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88
악녀는 두 번 산다 88화
톨드 관문의 요새에서 봉화가 올라왔을 때에 아르티제아를 가장 크게 걱정시킨 것은 변수의 등장이었다.
아르티제아가 기억하기로 이 해에 카람과의 전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일은 자신의 행동이 미친 나비 효과일까?
그게 아니라면 카드리올을 제외하고도 회귀 전의 기억을 가진 자가 또 있어서 생긴 일일까?
아르티제아는 전자의 확률을 높게 보지 않았다.
에브론 외 지역의 사람이 카람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서부의 몬스터 웨이브는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카람도 다르지 않다. 에브론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몬스터의 일종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아르티제아는 제국 정치에 관련하는 사람 중에 자신이 그래도 가장 시야가 넓고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에브론에 고통을 주는 일에 골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자신도 이곳에 와서 세드릭과 이야기해보기 전까지는 카람이 협상이나 정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본토에서 자신이 했던 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낮다.
그것은 다시 말해 전혀 알 수 없는 변수가 에브론에서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위험하다.
그러나 전쟁의 원인이 톨드 북쪽 마을에 있다면, 결과적으로 아르티제아 자신이 이번의 분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변수가 아니다.
전쟁 자체는 물론 문제였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변수의 등장보다는 나았다.
아르티제아는 크게 심호흡하고 한나를 바라보았다.
“대공 전하께서는 알고 계신가?”
“예. 마을의 경비대장이 보고를 올리기 위해 톨드 관문의 요새로 갔습니다.”
“그렇군. 아이들은?”
“이미 돌려보냈습니다.”
“그래도 일단 발생한 일이니, 카람 내부에서 강경파가 온건파를 누르고 득세할 만한 여지를 주게 되었다 이거로군.”
아르티제아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한나 자네가 기밀을 지킬 수 있다고 확고하게 자신했던 기억이 나는데.”
한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죄를 듣고 싶은 게 아닐세.”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보를 누설한 자를 찾겠습니다.”
한나가 고개를 숙였다.
“찾아서 어찌할 셈인가?”
“엄중히 처벌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고를…….”
“자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걸세. 이 일이 본토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무엇 때문에 마을을 해체하고 빙빙 돌아가는 수를 써서 대사원의 제단에 올리려 하는지도 이미 알려 주었고.”
“예.”
“전원을 죽여 입을 막을 게 아니라면 경고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아르티제아는 싸늘하게 말했다.
“비 전하……!”
리시아가 깜짝 놀라 그를 불렀다. 아르티제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확실하게 말해서 그것 이상의 수단은 없다. 어중간한 수준의 처벌과 경고는 오히려 정보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
애당초 이제 와 찾아낸다고 해서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치 않았다.
아르티제아가 이마를 짚었다. 아가테 자작이 변명처럼 말했다.
“본래는 적당한 지역에 이주시켜 한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할 작정이었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당시에 다급하게 일을 처리하느라 우선 본성으로 데려왔는데, 그 뒤에 카람 부대가 이곳저곳에 나타났기 때문에 아직 뒤처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우선은 주민들부터 처리해야겠군.”
아르티제아는 리시아를 돌아보고 물었다.
“모반자의 마을에 여유가 있을까?”
“저희 마을이요?”
“모반자의 마을은 에브론에서 가장 은밀한 곳이니까. 8가구 정도를 받아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우선 카람 혼혈이 섞여 있는 나머지 가구나 그 친척은 괜찮다. 이미 사원과는 척을 진 셈이기 때문이다.
친척 중에 카람 혼혈이 있는 자의 말은 아예 공적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다.
나머지는 모반자의 마을에 숨긴다.
모반자의 마을은 에브론 모두가 함께 감추는 곳이다. 그곳 사람들은 에브론에서 대공가에 가장 충성스러웠다. 황실에 대한 복수심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톨드 북쪽 마을 사람들이 정보를 흘리지 못하도록 감시할 것이다.
“본성에서 지원을 좀 해주셔야 할 거예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거구나.”
“임시 거주 정도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의논해봐야 해요.”
아르티제아는 아가테 자작과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나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겨울만 날 수 있어도 그 뒤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봄이 되면 본래 계획대로 마을 전체를 은밀한 곳으로 이주시키겠습니다.”
“그 말, 믿어도 좋은가?”
“그렇게 결속력이 없는 사이는 아닙니다. 모두 카람 혼혈들과 이웃으로 몇 년이나 살았고요. 충성심도 충분합니다. 맹세하겠습니다.”
한나가 말했다.
아르티제아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충성심과 신앙은 양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제에게 고해한 자도 충성심이 모자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좋다.
정보 유출이 이미 한 번 일어난 이상 어딘가에는 이미 이 사실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안전하다.
하나의 말처럼 다시 정보가 누설되는 일이 없다면 좋고, 아니라도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서둘러 대사원에서 카람 작물을 제단에 올리게끔 하는 수밖에 없었다.
