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152)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152화(152/177)
니케아르샤는 불경하다는 것도 잊고 조금 어이없는 눈으로 황태후를 바라보았다.
‘뭔가 계책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면 왜 그렇게 화낸 거야?’
황태후가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아, 이럴 게 아니구나. 내 정신도 참.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꾸나. 공녀를 계속 세워둘 순 없지.”
중앙탑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참을 잘 세워두고선 말은 잘한다.
니케아르샤는 입술을 삐죽이곤 황태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나무는 절대 건들지 말고! 남국에서 온 귀한 게야!”
“…….”
“공녀가 손만 대면 식물이 다 죽어 나가니…….”
아무리 총애해도 식물파괴자는 참을 수 없나 보다.
진심으로 가드닝을 잘 해보려고 했던 니케아르샤는 시무룩한 얼굴로 조심히 걸었다.
황태후가 온실 곁문을 열자 작은 티룸이 나왔다.
티테이블 위에는 다과가 소담하게 차려져 있었다.
니케아르샤는 황태후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과까지 미리 준비하셨군요.”
“후후, 귀여운 너를 빈손으로 맞을 순 없지 않느냐.”
“이렇게까지 확신하셨으면 성내지 말지 그러셨어요.”
“너도 본후를 놀라게 했는데, 본후는 널 못 놀라게 하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니케아르샤는 굴하지 않고 말했다.
“제가 폐하를 놀라게 하는 것과 폐하께서 절 놀라게 하는 건 차원이 다르지 않나요? 한 번 더 저를 놀래키시면 기절하겠어요.”
“엄살은. 그리 놀라지도 않았으면서.”
“엄청 놀랐어요. 심장이 막 두근두근했다구요.”
“그런 아이가 눈 동그랗게 뜨고 반성할 게 없다고 하느냐? 상 달라고 조르기까지 하고.”
곁에서 차를 끓이던 팔마 부인이 후후, 웃었다.
“그런 공녀이기에 폐하께서 귀여워하시는 거 아닙니까.”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애가 뭐 이쁘다고.”
그 말에 니케아르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처럼 황태후 폐하께 고개를 조아리고 어려워할까요?”
“이것 봐. 또 말대꾸하는 거! 뭐가 이뻐!”
흥, 하고 고개를 돌린 황태후가 힐끔 니케아르샤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하던 대로 해. 다른 것들처럼 ‘네네’거리며 벌벌 떠는 건 재미 없으니까.”
니케아르샤는 픽 웃으며 아몬드 쿠키를 집어 먹었다.
팔마 부인이 옆에서 속삭였다.
“공녀께서 전에 잘 드셔서 폐하께서 특별히 준비한 거랍니다.”
“팔마!”
인상을 찌푸린 황태후가 표정을 바꿔 근엄하게 물었다.
“대체 어찌 데칸을 네 손에 넣은 것이야.”
“으음, 1황비 전하 덕분에요.”
“……1황비?”
“정확히는 1황비께서 상위 각성자 자격 심사 때 제 권능자를 바꿔치기한 덕분에요.”
황태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
권능자가 바꿔치기 된 게 1황비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니케아르샤가 아빠한테 이른 덕분에 1황비의 짓이라는 루머가 지독하게 따라붙었었다.
“그럼 그자가…….”
“네, 서부의 모든 부족을 제 손으로 통일한 제왕, 데칸 타하르입니다.”
“허어…….”
황태후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공녀의 능력으로 불운을 복으로 바꾸었구나. 그 대단한 자를 단숨에 손에 넣었어.”
“제가 좀 인복이 좋긴 하죠.”
씩 웃은 니케아르샤가 말을 이었다.
“황태후 폐하를 얻었으니.”
“하?”
“이제 제가 어떻게 되면 폐하와 상관이 있을까요?”
“그래, 다른 건 묻지 않으마. 네가 어떻게 되든 본후와는 상관없으니.”
