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40
악녀는 두 번 산다. 40화
아르티제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미 저는 자선사업가 수준으로 관대하게 처사중입니다, 렉센 경. 제가 요구하는 것은 저에게 렉센 부인이라는 이름을 줄 결혼 증명서, 그리고 이 거래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경이 모든 자산을 넘기고 동부로 이주하여 조용히 지내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작은 장원까지 무상대여하기로 했고요.”
“부인…….”
“동부로 이주한 후에 굳이 아내분과 법적으로 이혼한 사이라고 공표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교계에 나서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일입니다. 이미 장녀가 사원이 인정하는 적자로서 후계자이니 렉센 가문 역시 남겨드리기로 한 셈입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작위의 거래는 후계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작위를 사고자 하는 자는 후계자와 결혼한다. 그다음 후계자의 배우자 자격으로 상속을 받고, 가문의 성씨를 변경한다.
그리고 그 자녀가 후계자로서 작위를 이어받으면 끝난다. 3대에 걸친 거래인 셈이다.
작위를 팔아치운 가문의 후계자와의 사이에서 낳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했다.
배우자의 인정이 있다면 혼외자라 할지라도 상속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상속권을 인정해 준 후 이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거기까지 요구하지 않았다.
렉센은 아르티제아를 이언츠 출신의 부자로서, 크라테스 제국에 자리 잡으려는 사업가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작위를 그대로 사들이는 대신에 렉센 부인이라는 이름만 얻으려는 것이다.
후계자와 결혼하여 상속을 받은 뒤 이혼하는 방식으로는, 제국의 작위는 얻을 수 있어도 제국 혈통을 얻을 수는 없다.
사교계에서도 작위를 사들인 외국인보다는 제국인 남편을 둔 귀부인 쪽이 여러 모로 낫다.
결국은 자신의 이익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렉센의 목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아르티제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렉센의 장자는 렉센 가문을 이어받을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명예와 재산뿐이다. 작위는 고스란히 남는다. 그의 자손들은 귀족으로서 재기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입장이 다르다. 아르티제아가 수도의 사교계에서 렉센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면, 친척과 지인들은 사정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혼을 진짜로 한다면 차라리 나았다. 그러나 다른 결혼 증명서에 서명을 하면 후 지금의 아내와 함께 살면 그녀는 한순간에 정부가 되는 셈이다.
그는 체면이 깎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내는 사원에도 쉽사리 가지 못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렉센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내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함께 파산하시지요. 죽을 때까지 부부가 함께하는 고생도 각별할 겁니다.”
아르티제아가 손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 축객령이었다.
렉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여러 말을 했지만, 약자는 렉센이 아르티제아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그를 최적의 거래상대로 골랐다.
서부 지방의 하급 귀족으로서 작위를 팔아야 할 정도로 곤궁하다. 그러면서 힘도, 명성도 없고, 사라져도 눈에 띄지 않을 상대였다.
혼맥으로 연결된 상대조차 평민이라 이혼에 따르는 복잡한 권리 관계의 청산도 없다.
하지만 비슷한 형편의 궁한 귀족이 렉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르티제아가 필요로 하는 것이 상속 작위 그 자체가 아니라 결혼 증명서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잠시 렉센이 한숨을 쉬는 동안 새 손님이 당도했다.
두 번째 손님은 사제였다.
“이런. 부인, 아무리 약식이라지만 결혼식인데, 검은 베일이라니요.”
사제가 아르티제아를 바라보고 허허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르티제아로부터 이미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 결혼이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다른 말을 더하지는 않았다.
렉센은 침묵한 채로 앉아 있었다.
사제를 따라 들어온 비서가 렉센의 앞에 여러 장의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중에는 이혼 서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혼 서류에는 렉센 부인의 서명이 이미 들어가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그쪽에 이미 따로 손을 썼던 것이다.
렉센은 그것을 깨닫고 조금 손을 떨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서류에 서명했다. 비서가 이혼 서류를 사제에게 내밀었다.
사제가 가져온 결혼 서약서를 끼내 놓았다. 비서가 그것을 먼저 렉센에게 가져다주었다.
렉센이 서명하자 이번에는 서류가 아르티제아의 앞으로 왔다.
프레일은 그 서류를 슬쩍 넘겨다 보았다.
《데어리 포드》
거기에는 이미 그렇게 서명되어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확인하고 나자 비서가 그것을 사제에게 가져다주었다.
형식상의 예물 교환조차 없었다. 사제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 모든 것을 진짜로 성립시키는 증인을 찍었다.
“이로서 이 결혼이 신의 앞에서 정식으로 성립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합니다, 렉센 경, 렉센 부인.”
렉센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사제님께 감사의 뜻으로 예물을 드리고 싶군요.”
비서가 미리 준비해둔 상자를 사제에게 주었다. 사제가 난처한 듯이 허허 웃었다.
아르티제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 결혼을 기념하여 사제님께서 저희 대신 좋은 일에 사용해주세요.”
“그러시다면야…….”
사제가 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아르티제아가 비서에게 그를 배웅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렉센을 바라보았다.
“이제 돌아가 보셔도 됩니다.”
“이게…… 끝입니까?”
“네. 끝이에요. 경의 빚은 모두 청산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가 보십시오. 경의 재산 관리인이 나머지 금전 관계를 정리하고, 어디로 가시면 좋을지 알려줄 겁니다. 사교계에 나서는 일 없이 조용하게, 부인과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렉센은 일어선 채로 잠시 방황했다.
그러나 결국 아르티제아에게 다시 말을 걸지는 못했다. 그는 뒤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프레일은 생각에 잠겼다.
