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177)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177화 (완)(177/177)
이때까지만 해도 니케아르샤는 생각지 못했다.
설마 자신이 상상도 못 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왜 그래, 니케?”
“아, 아무것도 아니야.”
셀레나의 물음에 니케아르샤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 뭐지? 눈앞에…….’
니케아르샤는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대신 쭈뼛대는 그림자가 보였다.
니케아르샤의 얼굴에 살풋 미소가 깃들었다.
“들어와.”
그 말에 서성대던 인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생장’의 권능자인 안톤과 그 각성자인 제스였다.
“왜 안 들어오고 있었어?”
“……저희 같은 사람들이 공녀님의 성혼식에 와도 되는 걸까 싶어서…….”
“충분하고도 남지. 내 은인들인데.”
“저, 저희가 어찌 감히.”
안톤과 제스가 아니었으면 마력 단지를 다 되찾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다.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는데도 두 사람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니케아르샤는 조금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두 사람은 내 결혼을 축하하지 않아?”
“다, 당연히 축하드리지요!”
“얼마나 감격스럽고 기쁜지 모릅니다!”
“그거면 충분해.”
“…….”
“나는 진심으로 축하받으면서 결혼하고 싶었거든.”
니케아르샤는 제 주변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모두 회귀 전에는 없었던 사람들.
자신의 새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이었다.
* * *
“와, 마탑주가 이런 행사에 다 오다니……!”
누군가의 외침에 임페라에타 홀 안 모두의 시선이 일시에 움직였다.
마탑주 세르카엘.
그가 얼마나 별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 진짜 본인이야?”
“대훈장을 받을 때도 황궁에 오지 않아서 황제 폐하께서 직접 마탑에 행차하셨잖아!”
오만불손하다고 경을 쳐도 할 말 없었지만, 세르카엘에겐 그걸 뛰어넘는 능력이 있었다.
제국을 넘어 세계의 마도과학을 진일보시킨 인물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 세기의 천재였다.
“대공녀와 사이가 남다르단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 마탑주가 결혼식에를 다 오다니.”
“본인 결혼식에도 안 올 거 같은데…….”
마지막 말에 다들 “에이~” 하고 웃다가 멈칫했다.
‘왜, 왠지 저 마탑주는 진짜 본인 결혼식도 안 올 것 같은데…….’
너무나 진실 같은 추측에 되레 숙연해졌다.
“헉, 저기 봐! 센리안의 왕세자야!”
이어서 등장한 센리안의 왕세자, 막시민의 모습에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대관식도 아닌데 왕세자가 직접 오다니…….”
“왕세자면 결혼 선물도 엄청난 걸 가져왔을 텐데.”
뿐만 아니었다.
“저기 저 꽃같이 생긴 소년이 그 ‘에이든 님’이지?”
“옆의 고양이 같은 소년이 ‘에반스 님’.”
재판장 때부터 에이든은 안면인식방해 마도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말 걸고 싶어 했다.
둘의 무용담과 능력은 이미 제국 너머까지 퍼진 상태였다.
“한자리에 보기 힘든 사람들이 다 모였네.”
“델로시프 대공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평생의 인맥을 손에 넣을 기회라더니…….”
“데, 데, 데, 데…….”
“왜 그래?”
“데칸이다……!”
제국인과 골격부터 다른 커다란 체구.
데칸 타하르가 특유의 위압감을 내뿜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 어린아이를 안은 채.
“화, 황태자 전하?”
바로 타하르의 조카이자, 얼마 전 황태자 위에 오른 이데오였다.
“잠깐. 그 옆에…….”
“루비스탄 황자 저하잖아?”
루비스탄 황자가 이데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형의 말에 이데오가 삼촌의 품에서 까르르 웃었다.
“의외로 사이가 좋네…….”
“그러게. 소문은 들었지만 진짜였구나.”
루비스탄과 이데오의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루비스탄이 친모의 잘못으로 황위 계승전에서 내려왔다고 하나, 저를 제치고 황태자가 된 어린 이복동생을 반길 리 없잖은가.