아까 황태후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인용한 거였다.
그 대담한 말에 황태후가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참으로 요망한 아이구나, 니케아르샤 델로시프.”
“해서 미우신가요?”
“한데 밉지 않아 걱정이야.”
황태후가 몸을 바로 세우며 고고한 태도로 말했다.
“자,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걸 보니 또 엄청난 걸 상으로 요구할 모양이구나. 말해보렴.”
역시 황태후와는 말이 통한다.
니케아르샤가 싱긋 웃었다.
“저는 ‘수호석’의 보호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원합니다.”
“……!”
이건 아무리 황태후라도 예상 못 한 모양이다.
부드러웠던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공녀가 수호석에 대해 어찌 알지? 그건 황실에만 내려오는 비전인데.”
“수호석이 정확히 무엇입니까?”
“외부의 마력이나 독성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귀물이다. 황족들은 항상 저주나 독을 주의해야 하니까.”
니케아르샤는 흠, 하고 생각에 잠겼다.
‘마력이라……. 그렇다면 <흥신소> 능력은 역시 내 마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건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런 효과가 있으면 절대 몸에서 떼어놓지 않겠군요.”
“수호석은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다. 먹는 거지.”
“먹는다고요?”
“그래. 해서 수호석의 존재조차 모르는 황족들도 있다. 어릴 때 지루한 의식 끝에 더럽게 맛없는 물을 먹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황태후는 “곧 13황자에게도 해줄 생각이었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황비들은…….”
“성혼식 때 복용하지.”
“……삼켜서 흡수하는 거라면 수호석을 몸에서 떼어낼 수 없겠군요.”
“그래.”
황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니케아르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황제를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황제의 병환을 고칠 수 없어.’
무엇보다 수호석을 없애 1황비를 ‘조사’하려던 계획이 무너졌다.
‘1황비가 그렇게나 숨기려고 하는 약점이 뭔지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다.
그때, 황태후의 입술이 열렸다.
“하지만.”
황태후가 니케아르샤를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효과를 파훼할 수는 있지.”
“……!”
놀란 눈으로 황태후를 바라본 니케아르샤가 이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저를 또 놀리셨군요.”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단다.”
하여간 황태후는 능구렁이였다.
니케아르샤는 픽 웃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가장 많은 반역자를 배출한 가문이 어디겠는가.
바로 황가다.
수호석을 파훼할 방법이 없다면 이렇게 쉽게 쓰지도 않았을 거다.
‘황제 혼자서만 썼겠지.’
황태후가 물었다.
“공녀가 상으로 원하는 것은 그 파훼법이더냐.”
“네.”
황태후는 고개를 끄덕이곤 팔마 부인에게 눈짓했다.
팔마 부인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곤 티룸을 나갔다.
황태후가 미소 지었다.
“나도 파훼법을 기억하고 있진 않아서.”
“이렇게 쉽게 알려주셔도 되나요? 제가 그걸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시잖아요.”
적어도 수호석 파훼법이 왜 필요한지 물을 거라고 생각했다.
깊은 시선으로 니케아르샤를 응시하던 황태후가 미소 지었다.
“너는 내게 상관있는 아이니까.”
“……!”
“답이 되었니?”
니케아르샤는 말없이 황태후를 바라보았다.
황태후는 웃으며 “무엇보다 공녀는 항상 나를 즐겁게 하지 않니. 이번처럼 말이다.” 하고 이야기했다.
웃고 있음에도 황태후의 얼굴은 수척했다.
‘……아들이 병으로 쓰러져 못 일어나니 당연한가.’
하물며 아들의 목숨은 정적인 1황비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황제 폐하가 많이 염려되시나요.”
“되었다. 본후가 거기에 절절매는 게 바로 1황비가 바라는 바야.”
“…….”
“결국 이대로 질질 끌다가 황제의 목숨을 빌미로 나와 물밑 거래하려는 목적일 테니.”
