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49
악녀는 두 번 산다 49화
결혼식을 앞두고 아르티제아는 로산 후작가의 방계 혈족을 불러들였다.
“지금까지와 달라질 것은 없네.”
아르티제아가 제일 처음 말한 것은 그것이었다.
로산 후작가의 직계 자손은 모두 죽어버렸다.
혈통에 의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티제아가 유일한 적녀로서 상속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만큼 말이다.
그때에 밀라이라가 한 일에 반발한 사람의 수가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 마커스가 믿고 주인으로 섬길 만큼 정통성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유능한 사람도 없었다.
로산 후작가의 가산이나 권세에 조금도 접근하지 못한 채 세월이 지났다.
몇몇은 밀라이라에게 줄을 댔지만,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했다.
후작가의 위광을 잃자 상당한 숫자가 가업을 잃고 파산했다.
소수는 로산 후작가와 완전히 인연을 끊고 살 길을 도모했다. 그중에는 제법 금전적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밀라이라가 있는 사교계로 돌아온 자는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밀라이라에게 독립하여 로산 후작이 되었으니 뭔가가 달라질 거라고 기대한 자가 많았다.
「작위를 물려받게 되었다고는 해도, 결혼 때문이지. 아직 18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자애가 아닌가. 보호자가 필요할 거야.」
「에브론 대공 전하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역시 핏줄은 속이지 못하고……. 아니,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밀라이라와는 싸워서 갈라섰다던데, 그렇다면 더더욱 이제부터 보살펴줄 친척이 필요하지 않을까? 에브론 대공비로서 잘해 나가려면 더더욱 그렇지.」
오랜만에 수도에 모인 방계 혈족들 사이에는 그런 소곤거림이 퍼졌다.
그중에는 아르티제아에게 먼저 접촉해 보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아르티제아는 그들을 모두 무시했다. 쓸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식도 그렇고 앞으로 잡음 없이 지내려면 한 번 정도는 확실하게 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식 초대를 겸하여 수도로 불렀다. 그리고 한 자리에 모았다.
아르티제아는 마커스를 거느리고 나타나 상석에 앉았다.
그리고 인사조차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로산 후작가에 대한 내 상속권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하게.”
아르티제아의 오만한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어린 계집애가.’
‘선대 후작님이 추문을 막고 싶어서 미카엘 님의 딸로 인정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생아가 아닌가?’
하지만 그중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아르티제아의 생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미카엘의 아들이나 손자들 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르티제아의 얼굴과, 추문을 서둘러 수습하려 한 선대 후작의 태도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황제가 인정함으로써 그 상속권은 확고한 것이 되었다.
이제 와서 힘없는 방계가 감히 그 상속권을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좌중을 한 번 훑어보았다.
이자들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굴복밖에 하지 못할 자들이었다.
“로산 후작가는 에브론 대공가와 합쳐지지 않네. 나와 대공 전하는 가문 대 가문으로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결혼하는 게 될 걸세.”
그것은 이혼했을 때를 대비해서 약속한 것이었다.
“또 나는 이제 와서 특별히 무능한 자를 핏줄이 가깝다는 이유로 크게 쓰거나 할 생각이 없네. 그러니 이미 말했듯이, 달라질 것은 없어.”
아르티제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적가가 지나치게 무심했다는 것은 알고 있네. 이제부터라도 의무를 다하도록 하겠네. 생활이 안 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집에는 연금을 주고, 노인과 아이만 남은 집이라면 후견할 거야.”
아르티제아는 말을 이었다.
“마커스가 내 대리인으로서 모든 일을 처리할 테니, 필요한 일이 있다면 그에게 연락하게.”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소후작 님이 돌아가셨을 경우의 상속은 어찌됩니까? 낳는 아이는 모두 에브론 대공가의 아이가 됩니까?”
중년 남자 하나가 큰소리로 물었다.
무례한 일이었다. 그리고 겁 모르는 짓이기도 했다.
이제 겨우 18세로 작위를 상속받는 가주에게 상속 문제를 꺼낸 것 자체가 하극상이었다.
게다가 어린 소녀에게 앞으로 낳을 아이에 대해 말하는 것도 그랬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동요하거나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장자는 에브론 대공가의, 차자는 로산 후작가의 후계자가 될 걸세.”
혼전 계약서상으로는 그렇게 되어 있었다.
물론 아이가 생길 일은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계약서를 읊듯이 건조하게 말했다.
아르티제아를 어린 소녀라고 여기고 수모를 주려고 했던 남자는 침착한 대응에 오히려 제가 얼굴을 벌겋게 했다. 마커스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할 이야기는 모두 한 것 같군, 결혼식 때까지 편안하게 머물러 있다가 가게. 나는 바빠서 일일이 인사를 나눌 시간이 없을 것 같군.”
아르티제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일이 인사 나눌 시간이 없다고 아르티제아가 말했는데도, 몇 명이 그녀의 뒤를 황급히 뒤따랐다.
“소후작님, 소후작, 아.”
아르티제아를 따라 나가려던 마커스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비키게. 소후작님과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주인을 버리고 도망쳤던 집사 따위가…….”
