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25)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25화(25/177)
한순간에 시선을 빼앗겼다.
델로시프 공자들과 클레아스를 매일 같이 보며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미카린, 자신마저도.
그런데 그때였다.
쏟아지는 시선의 한가운데에서 의문의 미남자에게 다가가는 여자가 보였다.
‘……니케아르샤?’
굳어져 있는 미카린에게 페리클이 물었다.
“네 손님이 아니라 델로시프 대공녀의 손님이었어?”
“아, 그게…….”
미카린은 어색한 표정이었다.
‘뭐야, 니케아르샤에게 내가 모르는 지인이 있었다고?’
이렇게 되면 모든 귀족들의 눈과 귀가 니케아르샤에게 향할 것이다.
오늘 클레아스와 루크반에게 둘러싸여 인맥을 과시해야 할 자신이 아니라……!
미카린의 목적은 이번 관심을 기회 삼아, 중앙 사교계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언니?’
왜 자꾸 방해를 하느냔 말야!
* * *
나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한 곳만 보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정말로 언제 어느 때든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동맹의 증표네요. ……전하.”
그래, 이 남자는 아켈로스 대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켈로스 대공의 ‘진짜 몸’.
이전까지의 대공은 저주 때문에 움직일 수 없어서 유스릴의 몸을 빌려 쓴 것이다.
“영애는 예상이 어려운 사람이군.”
“제가요? 왜요?”
“내 눈을 보면 알아보리라 생각하긴 했어. 하지만 멀리서 외모만 보고 알아볼 줄은 몰랐거든.”
대공은 내게 진짜 몸을 보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멀리서 알아보긴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난 회귀 전에 이미 이 얼굴을 보았다.
“예상을 못 한 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무엇을?”
회귀 전엔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얼굴을 보았다.
희미하게 볼 때도 잘생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잘생긴 수준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
회귀 같은 말은 하면, 미친 줄 알고 동맹을 파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웃으며, 말을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정말 눈으로 알아볼 수 있었겠어요. 호수처럼 맑고 예쁜 눈이라.”
“…….”
“왜요?”
“……<전혼>의 약점이야. 혼을 뒤바꾸면 육체에 무엇 하나는 표식으로 남지. 내 경우엔 눈이었고.”
유스릴은 짙은 남색의 눈.
대공은 맑고 푸른 청색.
같은 계열이니, 자세히 보지 않는 한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눈이라 다행이었네요. 그런데 이런 곳에 막 와도 괜찮아요?”
의문의 미남자가 등장했다고 한동안 시끄러울 텐데.
소문에 눈 벌건 몇몇은 정체를 추적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동맹의 증표가 필요하던 건 영애 아니었나.”
“이렇게까지 엄청난 증표일 줄은 몰랐다구요.”
내가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미미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웃은 건가?’
나는 미간을 좁히고 물어봤다.
“그런 표정 말이에요. 곤란하지 않으세요?”
대공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건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제 하녀의 말이 본인이 말도 안 되게 아름답다면 결코 웃어선 안 된다고 하더군요.”
“……왜?”
“상대가 반해버리니까. 그걸 알면서도 웃는 사람은 유죄라, 동서남북 사방에서 고백 공격을 받는대요.”
매일 같이 앨리스가 염불 외듯 하는 말이었다.
나는 양손을 가볍게 들고 활짝 웃었다.
“그치만 저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는 결코, 절대, 죽어도 넘어갈 일은 없거든요.”
어때, 일하기 딱 좋은 상대지?
그런 의미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는데, 대공은 묘한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영애와 대화할 땐 종종 머리가 아파.”
“그래요? 혹시 저주 때문일지도 모르니까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말로 머리가 아프군.”
대공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증표는 잘 받았어요.”
그러니 더 시선이 집중되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라고 할 참이었다.
“언니!”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분은 누구세요?”
미카린이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아주 무해해 보이는 표정.
미카린이 이 표정을 지을 때면 누구라도 귀여워하곤 했다.
“친구분? 세상에, 기뻐라. 언니의 친구라면 꼭 인사드리고 싶어요.”