“루비스탄 저하를 섭정 황태자로 세우는 것 말이죠.”
“각오는 하고 있다. 사람 목숨줄로 거래하는 1황비에게 모든 권력을 넘길 순 없지. 이 나라를 위해서도.”
아들의 목숨을 버리고 제국의 안정을 택하겠다는 말이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이 어떨지 니케아르샤는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니케아르샤는 황태후의 주름진 손에 손을 얹었다.
“저는 사실 황제 폐하는 별 상관없어요. 솔직히 루비스탄 저하와 절 붙이려고 할 때는 좀 짜증 나기도 했고요.”
“…….”
“하지만 황태후 폐하는 상관있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황태후는 떨리는 눈으로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니케아르샤가 생긋 웃었다.
“제가 폐하의 아드님을 구해드리겠어요.”
황태후는 의아한 듯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무언가 깨달은 그녀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너 설마…….”
“맞아요. 치유할 수 있어요.”
“……!”
황태후는 “허어!” 하고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숨을 흘렸다.
정말이지, 기가 찼다.
“설마 백장미궁에서는 일부러 못 하는 척했던 것이더냐?”
“저는 못 한다고 말한 적 없어요. 그쪽에서 그렇게 착각한 거죠.”
“허, 참.”
황태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수호석을 파훼할 방법이 필요했던 거였어요.”
“수호석의 역할은 ‘보호’라서 치유의 권능을 막진 않는데.”
“제 치유는 권능자들의 치유와는 조금 달라서요.”
황태후가 깊은 눈으로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상을 달라더니 오히려 공녀가 내게 선물을 주는구나. 나조차 어쩔 수 없다 포기한 내 아들의 목숨을 공녀는 포기하지 않았어.”
“…….”
“정말 고맙다.”
니케아르샤는 조금 멋쩍은 얼굴로 그 감사를 받았다.
‘황제의 치유는 겸사겸사고, 본 목적은 1황비를 조사하는 건데…….’
양심이 콕콕 찔렸다.
“아켈로스 대공이 널 아쉽게 하면 내게 말하련?”
“황태후 폐하께요?”
“내가 더 잘해서 널 내 손주 며느리 삼게.”
“…….”
한순간에 양심에 털이 부숭부숭 났다.
하나도 안 미안해졌다.
* * *
황태후궁에서 돌아온 후, 며칠.
니케아르샤는 아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수호석 파훼에 필요한 재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 주인님, 이플레의 뿌리 찾아왔어요.”
“내 내 주인님, 류아체의 진액 가져왔어요.”
에이든과 에반스는 암시장 거래의 달인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불법적인 구매 루트를 쏙쏙 파고드는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재료를 구했지만.’
물론 저 두 개가 끝은 절대 아니었다.
“세르카엘, 혹시 검은 고양이의 수염에 아큐 술법으로 마력을 주입한 거 있어?”
“……아큐 술법으로 마력을 주입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리는 건 알고 하는 소리냐. 누가 검은 고양이 수염에 그딴 짓을 해.”
“미안. 세르카엘이라면 왠지 그런 연구도 했을 거 같아서.”
“……여기 있다.”
세르카엘이 검은 고양이 수염을 내밀었다.
니케아르샤는 고맙게 받으면서도 좀 떨떠름하게 생각했다.
‘……혹시나 했지만 진짜였어?’
연구 변태는 대단했다.
어쨌든 다행한 일이었다.
나머지 재료는 타하르가 구해줬다.
“여기 말했던 것들이다.”
갖가지 몬스터 부산물이 산처럼 쌓였다.
“와, 역시 데칸……! 이걸 전부 다 구해오다니.”
“우리 집엔 많아.”
“진짜 최고야, 타하르!”
니케아르샤는 타하르의 양손을 꼬옥 붙잡고 활짝 웃었다.
그쯤 되자 가족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요즘 새로운 걸 모으는 취미가 생긴 것 같던데. 아빠가 구해줄 건 없느냐.”
