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161)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161화(161/177)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율리시즈를 노려봤다.
“율리시즈, 난 너 못 믿어.”
“나는 그저 네게 개새끼가 아닌, 인간이 되고 싶을 뿐이야.”
그 말에 예전 갤러리에서의 대화가 떠올랐다.
“넌 그냥 개새끼야.”
“……!”
“셀레나가 네 형을 죽였어? 아니면 벨린다나 아이프릴이?”
“니케.”
“네가 상처받았다고 죄 없는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상처를 줘?”
“…….”
“이제라도 정신 차려. 적어도 인간이라도 되고 싶으면.”
그 말이 이렇게 율리시즈에게 큰 흔적을 남길 줄은 몰랐다.
내가 아는 율리시즈는 겉만 자상할 뿐, 남의 말 따위 귓등으로도 안 듣는 녀석이었으니까.
‘……지금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할 때야.’
나는 상념을 끊고 입을 열었다.
“개새끼든, 인간이든 난 너를 전혀 못 믿겠으니까 네 계획을 말해봐.”
“니케.”
“적어도 어떤 계획인지 알아야 나도 판단할 거 아냐?”
꽤 화가 날 법한 말인데, 이상하게도 나를 바라보는 율리시즈의 눈빛은 그저 다정했다.
미간을 찌푸리자 그가 옅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 * *
율리시즈는 프라이빗룸에 혼자 남아 맞은편의 찻잔을 바라보았다.
이 방에는 창문도 없어서 멀어져가는 니케아르샤의 모습을 지켜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니케아르샤가 손도 대지 않은 찻잔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니케아르샤가 제 곁에 있었다는 증거니까.
“이야기는 잘 끝났어?”
문이 열리는 것과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율리시즈는 고개를 들었다.
“셀레나.”
니케아르샤를 배웅하고 돌아온 모양이다.
율리시즈의 표정을 본 셀레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흠, 생각대로 안 풀린 모양이야?”
그 말에 율리시즈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니케는 여전히 니케더라. 다들 니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야.”
“…….”
“그동안이 이상했던 거지. 근데…… 내가 니케를 그렇게 만들었던 거 같아.”
“……니케가 뭐랬는데?”
율리시즈는 니케아르샤를 떠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날 전혀 못 믿겠다며 내 계획을 말하라더니, 말하니까 꺼지래.”
“니케답네.”
“나보고 위험한 일 하지 말라는 거야.”
율리시즈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연한 갈색 머리카락의 윤곽에 따라 빛이 부서져 내렸다.
“……나는 위험해져도 좋으니까 니케를 돕고 싶었는데.”
“…….”
“제대로 속죄하고 싶었어.”
율리시즈의 눈동자가 과거를 헤매듯 깊어졌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
“글쎄.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넌 지독하게 이기적이라, 결국 널 지킬 거거든.”
“네 안의 나는 대체 얼마나 쓰레기인 거지?”
“실제로도 그런 쓰레기니까 너무 너 자신을 얕보지 마.”
증명하고 싶었다.
네가 날 깨닫게 했다고.
너로 인해 변했다고.
나를 지키지 않고 너를 지키겠다고.
“근데 기회조차 주지 않네.”
씁쓸하게 웃는 율리시즈를 잠시 바라보던 셀레나가 털썩 의자에 앉았다.
“잘했네, 니케. 역시 똑 부러져.”
“너무한 거 아냐?”
하하, 웃은 율리시즈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침묵 끝에 나온 말은 사과였다.
“……미안, 셀레나.”
“그놈의 미안하단 말 지겨워. 몇 번째니? 수백 번은 되겠다.”
“사과는 계속 해야 하니까.”
셀레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난 그래도 너 용서 안 해.”
“알아. 오늘 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셀레나가 “멍청이.”하고 중얼거리며 팔짱을 꼈다.
“네가 무슨 트라우마 때문에 나한테 그랬는지 알 바 아냐.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근데 네 형의 죽음은 안타깝게 생각해.”
“…….”
“오늘은 그냥 내 친구한테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셀레나,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늦었거든? 바람둥이는 딱 질색이라.”
셀레나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율리시즈는 빙그레 웃었다.
깊은 시선이 여전히 놓여 있는 찻잔을 향했다.
* * *
니케아르샤는 약속대로 바로 이스칼리온을 찾아갔다.