“그건 제가 드려야 할 말씀입니다.”
마커스가 냉랭하게 말했다.
“저는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제가 독살범을 고발하겠다고 했을 때 여기 계시는 분들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그는 형형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때 비굴하게 굽히셨으면, 끝까지 그렇게 하십시오. 전과 달리 이번에는 그러셔도 하나도 흠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굽힐 상대는 주인님의 독살범이 아니라 주인님이니까요.”
의기 있는 자는 여기 하나도 없었다.
남아 있지도 않았지만, 남아 있는 자가 있다 하더라도 옛일을 잊고 뭐라도 이득 볼 게 없나 하고 눈치를 살피며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커스는 늙은 개처럼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이를 드러내었다.
* * *
결혼식은 에브론 대공저가 아니라 수도에 있는 로산 후작가 소유의 저택 중 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그때까지도 에브론 대공저의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후원은 여전히 방목장과 정원 중간 정도의 모습을 띠고 있었고, 드나드는 군사들로 어수선했다. 내부 수리도 끝나지 않은 채였다.
그것을 서둘러 정리하여 식장으로 만드느니 그냥 빈 저택을 이용하는 쪽이 나았다.
로산 후작가의 별저는 평소에 생 활하는 집이 아니다. 하지만 여흥용으로 한 계절에 한 번쯤은 사용되었다.
그쪽이 내장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오래된 채 세월만 쌓아온 에브론 대공저보다 나았다.
물론 아르티제아는 설령 대공저가 아름답다 하더라도 저택에 다수의 사람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인테리어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 수리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사람을 들이는 건 비밀통로와 금고, 그밖에도 새로운 설비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름의 끝물이었다.
매미소리를 막기 위해 따로 고용된 소년들이 물통을 들고 정원을 뛰어다녔다. 다 쫓아낼 수가 없으니 날개를 적셔 소리라도 없애려고 한 것이다.
온 저택의 문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열렸다.
저녁의 피로연을 위해 촛불이 온갖 곳에 놓이고, 황금색 술을 따른 유리잔이 모든 손님들에게 나누어졌다.
특별히 초청받은 대주교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덕담을 나누었다.
“…….”
문이 닫힌 곳은 신부의 투왈렛 룸 뿐이었다.
그 안도 화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에밀리가 안에 흰 레이스와 연분홍색 실크를 잔뜩 깔아 장식했다.
온갖 곳에 장식된 분홍색 장미 덕분에 좋은 향기가 가득했다.
“어머나, 세상에. 정말 멋지네.”
유니스 백작 부인이 들어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대공 전하께서 정말로 소후작님을 아끼시는가 봐요. 아니지, 이제 후작님이고, 대공비 전하이시죠.”
“아직은 아니에요.”
“결혼하면 바로 작위를 계승 받으실 텐데요. 정말이지, 결혼식은 역시 이렇게 해야 해요.”
“유니스 백작 부인의 결혼식도 화려한 것으로 꽤 대단했었다고 들었어요.”
“우리 그이야 아바마마 눈치를 본 것이었죠.”
아르티제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 장미들이 낭비라고 생각했다. 굳이 아껴야 할 이유는 없으나, 장식할 이유도 없었다.
신부의 투왈렛 룸은 가까운 친구에게만 공개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아르티제아에게는 딱히 초대할 만한 친척과 친구가 없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손님만 한두 명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니 아마도 아랫사람들이 연애결혼이라는 착각에 걸맞게 장식을 준비했으리라. 특히 소피라든가가.
세드릭이 직접 꽃을 골라 보냈다는 사실을 아르티제아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물었다.
“신혼여행은 북부로 가신다면서요?”
“네. 세드릭 님은 겨울에는 대공령을 지키셔야 하니까요. 다른 지역에 갔다가 북부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황량한 북부에서 보내기는 너무 아쉽잖아요. 이건 에브론 대공 전하가 너무하신 거예요. 신혼은 두 번은 안 돌아온답니다.”
“세드릭 님은 벌써 3년째 영지에 돌아가지 못하셨으니까요. 다른 곳에 가는 것이야말로 원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아르티제아는 겉으로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하긴, 멋진 남편과 함께라면, 북부가 대수인가요? 눈 속에 파묻혀 있어도 뜨거울 텐데.”
유니스 백작 부인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아르티제아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못 알아듣지 않았다. 그러나 모르는 체했다.
“여행은 봄여름에 하는 게 더 좋아요. 언제가 되었든 기회가 있겠죠.”
대공가의 가신들에게 인사하는 것은 지금이 가장 적기이다. 북쪽의 상황도 살펴야 한다.
아르티제아는 대공령을 문서로밖에 알지 못했다. 황폐해진 땅과 무덤이 그녀가 눈으로 본 에브론 대공령의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세드릭이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다.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하긴. 소후작님은 예사 사람이 아니니까요. 신혼을 즐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시겠지요.”
유니스 백작 부인이 생글거리면서 말했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호들갑스럽게 웃었다.
“설마 초조한 신랑이 벌써 찾아온 건 아니겠지요?”
문을 열기 전에 밖에서 고하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황후 폐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기겁하여 벌떡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