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4
악녀는 두 번 산다. 34화
로산 후작가에서의 사건은 사교계에서만이 아니라 몇몇 황색 언론에 실릴 정도로 바깥소문이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밀라이라다.
황제의 정부가 딸을 학대했고, 재산 때문에 결혼을 시키지 않으려 했다.
미녀, 재산, 폭력의 세 가지 추문이 뒤섞인 이야기이다. 거기에 로맨스와 약간의 정략적인 냄새까지 뿌려져 있으니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로산 후작가에서 하녀로 일한 적이 있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면서 소문은 불붙은 듯 타올랐다.
이로서 세드릭은 사람을 두 번이나 구한 영웅이 되었다. 그 중 하나는 가련한 연인을 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녀는 이제 로산 후작이 되어 그와 결혼식을 올리게 될 것이었다.
또 사람들은 황제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주목했다.
어느 쪽도 이 일이 밀라이라가 받고 있는 총애를 깎아내지는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황제가 밀라이라를 총애하는 태도는 마치 못된 고양이를 아끼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간혹 화를 내기도 하고 무섭게 꾸짖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짓을 저질러도 화가 오래 가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어리석은 여자니까 어쩔 수 없다고 보듬어 안았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문제가 다르다.
자기 딸도 아닌 아르티제아가 밀라이라와 추문을 일으켜 소란을 만든 셈이니 노하리라고 추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황제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공적인 태도로 세드릭의 청원 편지에 응답했을 뿐이다.
그 청원 편지는 세드릭이 약혼자이자 보호자의 자격으로서 로산 후작가를 정돈하고 싶으니 허락해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밀라이라에 대해서는 조금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밀라이라와 아르티제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혼인 전까지 어린 후계자의 법적 권한을 대리하는 것은 부모였다.
그러니 원래는 모친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약혼녀의 대리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아무 말 없이 허락하는 문서에 옥새를 찍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아르티제아를 가엾게 여기는 태도로 말했다.
“티아는 착하고 소심한 애야. 효심이 지극하기도 하고, 밀라이라가 조금만 다정하게 해줬어도 열 배, 스무 배로 갚을 아이가 아니냐. 요즘 되바라진 애들하고는 전혀 다르지. 그 심약한 여자애를 그렇게 다루었으니 충격을 안 받을 수가 있나. 이 일은 밀라이라가 너무한 거야.”
그리고 밀라이라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밀라이라는 욱하는 성미가 있어서 화가 나면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짐에게도 손톱을 세우고 달려든 적이 있을 정도이니 오죽했을까? 다 짐의 불찰이지. 짐이 티아를 정말로 딸처럼 대해 주었다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구나.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도, 모녀간에 오해가 쌓이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거겠지.”
이것은 그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내보인 반응이 아니라 딸인 유니스 백작 부인과 있는 자리에서 털어놓은 내밀한 속내였다.
『아바마마께서 영애가 심약하다고 말씀하셨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아니라고 말씀 드릴 뻔했어요.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이 영애를 위한 일일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이것이 지난번의 조언에 대한 보답이 되었으리라 믿어요.
아바마마께서는 영애가 아직 어리지만, 언젠가는 로산 후작 부인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두 사람 모두를 가련하게 여기시고, 오히려 로렌스에게 화가 나셨습니다. 영애와 후작 부인과의 사이를 잘 중재하지 못하고 사태가 이에 이르도록 내버려두었다는 것이지요.
그에 관해서도 첨언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언젠가 영애를 만날 날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로산 후작 부인은 어리석은 일을 한 셈이네요.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세드릭이 굳이 로산 후작가의 영지와 재산을 자기가 관리하겠다고 나서지 않았겠지요.
황제 폐하께서는 당신께서 로산 후작 부인의 옷장과 보석함을 채워 주실 테니 염려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어디 남편에게 받아서 쓰는 돈과 내 지갑에서 나오는 돈이 같나요. 영애도 결혼하면 곧 알게 되실 겁니다.
에이슨 백작의 문제로 꾸중을 들은 뒤에 로렌스는 한동안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혹 수도로 돌아가 있나요?
로렌스를 꾸짖고 난 뒤부터 아바마마께서는 저와 제 아이들에게 전보다 더 깊고 다정한 애정을 보여주신답니다.
만일에 로산 후작 부인이 함께 간다는 것이 싫어서 별궁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럴 만한 기회는 없었겠지요.
며칠 전에는 남편이 몹시 원하던 어업권 허가까지 내주셨지요. 제가 3년을 졸라도 내주시지 않던 허락이라 몹시 놀라고, 또 기뻤습니다.
다음 주에 폐하의 행차를 따라 수도로 돌아갑니다. 그때에는 조용하고 긴 시간 제대로 친교를 쌓을 시간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제 곧 사촌이 될 테니까요.
다시 만날 그날까지 평안이 무궁하시길.
샬럿 유니스.』
아르티제아는 그 편지를 세드릭에게 보여주었다.
세드릭은 미묘한 얼굴로 말했다.
