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65
악녀는 두 번 산다 65화
라이가 말했다.
“강령회는 망했고, 돈도 못 받았지만, 아무 지장도 없는 일이죠. 내일 되면 제 얼굴까지 잊어버리실 겁니다.”
“보수가 더 필요한가?”
“주시면 사양은 안 합니다.”
“비 전하께서 충분히 주었을 텐데.”
프레일은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도 품에서 은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꺼내서 라이에게 주었다.
라이가 그것을 받아 안주머니에 넣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부수입도 중요하니까요.”
아르티제아가 두 번째로 라이를 찾은 것은 결혼식을 보름 앞두었을 때였다.
「조만간 귀한 결혼을 할 분께서 이런 곳까지 또 어쩐 일이십니까?」
라이는 투덜대며 물었다.
「지난번 일은 아주 제대로 해드렸을 텐데요.」
「그 일에 불만이 있었다면, 벌써 자네 목이 떨어졌겠지.」
「어디 무서워서 살겠습니까?」
라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그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아르티제아는 자기가 윗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표시하면서도 그가 무례하게 말하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투였다. 그 태도가 왜인지 편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여동생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었다. 막내를 고쳐주기 위해 수도에서 왔던 늙은 의사가 마을에 정착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의사는 그녀를 간호사로 고용해주었다고 했다. 다른 동생들과 마을 아이들에게도 공짜로 글자와 수셈을 가르쳐 주었다.
막내의 치료비가 줄어들자 집에 여유가 생겼다. 어머니도 늘 아픈 손목을 치료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솔직히 고마웠다. 그냥 거금을 목숨 값으로 던져주는 대신 가족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지속적으로 보살펴 준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한 번에 1만 골드를 준다 해도 자신의 가족들은 그것을 잘 지킬 능력이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걱정이 되기는 했다.
아르티제아가 그런 속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자네가 죽더라도 가족은 평생 보살펴줄 테니 걱정할 필요 없어.」
「나 참. 벌써 남의 목숨을 저당 잡으셨습니까?」
「아직 목숨을 요구할 생각은 없네.」
아르티제아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변이 좋고, 임기응변에 뛰어나고, 기억력이 좋고, 수치심을 잘 모르고,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외모를 가진 젊은 남자가 필요해. 입이 무거운 것은 당연히 필요한 조건이겠지.」
「외모 빼고는 저군요. 저는 잘생겨서 좀…….」
라이는 잠시 머릿속의 인맥을 뒤져보고 대답했다.
아르티제아는 외모 이야기에 코웃음을 쳤다.
「외모까지 포함해서 자네를 선택한 것이지.」
그리고 그녀가 시킨 일이 이 강령술사 노릇이었다.
「사교계의 중심에 들어가는 일이야. 부수입도 꽤 쏠쏠하게 들어올 걸세. 그렇지만 흔들리거나 들떠서는 안 돼. 목표에 접근하는 것이 제1순위라는 걸 잊지 말게.」
라이는 키쇼어에게는 사교계의 잡소문을 모아서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가 말하는 정보는 모두 아르티제아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미리 자기가 기억하는 정보 중 쓸 만한 것을 모아서 작은 책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프레일에게 맡겨 두었다.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딱 사교계에서 흥미로 말하고 잊힐 만한 간단한 정보뿐이었다.
대부분 모 백작이 불륜을 한다든가 모 자작 부인이 잃어버린 보석 부채가 어디에서 발견될 거라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당시에는 잘 맞추는 점쟁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반면, 중요한 화제가 되었을 때에는 키쇼어처럼 하잘 것 없게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흥미와 신빙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아르티제아는 마법진을 만들었다.
《빛나라》라는 한 마디가 적힌 마법진은 고대문자 때문에 보기에는 우아했다.
그러나 그 구조는 매우 단순했다. 주문으로 발동되면 약 15초 정도 눈부신 빛이 나오고 자동으로 꺼진다.
워낙 작은 마법이기 때문에 인신공양까지는 필요 없었다. 갓 흘린 피에서 나오는 생명력 정도로도 충분했다.
물론 라이는 어려운 고대문자를 외우면서 불평했다.
「잘못해서 사원에 걸리면 저만 엿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사기꾼 흉내를 잘 내야지.」
강령술이니 고대 마법이니 하는 것은 모두 사원에서 금지하고 있는 일이다. 잘못 걸리면 화형이었다.
그러나 점을 치고 유령을 부른다거나 별자리를 살펴 예언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은 언제든지 있었다. 사기꾼도 언제나 있었다.
사원에서 이런 자잘한 일에 관심을 가질 리 없었다. 사기꾼에게 낚여서 진짜로 마법사가 나타난 것처럼 구는 쪽이 더 품위 떨어지는 일이 아닌가.
「사기꾼으로 걸리면, 돈으로 빼내 줄 테니 염려 마.」
「진짜, 불안하게시리.」
「정 불안하면, 꼭 필요할 것 같을 때에만 쓰면 될 게 아닌가?」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라이는 그러지 못했다.
처음에는 피 내는 것이 싫어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고조되고 여기저기 귀족가에서 초청이 오기 시작하자 달라졌다.
저도 모르게 입도 나불거리고, 신비함을 고조시키고 싶어서 마법도 아주 제대로 써먹었다.
덕분에 지금은 손가락도, 팔도,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였다.