미카린이 오니, 다른 사람도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델로시프 대공녀의 대화를 방해할 수 없었는데, 미카린으로 인해 틈이 생긴 것이다.
미카린은 “세상에…!” 하며 작은 양손으로 발그레한 뺨을 가렸다.
“이제까지 제가 모르는 언니 지인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뵙게 되다니 너무나 기뻐서…!”
미카린의 화법을 알고 나서, 몇 번이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다정하게 ‘친구가 적은 니케아르샤 델로시프’를 강조하다니.
다른 사람 눈엔 마냥 천사표로 보일 거다.
“오라버니들도 아실까요? 네, 언니? 소개하셨어요?”
이건 이 남자가 오라버니들에게 소개할 만한 신분이냔 뜻이었다.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와 대공을 쳐다봤다.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 죽겠나 보다.
‘귀찮아졌네. 어서 대공을 빼돌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정체를 들킬지도 모른다.
“네? 아이, 언니 말씀 주셔요. 전 너무 궁금해서…!”
“미카린, 이게 무슨 무례야?”
“네?”
미카린의 눈이 커다래졌다.
“인사도 없이 신상부터 캐내는 게 얼마나 예의 없는 짓인지 모르는 거니?”
“아,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죄송해요, 언니. 언니께 새로운 친구분이 생겼단 사실에 흥분해서 지나쳤나 봐요…….”
클레아스가 언제나 말하던 ‘미카린의 사슴 같은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앙 물고, 에헤헤 어색하게 웃는 것이 더욱 가련해 보이게 만들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졌다.
“정말, 정말로 드릴 말씀이…… 우으…….”
미카린이 기어이 훌쩍이기 시작하던 찰나.
“그만하시죠. 텔시 영애가 지나치게 굴었다고 해도, 거기에 대공녀님의 탓이 없는 건 아니잖습니까.”
정의감에 취한 공자 하나가 인상을 쓰며 나섰다.
그러자 다른 몇몇도 미카린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워낙 평판이 안 좋았던 만큼,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겠지요. 텔시 영애가 대공녀님을 친자매보다 더 위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있습니까.”
“무엇보다 대체 그분은 누구의 초대로 오신 겁니까?”
“화원 파티에 올 수 있는 건 화원을 개방하는 가문들의 초대를 받은 분들뿐일 텐데요.”
“아무리 델로시프 대공녀님이라도 초대할 권한은 없습니다.”
젊은 귀족들이 모이는 화원 파티는 일종의 맞선 파티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가 등장한 거다.
레이디들의 시선을 전부 빼앗겨서 말도 걸지 못하던 오징어…… 아니, 다소 부족한 외모의 영식들이 내심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대공을 쫓아내고 싶어 하는 게 빤히 보였다.
“아, 저어, 저기, 그러지들 마셔요……. 언니는, 언니는 그저 제게 따끔한 충고를 한 것이고…… 어, 어쩌지.”
미카린이 어쩔 줄 모르는 사슴 같은 표정으로 동동거렸다.
말리려는 것으로 보였으나, 사실 추임새 역할이었다.
영식들은 겁먹은 사슴 같은 미카린을 위해 더 목소리를 높였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대공이 입을 열었다.
“군중 속에 숨어서 떠드는 말 따윈 듣지 않는다. 할 말이 있거든 내 앞에 나서서 이름을 대라.”
그러자 가장 흥분했던 꼴뚜기…… 아니, 여드름이 가득한 영식이 소리쳤다.
“이름을 대라면 뭐 두려워할 줄 알고? 에스톤 리오 팰른 기사단장을 시조로 300년 역사를 가진 팰른 자작가의 브랜든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대공에게 쏠렸다.
난 대공을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렇게 되면 대공도 이름을 밝혀야 할 텐데……!”
“요새는 소개에 가문의 시조까지 넣는 게 유행인가.”
“왜, 그쪽은 누구나 아는 시조 따윈 없어서 불편한가?”
꼴뚜기가 흥, 코웃음 치자 대공은 “뭐, 좋아.” 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리스토칼란 아켈로스 태황제를 시조로 건국기부터 이어진 아켈로스 대공가의 이스칼리온.”
“뭐?”