“—래서 황비는 고대 마도구와 주술을 이용해서 강제로 ‘공명’시킬 계획인가 봐요.”
“…….”
“결행일은 미카린의 재판일.”
“…….”
“우린 그때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리면 돼요.”
한참 종알종알 이야기하던 니케아르샤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왜 그렇게 봐요?”
희소식뿐인데 이스칼리온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이스칼리온은 가느스름한 눈으로 니케아르샤를 바라보다 물었다.
“그 외에 다른 건?”
“더 자세한 건 모른대요. 라파엘은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율리시즈가 파고드는 걸—”
“아니, 그거 말고.”
이스칼리온이 니케아르샤의 허리를 감쌌다.
“그 자식이 그대한테 이상한 수작질 안 했어?”
“수작질?”
“눈을 이상하게 뜬다거나,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거나. 은근히 손을 잡는다거나.”
“흐음, 지금 전하가 내 허리를 잡은 것처럼요?”
니케아르샤가 입술 끝을 올리며 이스칼리온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수작질 부리고 있는 거였구나, 전하.”
그 장난스러운 말에 이스칼리온의 눈매가 깊어졌다.
‘진짜로 수작 부리고 싶네.’
일단 저 입술에 입부터 맞추고 싶었다.
숨결을 빼앗을 정도로 아주 짙고, 집요하게—
“그런 일은 없었어요. 어차피 율리시즈가 고백한 건 옛날 일이잖아요. 미카린이 돌아오자마자 걔한테 갔고.”
“다 그대를 위해서였지.”
“정확히는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이죠.”
이스칼리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자식이 널 보는 눈은 절대 안 그래.’
눈빛은 숨길 수 없다.
미카린 곁에 있으면서도 율리시즈의 시선은 항상 니케아르샤의 뒷모습을 향해 있었다.
아주 절절하고 애끓는, 짙은 감정이 배인 눈빛.
바람둥이 놈이 하던 대로 굴 것이지, 갑자기 순정을 바치는 꼴이 거슬렸다.
차라리 클레아스처럼 상황에 따라 바뀌는 박쥐 같은 놈이 훨씬 나았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쓸 놈팡이들이 많은데.’
제일 거슬리는 건 항상 가까이 있는 에이든과 에반스였다.
에이든이 딱 달라붙어 있는 것도 짜증 났는데 한 명이 더 늘었다.
‘거기다 타하르와는…….’
13황자 때문에 둘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언제는 자기 보고 ‘파파’라고 하더니, 이제 13황자는 ‘삼쫀’과 ‘니케’만 찾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세르카엘도—’
이스칼리온은 니케아르샤 주변의 온갖 남자를 향해 적의를 불태웠다.
다행히 지나가는 똥개까지 욕하기 전에 니케아르샤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래서 율리시즈는 제게 재판장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재판일에는 니케아르샤와 미카린이 둘 다 한자리에 있다.
강제 ‘공명’시키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소리다.
“오히려 이쪽은 꼭 가야 할 이유가 생긴 건데.”
“제가 그 말을 들을 리 없죠. 율리시즈도 예상했는지 ‘공명’을 멈출 계획을 세웠더라고요.”
“어떻게?”
“고대 주술을 방해해서요.”
“……그 녀석, 죽을 텐데.”
니케아르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한 주술의 마력에 휩쓸려 죽든, 방해하다가 1황비의 수하들에게 잡혀 죽든.
어떤 식으로든 율리시즈는 죽을 것이다.
“그 녀석이 죽는 건 상관없지만, ‘공명’을 방해하는 건 막아야 해.”
“하지 않을 거예요. 상관 말고 꺼지라고 했으니까.”
“……그 한마디로 그만둘까?”
“내가 알게 된 이상, 내 쪽에서도 다른 계획을 세울 거라고 생각하겠죠. 서로의 계획이 충돌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테니 ‘공명’에선 손을 뗄 거예요.”
이스칼리온은 가만히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니케아르샤는 묘하게 율리시즈의 행동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게 율리시즈와 지내온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그 시간을 너와 함께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라기엔 더 어둡고 질척한 감정이 밑바닥에서 들끓었다.
그가 어떤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니케아르샤는 순연한 표정으로 이스칼리온을 쳐다봤다.
작은 입술이 몇 번 오물거리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요. 정말로 내 마력 단지를 전부 다 되찾게 되면…….”
“……?”
“그럼 그때는 내가 이스칼리온, 당신을—.”
