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28)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28화(28/177)
‘뭔진 모르겠지만, X이득인데?’
블루윈과 브라운을 둘 다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이 저주는 ‘압력형’이었다.
지금 저 둘은 엄청난 중력에 찌그러지는 느낌일 거다.
블루윈은 피가 몰려서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맞아, 이게 무슨 짓이니? 마탑 소속의 마법사가 마약굴 같은 데나 드나들고.”
내가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며 말하자, 블루윈은 그 와중에도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레널드는 방 곳곳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뭔가를 잡고는 내게 말했다.
“중화향입니다.”
“밖에 있는 마약향과 함께 챙겨.”
그러자 삽시간에 블루윈의 눈빛이 달라졌다.
“뭘, 하려는… 거야! 차라리 어서 죽여!”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하니? 나는 사람을 불구로 만들긴 해도, 살인은 안 해!”
“사람, 놀… 윽, 려?!”
“난 그냥 중화향과 마약향을 마탑에 가지고 갈 거야. 그리고 중앙원의 마법사들과 마탑주에게 보여줄 거지.”
“……!”
“……!”
블루윈과 브라운의 눈이 커다래졌다.
죄지은 놈들이 뭘 놀라고 그래.
난 생긋 웃었다.
“마탑주는 정제식을 조사할 테고, 범인이 너희란 건 금방 밝혀질 거야.”
레널드가 음,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런, 안됐군요. 죽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한 번에 죽으면 차라리 다행이지. 실험체가 되거나,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알아내려고 고문을 시작하면…….”
“끔찍하겠죠. 안타깝습니다…….”
나와 레널드가 딱한 표정을 짓자, 블루윈과 브라운은 잔뜩 굳어졌다.
특히 브라운은 덜덜덜 떨기까지 했다.
“아, 아가씨! 제, 제가 어떻게 하면, 윽, 됩니까! 뭐든 말씀드릴 테니 제발……!”
“브라운! 그런다고 이 여자가, 큭, 정말로 우리를 그냥 둔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마탑, 윽, 의 죄인들은 실험체 형을… 끄으, 받기도 하잖아! 형이 마탑주를, 몰라서, 그래!”
‘으응, 실험 광인 같아 보이긴 했어.’
브라운은 마탑주의 최측근 연구원.
실험체가 되면 얼마나 괴로울지도 잘 알겠지.
“이 멍청아! 인권법, 윽, 때문에, 법의 기준을, 넘는, 인체 실험은, 금지되어 있… 어!”
“기준 안에선 뭐든 하는 놈이라고! 형은 드레스와 레이스 헤어밴드, 망사 스타킹을 신고, 토끼 인형을 안은 채 거리를 걷고 싶어?!”
응?
“수치심과 마력의 상관관계의 예시가 되고 싶냔 말야!”
“…….”
“그 미친 새X는 첫사랑이 오는 동창회도 보낼 거라고! 어흐흐흑!”
저주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 하더니, 울분을 쏟아낼 땐 멀쩡했다.
‘얼마나 쌓였던 거야……?’
브라운의 말에 블루윈의 얼굴은 딱딱해졌다.
레널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지 “동창회까지는 심하군……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운이 나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시키는 건 다 할 테니까 패 죽이든, 뭐든 영애께서 하십쇼! 마탑주에게만은 넘기지 말아달라고요! 허어어어엉!!”
그렇게 무서운데 배신은 왜 했대?
* * *
그들의 사연은 이랬다.
“블루윈과 브라운, 너희는 형제라고?”
“예. 가난한 시골 농가의 2남과 3남입니다. 밑으로는 남동생만 15명이 있죠. 아니, 저는 말입니다. 가끔 부모님이 사실은 토끼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어요. 토끼도 한 번에 이만한 애들은 못 낳았— 웁! 웁!”
블루윈은 열정적으로 말하는 동생의 입을 발끝으로 막아버렸다.
손목, 발목을 죄다 묵어 놨기 때문이었다. 혹시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안 되니까.
어쨌든 입을 막아줘서 다행이다.