해서 둘 사이가 좋다는 소문을 믿는 사람은 잘 없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친한 거 같지?”
“응, 이데오 전하 표정을 보면…….”
아이의 표정은 숨길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황제였다.
“황제 폐하께선 왜?”
“설마…… 끼고 싶어 하시는 거야?!”
아무도 황제의 참석 자체에 놀라지 않았다.
황제가 무려 임페라에타 홀을 내주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아들들과 처남(?)의 꽁냥거림을 부러운 듯 힐끔거리는 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꿈을 꾸나?”
그때, 황제를 발견한 타하르가 그에게 다가갔다.
이데오를 넘겨받은 황제가 어색한 몸짓으로 어린 아들을 안아 들었다.
루비스탄이 옆에서 웃으며 황제의 자세를 고쳐주었다.
꽤 단란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서부 이민족과 제국의 화합을 뜻하는 장면이라고 바로 신문에 실리겠군.”
밖에서 그 모습을 본 루크반이 중얼거렸다.
“니케의 결혼식더러 세계 평화의 장이라고 하겠는걸.”
곁에 서 있던 율리시즈가 픽 웃었다.
“네가 그런 정치적인 흐름을 분석하니 소름 돋는다.”
“뭐래? 얼마 전엔 아버지한테도 칭찬받았거든.”
루크반이 헹,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로르아 공작께서?”
“내가 니케 편들어달라고 했거든. 계승전에서.”
“……그건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그냥 그러고 싶었던 거 아니냐.”
“난 걔를 믿은 거거든?!”
루크반이 벽에 기댔던 몸을 바로 하며 율리시즈를 돌아봤다.
“넌 안 들어가냐?”
“……내가 무슨 염치로.”
루크반은 잠시 율리시즈를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그가 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 그럼 그냥 계속 거기 있어라. 난 들어간다.”
율리시즈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끌고 들어가 주길 바랐던 건가, 나는.’
끝까지 자신은 비겁하다.
제 발로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못한 채 서성이고만 있을 뿐.
‘용서를 구하는 것조차 네게 상처일까 봐.’
네가 가장 행복한 날, 내 존재가 널 상하게 할까 두려워서.
그저 니케아르샤 곁을 위성처럼 떠돌고 있다.
* * *
아켈로스 대공가의 총집사, 신시아는 침을 튀겨가며 잔소리하는 중이었다.
“의식 절차 같은 걸 싫어하시는 건 알지만, 오늘은 다른 때도 아니고 성혼식입니다. 절차를 잘 지키셔야 합니다.”
유스릴이 곁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멈도 참, 별걱정을 다 해.”
“이눔아! 북부에 계실 때 귀찮다고 의식 다 넘기셨던 걸 잊은 게냐? 그러다 혼인 무효라도 되면!”
“에이, 오늘만큼은 그럴 걱정 없어요. ……대신 다른 걱정이 있지만.”
그리고 유스릴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전하, 키스는 무조건 짧게! 절대 막 어?”
유스릴의 손이 난잡하게 움직였다.
“요럼 안 됩니다? 정결한 맹세의 키스예요.”
“이눔아, 전하께서 짐승도 아니고…….”
“짐승 맞아요! 전하는 공녀님이면 막 눈 돌아간다고! 그냥 짐승이 아냐. 야생성 그 자체야!”
“…….”
“델로시프 대공과 대공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반드시 그냥 가볍게? 예? 피에 젖은 결혼식이 되지 않으려면 잘해야 합니다!”
핏대를 세우며 외치던 유스릴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 하던 신시아가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던 것이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하는 거지? 아, 설마 애기 때부터 업어 키운 전하가 짐승이라는 거에 놀랐—’
“흠, 그럼 2세는 빠르게 기대해 볼 수 있는 건가.”
할멈의 입꼬리가 음흉하게 올라갔다.
“…….”
유스릴은 그냥 뭐라 하는 걸 포기했다.
대신 이스칼리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묵묵히 잔소리를 듣고 있는 게 평소 이스칼리온답지 않았다.
‘전하께서도 긴장하신 건가. 아무래도 그리 염원하셨던 날이니…….’
