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162)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162화(162/177)
우쭐한 표정의 미카린을 보고 1황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율리시즈가 미카린에게만 온 정성을 쏟는 건 사실이니.’
썩은 동아줄인 줄 알았으면 미카린에게 각성 받지 않았을 거라고 라파엘을 비난하는 클레아스와 달리.
율리시즈는 미카린이 끌려간 후에도 오직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이 감옥에 드나들며 미카린을 챙겼다는 사실은 1황비도 보고받았고.
‘게다가 니케아르샤 그것의 연락도 다 무시하는 중이라지?’
아마 니케아르샤는 재판장에서 율리시즈의 증언을 얻고자 연락했을 것이다.
율리시즈 입장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 건데도 아예 만나지조차 않았다.
‘확실히, 괜찮겠어.’
고대 주술은 미카린과 니케아르샤가 한 공간에 자리한 후에야 시전할 수 있다.
발동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그동안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시름을 덜었다.
‘……그래도 보험은 들어놓는 게 좋겠지.’
“미카린.”
1황비가 자상하게 웃으며 철창 틈으로 손을 넣었다.
잘 관리된 희고 고운 손이 먼지와 땀으로 엉망이 된 미카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고생하렴. 이 어미가 꼭 너를 구해줄 테니.”
“어, 어머니라니…….”
미카린의 눈동자가 떨렸다.
“황궁 파티에서는 나를 모비라고 부르더니 왜 그리 당황하느냐.”
“아…….”
“나는 이미 너를 루비스탄의 짝으로 품었다. 너는 황족이 될 몸이란다. 정확히는, 황제가 될 내 아들의 황후가.”
황족, 황후.
너무나도 달콤한 울림이었다.
미카린은 몽롱한 얼굴로 1황비를 바라보았다.
잘 손질되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머리카락.
화려한 머리 장식과 귀티 나는 얼굴.
최고급 향료를 쓴 게 분명한 고급스러운 향기.
1황비는 황후조차 아닌데도 온갖 권력을 다 누리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황비보다 더 위인 황후가 된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그러고 보면 언니는 참 멍청하단 말야. 세 살배기를 황태자로 밀다니.’
황후가 될 기회를 제 발로 찬 것 아닌가.
하여간 온실 속에서 자라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
‘하지만 언니가 그렇게 멍청한 것마저도 신께서 날 위해 하신 안배야.’
그 덕에 마지막에 웃는 건 미카린 자신이 될 테니까.
지금 이렇게 진창을 구르는 것조차 신이 세상의 주인공인 자신을 위해 내린 시련일 뿐이다.
미카린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 모비.”
“그럼 재판장에서 보자꾸나.”
마주 웃은 1황비는 그대로 뒤돌아 옥사를 나왔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피아렛 부인이 얼른 손수건을 건넸다.
“몸뚱이 가벼운 더러운 것. 불륜녀 주제에 아직도 내 아들의 짝이라고 생각해?”
1황비는 손을 벅벅 닦은 후 손수건을 버렸다.
“멍청하고 욕심만 많아서 다루기 쉬운 건 좋지만, 정말 짜증이 나는구나.”
“그래도 일이 쉬워지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
1황비가 후, 하고 미소 지었다.
“이제 마력을 완전히 옮기는 일만 남았어. 그때 진작 성공했으면 이리 돌아올 일도 없었을 것을.”
“선 대공비가 그토록 끈질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몰랐을 텐데 그리 버티다니.”
“흥, 어미나 딸이나 본비를 귀찮게 하는구나.”
“시기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로잡으면 됩니다.”
1황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으로 돌아오자 때마침 루비스탄이 찾아왔다.
“모비.”
“어서 오거라, 루비스탄.”
“미카린에게 다녀오신 길입니까?”
“그래. 재판은 걱정할 필요 없어. 모든 것은 우리 계획대로 될 거란다.”
1황비가 미소 지으며 루비스탄의 손을 잡았다.
“그럼 델로시프 공녀의 마력이 전부 우리 것이 되겠군요.”