순간, 모든 소음이 무언가에 집어삼켜진 듯 고요해졌다.
아켈로스 대공은 인상을 찌푸리며 날 쳐다봤다.
“왜 소개를 이렇게까지 구구절절해야 하는 거지?”
갑자기 왜 정체를 밝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는 한 열심히 대답해 줬다.
“저 꼴뚜기 씨……가 아니라, 저분은 그렇게 소개해야 사람들이 가문을 기억해 줄 테니까요. 하지만 전하께선 한마디면 되셨어요…….”
이스칼리온은 오랫동안 숨어 지냈다.
사교계도 유스릴을 통해 나왔을 테고.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혼을 바꾸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 사교계의 유행을 잘 모를 만도 했다. 뭐, 꼴뚜기의 소개는 유행 같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
“네. 아켈로스. 한마디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이스칼리온이 꼴뚜기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소개했다.
“아켈로스다.”
“……!”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그의 입으로 직접 소개 받은 사람들은 기겁했다.
감히 소리조차 못 칠 정도로.
“아, 아니, 그럴 리가! 거, 거짓말! 아, 아켈로스 대공 전하를 멀리서 뵌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던 꼴뚜기가 꽥 소리쳤다.
‘그러게. 유스릴 모습이었던 건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전하.”
또 하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복을 입은 유스릴을 선두로, 그와 비슷한 제복을 입은 두 명이 화원으로 들어온 것이다.
유스릴의 등 뒤에서 아켈로스 대공가의 문양이 새겨진 망토가 휘날렸다.
“아, 아켈로스 대공 전하신데…… 왜 부관의 견장을…… 어?”
평소와 달리 한쪽 머리를 넘긴 유스릴이 대공 앞에 무릎을 굽혔다.
“아켈로스의 가솔 일동, 전하의 귀환에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수고했다, 유스릴.”
유스릴이 고개를 깊이 숙인 후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유스릴은 남몰래 윙크했다.
‘아하.’
이제 완전히 바꿀 셈이구나.
그래서 동맹의 표식으로 직접 나선 거야.
그러면 정체를 드러낼 퍼포먼스에 내 대공녀 지위를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
전에는 유스릴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달라져서 방침도 달라진 모양이다.
“손해만 보진 않으시는군요?”
내가 말하자, 이스칼리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제야 소음이 돌아왔다.
“그럼 저, 정말 대공?”
“아, 아켈로스 대공과 델로시프 대공녀가 어떻게 아는 사이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허둥거리던 사람들이 곧장 무릎을 굽혔다.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우렁차게 외치면서.
그중 무릎을 굽히지 않은 것은 나와 유스릴을 비롯한 대공가의 부관들, 그리고…….
“……대공……?”
미카린뿐이었다.
“언니가 어떻게, 어떻게 대공 전하와 아는 거야?”
미카린이 나를 붙들며 물었다.
그때, 내 앞으로 이스칼리온이 손을 내밀었다.
“갈까, 친구?”
“좋아요. ……친구.”
이 동맹인, 재치가 마음에 드는데?
* * *
니케아르샤와 이스칼리온이 자리를 벗어난 후에도 화원은 시끄러웠다.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이 멍청이! 아버지가 아시면 난 죽었다!”
“세상에, 대공 전하를 눈 앞에서 뵙다니요. 꿈은 아니지요? 그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남자가 정말로 대공 전하인 건가요?”
화원이 터져나갈 듯 소란스러웠다.
흥분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
기회를 놓쳤다고 분해하는 사람.
그리고…….
“저 오징어들 좀 봐. 바싹 마른오징어가 되었네. 가여워라.”
셀레나의 친구로, 니케아르샤가 청초한 매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던 그녀의 말이었다.
사람들은 새카만 얼굴로, 뺨이 홀쭉한 오징어단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렵기도 하겠지요.”
“어쩌나, 당당히 이름을 밝히신 분은. 누구셨더라. 패, 패, 뭐라시지 않았나요?”
하지만 안색이 나쁜 건 꼭 그들만은 아니었다.
막 시끄러운 화원으로 들어오던 루크반과 클레아스가 미카린을 쳐다봤다.
루크반이 물었다.