니케아르샤는 뒷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 뒤에 무슨 말이 올지 이스칼리온은 알았다.
‘하…….’
이 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신은 갖지 못한 니케아르샤의 시간을 곱씹으며 못난 질투나 하고 있는데.
니케아르샤는 언제나 곧은 눈으로 미래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미래엔 이스칼리온이 있다.
‘여기서 더 사랑스러우면 어쩌자는 거야.’
이스칼리온은 참지 못하고 니케아르샤를 꽉 끌어안았다.
이 작고 보드라운 몸을 이대로 평생 제 품에 가두고 싶었다.
“넌 나를 각성시킬 수 있어, 니케.”
“…….”
“내 저주도 풀 수 있고.”
“…….”
“오직 너만이.”
“…….”
“기다리고 있을게.”
니케아르샤는 이스칼리온의 품 안에서 눈을 깜빡였다.
‘신기해. 이스칼리온은 어떻게 알고 이런 말을 해주는 걸까.’
혹시 이번에도 이스칼리온을 각성시키고 해주(解呪)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이스칼리온은 니케아르샤 자신보다 더 확신을 담아서 말해준다.
‘사실은 지금도 엄청 무리하고 있으면서. 하나도 안 아픈 것처럼.’
마탑에서 이스칼리온과 마주친 날, 브라운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오기 전에 전하랑 세르카엘 둘이 무슨 이야기 했어?”
“어어,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고 보니 브라운, 전에 연구 때문에 치마 입고 토끼인형을 들었던 적이 있지? ‘수치심과 마력의 상관관계 연구.’ 분명 연구일지에 사진이 있을—”
“저주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예! 지금 막 생각났네요!”
브라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외였다.
“……저주? 전하의 저주 말이야? 그건 안정화된 페트라로 잘 녹이고 있던 거 아니었어?”
“페트라는 만능이 아닙니다. 모든 독은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죠.”
“저주가 페트라에 내성이 생기고 있다?”
“예. 아시다시피 그냥 페트라가 아닌 안정화된 페트라잖습니까. 독 효과가 더 약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독 효과를 강화하면—”
“전하의 몸에 무리가 가겠구나.”
“네.”
“……언제부터 내성이 생긴 거야?”
“한 달 전에 마탑에 처음 오셨습니다. 아마 문제는 그 전부터 있었을 거고요.”
그 말은 한 달보다 훨씬 전부터 이스칼리온은 저주의 고통에 시달렸다는 뜻이다.
그 시간 동안 이스칼리온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니케아르샤의 곁에서 니케아르샤를 향해 웃었다.
그녀가 걱정할까 봐.
초조해할까 봐.
자책할까 봐.
‘바보.’
니케아르샤는 손을 들어 이스칼리온을 마주 꼬옥 안았다.
단단하고, 커다란 등.
하지만 방파제처럼 온갖 풍파를 홀로 막아내는 등이다.
‘내가 당신을 구해줄 거야.’
<흥신소> 능력은 마력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니 재판일에 마력을 온전히 되찾는다면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 * *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둑한 지하 감옥.
뭘 넣고 태우는 건지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등불에 의지한 채, 미카린은 쥐와 벌레를 피해 몸을 웅크렸다.
‘내가 왜 이런 꼴을…….’
까득, 까득.
미카린은 손톱을 씹으며 웅얼거렸다.
“나는 역대급 각성자란 말이야.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그런데 내가 왜…….”
그때였다.
“저런. 미카린, 네가 그렇게 있는 모습을 보니 본비의 마음이 아프구나.”
“1황비……!”
미카린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째 제대로 된 음식을 집어넣은 적이 없는데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드센 움직임이었다.
“이젠 ‘전하’ 소리도 안 하는 거니?”
“하! 내가 혼자 망할 것 같아? 곧 재판이지? 그날 다 말해버릴 거야! 황제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은 건 당신이 시켜서라고!!”
1황비가 미소 지었다.
“말은 바로 해야지, 미카린. 내가 시켜서가 아니라 네 의지였잖니. ‘황제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지위를 오래 누리고 싶어서.”
“당신도 그 덕을 봤잖아!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내가 이 지경이 되도록…….”
철창을 움켜쥔 미카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1황비는 자상한 손길로 미카린의 손을 잡았다.
“아직도 모르겠니, 미카린? 난 너를 보호하고 있는 거란다.”
“보호……?”
