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15)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15화(15/177)
“이것이 헥토파스칼 싸대기!”
오루마 공이 우렁차게 외쳤다.
사람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3일 연속 싸대기 3연타!
효과는 굉장했다!
이 구역의 미친놈은 율리시즈였다.
* * *
<현대판 카사노바, 율리시즈 루스도어!>
<옷도 여친에게, 파티 준비도 여친에게, 가문 사업도 여친에게?>
<다정한 그 남자의 두 얼굴, “난봉꾼” 율리시즈>
신문에는 온통 율리시즈 얘기뿐이었다.
좀 신기했다.
이런 기사의 주인공은 항상 나였으니까.
그런데 이젠 불륜파이브에게 이런 기사가 나다니.
‘거기에 다른 소득도 있고.’
축하합니다!
화려하게 불륜충을 조졌습니다!
선물로 <랜덤 박스>를 드려요!
랜덤 박스를 까본 결과, 또 자유이용권이 나왔다.
♥♡된 사랑의 배달˚₊·—̳͟͞͞♡
<싸대기1 목격자들>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된 사랑의 배달˚₊·—̳͟͞͞♡
<싸대기2 목격자들>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된 사랑의 배달˚₊·—̳͟͞͞♡
<싸대기3 목격자들>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환불원정대가 싸대기를 날릴 때마다 떴던 메시지다.
내가 싸대기를 때리지도 않았는데 ♥를 받았다.
‘내가 계획하고 관여한 일이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건가.’
좋은 소식이다.
‘게다가 오루마 공한테는 따로 ♥를 받았고.’
♥♡된 사랑의 배달˚₊·—̳͟͞͞♡
<오루마 공>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오루마 공은 회귀 전에 나에 대한 온갖 루머를 떠들곤 했다.
그땐 나한테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냥 루머를 겁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공녀,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꼭! 꼬옥! 내게 와주게나! 나는 언제나 공녀를 환영할 테니…!”
오루마 공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렇기에 황제가 아끼는 동생이었다.
‘얼떨결에 황족과 친분이 생겨버렸네.’
그리고.
♥♡된 사랑의 배달˚₊·—̳͟͞͞♡
<환불원정대>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얘네들한테도 ♥를 하나씩 받았고.’
지금 나는 환불원정대와 함께 뒤풀이 중이었다.
때마침 셀레나가 내게 물었다.
“뭐 해, 니케?”
“그냥. 기사를 보니 새삼스러워서.”
“헤헤, 저는 이미 다 스크랩해서 제 방에 장식해 놨어요!”
“이제 그놈의 전여친들도 알겠죠. 공녀님이 억울하게 까였다는 걸.”
벨린다가 “헹!” 코웃음을 치더니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앞으로 공녀님의 의상은 전부 이 벨린다가 책임질게요!”
“그럼 저는 파티! 앞으로 공녀님의 파티는 제게 맡겨주세요! 사교계의 모두가 따라 하게 만들 테니까요!”
아이프릴의 말에 셀레나가 좋은 생각이라며 짝! 박수를 쳤다.
“니케아르샤가 사교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게 되겠네. 좋아, 나도 가만있을 순 없지. 초대할 사람들은—”
“됐어.”
내 말에 신나게 얘기하던 세 사람이 멈칫했다.
“고맙다고 그럴 필요 없어. 난 딱히 너희를 도와준 게 아니야. 내가 그 자식을 조지고 싶어서 조진 거니까.”
방 안에 싸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푸훗!”
“후후후!”
“헤헤, 공녀님께선 이런 분이셨군요.”
세 사람이 웃음기 어린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셀레나가 물었다.
“그래서 니케가 우리를 구했다는 사실이 달라져?”
“…….”
“공녀님이 아니었다면 전 아직도 그놈이 다른 여자랑 데이트할 때 입을 옷을 만들어 주고 있었을걸요.”
“저는 데이트 장소를 꾸며주고 있었을 거구요. 무엇보다—”
“니케, 너에 대해 여전히 오해한 채 미워하고 욕하고 있었을 거야.”
“…….”
“그런 치졸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한 것 같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처음이라서.
모든 것을 다 내주었을 때도 들은 적 없는 말인데.
나는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말했다.
“사실 셀레나한테는 원하는 게 있어. 물론 그냥 달라는 게 아니야. 율리시즈 일과는 별개이니 값은 제대로 치를 거야.”
셀레나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더 뭐라 하지 않고 물었다.
“뭔데?”
나는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종이를 펼친 셀레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이거 맹독이잖아!”
“응.”
“설마 드디어…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거야?”
“아니야.”
“아님 협박하려고?!”
“…….”
