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82
악녀는 두 번 산다 82화
탕!
스무 정의 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러나 달려오는 카람 무리의 속도는 전혀 늦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총 소리에 익숙한 듯 탄환을 피하기 위해 엎드려 체고를 낮춘 채 네 개의 팔과 두 다리로 거미처럼 달려왔다.
카람의 등은 새하얀 털로 뒤덮여 있다. 그래서 그 형상은 마치 눈이 파도가 되어 쏟아져 오는 것처럼 보였다.
“카하! 카하호!”
고함소리가 바람을 뚫고 먼저 달려왔다.
그 위압적인 형상에 젊은 기사 콜린이 숨을 들이켰다.
그는 서부군에서 공적을 세워 기사로 서임되었다. 그리고 세드릭을 따라 이번 해에 처음 북부로 왔다.
몬스터 토벌전은 겪을 만큼 겪어보았다.
그러나 카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람이 다른 몬스터와 다르다는 것은 배울 만큼 배웠다. 그러나 그는 카람이 내뿜는 기세에 파랗게 질렸다.
에브론 외의 다른 지역에서 카람은 그냥 흉악한 몬스터의 이름이었다. 서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콜린은 어렴풋이 작은 오우거 무리 같은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물론 혼자서도 백인대 하나를 전멸시킬 수 있는 오우거보다는 약하리라.
그러나 직접 마주한 카람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인간과 착각할 수는 없었다. 카람은 팔이 넷, 눈이 셋이었고, 키는 2미터를 가볍게 넘었다.
조밀한 근육은 몬스터라 불릴 만큼 질겼다. 민첩성과 신체 기동성도 인간보다 압도적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인간과 비교하여 다른 점을 찾을 만큼 닮아 있었다.
이 세상에 오우거나 트롤을 인간과 비교하여 닮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카람의 어디가 인간과 다른가를 말하는 자는 매우 많다. 심지어는 사원에서조차 그랬다.
카람은 두 발로 걷고 손을 썼다. 털은 등과 머리에만 있었다. 도구를 만들고 무기도 쓸 줄 알았다. 광산을 개발하고, 농사도 지었다. 옷을 지어 입었다.
성대의 구조가 달라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고, 또 사람의 말을 따라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기들끼리는 언어가 통했다.
몇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살았고, 부족 간에 정치적 알력도 있었다.
손의 쓰임이 사람만큼 교묘하지는 못했고, 전술도 단순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몬스터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와는 명백히 달랐다.
북부인들은 카람을 단순한 몬스터로 생각하지 않았다. 물물교환 수준이나마 교역도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과의 사이에 혼혈도 생긴다.
그러나 본토 아래의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콜린도 들어서는 알고 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과 닮았지만, 명백히 다른 존재가 엎드려 네 개의 손과 두 발로 달려오는 형상은 본능적인 거부감과 공포를 주었다.
겁에 질린 콜린의 어깨를 다른 기사가 가볍게 두드렸다.
“염려 말게. 다이어울프는 상대해 본 적 있지?”
“예.”
“그것보다는 약해.”
그 말이 두려움을 씻어주지는 않았다.
“카하!”
선두의 카람이 포효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도약하는 거리는 족히 수 미터는 되었다.
세드릭이 제일 먼저 말에 박차를 가해 앞으로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퍽!
뛰어든 놈의 목이 일검에 베였다.
“알폰스, 네드, 콜린, 마차 곁으로!”
세드릭이 소리쳤다. 명령받은 세 명의 기사가 마차를 삼각형으로 에워쌌다.
나머지 열일곱이 말에서 내려서 1차 저지선을 만들었다.
창이 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진 장비는 재장 전할 여유가 없는 사냥용 총과 각자 허리에 찬 검 정도였다. 카람보다 체고를 높인다고 유리할 게 없었다.
말을 탄 채로는 엎드린 카람에게 닿지 않는다. 카람의 대열을 뚫으며 짓밟고 지나갈 수도 없었다. 기동력은 무용지물이다. 뒤에 대공비의 마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을 잃으면 이 설원에서 얼어 죽는다. 뒤에 보급 부대가 있는 전쟁과는 다르다.
“카크, 카헤임!”
두 번째로 달려온 카람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도끼 네 개를 한꺼번에 휘둘렀다.
세드릭은 말고삐를 당겼다. 우수한 군마는 뒷걸음질과 옆걸음질을 섞어가며 카람의 도끼를 피했다.
세드릭은 도끼 하나를 쳐내고 검을 앞으로 내질러 다른 하나를 검으로 꿰뚫었다. 카람의 허술한 야금술로 만든 도끼는 금이 가며 그의 검첨에 꽂혔다.
그는 놀라는 카람의 얼굴에 검에 꽂힌 도끼를 내리쳤다. 카람이 비틀거리며 다른 손에 쥔 도끼 두 자루를 휘둘렀다.
세드릭은 왼손으로 권총을 뽑아 총신으로 그것을 후려쳤다. 그리고 검을 아래로 그었다.
퍽!
카람의 머리가 쪼개지며 김이 솟구쳤다.
모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쿵!
목을 잃은 카람이 바닥에 쓰러졌다. 뜨거운 피가 눈을 녹였다.
세드릭은 일부러 느릿하게 피에 젖은 검을 들어 보였다.
카람은 반드시 대장이 가장 앞서서 공격한다. 가장 강한 자가 대장이 되는 종족 특성상 이는 적에게만이 아니라 아군에게 자신의 권위와 위력을 과시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에 맞추어, 세드릭도 선두의 둘을 죽인 것으로 자신이 대장임을 과시한 것이다.