“후후, 그 짜증 나는 계집은 마력을 다 잃고 죽을 거다. 우리의 꼭두각시 미카린이 그 마력을 펑펑 쓰며 역대급 각성자 역할을 해줄 테고.”
“우리 아슈레아가 이 제국의 진정한 지배자가 될 겁니다.”
1황비는 부드럽게 루비스탄의 얼굴을 쓸었다.
“아들이 이렇게 함께하니 든든하구나. 이리 잘 받아들일 줄 알았다면 진작 네게 말해줄 것을.”
“이제라도 모비와 뜻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
루비스탄이 미소 지었다.
1황비는 대견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하긴, 루비스탄은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지.’
황제의 장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고 했듯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파스칼레의 혈통을 끊고 아슈레아를 제국의 주인으로 만드는 위대한 사명.
그 사명을 기꺼이 짊어진 루비스탄은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왜 델로시프 공녀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지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고.’
처음엔 1황비도 걱정했었다.
루비스탄이 그토록 관심을 보인 영애는 니케아르샤가 유일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제 혈통에 대해 알고 있는 델로시프 공녀가 가장 큰 위협입니다.”
오히려 루비스탄이 먼저 공녀를 적이라고 말했다.
“공녀를 그냥 놔둘 생각이십니까?”
“후후, 걱정 말거라. 이용할 게 많은 아이니 골수까지 빼 먹고 죽일 생각이란다.”
“역시 모비이십니다.”
그때를 떠올린 1황비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아슈레아에서 사절단이 올 거란다. 거기에 네 짝이 있어.”
“제 짝이요?”
“패악이나 부리는 제국 여자들과 달리 얌전하고 조신한 영애라 네 마음에 쏙 들 것이야.”
1황비가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무엇보다 아슈레아 왕가의 피를 짙게 타고났고.”
“모비의 준비성은 따라갈 수 없군요. 이로써 제국은 완벽히 우리 아슈레아의 혈통으로 바뀔 겁니다.”
아들의 말에 1황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재판에서 내가 미카린과 엮여 고꾸라질 거라고 생각하겠지.”
미카린과 루비스탄이 약혼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던 데다가, 미카린이 황궁에서 지낼 때 1황비가 편의를 많이 봐줬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재판일이야말로 우리가 승리하는 날이 될 게야.”
1황비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 * *
미카린의 재판 당일.
마차에서 내리기 전, 나는 통신석으로 세르카엘에게 연락했다.
“세르카엘, 준비 다 됐어?”
[그래.]“그럼…… 맡길게.”
내 목소리에서 떨림이 묻어나온 모양이다.
세르카엘이 특유의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계획대로 잘 될까, 걱정하는 것은 머리 나쁜 것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 천재의 일 처리는 언제나 완벽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참 세르카엘다운 말이었다.
픽 웃음이 났다.
“알았어. 그럼 하나도 걱정 안 하고 있을게.”
[오냐.]나는 통신을 종료하고 마차에서 내렸다.
아직 이른 시각이지만, 정문 쪽에는 기자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여긴 일반인에겐 개방되지 않은 후문 쪽이라 사람이 없었다.
—고 생각했는데 회랑 아래에 사람이 서 있었다.
‘루비스탄?’
루비스탄 역시 나를 발견했다.
그가 먼저 알은체를 했다.
“공녀.”
‘……‘니케’가 아니라 ‘공녀’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짓곤 무릎을 굽혔다.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인사를 마친 후에도 루비스탄은 한참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저하?”
“……내게 할 말 없나?”
– 인간 관계: 티베리우센(■■■)
황제에 대한 루비스탄의 생각은 여전히 새까매서 알아볼 수 없었다.
‘……아마 제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것이겠지.’
1황비에게 들었다면 내가 눈치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을 터.
그 이야기를 묻는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없어요.”
“……그렇군.”
루비스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 실망인지 안도인지 모를 감정이 스쳐서, 나는 결국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저하께서는 저하가 생각하는 대로의 사람이니까요. 제 말은 어떤 것이든 저하께 필요 없을 거예요.”
“…….”
“그럼 전 이만.”