“샬럿은 저를 싫어하는 줄로 알았는데요. 당신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거기에 사촌이라는 말을 끌어다 붙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굳이 싫지도, 좋지도 않은 사촌 아니었겠어요? 유니스 백작 부인이 싫어했던 건 어머니와 로렌스이지, 세드릭 전하가 아니니까요.”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튼 이걸로 폐하 쪽의 문제는 별로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환궁하시기 전에 로산 후작가 문제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너무 밤늦게까지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어젯밤에도 초가 다 닳을 때까지 서류를 봤다면서요. 리제가 그러더군요.”
“그 애는 이제 조금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하에게 일러바치는 습관이 생겼군요.”
“당신을 걱정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까? 당신은 다른 무엇보다도 살이 좀 쩌야 합니다. 지금도 두 개밖에 안 먹었어요.”
“아, 네.”
아르티제아는 당황하면서 간식 접시에서 한입 크기로 구워진 밀전병 크리스피를 꺼내서 입에 넣었다.
바삭한 껍질이 부서지면서 따끈따끈한 고기 소가 육즙을 뿜었다. 아르티제아는 가루를 흘릴까 봐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당신이 매번 식사를 남긴다고 안스가르와 마커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늘도 간식을 먹이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맛이 없는 건 아니지요?”
“아니요, 맛있어요.”
“무리해서 먹는 것도 아니고요?”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배가 불러서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 며칠 보니 당신은 간식이 옆에 있어도 먹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더군요.”
“네……. 습관이 안 되어서요.”
“어디까지 먹을 수 있습니까?”
세드릭이 접시를 가리켜 보였다.
아르티제아는 고민한 끝에 풍성한 접시 위에서 절반 정도를 가리켰다.
그러자 세드릭이 그만큼을 갈라놓고 나머지를 한줌에 쥐어 자기 입에 털어 넣었다.
“이제 나머지를 전부 비워서 요리사를 안심시켜 주면 되겠군요.”
“그걸 한꺼번에 다 드세요?”
“어차피 간식거리 아닙니까?”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양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말인 듯했다.
아르티제아는 약간 입을 벌리고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좀 웃고 자기도 하나를 입에 넣었다.
세드릭이 그녀의 찻잔에 허브티를 새로 채워 주었다.
“그러고 보니 로렌스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오늘 로산 후작 저택에 돌아왔어요.”
아르티제아가 대답했다. 세드릭은 조금 놀랐다.
“행적을 파악하고 있었군요. 들여 보냈습니까?”
“살던 집인 걸요. 못 들어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앞으로도 그러려고요. 금고랑 제 짐만 들어내고, 저택 자체는 그대로 유지할 거예요. 고용인들도 그렇고, 가족을 쫓아낼 수는 없으니까요.”
“티아, 제 생각에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로렌스에게도 충분한 재산이 있고…….”
“지금 그대로 있어야 해요.”
아르티제아가 세드릭이 의견을 마저 말하지 못하도록 했다.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댄 채로 그녀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당신이 그렇게 웃을 때는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을 때라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세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하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고 있어요.”
“무슨 일이 생기거나, 생길 것 같으면 제게 꼭 의논하고요.”
“그것도 알고 있어요.”
아르티제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하녀가 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르티제아 아가씨.”
“응?”
“로렌스 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천천히 나오시라고, 응접실에서 기다리시겠다고 합니다.”
하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어 있었다.
세드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르티제아는 그의 소매를 잡았다.
“저 혼자 만나고 싶어요.”
“티아.”
“괜찮아요. 대공저 안이잖아요. 무슨 일이 있으면 소리를 칠게요.”
세드릭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세드릭을 두고 밖으로 나섰다. 복도로 나서자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앨리스가 황급히 따라붙었다.
“아가씨, 어떻게 해요? 로렌스 도련님이 오셨다고…….”
“만나야 할 줄 알았잖니? 걱정 마.”
“거울을 좀 보고 가세요, 아가씨. 화장을 고쳐드릴게요.”
아르티제아는 아주 잠깐 망설였다. 그녀는 얼굴에 엷게 화장을 한 상태였다. 흉터와 멍을 옅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지 말고 뜨거운 물수건을 가져오렴.”
“네?”
“화장을 닦아버려야겠다.”
“네.”
앨리스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대답하고 서둘러 복도를 떠났다.
아르티제아는 느릿한 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되돌아갔다.
곧 앨리스가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왔다.
앨리스가 수건을 물에 적셔 아르티제아에게 내밀었다. 아르티제아는 그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녀는 한 번 닦아낸 후에 다시 한 번 공들여 세수를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거울을 보며 꼼꼼하게 화장을 마저 닦아냈다.
거울 안에 봄빛 얼굴의 처녀는 이미 없었다.
과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은 말라비틀어진 백발의 마녀 비슷한 것이었다.
손등에는 뼈가 흉측할 정도로 도드라지고, 안색은 창백하며 죽음을 두른 듯한 형상이리라고.
과거로 되돌아와,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도 발그레한 뺨을 가지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때때로 거울을 보고 제가 이렇게 보기 좋은 모습이었나 놀랄 때도 있었다. 저승의 여신은 젊음을 발라 화장한다더니, 정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히 과거로 되돌아온 모습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거울 안의 익숙한 자신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역시 로렌스와 마주할 때에는 이 얼굴이 아니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