음, 그건 좀 맞을지도?
답이 없는 날 보고 셀레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체 누굴 협박하려는 건데…!”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켈로스 대공이라고 하면 안 줄 거 같으니까.
* * *
환불원정대와 헤어진 후.
나는 갤러리로 향했다.
갤러리 문은 닫혀 있었지만 상관없다.
‘내 거니까.’
날 본 직원이 서둘러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갤러리 안을 걸었다.
걸려 있는 그림은 인물화는 없고 오직 다 추상화와 정물화 그리고 풍경화뿐이었다.
그게 내 마음을 아주 편하게 했다.
나는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그림 앞의 소파에 앉았다.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오묘하게 공간을 채색했다.
변해가는 빛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울렁였다.
‘…왜 나를 그렇게 쳐다봤던 거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야유당하던 율리시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변명하지도,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버림받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그 표정이 꼭,
“니케는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게 묻던 어린 율리시즈의 얼굴과 겹쳐서.
‘…다 지난 일이야.’
어렸을 때의 그 다정했던 날들은 수많은 배신으로 덧칠되어 이제 빛을 잃었다.
오히려 황궁 파티에서 율리시즈가 날 바라본 게 이상할 정도로.
‘이제 미카린이 율리시즈의 손을 잡아주겠지.’
율리시즈도 그걸 원할 것이다.
미카린은 율리시즈의 유일한 ‘친구 이상 애인 미만’.
힘든 율리시즈가 가장 보고 싶어 할,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니케.”
고개를 드니 율리시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왜 미카린이 아니라 나를 찾아왔지?’
율리시즈의 눈동자는 고요하면서도 한없이 복잡한 빛을 띠고 있었다.
먼저 나를 불러놓고도 율리시즈는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먼저 물었다.
“여긴 왜 왔어?”
“너는 기분이 복잡하면 항상 여기에 오잖아.”
“…그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어떻게 몰라.”
율리시즈가 미간을 찡그리며 웃었다.
“니케, 네 일인데.”
“…….”
“내가 너를 잘 아는 만큼, 너도 나를 잘 알잖아.”
“…….”
내 머리 위의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
율리시즈가 몸을 숙여 내 뺨을 감싸 쥐었다.
“그런데 왜 그랬어?”
그의 목소리는 지독할 정도로 낮았다.
“…알고 있었지. 이런 일이 일어날 거.”
“…….”
“아니.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같이 꾸몄다고 해야 하나?”
“…….”
“어떻게 수습할 거야, 이거.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
“왜 나한테 그랬어?”
기껏 와서 하는 말이 화내며 따지는 거라니.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이없어서 고개를 들었다.
“…!”
순간, 마주한 얼굴에 흠칫했다.
율리시즈의 얼굴에 분노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꼭,
‘울 것처럼….’
상처받은 짐승 같이 이지러진 눈동자가 나를 종용했다.
“셀레나, 벨린다, 아이프릴… 그 여자들은 그럴 수 있어. 어차피 서로 원하는 게 있어서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니까.”
“…….”
“하지만 니케 너는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
“…왜 나는 너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호구니까?
나를 처절하게 배신하고 죽여놓고, 우리 사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이러는 게 우스웠다.
율리시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넌 형이 어떻게 떠났는지 알잖아.”
“…….”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돼.”
“…….”
“나를 전부 아는 네가… 니케 너만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율리시즈의 몸이 내게로 무너져 내렸다.
* * *
율리시즈에겐 나이 차가 많은 형이 한 명 있었다.
바쁜 부모님 대신 율리시즈의 부모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 아주 다정하고 의좋은 형이.
인품과 능력 모두 출중한 형을 율리시즈는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그 완벽한 형은 죽었다.
시찰을 나갔다가 몬스터에게 당해서.
적어도 세간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상은—
‘사랑의 도피였지.’
믿을 수 없었다.
형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다니.
가족, 가문, 지위, 명예, 권력, 돈….
형은 그 모든 게 의미 없다는 듯 한순간에 버리고 떠났다.
사랑하는 여자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 여자 손에 죽었어.’
그토록 사랑했다면 떠나서라도 잘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온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하다가 배신이나 당하고 죽어버리다니.
율리시즈는 형의 연인을 기억했다.
빨래를 하다가도 형만 보면 얼굴이 새빨개져서 행복한 웃음을 짓던,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여자였다.
“난 절대 사랑 같은 거, 믿지 않아.”
형의 시신 앞에서, 어린 율리시즈는 그렇게 맹세했다.
니케아르샤가 눈물에 젖은 그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니케는 날 떠나지 않을 거지?”