유스릴이 흐뭇한 웃음을 지은 채 이스칼리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보았다.
이스칼리온이 니케아르샤 곁에 다가가는 하객(특징: 남자)들을 미친 듯이 노려보는 것을.
그 맹렬한 시선에 하객들은 움찔, 고개를 돌렸다가 사색이 된 채 뒷걸음질 쳤다.
유스릴은 기함했다.
“결혼하는 마당에 딴 남자 견제질이나 하고 있습니까?! 저 사람들 축하하러 온 거예요.”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라 들었다.”
“그게 결혼식에 온 남자들한테 시비 걸라는 뜻은 아닐 텐데요…….”
“식장에서 나온 후에도 최선을 다해 견제할 것이다.”
“아니, 아니…….”
“매력적인 비를 두었으니 어쩔 수 없지. 이것이 바로 왕관의 무게란 건가.”
“…….”
“물론 가장 중요한 아내 꼬시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만.”
이스칼리온이 제 탄탄한 대흉근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
유스릴은 흐린 눈으로 제 주군을 쳐다보다 조용히 물러났다.
그리고 신시아에게 속삭였다.
“전하의 권능 혹시 ‘질투’ 아닙니까?”
“예끼, 이 녀석! 저 두 눈에 깃든 신과 같은 기품과 위엄을 보고도 그런 소릴 하느냐?”
그때, 이스칼리온에게서 강렬한 기세가 발출되었다.
“감히 내 비를 쳐다봐?!”
그 모습을 본 신시아가 중얼거렸다.
“……신은 신인데, 질투의 화신일지도.”
“그건 진짜 두려운데요.”
유스릴이 바르르 떨었다.
그때, 옆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그렇게 집착하면 여자가 질릴 수 있어.”
“결혼한다고 이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바로 황제와 황태후였다.
이스칼리온이 어이없는 눈으로 황제와 황태후를 쳐다봤다.
“축하해주러 오신 거 아닙니까?”
“물론 축하해주러 왔지! 왜! 짐이 배 아픈 걸로 보이냐?!”
“축하한다! 어? 아주 축하해!!”
그 말을 왜 이렇게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한단 말인가.
파르르 떤 황제와 황태후가 속상해 죽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니케를 내 손주며느리로 삼았어야 했는데…….”
“며느리가 아니면 내 수양딸이라도…….”
이스칼리온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남자만 견제할 게 아니었군.’
총체적 난국이었다.
* * *
천장까지 닿은 높은 문 앞에 서서,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진정하려고 내쉰 건데, 숨이 떨리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더 긴장되었다.
나는 부케를 꼬옥 붙잡았다.
‘이 문이 열리면 진짜 이스칼리온과 결혼하는 거야.’
제국의 성혼식은 신랑과 신부가 반대 방향에서 마주 걸어와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의미였다.
또, 인생에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서로를 마주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랑 너무 달라…….’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임페라에타 홀은 아니었지만, 과거에도 결혼식장 문 앞에 선 적이 있는데.
‘회귀 전, 클레아스와의 결혼식 때.’
당시 가족들은 정말 못마땅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미카린이 그 옆에서 달래기 여념 없었고.
‘지금 생각하니 달랜 게 아니라 오히려 화를 부추긴 거였지.’
뿐만 아니라 미카린이 나서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바람에 정작 나는 축하 인사도 잘 듣지 못했다.
‘……차라리 잘됐어.’
그 결혼식에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들러리였을 뿐이니까.
그렇기에 지금 이스칼리온과 결혼하는 순간이야말로 내가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는, 진짜 ‘내 결혼식’이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환한 빛이 내 이마에 비쳐 들었다.
나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아…….’
수많은 사람들이 환히 웃으며 나와 이스칼리온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 안에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보였다.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고 있는 모습.
어찌 보면 마뜩잖은 표정이었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저 울음을 참고 있을 뿐이라는 걸.
눈이 마주치자, 나와 똑같은 세 쌍의 붉은 눈이 울컥 일렁였다.
그 모습에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코끝이 찡하니 시큰했다.