서부 곡물상 조합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 행여 카람 작물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흘러나오더라도 곡물상끼리의 싸움이라고 여겨지게끔 말이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수도로 가야겠네.”
“예?”
아가테 자작, 한나, 리시아, 세 사람이 다 깜짝 놀라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해로는 막혔다지만, 육로는 뚫려 있을 것 아닌가?”
“육로로…… 말씀입니까?”
“쉬운 길이 아니에요, 비 전하. 눈도 쌓였고……. 마차로 쉬엄쉬엄 가면, 두 달도 훨씬 넘게 걸릴 텐데요.”
“게다가 카람이 톨드 산맥을 넘어와 있습니다. 일단 보이는 대로 순찰대가 토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예 위험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가테 자작이 말했다.
한나는 다른 걱정도 했다.
“톨드 관문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비 전하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영민들의 사기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아르티제아도 그 염려는 했다.
훌륭한 대공비가 되기 위해서는 본성에 남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르티제아도 주군과 그 가족이 본성을 지키고 있음으로서 영민에게 긍지와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수도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았을 때에, 실익이 너무 떨어지는 일이다.
그녀는 군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 없는 노력과 자원이 들어가게 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공비가 수도로 돌아가는 것을 도망친 것으로 여기는 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불명예는 아무래도 좋다.
소수라고는 하나 톨드 산맥을 넘어 들어온 카람이 있다. 관문에서는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자칫하면 전쟁이 터질 것이다.
전쟁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드릭이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아무리 잠 못 이루고 하더라도 아무 의미도 없다.
반면, 지금 이 순간이기에 수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이 시기에 에브론 대공비를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없다.
에브론 대공비를 잘못 건드렸다가 대공령이 무너지거나 배신이라도 한다면, 그다음 전선은 앨리아 장성이 된다.
곧, 황실과 중앙 귀족들의 전쟁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는 대신 충분한 양의 군수물자와 보상을 받아낼 것이다. 희생하는 만큼은 뜯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순진한 선대 대공비들은 어땠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지금 시점에서 에브론을 건드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충분히 알려 줄 셈이었다.
그들의 목숨 값은 에브론 사람들의 것보다 훨씬 비싸다. 적어도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 차이를 금으로라도 메워야 하지 않겠는가.
대사원도 마찬가지였다. 에브론이 카람과 전쟁 중인 동안 대공비인 그녀를 파문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이 뿌려놓은 씨앗을 수확하고 공작하기에 최적기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두 수도에 있다.
하는 김에, 세드릭이 포기했던 서부군도 모조리 끌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달 안에만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봐, 리시아. 겨울이 끝나기 전에.”
“비 전하…….”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위무를 함께하도록 하지. 그럴 정도의 병력이 없다면, 최소한의 호위대만 편성해서 서둘러 가고.”
“아닙니다. 가능합니다.”
아가테 자작이 대답했다.
“다만 그전에 대공 전하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래.”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내가 편지를 쓰겠네.”
“예.”
아가테 자작이 당혹감을 다 숨기지 못한 채 대답했다.
“밤이 늦었으니 이만들 가서 쉬게.”
“예, 비 전하.”
아르티제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개략적인 개요는 머릿속에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사제만 처리하면 되었다.
* * *
톨드 관문의 요새에 있는 세드릭에게 아르티제아의 편지가 전달된 것은 사흘 후의 일이다.
“편지를 네가 직접 가져온 거냐?”
편지를 받들어 올리는 리시아에게 세드릭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네. 본성에서부터 먼 거리는 아니니까요. 비 전하께서 중요한 편지이니 제가 직접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또 세드릭을 자신에게 떠넘기려는 건가 하는 의심이 아주 조금 있긴 했었다.
“전황도 눈으로 직접 보고 전해달라고 말씀하셨고요. 대공 전하께서 축소시켜서 전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셔서…….”
그렇게 말하면서 리시아는 성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2만의 카람 전사.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톨드 관문의 요새를 뚫을 정도의 숫자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요새를 공격하려면 방어하는 측의 3배에서 5배까지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톨드 관문에 상시 배치된 병력의 수는 1만이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에, 3만 이상의 카람 전사가 있어야 비로소 맞서 싸워볼 만한 수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끼리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에브론은 1만의 병력으로 10만의 카람을 막아낸다.
카람의 문명은 제국의 것보다 월등히 뒤떨어졌다.
카람의 수명은 최대로 장수해도 약 40여 년이다. 문자가 없고, 농업을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이 아닌 탓에 역사가 쌓이지 못한다.
카람의 전술은 유치한 수준이고, 무기 또한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미 총포를 이용하는 인간에 비해 카람은 이제 겨우 창검을 제대로 다루기 시작했다.
맹수에 가까운 탁월한 육체 능력과 생존 능력, 인간의 수배에 달하는 번식력, 5년이면 성년을 맞이한다는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카람이 톨드를 넘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충차, 네요?”
리시아는 멍하게 저편을 바라보았다. 공성 병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