‘고조할아버지 시절부터 시작된 브라운 집안의 슬픈 역사를 다시 들을 뻔했어.’
블루윈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린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그래서 아카데미에 지원한 겁니다.”
“오히려 학비가 어마어마할 텐데?”
“성적 우수자 장학금을 노렸죠. 평민은 손에 넣을 수 없는 금액이 나오니까.”
이게 이 형제의 대단한 점이었다.
장학금을 못 받을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둘 다 천재이긴 해.’
“음, 그렇게 장학금을 받으면 집에 돈을 보낼 수 있었겠구나.”
그러자 브라운이 눈을 부릅떴다.
“집이요? 절대 안 되죠! 보내는 족족 큰형이 가져가서 별 거지 같은 사업자금으로 쓸 텐데!”
“그러면?”
“모았어요. 죽어라. 어차피 졸업해도 연줄 없는 저와 형은 제대로 된 곳에 취직이 힘들잖아요. 그런데…… 그 찢어 죽일 새끼가……!”
브라운의 눈에 광기가 돌았다.
“큰형, 그 미친놈이 지주의 아내와 도망을 친 겁니다!”
“…….”
“당연히 지주는 길길이 날뛰었죠! 위자료로 얼마나 뜯겼는지 몰라요. 소작료도 두 배나 올랐다구요! 망할 놈의 불륜충……. 블루윈 형도 그래서 바람을 아주 혐오합니다!”
블루윈과 브라운의 눈이 이글이글했다.
“미친 새X…… 잡히면 뒤졌어…….”
“19살 연상의 지주 아내와 도망쳐서 가족들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개새…….”
아, 정말로 불륜충은 인류의 해악이로다.
나는 형제의 마음을 깊게 이해했다.
“그래서 약쟁이가 된 얘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약쟁이라뇨! 저희는 약을 팔긴 해도, 먹진 않아요! ‘만들게 된 얘기’라고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쇼!”
만드는 게 더 나쁜 거 아니야?
내가 경멸하는 눈빛을 하니, 브라운의 형인 블루윈이 “저 멍청한 새X….” 하고 중얼거렸다.
“넌 제발 닥쳐. 네가 입을 열면 얘기만 더 길어지니.”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래! 형이 그때 오르센 공자가 내민 손을 잡지만 않았어도, 우린 그저 불륜충을 장남으로 둔 가난한 17형제일 뿐이었다고!”
“그럼 어떡해. 가진 돈을 다 털어도 지주가 부른 위자료 금액엔 턱도 없는데!”
“그래서 그 자식한테 돈도 받고, 이따위 저주까지 받았냐? 내가 형 때문에……!”
“클레아스 오르센에게 찾아와서 ‘정보원은 제가 더 잘할 겁니다. 형은 성격이 음식물 쓰레기보다 못해서 금세 쫓겨날 거예요’하고 말한 놈이 누군데!”
“나야말로 어떡해, 그럼! 형이 다 죽어가는데!”
“아니, 이 자식이 그래도 잘했다고! 내가 언제 너더러 같이 죽어달랬어?! 나는 그냥 너희만 잘살았으면…… 그럼…….”
“형은 왜 항상 그렇게…… 혀엉……!”
“아우야……!”
‘……뭐야, 이것들.’
왜 갑자기 의좋은 형제가 됐어?
난 묶여 있지만 않으면 거의 끌어안을 기세인 형제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너희 가족 살자고, 사회를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지?”
“이 슬픈 사연을 어떻게 그렇게…….”
브라운이 마치 나를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 보듯 쳐다봤다.
“아브라키타 트랩 다비아.”
“크학!”
“크흐흑!”
난 저주의 제어구를 읊으며 몸을 일으켰다.
“슬픈 사연이 있다고 너희가 범법자인 게 달라지진 않거든?”
브라운과 블루윈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트랩 킵텔 다비아.” 하고 고통을 없애는 제어구를 읊었다.
“그렇지만, 너희가 클레아스에게 충섬심은 개뿔도 없다는 건 알겠어.”