울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뜬 순간.
아버지가 미소 지었다.
제르노와 아카인이 웃었다.
붉어진 눈으로도, 아주 환하게.
그 누구보다 내 앞날을 축하하고 축복하듯이.
‘……왜, 날 울리는 거야.’
회귀 전, 내 불행은 결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결혼식 당일 밤, 신방에서 남편과 사촌의 불륜을 목격했다.
그 결혼식에는 나를 향해 눈물짓는 친구도, 손 아프도록 박수치며 환히 웃는 친구도…… 내가 행복한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나의 권능자들도 없었다.
모든 것이 이전과 달랐다.
내가 주인공인 것부터 시작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그리고 가장 다른 것은—’
나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한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
순간 숨이 막혔다.
샹들리에의 불빛을 받아 빛나는 매끄러운 머리카락.
넓은 어깨와 큰 키에 그림처럼 맞는 예복.
우뚝한 코와 완벽하게 깎아지른 턱선.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저 남자가 이제 내 남편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마주 걸어오던 우리는 한중간에서 만났다.
이스칼리온은 잠시 말없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비현실적이라.”
“……?”
이스칼리온이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어.”
“뭐야.”
“진짜야. 날개를 달고 있었잖아. 분명 봤다고.”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니 이스칼리온이 씩 웃었다.
“그렇게 보지 마. 당장 키스하고 싶으니까.”
“…….”
“결혼식에 아무도 초대하지 말 걸 그랬어. 이런 모습은 나만 봐야 하는데.”
나는 힐끔 주변을 훑었다.
근사한 이스칼리온의 모습에 다들 넋을 놓고 있었다.
“……진짜 그럴 걸 그랬나.”
“흐음?”
이스칼리온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러는 사이, 성혼식은 차근히 진행되고 있었다.
“두 분 전하께서는 평생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아끼며 살겠습니까?”
“네.”
이스칼리온이 너무 빨리 대답하는 바람에 잠시 웃음이 지나갔다.
이스칼리온은 뭐가 문제냐는 듯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맹세의 키스를.”
이스칼리온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와아아아아—!!”
그 순간.
“……?”
눈앞이 흔들렸다.
무수한 ♥가 내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다.
아까 내실에서 흐릿하게 보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축하합니다!
당신은 ♥♡된 사랑을 손에 넣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금지된 사랑을 손에 넣었다고……?’
무슨 소리야.
이스칼리온은 미혼에 조신해서 여자관계라곤 나밖에 없었다.
“니케?”
이스칼리온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이 얼굴을 봐. 무결 그 자체잖아.’
그러나 앞에 떠오른 글자는 그대로였다.
당신은 ♥♡된 사랑을 손에 넣었습니다!
아니, 그대로가 아니었다.
하트가 일렁거리며 벗겨지고 있었다.
당신은 ♥실된 사랑을 손에 넣었습니다!
조금씩, 드러난 글자는—
당신은 진실된 사랑을 손에 넣었습니다!
‘……진실된 사랑?’
‘금지된 사랑의 흥신소’가 아니라 ‘진실된 사랑의 흥신소’였어?!
흥신소는 항상 진실만 말씀드렸는걸요.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당황하고 있으니 이스칼리온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
“나랑 키스하면서 다른 생각 해?”
조금 심통 난 얼굴을 보니 픽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스칼리온의 뺨을 붙잡고 발꿈치를 들었다.
순순히 내게 다가온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환호성도, 휘파람 소리도 아득히 멀어졌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이스칼리온밖에 남지 않는다.
입술을 떼니 이스칼리온이 딱 나밖에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한 번 더 할까?”
“그건…… 여길 나가서.”
이스칼리온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내 짓궂은 웃음을 본 이스칼리온이 한숨을 쉬었다.
“유혹하지 좀 마. 그러지 않아도 그대는 내게 자극적이니까.”
“알았어, 여보.”
이스칼리온이 진짜로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로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웃으며 그와 함께 펼쳐진 길을 걸었다.
길고 긴 시간을 돌아 나는 정말로, 진실된 사랑을 손에 넣었다.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