라이는 비로소 아르티제아가 들뜨지 않고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이유를 이해했다.
키쇼어 저택 같은 점잖은 집에 초청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보니 돈이라는 목표가 확고한 자신도 이렇게 들뜬다.
보통 남자였다면, 애초의 목표를 잊고 사교계의 관심에 열중해서 제 잘난 줄 알고 날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라이도 아직 아르티제아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몰랐다.
목표가 접근해 오면 자연히 알게 될 거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마차가 구르기 시작했다. 라이는 프레일의 손에서 책자를 받아서 다음 강령회에 필요한 정보를 외우기 시작했다.
라이에게 아예 책자를 주지 않은 것은, 귀족의 정보가 많아서 그가 보관하기에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일은 매번 라이에게 책자를 외우게 하기 위해서 직접 찾아와야 했다.
“후작님은 정보 조직을 따로 운영하시는 모양이지요?”
“너무 파헤치려 들지 말게.”
프레일은 짧게 말했다.
하지만 사실 프레일도 궁금했다.
프레일은 거기 있는 정보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조사하면 알아낼 수 있는 정보, 둘째는 모아들인 정보로 추론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이다.
그러나 셋째는 예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정도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모아서 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아르티제아가 본격적으로 정보망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세드릭과 만났을 때 전후일 것이다.
지금 만들어진 정보망의 규모를 생각해도 그게 딱 맞았다.
아직 그 정보망의 크기로는 이렇게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너무 파헤칠 필요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로군.’
프레일은 고개를 저었다.
믿지 않으려면 모르되, 믿기로 했다면 구태여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내용을 전부 외운 라이가 책자를 돌려주었다.
포장마차가 때마침 라이의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라이가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다가, 프레일이 마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도로 달려나왔다.
프레일은 놀라서 마부에게 기다리라고 손짓했다. 라이가 마차로 훌쩍 뛰어들어 왔다.
“왔습니다. 이게 후작님의 목표로군요.”
라이가 초청장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그 봉투에는 로산 후작가의 문장이 찍혀 있었다.
로산 후작가의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르티제아와 밀라이라뿐이다.
그리고 아르티제아는 수도에 없으니 이것은 밀라이라였다.
“지독하군요, 그 후작님도, 예쁜 얼굴 하고서는,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복수하다니.”
“경거망동하지 말게. 입조심하고.”
프레일은 낮게 말했다.
목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가 이런 장난 같은 연극을 하는 최종적인 목적은 그도 몰랐다.
「어머니는 늘 불안해한다네.」
책자를 완성하여 그에게 주면서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원에는 기댈 수가 없지. 어머니의 인생 자체가 사원의 가르침과 위배되는데,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도 없으니까.」
아르티제아는 자조적인 투로 픽 웃었다.
「황제의 정부가 사원에 진심으로 헌신하는 것 자체가 사교계에서는 또 조롱거리가 될 일이 아닌가? 뇌물은 줄 수 있어도, 기도는 할 수가 없는 거야.」
「예.」
「그러면 의지할 곳은 미신밖에 없지. 영험하다고 소문 난 강령술사가 나타나면 반드시 관심을 가질 걸세.」
아르티제아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굳이 젊은 남자를 택한 것은 어머니가 남자의 말을 훨씬 잘 믿기 때문이라네. 젊은 남자라면 오라버니의 대용도 될 테고.」
「라이 피젯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아닙니까?」
「라이는 잘해낼 거야. 임기응변이 좋은 남자이니까.」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수도에 있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자네가 라이에게 대신 충고하게.」
「예.」
「관계의 주도권을 어머니에게 넘겨주어서는 안 돼. 진짜로 가까이 지낼 필요는 없어. 철저하게 신비한 강령술사인 척하고, 돈을 우려내는 것에 집중하는 거야.」
「예.」
「강령회에 여러 사람을 끌어들여 1대 1로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주로 다른 사람에게 예언을 하거나 정보를 줌으로써 애를 태워. 어머니는 강령회가 진짜라는 것만으로도 안달이 날 테니 그래도 괜찮아.」
「황제 폐하께서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폐하께서 그 강령술이 그냥 놀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 다소 특이한 놀이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면 너그럽게 넘어가시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의 신원을 들키지 않는 거야.」
「예.」
「어머니는 폐하 앞에서는 미신에 의지하는 티를 절대 내시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말게. 유니스 백작 부인에게도 조언해둔 것이 있고.」
「예.」
「그러니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되지만, 만일에 나와 연락이 되지 않는 동안 폐하가 개입하시거나, 그밖에라도 긴급한 사태가 되면 경이 라이를 보호해주게. 언제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적시킬 수 있게 준비해 두도록 해.」
「알았습니다. 그런데, 만일에 돌아오시기 전까지 충분한 신뢰가 쌓여도 일을 미리 진행시키지는 않으실 겁니까?」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짐작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밀라이라를 음모에 빠뜨릴 거라면, 아르티제아도, 세드릭도 수도에 없을 때가 좋지 않은가 해서 프레일은 그렇게 물었다.
「직접 컨트롤하는 편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칫하면 나까지 휘말릴 수 있는 일이니까. 나 하나라면 괜찮지만, 에브론 대공가까지 말려들면 곤란하니까.」
아르티제아는 냉혹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한 얼굴을 지우고 침울한 얼굴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일은 그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왔다.
이 일은 복수가 아니다. 그것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