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48
악녀는 두 번 산다 48화
“소후작은 성녀 올가상을 본 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아르티제아는 놀라며 대답했다.
이전의 삶에서 올가의 심장에 대한 소식은 여러 차례 들었다.
제일 먼저 올가의 심장을 사교계로 다시 가지고 나온 것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었다.
황후가 죽어 눈치 볼 사람이 없어지자 그녀는 그 다이아몬드를 자랑스럽게 목에 걸었다.
카멜리아 후작가가 사라진 후에 올가의 심장은 또 다른 귀족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자도 오래지 않아 파산했다.
억울하게 죽은 페셔 자작 부부의 저주가 붙어서 소유자를 불행하게 한다는 헛된 이야기가 보석에 붙었다. 그러자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한 층 더 치솟았다.
하지만 성녀 올가상은 아르티제아가 아는 한 세상에 다시 나온 적이 없었다.
그 성상에는 역사와 기적에 대한 일화들이 붙어 있었다.
성녀 올가는 2백 년의 실존 인물이다. 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성사를 베풀었다.
올가가 죽은 후에 그녀의 연인이 성상을 직접 조각했다.
성상은 조각가가 죽은 날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성상의 눈물에는 치유의 힘이 있었다. 그날 성상의 앞에서 잠들었던, 순례자들은 모두 젊어졌고, 인근 몇 개의 마을에서까지 병자가 모두 나았다고 한다.
성녀 올가상은 그 후로 몇 년 동안 치유의 기적을 일으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 가슴 부근이 깨졌다.
성상의 기적으로 병이 나았다는 당대의 페셔 자작이 큰 다이아몬드를 구해서 빈 가슴 부분에 딱 맞게 조각해 넣었다.
그런 내력 있는 보물이다.
암시장에라도 유통된 적이 있다면, 올가의 심장이 사교계를 흔들었을 때에 한 마디라도 말이 나왔을 법했다.
하지만 성녀 올가상에 대한 소문은 한 줄도 흘러나온 적이 없었다.
그러니 페셔 자작가가 망할 때에 부서졌거나 했으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황후가 보관하고 있었던 건가.’
아마 황후궁이 불탔을 때에 사라졌으리라.
곧 마르타 백작 부인이 손수 수레를 밀고 왔다. 수레에는 천에 덮인 어린아이만 한 크기의 조각상이 실려 있었다.
천을 벗기자 푸르스름한 돌로 조각한 성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었다. 대리석에 예술가가 조각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돌에 평범한 남자가 연인의 모습을 새긴 것이기 때문이다.
성상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처럼 긴 두 줄기 얼룩이 있었다.
황후가 시종에게 올가의 심장을 넘겼다.
시종이 목걸이에서 다이아몬드를 빼내서 성상에 끼웠다.
황후가 말했다.
“로산의 소후작이자 미래의 에브론 대공비, 자네에게 이 성상을 결혼 축하 선물로 주겠네. 올가의 심장을 받았으니, 성녀 올가상을 완성하여 답례하는 것이 마침 좋은 선물로 여겨지는군.”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황후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곤하구나. 두 사람 다 이만 돌아가게. 결혼 축하하네. 준비가 바쁠 테니, 또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오랫동안 시간을 빼앗아 망극합니다. 로산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르티제아는 그녀에게 절을 올렸다.
황후가 먼저 접견실에서 나갔다. 마르타 백작 부인이 다가와 말했다.
“황후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은 에브론 대공저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네. 감사합니다, 마르타 백작 부인.”
“그럼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결혼 축하드립니다.”
아르티제아는 그녀와 마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세드릭과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섰다.
세드릭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괜찮습니까, 티아? 피곤해 보입니다.”
“네. 조금 피곤하긴 해요. 신경을 많이 썼으니까요.”
“뜻한 바는 다 이루어졌습니까?”
아르티제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네. 제가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다 들었어요.”
황후는 바로 긍정의 대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일에 바로 대답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아르티제아는 걱정하지 않았다.
황후의 마음은 확실히 기울었다. 그러지 않으면 성녀 올가상을 하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은 친구의 가보를 불완전한 상태로 지금까지 자기 침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보관해왔다.
매일처럼 잠들기 전에 심장을 잃은 성상을 보면서 황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을 또 무슨 생각으로 드러냈을까?
세드릭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엄청난 책임을 떠안았군요. 페셔 자작가라니. 지금이라면 취소할 수 있습니다.”
“눈치 채셨군요.”
“페셔 자작가의 자손이 살아 있지 않다면, 성녀 올가상을 굳이 숨기셨을 리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황후궁의 문을 닫고 폐쇄하고 조용히 지내셨던 이유도 이제야 이해하겠습니다.”
아직 황후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제가 결정해도 되는 문제인가요?”
아르티제아는 물었다. 세드릭이 반문했다.
“당신이 시작한 일입니다. 당연히 당신이 결정해야죠?”
“세드릭 님은 어떠세요? 전 어느 게 유리한지, 어느 게 이득이 되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에 페셔 자작가를 거두는 건 에브론 대공가가 될 거예요.”
