 자리 잡은 후에는 수하들이 있었다. 아첨하는 무리가 과장된 언사로 그녀의 건강을 염려하기도 했다.
로렌스조차도 약을 보내왔다.
그녀는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이었으니까.
아주 어릴 땐 아프면 밀라이라가 돌봐주기도 했었다. 질려서 금세 그만둘 때도 있지만, 어쩔 땐 내도록 함께 잤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을 때에는 모두가 납득했다.
앨리스조차도 그랬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를 보살펴 주었을 뿐이었다.
화낸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몸이 도구로 쓰이는 것 자체가 안 되는 거라고 말한 사람도.
그녀가 인간이라고 말한 사람도.
“제가 처음에 분명히 말했습니다. 저와 손을 잡고자 한다면, 티아 당신도 다쳐서는 안 된다고.”
“아.”
그때 듣고 웃긴 했지만, 진지하게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르티제아는 짧게 탄식했다.
세드릭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습니까?”
“…….”
세드릭이 자리를 옮겨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세드릭이 아무렇게나 이불 위에 놓여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쌌다.
“당신이 잘못한 것은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네.”
아르티제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변명할 말이 없었다.
“제게 폐를 끼친 사람처럼 행동하면 안 됩니다.”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감사를 드리고 있는 걸요. 직접 와 주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그 소식을 듣고 직접 가지 않고 기사나 몇 명 보낼 거라고 생각하셨지요?”
아르티제아는 미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녀의 계획에는 에브론 대공가에서 구원이 오리라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리제의 눈치 빠른 성격과 마커스 한슨이 에브론 대공저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까지 고려한 결과였다.
그러나 세드릭이 오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누가 온다거나 누가 오지 않는다거나, 그런 특정한 경우를 아예 상정하지 않고 있었다.
“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당신이 이 약혼을 이름뿐인 것으로 여기고, 또 저를 진짜 약혼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동반자로라도 여기십시오.”
“저는 전하를 주군으로 섬기기로 마음먹은 몸입니다. 왜 그런 말씀……”
“그렇다면, 왜 제 보호를 받지 않으려고 합니까?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당신 역할일지 몰라도, 당신을 지키는 것은 제 역할입니다.”
“…….”
아르티제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제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조금 혼란스러웠다.
아르티제아는 망설였다.
그녀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데에 능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늘 거침없었다.
하지만 지금 세드릭이 원하는 말이 “죄송해요.”인지, “감사합니다.”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저를 구하러 와주셔서, 기뻤어요.”
그건 그녀가 차마 남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내심이었다.
세드릭의 얼굴이 그녀와 똑같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잡고 있던 손을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힘을 주어 더 꽉 잡았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