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97
악녀는 두 번 산다 97화
프레일이 말했다.
“대신 마르타 백작 부인이 살롱을 열었습니다. 황후 폐하와 가까워지고자 싶어 하는 자는 모두 거기 모이고 있죠.”
마르타 백작 부인은 살롱을 철저하게 품위 있는 문화적 모임으로 만들었다. 정치적인 색채는 조금도 띠지 않았다.
문인이 모여 토론하고, 가난한 시인들이 잉크와 종이를 빌려 쓰기 위해 방문했다. 갓 데뷔한 어린 숙녀가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운영에 정치적인 색채는 전혀 없었다. 어디까지나 주인인 마르타 백작 부인의 취미에 맞추어 어린 숙녀들에게 문학 취향을 전파하는 것이었다.
이런 살롱은 대체로 아주 소규모로 친구들끼리만 모이는 모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후궁의 권위 때문에 마르타 백작 부인의 살롱은 빠르게 명성을 높였다.
“사교계가 삼분되었겠군.”
아르티제아가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까지 제국 수도의 사교계를 양분하고 있었던 사교 모임은 밀라이라의 황궁 연회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살롱이었다.
물론 가장 큰 세력을 가진 것은 밀라이라의 황궁 연회이다.
일단 여기에는 황제가 참석했다. 황제를 만나 환심을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이 연회의 초대장을 받는 것이 가장 빨랐다.
그러나 이 연회는 어디까지나 방탕한 놀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살롱에 모이는 자는 하나 같이 대귀족이거나 거부였다.
가장 중요한 정보와 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돈의 흐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잡담으로 오갔다.
꼭 로이가르 파벌의 사람만이 그 살롱에 드나드는 것은 아니었다.
큰돈을 만지고자 하는 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자를 모으려는 자, 자신의 재능과 지혜를 보이고자 하는 자는 모두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살롱에 기웃거렸다.
그것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자랑이기도 했다. 그녀의 살롱에서는 혈통이나 신분만큼이나 힘과 재능이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귀족들끼리 모여 누구와 누구를 결혼시킬 것이며, 어느 재산을 지참 금으로 딸려 보낼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주로 이루어지는 다른 모임들과도 다르다고 그녀는 자부했다.
그러나 이제 마르타 백작 부인의 살롱이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다.
문학을 내세운 살롱은 물론 그 성질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살롱과는 달랐다.
그러나 젊고 생동감 넘치는 재능들이 모여들었다면, 평판을 중시 여기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으로서는 여러 모로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응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애매할 거야. 마르타 백작 부인이 황후 폐하의 시녀이기는 하지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직접 맞설 만한 지위는 아니니까.”
아르티제아는 프레일에게 들은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말했다.
“황후 폐하께서 적극적으로 사교계에 나서신 게 아니라 칩거하고 계신 것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니, 마르타 백작 부인도 딱히 살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건 아닐 테고.”
“예. 정말로 공간을 열어두었다는 느낌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황후 폐하와 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로 여기고 드나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로렌스 오라버니라든가.”
“예. 덕분에 젊은 남녀가 많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로렌스 경의 친구들 중에는 유력한 가문의 귀족 청년이 많고, 또 로렌스 경을 동경하는 결혼 적령기의 숙녀도 많으니까요.”
황후궁 안에서 방탕한 놀이를 하거나 섣부른 행동을 하는 자가 없다 보니 점잖고 교양 있는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유명해졌다.
젊은 남녀가 모이니 자연히 살롱의 분위기는 화사해졌다. 금으로 상감한 도자기 화로가 불빛을 반사하고, 보석을 단 하프가 영롱한 불빛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리 해도 그런 분위기를 낼 수 없다.
“지금은 시녀들을 포섭하려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아르티제아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는 어떤가?”
“황궁에서 연회가 전보다 자주 열립니다. 요즘에는 거의 주에 한 번은 열리는 듯합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로산 후작 대부인을 위로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계십니다.”
로산 후작 대부인이라는 단어를 프레일이 조심스럽게 발음했다.
아르티제아 앞에서 밀라이라라고 부를 수는 없고, 로산 후작 대부인이라는 호칭도 그것대로 아르티제아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같아 껄끄러웠다.
아르티제아는 호칭 문제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프레일이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연회에 가보면 대부인께서는 폐하를 유혹하기 위해 연다는 느낌입니다. 매번 대부인이 직접 새로운 젊은 여자를 폐하의 침실로 끌어들이고 있고요.”
“그렇군.”
아르티제아는 조금 놀랐다.
밀라이라가 다른 여자를 끌어들이는 방식까지 동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연회에 열중하는 것까지는 예상 안의 일이었다.