1황비의 눈짓에 뒤에 있던 피아렛 부인이 자그마한 영상석을 틀었다.
미카린 또래 영애들의 모습이 나왔다.
[어떻게 그렇게 모두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죠?] [미카린 혼자 폐하를 위해 분투하는 게 진심으로 고마워서 얼마나 잘 해줬는데요.] [저는 미카린이 제가 하고 있는 머리 장식이 예쁘다고 해서 바로 줬어요. 아버님께서 제 생일에 특별히 제작해 주신 건데.] [아, 저도 비슷한 일 있었어요. 달라고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줄 수밖에 없게 만들더라고요.]소녀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식으로 델로시프 공녀에게서 온갖 것을 빼앗았겠지요.] [왜, 예전에 델로시프 대공저에서 지낼 때 미카린이 얼마나 좋은 것들만 하고 다녔나요?] [이제는 하다 하다 폐하를 구한 공적까지도…….]대귀족들의 반응에 비하면 영애들은 귀여운 편이었다.
[황제 폐하를 치유해 주는 게 고마워서 내가 미카린 텔시에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감히 사기꾼 따위가 폐하를 구한 행세를 하다니!] [재판까지 갈 것 있습니까? 감히 폐하의 안위를 두고 거짓을 늘어놓은 자입니다! 당장 사형시켜야 합니다!]“사형?!”
미카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걱정 말렴. 본비가 정당한 재판을 요구하고 있으니. 황제 폐하의 안위에 대한 문제니 명확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실제로 영상에서는 그렇게 주장하는 1황비의 모습이 나왔다.
1황비를 향한 미카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전하…….”
“그날, 황궁 파티에서 본비가 널 바로 도왔다면 이렇게 널 보호하지도 못했을 거다.”
“…….”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한통속이라 생각했을 테니 본비의 말에 설득력이 떨어졌겠지.”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1황비가 고개를 저었다.
“되었다. 힘든 일을 겪었으니 당연히 안 좋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 특히 니케아르샤가 그토록 추앙받고 있으니…….”
움찔, 미카린이 고개를 들었다.
“언니가요……?”
“그래, 황제의 은인으로서 온갖 호사를 다 누리고 있지.”
영상석에서 다시 빛이 떠올랐다.
모두의 감사를 받으며 행복하게 웃는 니케아르샤의 모습이 보였다.
‘아켈로스 대공에 데칸인 타하르까지 자랑하듯 끼고…….’
저 이민족 남자가 무려 데칸일 줄은 몰랐다.
원래라면 저 자리는 자신의 것이었다.
‘나도 황제를 치유할 수 있었어!’
조금 느리게 간 것뿐이었다.
‘그런데 언니란 사람이 또 새치기를 해?!’
“정말 너무하지 않니? 니케아르샤는 역대급 각성자가 될 ‘자질’을 타고났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온갖 귀여움을 받았잖니.”
“……맞아요.”
“그런데 정작 역대급 각성자가 되지도 못했지.”
1황비가 속삭였다.
“진짜 역대급 각성자인 너는 이런 취급이나 받고 있고.”
“…….”
미카린의 몸이 분노로 파들파들 떨렸다.
그래, 자신이야말로 진짜였다.
니케아르샤는 발현식에도 실패한 가짜!
‘가짜 따위가 진짜인 나를 밀어내고 저렇게 사랑받다니……!’
영상 속 니케아르샤를 바라보는 미카린의 눈동자에 불길이 올랐다.
“복수하고 싶겠지.”
“…….”
“진짜 너의 자리를 되찾고 싶을 거야.”
진짜 나의 자리?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제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니케아르샤가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
처절하게.
“제가 어떻게 하면 돼요?”
1황비가 입술을 싸악 말아 올렸다.
“그걸 위해서 영혼이 찢겨나가는 고통도 참을 수 있니?”
“물론이에요! 뭐든, 뭐든 하겠어요!”
미카린이 외쳤다.
1황비가 미소 짓곤 미카린의 귀에 속삭였다.
이야기를 다 들은 미카린이 말했다.
“율리시즈 님은 믿을 수 있어요. 제가 역대급 각성자로 발현하기 전에 가장 먼저 제 손을 잡아주신 분인걸요. 여기도 몇 번 찾아왔었고요.”
율리시즈는 자신에게 푹 빠졌다.
미카린은 확신했다.
“그래, 그럼 걱정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