세드릭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답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페셔 자작가를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는 게 도리도 아니고요. 원래 저도 후손을 찾아볼 생각이었습니다.”
세드릭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스가르에게 찾아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결국 여태까지 적극적으로 조사해보지는 않았다.
그는 부채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위험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가 지켜야 할 최우선 순위는 에브론 대공령이었으니까.
“우선순위를 따져 생각해보았을 때에 뒤로 좀 미루는 게 좋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합시다.”
“페셔 자작가의 문제는 작은 일에 불과해요. 어차피 세드릭 님은 위험한 사람을 잔뜩 떠안고 계시니까.”
아르티제아는 에브론 대공령에 있는 모반자의 마을을 생각하고 말했다.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고 세드릭이 염치없는 얼굴을 했다.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었다.
“틀림없이 황제 폐하는 페셔 자작가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보호하는 것 정도로 당장 일을 일으키실 수는 없겠죠. 18년 전 일을 다시 들먹이는 건 폐하로서도 정치적 부담을 지는 일이니까요. 로렌스를 후계 구도에 올린 지금에라면 더더욱이요.”
적황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로렌스에게는 손해가 된다.
그래서 아르티제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성녀 올가상을 맡음으로써 황후가 요구한 일을 해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거래가 무산될 경우 초조해지는 것은 황후 쪽이다.
황후는 18년 동안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나이가 들었다. 뒤를 맡길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도 느꼈을 것이다.
소중한 친구의 혈육의 보호자로서 마땅한 인품과 힘을 동시에 가진 사람을 여태까지 찾지 못했다.
그러니 오히려 인질을 잡은 것은 이쪽이다. 황후에게는 선택지가 없고, 그들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저에게 다른 걸 물어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금 결정 말입니까?”
세드릭이 말했다. 그가 조금 고민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했지 않습니까?”
“네.”
“그렇다면 됐습니다. 남부 지방을 수중에 넣기 위해서는 리아간 공작령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지금의 리아간 공작령의 소금 수입은 폐하의 재정에 크게 관여하고 있기도 하고요.”
세드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지……. 전 상상이 안 가는군요.”
“염려 마세요.”
아르티제아는 말했다.
그 정도도 해내지 못하고야 어떻게 황제를 만들겠는가?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짓고 세드릭을 올려다보았다.
“돌아가요.”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와 나란히 걸어 황후궁을 나섰다.
“마르타, 상자를 열어주렴.”
황후는 옷차림을 편안하게 하고 침대에 올라앉아 말했다.
마르타 백작 부인이 접견실에서 가지고 온 상자를 열었다.
뚜껑을 열자 상자 벽 네 면이 털썩 떨어지듯 벌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파란 보석 같은 소금 결정이 나왔다.
“황후 폐하…….”
마르타 백작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황후를 불렀다.
황후는 잠시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이 보석 같은 소금 결정은 오로지 리아간 공작가 소유의 해변 한곳에서만 나는 것이다.
리아간 공작가의 문장도 소금 결정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리아간 공작가는 황후를 제외하고 적계의 자손을 모두 잃었다.
황후는 결혼 당시에 작위 계승을 포기했기에, 부모가 죽은 뒤에 그 작위를 되찾지 못했다.
지금 공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황후에게는 8촌도 넘는 먼 방계 혈족이었다.
그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뒷배가 되어준 것은 황제였다.
리아간 공작가의 기반이 남해 소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르티제아가 이 소금 결정을 바친 의미는 명백했다.
아르티제아는 황후에게 리아간 공작가를 되찾아주겠노라고 말한 것이었다.
“마르다.”
황후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가능할까?”
“……저 같은 게 어찌 감히 그런 판단을 하겠습니까?”
마르타 백작 부인이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리아간 공작가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적손은 황후 한 사람밖에 없다.
그리고 황후에게는 이제 자식이 하나도 없었다. 적계에 가까운 친척도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혈족들 중 하나에게 물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황제에게 굴복하여 적가를 해친 배신자이니, 모두 죽어 마땅한 자들이다.
그러니 지금의 리아간 공작을 쫓아내더라도 황후가 본래 원했던 미래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도 마르타 백작 부인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황후가 18년 동안 겪어온 고통을 알면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불가능하지.”
황후는 그렇게 말하고, 침대에 모로 누웠다.
마르타 백작 부인이 지금까지 성녀 올가상이 있던 자리에 소금 결정을 놓았다. 황후가 옆으로 누우면 딱 시선이 닿는 위치였다.
“마르타, 나는 말일세.”
“네…….”
“한 번도 잊은 적 없었어.”
“네, 황후 폐하…….”
“늙어서 손발에 아무 힘도 남지 않게 되었지만, 이제 웅크리고 숨기는 것도 겨우겨우 하는 일이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잊지는 않았다네.”
황후는 그렇게 말했다.
오랜만의 손님맞이로 지쳤는지 황후는 곧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마르타 백작 부인은 조심스럽게 그 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