“경매라면 큰오빠가 꽉 잡고 있다, 니케.”
“원하는 몬스터를 말하면 내가 당장 날아가서 잡아 올 수 있어.”
한마디씩 한 가족들이 니케아르샤에게 물었다.
“그래서, 또 뭐가 갖고 싶지?”
“없어요.”
그 단호한 대답에 가족들이 시무룩해졌다.
아카인이 외쳤다.
“그럼 저 녀석은 왜!”
그가 가리킨 곳에는 이스칼리온이 느긋한 태도로 서 있었다.
“대공 전하께서만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그게 대체 뭔데!”
“남보단 가족을 의지해야지.”
“아빠도 구해줄 수 있다. 아빠도 대공이야.”
가족들이 동시에 니케아르샤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니케아르샤가 말했다.
“황가의 피.”
“……!”
“……?!”
“그건 아빠도—”
“물론 우리 집안에도 흐르긴 하죠. 황녀님이랑 결혼한 조상님들이 꽤 있으니까. 근데 그 뜻 아닌 거 알죠?”
“…….”
“…….”
“…….”
세 남자가 동시에 조용해졌다.
괜히 아켈로스 대공가만 콕 집어서 황가의 피가 흐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혼맥을 통해 황가의 피가 섞인 다른 가문과 달리, 건국 황제의 피를 직접 이은 아켈로스에는 황가와 똑같은 힘이 흐르니까.
“그럼 전 들어가 볼게요.”
니케아르샤가 뒤를 돌았다.
이스칼리온이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등을 감싸고 에스코트했다.
가족들이 바들바들 떨리는 눈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이스칼리온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
“……!!”
“저, 저놈이!”
가족들이 뭐라 더 반응하기도 전에 이스칼리온은 니케아르샤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 * *
“전하, 할게요.”
니케아르샤는 비장한 얼굴로 바늘을 들었다.
그러고서도 몇 번이나 후하후하 심호흡을 한다.
“따끔해요, 따끔!”
“…….”
“아, 못 하겠어…….”
“…….”
“후우, 이번엔 진짜 갈게요! 따끔!”
결국 또 찌르지 못했다.
이스칼리온은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집중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
따끔하다고 외칠 때 질끈 감는 눈.
못 찌르고 나서 울상 짓는 눈매.
내내 꼬옥 자신의 손을 붙들고 있는 작은 손까지.
‘……바늘로 백 번 넘게 찔려도 좋을 거 같은데.’
솔직히 이스칼리온이 직접 하면 1초도 안 걸려서 끝날 일이었지만, 절대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몇 번의 살랑이가 오간 끝에야 니케아르샤가 이스칼리온의 손가락 끝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어떡해. 많이 아파요?”
아프긴커녕 간지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호오, 호—”
제 손끝을 입술에 가져다 대고 입김을 부는 니케아르샤를 보고 있자니…….
‘평생 아파도 좋을지도.’
이스칼리온이 힐끔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창 너머로 질투심에 몸서리치고 있는 델로시프 남자들이 보였다.
이스칼리온은 언제나 뭇 사내들의 일방적인 질투를 받았다.
귀찮기만 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데, 질투받는 것도.’
그렇게 니케아르샤 모르게 가족들과 이스칼리온의 총애 다툼이 시작되었다.
앨리스는 훗날 회상했다.
“남자들의 질투란 참으로 무섭더군요.”
.
.
그리고 며칠 후.
니케아르샤는 자그마한 물약병을 들고 중얼거렸다.
“완성되었다…….”
수호석의 보호를 파훼할 수 있는 물약.
이 물약을 마신 자의 마력에는 수호석이 반응하지 않는다.
‘드디어 1황비에게 <흥신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야!’
물론 그 전에 황제의 병환을 고치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황제궁으로 향한 니케아르샤는 당황했다.
‘뭐, 뭐야? 조사 결과가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