꾸벅 고개를 숙이고 그를 지나치려는 순간이었다.
손이 잡혔다.
“필요하면?”
루비스탄이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네 말이 필요하다면?”
꼭 붙잡아 주길 바라는 눈이었다.
나는 가만히 그 눈을 마주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는 저하께 아무 말도 해드릴 수 없어요.”
“너는 끝까지 내게 곁을 내주지 않는구나.”
“저하께서 결정하셔야 하는 문제니까요.”
“그래도 붙잡을 수 있잖아. 네 말이면 내가 붙잡혀 줄지도 모르는데.”
“그게 제게는 쉬운 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하를 위한 길은 아니에요. 어떤 선택이든 직접 하셔야 후회가 덜할 거예요.”
“후회가 없는 게 아니라?”
루비스탄이 웃었다.
어딘지 서글픈 웃음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 순 없겠더라고요.”
“…….”
한참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루비스탄이 내 손을 놓았다.
“그래, 이제 와서 네 말을 듣겠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
“난 이미 결정을 마쳤거든.”
소년같이 티 없이 맑던 루비스탄의 얼굴은 번민으로 까칠했다.
마지막으로 날 일별한 그가 차갑게 등을 돌렸다.
* * *
미카린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미카린은 재판장에 서서 직접 제 결백을 피력했다.
“저는 황제 폐하를 제대로 치유하던 중이었어요.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그 뻔뻔한 소리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야유를 날렸다.
“제대로 치유하긴 무슨! 치유한 건 델로시프 공녀잖아!”
“아직도 죄를 인정하지 않고 우겨? 황궁 파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들었는데!”
“조용, 조용!”
자신에게 소리치는 사람들 속에서도 미카린은 굴하지 않았다.
‘나는 이 시련을 이겨낼 테야!’
미카린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치유를 도맡았을 때, 분명 폐하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궁의들도 진단했어요.”
“…….”
“언니가 폐하를 찾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폐하께선 느리지만 꾸준하게 회복 중이었습니다.”
그에 법관이 궁의에게 물었다.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여기 진단 자료입니다.”
자신감을 얻은 미카린은 더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그날, 폐하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신 게 제 꾸준한 치료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간 치료를 도맡았고, 언니가 따로 치료했다는 소식도 못 들었으니까요.”
“결코 거짓으로 공을 가로채려는 게 아니었다?”
“제가 어찌 그러겠어요. 제 잘못이라면 최선을 다했음에도 폐하를 더 빨리 회복시키지 못한 것이에요.”
미카린이 억울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봤다.
“마지막에 언니가 폐하를 완치시켰다 하더라도, 제가 그간 폐하를 호전시켜 왔던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
“오히려 황제 폐하의 상태가 점차 좋아졌기 때문에 언니도 치유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법관의 시선에 궁의가 입을 열었다.
“의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악화될 때보다 호전될 때 치료가 쉬우니까요.”
미카린이 가련한 얼굴로 외쳤다.
“저는 사실 의아해요. 왜 언니는 폐하를 치료한 사실을 숨겼을까……. 그럼 제가 착각할 일도 없었을 텐데.”
묘한 말이었다.
니케아르샤가 일부러 함정을 파서 미카린이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다—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숨길 이유가 없잖아요? 모두가 기뻐할 일인데 언니는 어째서…….”
“…….”
“심지어 언니가 다녀간 후로 폐하의 용태가 악화되었잖아요. 저는 그 때문에라도 언니가 폐하를 치유했을 거라곤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미카린의 말에는 기묘한 울림이 있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담긴 기이한 설득력.
흰 눈으로 보던 사람들도 점점 표정이 달라졌다.
“듣고 보니 이상하긴 한데…….”
“물론 폐하를 치유한 건 공녀가 잘한 일이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
상석에서 지켜보던 1황비는 입매를 끌어올렸다.
‘좋아. 여기서 공녀까지 걸고넘어지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지.’
시전한 고대 주술이 발동하기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미카린과 공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좋고.’
니케아르샤가 재판정으로 올라오면 미카린과의 거리가 확 가까워진다.
