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9
악녀는 두 번 산다 39화
두 번째 행선지는 번화가에 있는 어느 요릿집이었다.
《외리 남작 부인의 살롱 음식》
제법 우아한 식당에는 그런 간판이 달려 있었다.
프레일은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귀족이었다. 이런 간판에 이름을 빌려주고 받는 돈이 아쉬울 정도로 가난한 남작가가 아니라면, 귀족과 결혼하는 것에 성공한 코르티잔일 것이었다.
이런 음식점은 귀족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부유하지만 귀족과 교류할 수 없는 수준의 중산층, 요리사를 고용할 만큼의 여유가 없는 기사 계급, 상속받은 작위나 재산이 없는 귀족 계급의 말석이 이용하는 곳이다.
로산의 소후작이 드나들 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르티제아는 망설임 없이 내렸다. 프레일은 조금 망설였다.
아르티제아는 베일을 쓰고 있다. 그녀의 신분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을 아는 자가 이 가게에 없으라는 법이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물었다.
“가면이라도 쓰시겠어요?”
“……농담이시지요?”
농담이 아니었다. 마차에 진짜로 가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눈구멍을 낸 단순한 검은 천에 불과했다. 그것을 쓴 자신의 모습을 프레일은 용이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일단은 수행기사라 검까지 차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 쾌걸 노릇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 불안하시다면.”
아르티제아가 그렇게 말했다. 프레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알폰스도 아니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프레일은 인기도, 명성도 없는 남자의 비참함을 느끼며 마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음식점 뒷문으로 들어 갔다. 사람이 많이 출입하는 정문과 달리 그쪽은 VIP룸으로 바로 통해 있었다.
“소후작님의 가게입니까?”
“가게라기보다는, 건물이겠죠.”
프레일은 눈을 굴렸다.
“언제 사셨습니까?”
“로산 후작 저택의 금고 열쇠를 손에 넣었을 때요.”
아르티제아가 평화롭게 대답했다.
그녀가 수도에 건물을 대체 몇 채나 가지고 있을지 프레일은 궁금해졌다.
그가 알고 있기로는, 공개적으로 로산 후작가의 소유인 저택이 수도에 8채 있었다. 그 외에도 별장이나 토지가 있을 것이다.
번화가의 건물도 사들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건물이 많아서 나쁠 건 없죠. 안전가옥이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수도의 부동산은 사둬도 절대로 손해가 나지 않으니까요. 투자로서도.”
그야 물론 프레일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할 뿐이지.
“그 충고, 이왕이면 저희 주군께도 좀 해주시겠습니까? 소후작님을 걱정하시던데, 사실 걱정을 받아야 할 건 저희 주군 쪽이죠.”
로산 후작가의 자산은 그야말로 막대했다.
본래대로라면 여러 자손에게 분할하여 상속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오로지 아르티제아 한 사람에게 몰아준 셈이다. 혈족이 많은 일반적인 귀족 가문과 달랐다.
후계자 한 사람에게 집중하여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가문이 많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유산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경우는 드물다.
제국에서 가장 큰 금광 세 개와 은광 여섯 개가 로산 후작가의 것이었다. 다이아몬드 광산도 있었다.
미카엘의 남매들이 나누어 상속받았었던 철광산과 구리광산은 두 자릿수였다.
밀라이라에게 로산 후작 부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대신 받은 채산성 높은 사파이어 광산도 여전히 큰 수입을 냈다.
황제가 밀라이라 대신 고용해준 재산 관리인들은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철과 구리의 제련 사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경제에 대한 황실의 장악력을 증가시키는 정책에 사용한 셈이다.
그것을 그대로 아르티제아에게 돌려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황제는 그 제련 사업을 황실의 것으로 흡수하고 아르티제아에게는 대신 그에 맞는 돈을 돌려주었다.
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까지 고려한 액수는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르티제아가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 중 하나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은 황실 이상일 터였다.
세드릭은 다소 그것을 걱정했다.
「로산 후작가의 재산에 손을 댈 생각은 없지만, 이대로 티아에게 맡기는 게 잘하는 일일까? 어쨌든 그녀는 이제 18살이고…….」
「에브론이나 잘하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습니까?」
프레일은 반쯤 비꼬는 심경으로 그렇게 말했었다. 세드릭은 헛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마커스도 있고…….」
황제가 도로 거두어갈 제련 사업을 제외하면, 로산 후작가의 가산은 대부분 광산과 임야에서 나오는 수입이었다.
그리고 땅에 기반하는 사업은 크게 흥성하지도 않지만, 반대로 수십 년이 지나도 쉽게 기울지 않는다.
충성스러운 늙은 총집사라면, 아르티제아가 익숙해질 때까지 잘 보관하고 있을 거라고 세드릭은 말했다.
이제 와 생각하니 누가 누굴 걱정한 건지 모를 일이었다.
VIP룸에 들어가자 간단한 다과가 차려져 있었다. 잔의 개수를 보아올 손님의 수는 셋인 것 같았다.
아르티제아가 자리에 앉아서 말했다.
“시간이 좀 남을 것 같군요.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보세요.”
프레일은 망설였다.
궁금한 것은 많았다. 그러나 무엇을 어디까지 질문해도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상대는 주군의 약혼녀이지만, 단지 그렇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아르티제아 같은 사람에게는 질문조차도 이쪽의 정보를 넘기는 일이 되고 만다.