로산 후작 부인으로서 자리를 잡고 나이가 든 뒤에는 그렇게 자주 연회를 열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황제와의 관계가 안정되었고, 밀라이라 자신의 지위가 굳건하리라는 믿음도 생겼기 때문이다.
아르티제아는 밀라이라가 매일처럼 치장하고 연회를 열던 시절의 일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아주 어려서 연회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그것에 숨겨진 의미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화려하게 꾸민 어머니가 너무 예뻐서 동경했다. 아직도 아르티제아는 자기가 그녀의 반짝거리는 치맛자락을 얼마나 황홀한 기분으로 만져보았는지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밀라이라는 제대로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말하곤 했다.
어린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었다. 그게 진짜라고 믿었고, 또 일정 부분은 사실이기도 했다.
자신은 탄생 자체만으로 황제의 분노를 샀다. 밀라이라가 그때 온 힘을 다해 황제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지 않았다면,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르티제아 하나를 위해서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것이 없어지는 사실은 아니다.
어쨌든 밀라이라는 그때로 되돌아간 셈이다.
아니, 그때보다도 스스로의 위치를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때조차도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 황제를 즐겁게 해주고, 그것으로 총애를 얻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밀라이라는 아르티제아를 잃으면서 로산 후작가를 잃었고, 로렌스를 잃으면서 황제의 실질적인 아내라는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미모와 황제에게 총애 받는 여자라는 자리뿐이다.
그리고 그 둘 모두 유효기간이 오래 남지 않았다.
아르티제아가 물었다.
“로렌스 오라버니는?”
“황궁 연회에 참석한 적은 없습니다.”
“어머니를 찾아간 적은 없고?”
“없습니다. 오히려 대부인께서 로렌스 경의 집으로 찾아간 일이 몇 번 있습니다만, 그다지 좋은 만남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온 뒤에 술을 마시고 하루 내내 잠들었다가, 강령술사를 찾았습니다.”
“……그렇군.”
아르티제아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자 리시아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비 전하.”
모친의 참담한 사정과 오라비의 차가운 태도에 마음이 아파졌으리라고 지레 짐작한 탓이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냉정한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잘된 거야.”
“비 전하…….”
“대부인에게서 폐하의 총애가 거두어지는 기미는 없습니다.”
프레일이 말했다.
“사실 처음 대부인이 다른 여자를 끌어들이기 시작했을 때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 측에서 공작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밀라이라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을 대신 심을 수 있다면 말할 수도 없이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에게 부어지는 총애를 일부 나눌 수만 있어도 이득이었다.
“통하지 않았겠지. 폐하는 어머니를 측은하게 여기고 있으니까.”
동정심은 황제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감정 중 하나다.
쾌락과 즐거움은 자기 자신이 누리는 것이다. 황제쯤 되면 향락은 누가 제공하더라도 다 마찬가지였다.
원하는 여자는 누구라도 손에 넣을 수 있고 쾌락은 굳이 거절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엾게 여기는 것은 특정한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밀라이라도 알고 있으리라. 그녀만큼 황제의 마음을 잘 짚어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것은 거의 본능 수준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황제의 동정심을 이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에게 불쌍하게 보이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으니까.
밀라이라는 불안해지면 화려하게 치장한다. 아름다움은 밀라이라의 자존심이며, 힘이며, 가장 강한 무기였다.
치장은 그녀의 무장이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그녀는 보석을 몸에 걸치고 가장 화려한 옷을 입었다.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가장 화려한 모습을 한다.
황제는 그것을 사랑스럽게 여기며 가엾게도 생각한다. 제아무리 밀라이라가 치장해도, 결국 황제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니까.
“폐하께서 아마 계속해서 연회를 열어 어머니를 여왕처럼 군림하게 해주는 것도 그것이 어머니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거야.”
걱정할 것은 없다. 오히려 밀라이라가 가련할수록 황제는 로렌스를 밉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짚어내면 밀라이라는 다시 불안해진다.
‘강령술이 불안감을 부추겼겠지.’
밀라이라에게는 의지할 상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신은 결코 진짜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밀라이라는 자기가 군림하는 곳이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그 성이 무너지면 겨우 벗어난 시궁창으로 굴러 떨어지리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강령술사를 만나고 나서 구체적인 형상이 되었다.
밀라이라는 자기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악령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그렇게 발악하듯 노력하면서도 조금쯤은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라 악령이 저주해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일단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고 나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 불안도, 두려움도, 밀라이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좀 지켜보도록 하지. 서두를 필요는 없어.”
“실은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기꾼의 이야기입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프레일이 돌려서 말했다.
“알았네.”
자세한 사정을 듣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아 아르티제아는 그의 말을 잘랐다.
라이의 이야기는 남들 앞에서 말 할 만한 것이 아니다.
프레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가 찾아온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다. 바로 인근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프레일의 신호를 받고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