미카린은 대본대로 잘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억울해하고 자기가 진짜 피해자라고 망상해서인가? 정말 설득력 있게 들리네.’
모든 것을 아는 1황비조차도 솔깃할 지경이었다.
때마침 법관이 말했다.
“니케아르샤 델로시프는 재판정으로 올라오시오.”
니케아르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판정 위로 올라왔다.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자 니케아르샤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그전에 확인할 게 있어요. 미카린 텔시는 최선을 다해 폐하를 치유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데, 맞나요?”
미카린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이상하네요. 제가 폐하의 침전을 방문했을 때, 폐하의 용태는 분명 최선을 다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미카린은 속으로 비웃었다.
‘언니가 기껏 생각한 게 이거예요?’
이건 절대 증명할 수 없다.
‘권능자가 권능을 아껴가며 사용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미카린이 당당하게 외쳤다.
“최선을 다했는지 아닌지는 당사자인 제 권능자가 가장 잘 알지요. 율리시즈 님에게 물어보면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네 권능자가 널 위해서 거짓 증언을 할 수도 있잖아.”
“율리시즈 님은 감히 폐하의 신변을 두고 거짓을 말할 분이 아니에요.”
“……정말이야?”
“네?”
“정말로 율리시즈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말할 거라 생각하냐고.”
“당연하지요!”
미카린의 말에 니케아르샤가 재판장 위에 있는 율리시즈에게 물었다.
“율리시즈 루스도어, 미카린의 말대로 최선을 다해 황제 폐하를 치유했습니까?”
재판을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니케아르샤가 악수를 둔다고 생각했다.
“율리시즈는 미카린의 권능자잖아. 그것도 엄청나게 지극한. 그런데 미카린에게 불리할 말을 하겠어?”
“그뿐이야? 아니라고 하면 율리시즈 본인도 공범이 되는 거잖아. 미쳤다고 시인하겠어?”
속닥거리는 소리가 얕게 깔린 가운데, 율리시즈가 입을 열었다.
“아니요.”
“……?!”
“저는 황제 폐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았습니다.”
“……!”
“……!!”
“……!!!”
소리 없는 파란이 재판장 안을 휩쓸었다.
미카린이 찢어질 듯 커다래진 눈으로 율리시즈를 바라보았다.
그 파란 속에서 율리시즈는 차분한 태도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미카린 텔시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황제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오래 유지하기 바랐습니다. 실제로 미카린 텔시는 그 지위를 이용해 많은 것을 누렸고요.”
“거짓말! 거짓말이야!”
“아무리 각성자의 명이라고 하나, 저는 감히 황제 폐하의 병환에 태업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 죗값, 달게 받겠습니다.”
“거짓말이라고!!”
미카린이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니케아르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 네 입으로 율리시즈는 절대 거짓을 말할 리 없다며?”
“너, 네가 또—!”
니케아르샤를 바라보는 미카린의 눈동자에 불똥이 튀었다.
상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1황비가 팔걸이를 꽉 그러쥐었다.
“미카린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굴던 놈이 이렇게 뒤통수를 쳐?”
하, 하고 숨을 내쉰 1황비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미카린이 홱 돌아서 나까지 엮을 생각은 안 할 테니. 내가 유일한 동아줄이니까.”
“…….”
“시간을 더 끌다간 니케아르샤 저것이 쓸데없는 말을 하겠어. 우선 마도구부터 가동시켜야겠구나.”
혹시라도 니케아르샤가 루비스탄의 출생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 끝이다.
1황비의 말에 루비스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모비. 바로 나가서 신호하겠습니다.”
“그래.”
1황비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니케아르샤가 고통에 몸부림칠 일만 남았다.
‘그리고 내 아들의 출생의 비밀은 네 죽음과 함께 묻히는 거야.’
그녀가 한결 여유로운 눈으로 재판장을 응시하는 순간.
“황제 폐하의 병환은 자연스럽게 발병한 것이 아닙니다.”
신호하러 나간 루비스탄이 어째서인지 재판장에 나타났다.
“고대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주입한 결과입니다!”
그것도 절대 밝혀서는 안 되는 진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