그녀가 적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한단 말인가?
“비밀스러운 일을 많이 하십니까?”
프레일이 물은 것은 기껏 그 정도였다.
“아마도 에브론 대공가의 분들은 그런 비밀에 익숙하지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생길 거예요.”
“소후작님께서 사교계에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시기 때문입니까?”
“전 사교계에는 관심 없어요. 그러나 저 때문에 비밀이 생길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답은 네, 맞아요. 지금까지 에브론 대공가는 지나치게 정직했어요. 누군가는 비밀을 담당해야 하지요.”
“정직함은 옳은 것입니다. 대공 전하께서는 옳은 분이시고요.”
아르티제아가 베일 안에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알아요. 실상 이제까지 에브론에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숨길 만큼의 여력조차 없었고요. 에브론 정도 되는 세력이라면 그 안에서도 여러 파벌이 갈라져야 정상인데, 그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폐하에게 억압당했으니까요.”
부정할 수 없었다.
“그 결과가 지금 상태. 대공 전하의 말에는 신뢰가 있고, 에브론에는 명예가 있지요. 하지만 실상 대공 전하는 전장으로 내돌려지는 처지에 불과해요.”
“전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사실은 언제나 아픈 법이죠. 프레일 경, 설마 황제 폐하께서 대공 전하가 전공을 거두기를 바라서 서부 전선으로 보내셨다고 생각하나요?”
프레일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첫 번째 손님이 왔기 때문이었다.
두꺼운 나무 문 너머로 약간의 소란이 들려왔다. 아르티제아가 손을 테이블 밑으로 내렸다.
그녀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프레일은 입을 다물었다.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문이 벌컥 열렸다.
뛰어 들어온 것은 중년 남자였다.
“이렇게 무례하게 구시면 곤란합니다, 렉센 경.”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하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부인과 먼저 이야기해 보겠다는 것뿐인데!”
젊은 남자 둘이 그의 팔을 잡아끌려다가 아르티제아를 보고 당황했다.
아르티제아는 무표정하게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젊은 남자들이 얼른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프레일은 이것도 계획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아르티제아를 위해 일하는 자가 저 둘뿐일 리 없다. 게다가 작정하면 중년 남자 하나를 진짜로 막는 게 불가능할 리가 없었다.
렉센이 옷깃을 다듬고 반듯한 자세로 섰다. 그리고 말했다.
“겨우 뵙게 되는군요, 부인. 이제까지 부인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계속 말하는데도 대리인이 도통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절 먼저 만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텐데요.”
“대리인이 물론 부인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을 테지만, 그자는 아무래도 중요한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부인.”
“흥분하지 말고 앉으세요, 렉센 경.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드시죠.”
아르티제아가 손을 내밀어 자리를 권했다.
렉센이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기 태도가 무례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쳐서.”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아직 사제님이 오시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말씀을 들어드리죠.”
“농지를 인수하는 대가로 이혼을 하라니 터무니없는 조건 아닙니까?”
렉센이 말했다. 최대한 냉정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격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르티제아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베일 아래에서도 렉센은 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군요. 저는 렉센 가문에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리인은 제게 이혼을 하고 부인과 결혼하라고…….”
“렉센 경.”
아르티제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
“갚을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진 것은 경이 어리석은 투자를 반복한 탓입니다. 차용증에 적힌 액수를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아르티제아가 냉랭하게 말했다. 렉센이 더듬거렸다.
“그래서 부인에게 농지와 임야, 저택과 곡물상까지 모두 넘기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진짜로 서부의 농지가 이 값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르티제아가 테이블을 톡톡 쳤다. 렉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상단입니다. 비옥한 땅이고요. 올해에는 헥타르 당 1만 근에 가까운 밀을 수확했고, 목초지는 인근에서 양을 키우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경의 땅이 비옥하다는 걸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올해의 작황은 좋았죠. 내년에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다음 해에는 어떨까요? 수확이 가능하긴 할까요?”
렉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언제 몬스터 웨이브에 휩쓸릴지 모르는 땅을 이런 고가에 사들이는 사람이 있다고 정말로 생각하는 겁니까, 렉센 경? 이 돈으로 땅을 사는 것보다는 밀과 양모를 사는 편이 훨씬 안전하죠. 전 서부에 뿌리 내린 사람이 아니니까.”
안전한 동부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쳐도 서부의 땅값은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몬스터 웨이브가 언제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의 근간인 자영농이 유지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지주와 사업가는 결코 서부에 땅을 사지 않았다.
“이 돈은 경의 작위에 매겨진 가격입니다. 알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
아르티제아가 베일 아래에서 미소를 지었다.
“액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계약은 지금이라도 파기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아무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았으니까요.”
렉센이 애절한 얼굴로 호소했다.
“부인, 몬스터 웨이브는 짧은 간격으로 일어나도 3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 사업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그렇다면, 그 가능성을 믿는 투자자를 찾아보시면 되겠군요.”
“부인도 귀족이 아닙니까? 제 사정을 조금은 이해해 주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내는 평민 출신입니다. 저와 이혼하면 사교계에 설 자리가 아예 없게 됩니다. 결혼한 지는 벌써 35년이나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