굳이 말을 타고 그런 것은 카람의 시선을 위로 끌어당김으로써 뒤의 마차에 시선이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카크!”
카람이 고함을 질렀다.
세드릭이 말에서 내려섰다.
다음 순간 양측이 뒤얽혔다.
아르티제아는 떨리는 손을 맞잡고 마차 안에 있었다.
그녀는 전쟁을 몰랐다.
전후의 모습은 세드릭이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그 한 중간에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기사 하나가 마차에 부딪쳤다. 마차가 한 번 크게 덜컹거렸다.
뒤이어 빠각 하고 도끼날이 마차 옆벽에 박혔다.
아르티제아는 최대한 마차 한중간에 있으려고 애썼다.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는 것이 한계였다.
마차 벽에서 곧 도끼날이 빠졌다.
“카학!”
이번에는 바람이 찢어지는 듯한 단말마가 울렸다.
알폰스가 덧창을 두드리고 물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비 전하?”
“난 괜찮네.”
아르티제아는 숨을 죽이며 낮게 대답했다.
“위험한 상황인가?”
“……괜찮습니다.”
알폰스가 대답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 간격이 있었다. 꽤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아르티제아는 알아챘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기사들의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염려 마십시오.”
알폰스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숫자에 차이가 있었다.
에브론 기사들은 모두 정예였으나 제대로 전쟁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에 반해 카람은 본래부터 허술한 장비에 육체의 힘으로 싸운다.
창이 두 자루만 있었어도 사태에 이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숫자도 카람이 두 배에 가까웠다.
이 정도도 선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부우우우!
굵은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기사 하나가 소리쳤다.
“원군이다!”
카람도 그 소리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카크!”
“물러서지 마라! 여기에서 놓치면 인근 마을이 위험해진다!”
남은 기사들이 검을 높이 들어 올리고 사위를 가로막았다.
두두두두!
기사단의 말발굽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겁을 먹은 카람들이 달아나려는 듯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기사들이 그것을 막아섰다.
지원군은 숫자가 고작해야 3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무장하고 있었다.
카람 부대를 짓밟는 것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장창이 맞서 오는 카람의 복부를 꿰뚫고, 말발굽으로 걷어찼다. 엎드려 무기를 피하는 카람을 기사들이 등에서부터 창으로 내리찍었다.
전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그러자 지금까지 기사들을 상대하던 카람 넷이 마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사들이 마차를 지키는 것을 카람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에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인질로 삼아 상황을 타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크, 아아악!”
없어진 무기 대신 카람이 손톱을 꺼내어 콜린을 붙잡았다.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하!”
세드릭이 그쪽으로 돌아서는 찰나, 부르는 소리와 함께 정확하게 그의 손 안에 창이 날아들었다.
“고맙다, 리시아!”
세드릭이 검을 던지고 창을 두 손으로 들었다.
마지막 카람의 몸체가 바닥에 꿰어졌다. 상황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 뒤에 아르티제아는 마차에서 내려졌다.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거의 판단할 수 없었다.
“리시아?”
“서둘러야 해요.”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다면서 리시아가 그녀의 말에 아르티제아를 태웠다.
다리를 다친 부상자가 있었지만, 마차에 태우는 대신 다른 기사의 말에 태워졌다. 사망자의 시신도 서둘러 누군가의 말에 실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50마리의 말은 미친 듯이 원래 목적지였던 마을로 달렸다.
아르티제아는 필사적으로 리시아의 허리에 매달렸다. 머리끝부터 망토를 뒤집어썼지만, 추위를 이겨내기 어려웠다.
부상자인 콜린이 쉬지 않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
먼저 달려간 전령이 마을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세드릭은 도착하자마자 손수 콜린을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기사 둘이 콜린의 몸을 밧줄로 침대에 꽁꽁 묶었다. 그리고 팔에 붙어 있는 피에 젖은 옷감과 가죽조각을 떼어냈다.
“상태는 어떤가?”
“이미 팔꿈치 위까지 썩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하겠다.”
기사 하나가 칼을 불에 달구고 주정을 부어 소독했다.
세드릭이 콜린의 얼굴을 붙들었다.
“들리나, 콜린 경? 콜린 경!”
“으, 우우…….”
“자네는 팔에 손톱독이 올랐어. 카람의 손톱독을 내버려두면 계속해서 썩어가면서 근육이 괴사하게 될 거야. 상처 부위를 잘라야겠네.”
콜린이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상처 부위만 도려낼 걸세. 아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네 팔에는 이상이 없을 거야. 알겠나?”
곧바로 기사들이 콜린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도려낼 때의 고통으로 혀를 깨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상처 부위에도 주정이 부어졌다. 피가 씻겨나가자 손톱에 긁힌 상처와 괴사하고 있는 피부로 너덜너덜해진 팔이 드러났다.
세드릭이 칼을 들었다.
팔에 이상이 없을 거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만큼 근육을 잘라내면 팔을 잘라내는 것과는 달라도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기사로서의 생명은 어쨌든 끝이다.
“으, 으우우웁!”
콜린이 재갈을 문 채 비명을 질렀다.
도려내는 것은 빠르게 끝났다. 뒤이어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상처 부위에 지혈제를 뿌리고 천을 댔다.
그 이상은 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붕대를 감는 동안에 세드릭은 칼을 던지고 콜린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여기에서는 흔한 수술이니, 아무 일 없을 걸세.”
버둥대는 것을 억누르며 붙들어 안고 있는 사이에 콜린이 조용해졌다. 혼절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