브라운이 고통으로 끙끙거리며 말했다.
“그, 그래서 우리를 잡은 겁니까? 사랑하는 약혼자에게 충성하지 않아서?”
나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무슨 소리! 아주 좋아!”
“……예?”
“원래는 너희를 잡아서 클레아스의 악행 증인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말야. 충성심이 조금도 없다니까 다른 방향으로 쓰고 싶어졌어.”
블루윈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노려봤다.
나는 형제 앞에 쪼그려 앉아 양손으로 턱을 받쳤다.
“너희 내 것이 되지 않을래?”
블루윈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왜. 어차피 클레아스 오르센처럼 우릴 소모품으로 쓰다 버릴 텐데.”
“혀, 형…….”
“마탑에 고발을 하든, 클레아스 오르센에게 협박거리로 쓰든 마음대로 해. 널 따를 마음은 없으니까. 아무리 괴로워도 결국 끝은 있겠지.”
나는 쿡쿡 웃었다.
그러자 블루윈이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 웃기단 거야!”
“클레아스가 너희 형제는 꽤 인간적으로 대해줬구나?”
“어떤 인간이 저주로 제어당하며 살아? 헛소리하지 말고 넘길 거면 어서—”
“고작 이 정도 저주잖아. 키메라가 된 것도 아니고, 죽기 직전까지 마력과 피를 빨렸던 것도 아니고, 정든 강아지를 내 손으로 죽이지 않으면 피부를 벗겨버리겠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
“왜? 실험당하면 드레스만 입게 될 것 같아? 첫사랑이 있는 동창회에 토끼인형을 안고 나가는 게 최고로 불행한 일인 것 같나?”
“……마치 경험해 보기라도 한 말투군.”
“글쎄.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너희가 클레아스의 약점이 된다면 클레아스는 내가 말한 예시를 너희에게 적용할 거란 거야.”
“…….”
“너희 경우엔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라, 형제일 수도 있겠고.”
‘나 때는 형제로 협박할 수 없어서 동물을 택했을 뿐이니까.’
브라운과 블루윈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그러니까~!”
순간, 분위기가 반전될 만큼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널드였다.
내 옆으로 다가온 그는 내 얼굴 밑에 손바닥을 대고 말했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산지…… 가 아니라 고향은 델로시프 대공령으로, 대공가의 적자로서 12세부터 하벨록을 관할하는 영주가 된 몸!”
“…….”
“그뿐만인 줄 아시면 오산입니다. ‘미친 망나니’라는 오명에 숨겨져 있지만, 계략……획에 능하며 재산과 인맥, 권력을 기반으로 한 실행력까지 있는 분이십니다!”
“…….”
“특징인 로사백금 같은 머리카락과 1등급 루비보다 고아하게 빛나는 이 적안! 그 어떤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하여도 결코 가릴 수 없는 이 완벽한 미모! 지금 계약하시면, 이 미모를 한 달…… 아니, 필요에 따라 2주에 한 번은 볼 수 있습지요!”
“…….”
“또한! 대공녀께선 불륜충 조지기학의 권위자로서 이미 불륜충을 여럿 조진 바 있는 프로로, 향후 큰형님을 조질 때 아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입니다.”
“…….”
“여러 공급자들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공세로 저평가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세간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분으로, 향후 다시 보기 힘든 가치 폭등이 예정된……!”
‘누가 상재 B급 아니랄까 봐.’
기가 막힌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용만 솔깃할 뿐 아니라, 신뢰가 가는 어조였다.
장점인 부분에선 슬쩍 목소리를 키우고, 약점 부분은 어물쩍 말을 흘려 혼란시키기까지 했다.
브라운은 이제 “사, 사야 되나?” 하고 중얼거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동생보다 이성적인 블루윈도 멍하게 얘기를 듣다가 흠칫했다.
“이, 일단 우리를 가지고 뭘 할 지나 들어봐야겠어!”
“‘가지고’가 아니라 ‘데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키자, 블루윈과 브라운이 멍하니 나를 올려다봤다.