“뭐야, 표정이 왜 이래? 누가 괴롭히기라도 했어?”
“…….”
“미카린?”
“……죄송해요. 몸이 안 좋아서.”
그렇게 말한 미카린은 빠른 걸음으로 화원을 빠져나갔다.
루크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클레아스를 쳐다봤다.
“꼭 좀 와달라고 울먹거리더니 왜 저러는 거야? 잠깐, 거기 너. 화원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아, 그게…….”
“우물쭈물거리는 건 딱 질색이니까 빨리 말해.”
“델로시프 대공녀의 손님이 화원에 오셨는데, 몇몇 분들이 그 손님께 실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손님께서 아켈로스 대공이셔서…….”
“뭐?”
아켈로스 대공?
루크반마저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클레아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번에도 그자와 니케가 얽혔어?’
“아켈로스 대공이 화원 파티 같은 데는 무슨 일이래. 안 그러냐, 클—.”
루크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클레아스는 빠르게 화원을 나섰다.
먼저 나간 미카린을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인적 드문 곳에서 미카린의 뒷모습이 보였다.
탕!
미카린을 신경질적으로 끌어당긴 클레아스가 거칠게 벽을 내리쳤다.
“뭐야. 이번엔 또 무슨 일인 거야! 대공에게 실수했다는 몇 놈 중 하나가 미카린 너야? 니케와 대공은 왜 또 얽힌 거고!”
“……뭐가 더 궁금한데요?”
“뭐?”
“내 실수가 궁금한 거냐고, 니케아르샤와 대공이 궁금한 거냐고.”
그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카린이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새순 같던 연두색 눈동자가 검게 일렁였다.
“언니가 더 궁금한가요?”
미카린이 눈에 바짝 힘을 주고 클레아스를 노려봤다.
클레아스가 짓씹듯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해요—!”
미카린이 언성을 높였다.
“내게 화를 내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언니에게 내는 거라면……!”
용납할 수 없다.
그건 질투니까.
클레아스의 얼굴이 완전히 구겨졌다.
“대체 왜 이래. 평소답지 않게!”
“평소……. 그래요, 이건 평소답지 않아.”
니케아르샤가 이상했다.
자꾸만 거슬리게 굴더니, 번번이 계획을 망친다.
열심히 쌓아온 다정한 관계들이 니케아르샤로 인해 자꾸만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는 점점 행복해지잖아…….’
클레아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정신 사나운데 더하지 말고 상황이나 설명해. 대공과 니케는 어떻게 된 거고, 네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실수는 없었어요. 언제나처럼 언니를 위해 나섰을 뿐이죠.”
“그런데 어째서 네 표정이—.”
미카린은 양손으로 클레아스의 얼굴을 잡았다.
“있죠, 클레아스. 대공이 신경 쓰이나요?”
“그건…….”
“내가 없애줄까요?”
미카린이 클레아스의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원한다면 가장 잔인하고 악독한 방법으로. 미카린은 당신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어요.”
“…….”
“조사해 줘요. 대공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디서 만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단둘이 대화할 자리가 생길지. 모두.”
“…….”
“그럼 그자의 잔에 독을 넣는 건 내가 할 테니.”
클레아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가 미카린의 어깨에 턱을 괴곤 말했다.
매우 누그러진 말투로.
“니케가 궁금했던 건 아니야. 대공과 자꾸 얽히니 신경 쓰였을 뿐. 남자의 자존심 문제였어.”
“네.”
“그자에겐 사람을 붙이지. 곧 정보를 알아낼 테니 기다리고 있어. 가지고 싶다던 드레스라도 구매하면서.”
“사랑해요, 클레아스.”
미카린이 클레아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래, 당신 힘으로 빠르게 알아내 줘.’
그래야 대공을 단순히 니케아르샤에게서 떼어낼지, 내가 가질지 정할 수 있으니까.
미카린과 클레아스의 입술이 겹쳤다.
서로의 입술을 정신없이 탐하는 두 사람은 몰랐다.
벽 뒤에 숨어 지켜보는 시선을.
미카린과 클레아스의 질척한 입맞춤을 훔쳐보던 사람이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