미묘하고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결혼 서약서에 적힌 서명은 데어리 포드였다. 당연히 아르티제아가 그 이름을 직접 가명으로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렉센에게 마치 아르티제아 본인과 결혼을 한 것처럼 느끼게 한 것은 의도적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진짜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누구이든, 소후작님의 심복이겠지.’
프레일은 그렇게 생각했다.
‘곡물상이라…….’
뭔가가 마음에 걸렸다.
아르티제아의 말은 지극히 옳았다. 서부의 농지에는 가치가 거의 없었다.
서부에도 곡물상은 있지만, 로산 후작가 같은 거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아마 지금 그들이 앉아 있는 이 수도의 건물보다도 값싼 쇼핑일 것이다.
‘동부에 장원을 빌려준다는 것도 사실상 감시를 위해서일 테고.’
그리고 렉센 부인이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도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다.
빈틈이 전혀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타고난 지적 능력, 슬기, 결단력, 신중함과 관찰력을 함께 갖추었다.
그녀에게는 마커스 한슨이라고 하는 신뢰할 만한 인물이 있었다. 그 덕분으로 한슨 일가라고 하는 믿을 만한 수하들도 생겼다.
그러나 프레일은 마커스에 대해서도 다소 알고 있었다. 그도, 그의 자식들도, 음모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막대한 재산을 손에 넣자마자 안전가옥을 마련하고, 숨길 수 있는 자산은 분리하여 차명으로 다른 곳에 투자한다.
대공저의 고용인들을 시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프레일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공격처럼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방첩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행동을 보아하건대, 아마 정보망을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사교계의 다른 저택에도 동시다발적으로 공작을 시작했으리라는 사실에 프레일은 100골드 정도 내기도 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인가? 이제 겨우 억압적인 어머니 손에서 막 벗어난 18세 소녀에게?
프레일은 어리다고 해서 그녀를 우습게보지 않았다.
그레고르 황제가 선황후의 양자가 되고 리아간 소공작이었던 지금의 황후와 약혼한 것도 그즈음의 나이였다. 그때에 이미 그는 노회한 정치꾼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로렌스나 로이가르 대공이 18세에 그런 통찰력을 보였다면 놀라지 않았으리라. 그들은 18세에 이미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다르다. 그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짧아진 드레스에 천을 덧대어 입어야만 했던 처지다. 돈 다루는 법을 알 리가 없다.
밀라이라는 그녀 자신은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정부이자 사교계의 별이었으나 딸은 좀처럼 밖에 내보내지도 않았다.
그보다 곡물상이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으며 프레일을 보았다.
프레일과 달리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었기에, 아르티제아는 그의 머릿속에서 도는 혼란한 생각들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똑똑.
프레일의 생각이 멈췄다.
세 번째 손님이 왔기 때문이었다.
“데어리 포드입니다, 아가씨.”
갈색의 평범한 옷을 입은 여자가 문이 열리자마자 두 무릎을 다 꿇었다. 그것은 완전한 복종의 뜻이었다.
데어리 포드는 아르티제아가 전생부터 알고 있었던 이름은 아니다.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존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어떤 재능 같은 것을 드러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아르티제아에게 도달했다.
데어리는 위브 자작 가문의 상급 하녀였다.
위브 자작가는 로이가르 대공비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친정에 해당하는 루덴 후작 가문의 친척이었다.
심부름으로 카멜리아 후작가를 몇 차례 오가는 사이에 그녀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
청소하는 하녀가 주인 일가의 소소한 소문을 수집하고 있었다.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카멜리아 후작 영애가 요즘 연보라색 벨벳을 선호하게 되었다든가, 후작이 신사 클럽에서 올해의 바크워 와인 빈티지가 명품의 반열에 들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1천 골드가 걸린 내기를 했다든가 하는 그런 것이었다.
아마도 그런 정보도 어딘가에서 쓸모가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굳이 막는 데에 드는 수고가 아까울 정도였기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내버려두었다.
그 하녀는 자기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어느 신문사의 기자라고 소곤소곤 비밀을 퍼뜨렸다. 카멜리아 후작가의 스캔들을 캐낼 생각인 것 같다고.
하지만 데어리는 두 달 동안 그 과정을 면밀히 주시한 결과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고용주가 신문기자 따위일 리가 없었다.
데어리는 진짜 주인을 만나고 싶었다. 돈주머니의 끈을 쥔 물주, 모셔야 할 윗사람, 제 손으로는 신발 끈조차 묶지 못하는 귀하신 분 말고, 손가락 몇 개로 사람의 생사를 좌우하는 종류의 사람 말이다.
데어리는 똑똑했다.
그리고 도박을 원했다.
큰 보상을 위해서는 큰 베팅이 필요했다. 그녀에게는 소원이 있었고, 그 소원을 위해 목숨도 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데어리는 하녀를 역추적하여 앨리스에게 직접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까지 닿았다.
그리고 은화 같은 것으로는 거래할 수 없는 중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티제아는 그녀에게 흥미를 가졌다. 데어리가 가진 정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혼자서 아르티제아의 존재를 알아채고 찾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정보조직은 아직 허술했다. 점조직으로 구성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가장 위에 있는 앨리스부터가 아직 서툴렀다. 진짜 정보다운 정보가 아니라 사생활이나 옷차림에 관한 작은 일부터 다루게 한 것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뒷배도 없는 하녀 하나가 혼자서 찾아 파헤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르티제아는 그녀를 만나 주었다.
「아가씨는 정보를 사신다고 들었어요.」
데어리는 그렇게 말했다. 안색은 파리했으나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느른하게 물었다.
「어떤 대단한 정보를 팔기 위해서 날 찾아왔지?」
「목숨을 팔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