“왜? 맞잖아. 너희는 물건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니, 레널드가 빙그레 웃었다.
“가장 큰 장점은 이런 면입니다.”
블루윈은 한동안 날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픽 웃었다.
“거기 장사꾼. 그래서 이 주인은 얼마면 매수가 가능하지?”
“첫 거래로 대출혈 서비스입니다. 두 분 형제의 인생으로 하지요.”
‘대출혈 서비스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사기에도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레널드를 미심쩍게 쳐다보던 그때.
형제가 소리쳤다.
“사, 삽니다!”
“사겠다.”
레널드는 나를 향해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형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니케아르샤 델로시프야.”
“블루윈 원스입니다.”
“브, 브라운 원스입니다! 마탑주나 클레아스 오르센 같은 쓰레기만 모시다가, 이런 좋은 상사의 밑에 들어가게 되어 아주! 영광입니다.”
그렇게 난 클레아스에게서 일등 마법사들을 빼앗았다.
그것도 두 명이나.
‘이제 인생까지 빼앗아 줄게, 클레아스.’
* * *
이튿날, 저택.
외출 준비를 하고 나오는데, 레널드가 도착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그런데 어디 가시나 봅니다.”
“밖에 나갈 예정이 있어서. 그보다 무슨 일이야?”
“원하신 정보를 정리해 왔습니다.”
‘형제들의 얘기구나.’
난 하녀들을 물리고, 레널드와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소파에 앉자마자 레널드는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젯밤에 형제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많이.”
방금 소리 없이 욕한 거 같은데?
게다가 눈 밑이 까맸다.
“혹시 브라운이 또 고조할아버지 얘기부터 시작했어?”
“현조할아버님 이야기부터였습니다.”
“……고생했네.”
형제를 레널드에게 맡기길 잘했다.
어제 저택으로 못 돌아올 뻔했어.
“난 현조 할아버지 얘기는 됐으니까, 요점만 말해줘.”
“형제도 형제가 무슨 이유로 마약을 만들었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돈 때문이 아니었어?”
“예. 블루윈의 말에 의하면 원재료가 워낙 고가라 오히려 적자였다더군요.”
“그럼 왜…….”
나는 갸웃하며 레널드가 내민 보고서를 들었다.
“손님 명단이 있네. 뭐야, 생각보다 유명인들이잖아.”
“글쎄요? 몇몇은 유명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자들입니다.”
나는 명단에 집중한 채로 중얼거렸다.
“아니, 모두 유명해. ……미래엔 더 유명해질 테고.”
레널드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손님 명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 모두 ‘예비 권능자’들이야!”
“예? 제국인이라면 모두 권능자 감정을 받긴 하지요. 하지만 명단까지는 돌지 않을 텐데요. 유독 뛰어난 자라면 소문이 나긴 하지만…….”
레널드는 약쟁이 명단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다 “아!” 했다.
“명단을 빼돌린 거군요.”
“그래.”
난 굳은 얼굴로 말했다.
“클레아스는 예정자들을 약에 빠지게 만들고 있는 거야.”
“대체 왜요? 권능을 이용하려면 멀쩡한 정신인 쪽이 나을 텐데요.”
“게다가 이 일이 알려지면 모든 권능자가 클레아스에게 등을 돌리겠지.”
클레아스는 비열하고 더러운 불륜충이지만, 그런 위험을 질 만큼 바보는 아니다.
“형제는 모른다고 하고, 약쟁이들은…… 모르니까 약을 계속하는 거겠지. 그러면…….”
“예, 남은 사람은 하나입니다.”
“율리시즈.”
율리시즈는 약쟁이는 아니지만, 펍 문지기의 환대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형제처럼 약을 만들어 파는 동료도 아니었다.
‘뭔가 알고 있을 거야.’
“찾아가 봐야겠어. 율리시즈라면—.”
그때였다.
“율리시즈라면?”
문가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레널드는 동시에 얼굴을 굳혔다.
문간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클레아스.”
클레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