니케아르샤는 대답 없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단단하게, 절대 떨어지지 않을 듯이.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이 작은 손밖에 없다고, 율리시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비켜.”
니케아르샤가 율리시즈를 밀어냈다.
그를 내려다보는 눈은 온기 하나 없이 무감했다.
“내가 아는데, 뭐.”
“니케.”
“어쩌라고.”
율리시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길 잃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보며 니케아르샤는 헛웃음을 흘렸다.
율리시즈가 어떤 말을 원하는지는 알고 있다.
율리시즈의 말대로 니케아르샤는 그를 너무 잘 알고 있거니와—
‘회귀 전에 미카린이 말해주는 걸 봤으니까.’
“저는… 율리시즈 님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눈에 율리시즈 님은 상처받아서 아픈 아이일 뿐이야.”
“아팠지…. 혼자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땐 무슨 일인지 몰랐다.
그저 율리시즈에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미카린이 위로해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둘 사이에 끼어들 수 없어서 나는 조용히 뒤돌아섰다.
율리시즈와 나 사이에는 너무 많은 균열이 생겨서, 나는 그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못할 테니까.
미카린이라도 율리시즈에게 힘이 되어준다면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등 뒤로 미카린이 율리시즈를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사랑 같은 거, 믿지 않아요.”
”하지만 우정은 믿어요.”
“그러니까 나랑은 친구가 되어요.”
“나는 절대 율리시즈 님을 버리지 않을 거야.”
“율리시즈 님도 날 절대 버리지 말아요. 약속!”
‘……그게 바람피우는 걸 이해한다면서 나눈 대화일 줄이야.’
정말 불륜충이기에 할 수 있는 위로였다.
그래, 미카린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불륜할 정도로.
‘하지만 난 미카린이 아니야.’
니케아르샤는 율리시즈의 눈을 마주 보며,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
“넌 그냥 개새끼야.”
“……!”
“셀레나가 네 형을 죽였어? 아니면 벨린다나 아이프릴이?”
“니케.”
“네가 상처받았다고 죄 없는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상처를 줘?”
“그 여자들은—”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는 사이? 웃기시네. 죄책감 덜려고 개소리하지 마. 적어도 걔네는… 너한테 진실했어.”
치졸하고 싶지 않다면서 웃던 세 사람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했다.
니케아르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 적어도 인간이라도 되고 싶으면.”
율리시즈는 멍한 표정이었다.
그걸 보니 더 어이없었다.
‘왜. 형 이야기를 꺼내면 무작정 네 편 들어줄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니케아르샤는 율리시즈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나한테 전과 달라 보인다고, 편해 보인다고 했었지?”
“…….”
“맞아. 나 되게 편해.”
이런 행동은 못 했던 적이 있다.
‘네가 내 남편과 불륜한 내 사촌이랑 불륜했을 때 말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다 보니 결국 니케아르샤 역시 스스로를 탓했다.
내가 잘못했을 거라고,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라고.
처음부터 내가 각성자가 되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모두의 기대를 배반한 내가 나빠.
진흙탕처럼 옭아매는 생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젠 그러지 않을 거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살 거야.”
니케아르샤의 시선은 이미 율리시즈를 떠나 있었다.
그녀는 앞만 바라본 채 걸음을 옮겼다.
* * *
홀로 남은 율리시즈는 망연히 니케아르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이었다.
니케아르샤가 자신을 이렇게 남겨두고 가는 건.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니케아르샤가 자신을 내려다보던 시선에 비하면….
그토록 차가운 눈빛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조차도 별거 아니었다.
마지막엔 아예 율리시즈를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으니까.
그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
꾸욱.
바닥을 짚은 율리시즈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때였다.
“율리시즈 님!”
미카린이 긴 회랑을 달려왔다.
급하게 달려와 할딱이는 숨.
엉망이 된 머리카락.
상기된 얼굴.
걱정과 염려가 가득한 커다란 눈동자.
“괜찮으세요?”
율리시즈는 가만히 미카린의 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아니, 안 괜찮아.”
미카린의 눈꼬리가 아래로 쳐졌다.
그녀가 슬픈 얼굴로 율리시즈에게 다가갔다.
“저는 율리시즈 님이 걱정되어서, 그래서….”
“…….”
“율리시즈 님이 그런 짓을 저지른 데엔 이유가 있을 테니까….”
“…….”
“저는 율리시즈 님이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다들 율리시즈 님이 몹쓸 사람이라고 하지만, 제게는 보여요.”
미카린이 조심스레 율리시즈에게 팔을 뻗었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 율리시즈의 뺨에 닿았다.
“상처받은 어린아이 같은 율리시즈 님 모습…….”
움찔.
율리시즈가 고개를 들어 미카린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