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41)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41화(41/177)
“음, 수제 사탕이 괜찮은걸. 이 가게는 나도 들어본 것 같아.”
나는 리스트를 체크하는 척 글을 적었다.
[위험도는?]“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맛만큼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곳이라—.”
[브라운이 만들어 준 마도구 탐지기에 신호가 걸렸습니다.]감시하는 놈들이 마도구를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곤란하네.’
오늘은 블루윈과 브라운을 만날 예정이었던 터라, 기사들을 대동하지 않았다.
마탑 마법사와 관계가 있는 걸 들키면 안 되니까.
“사탕집을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블루윈, 브라운 형제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가깝습니다.]“직접 보고 결정할래.”
[거기로 튀자.]나와 레널드가 슥, 시선을 교환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널드가 냅다 테라스의 담을 넘었다.
그리고 그대로 꽃집 앞의 남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사실 난 어린이 무예단 출신이다—!”
허잇!
레널드가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는 포즈를 취하자, 골목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 새끼 뭐야!”
“대공녀가 안 보이잖아, 젠장!”
레널드가 몸으로 날 가린 순간, 나는 재빨리 가게에서 나섰다. 그리고 호출용 마도구를 눌렀다.
블루윈과 브라운 형제를 부르기 위해서였는데…….
‘뭐야, 왜 답이 없지?’
두 사람이 있는 곳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골목으로 들어왔다.
형제가 답이 없을 줄 알았으면 오히려 사람 많은 곳으로 갔을 텐데!
“골목이다!”
“아, 이 새끼 이거 징그럽게 안 떨어지네—!”
남자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일단 뛰는 수밖에!’
나는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자.
하지만 드레스 차림에 구두까지 신은 난 추적꾼을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다.
“저기다!”
“아, 이 자식 정말 끈덕지잖아! 안 놔, 이거?!”
마구 달리다 보니 막다른 곳까지 다다랐다.
추적꾼은 바로 등 뒤까지 달라붙은 상태.
‘잡히겠어……!’
추적꾼의 손이 바짝 다가왔다.
그 순간.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내 등 뒤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베레모의 추적꾼이 날 지나쳐 눈 앞에 있는 벽에 꽂혀버린 것이다!
난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인 것은…….
“무사하십니까, 영애!”
다른 한 놈의 추적꾼의 목을 잡아서 제압하고 있는유스릴.
그리고.
“추적이 붙었을 땐 인적 드문 곳은 위험하다고 학술원에서 안 가르쳤나.”
“전하…….”
—이스칼리온이었다.
이스칼리온의 뒤에서 누군가 뿅, 얼굴을 내밀었다.
“괜찮으세요?”
브라운이 헤헤 웃었다.
* * *
나는 대공,유스릴, 브라운, 그리고 눈에 시퍼런 멍을 단 레널드와 함께 이동했다.
대공과 늘 만나는 살롱 건물의 숨겨진 층이었다.
브라운이 레널드의 눈을 살펴줬다.
“멍든 것 외에 문제는 없는 듯합니다. 멍든 부위엔 치료 마법을 걸어놨으니 내일이면 빠질 테고요.”
“다행이네. 상인이 멍 달고 다니면 좋을 게 없는데.”
맞고 다니는 사람인 줄 알면 거래처에서 이상하게 볼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대공이 미간을 좁혔다.
“상인?”
“아, 네. 제 보좌인데 지금은 상단을 꾸리고 있어요.”
“무예를 전혀 배우지 않은 부관과 단둘이 다녔다고?”
대공은 아주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블루윈과 브라운을 만나기로 해서 델로시프의 호위는 대동하지 않았어요.”
“일일 호위라도 받았어야 해.”
“델로시프의 호위가 아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대공녀가 가문에 들키면 안 되는 일을 한다구요.”
“남들 시선이 목숨보다 중요한가?”
“그건 아니지만…… 화나셨어요?”
“위기감이 너무 부족해. 영애의 신분이라면 호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야.”
“레널드가 있었고—.”
“무예를 일절 모르면서 주인을 끌고 다니는 부관을 잘도 믿는군.”
“레널드는 훌륭한 부관이에요.”
“주인을 위험에 노출시킨 부관의 어디가 훌륭하단 거야.”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대공의 표정도 싸늘했다.
브라운과유스릴은 우리의 눈치를 보았다.
레널드만이 “훌륭한 부관…….” 하며 감동을 받아서 울망울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부관과 둘이 움직이고 싶다면 적어도유스릴정도의 무예는 되는 부관을 들여.”
“강해야만 좋은 부관은 아니에요. 그리고 전 전하께서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어요.”
“걱정이 되니까!”
대공이 소리쳐서 나는 움찔했다.
“긴급 신호가 왔다는 브라운의 말에 어떻게 거기 갔는지 기억이 안 나.”
“그…….”
“정신 차려 보니까 널 쫓던 놈을 벽에 처박은 후였다고.”
“…….”
“왜 그렇게 보지? 내가 널 걱정하는 게 이상해?”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런 말 처음 들어보는 거 같아서.”
“뭐?”
“너무너무 걱정이 돼서 화가 난다. 그런 말이요. 들어본 적 없거든요.”
“…….”
대공이 움찔했다.
주변에서 음흉하게 “어머 어머.” 하고 콧김을 내뿜던 브라운과유스릴을 발견하고서.
그때까지 서 있던 대공이 미간을 좁히며 소파에 앉았다.
“‘너무너무’까지는 아니야.”
그럼 ‘걱정돼서 화를 낸다’까지는 맞는 건가.
내가 빤히 대공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의 얼굴이 노을에 물들어 있었다.
그때, 레널드가 말했다.
“두 분 대화가 끝나셨으면 이제 인사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가 끄덕이자, 레널드가 대공에게 고개를 숙였다.
“레널드 파비안입니다. 전하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가씨의 ‘과거’를 알고 계신다고 들었기에 주제넘으나,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였지요.”
내가 회귀한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또한 허락하신다면 전하의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오해를 했단 말이냐.”
대공의 말에 레널드가 테이블에 작은 마도구를 내려놓았다.
영상석이었다.
“녹화된 영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지정한 곳의 영상을 송출하는 영상석입니다. 브라운의 작품이지요.”
레널드가 버튼을 누르자, 허공 위로 영상이 떠올랐다.
그것을 본유스릴이 헛웃음을 흘렸다.
“웬 기척인가 했더니.”
철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무장한 사내들이 이 살롱 건물을 에워싸고 있었다.
레널드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암행 전문 용병단 ‘헥사곤’입니다. 1등급은 아니나, 가고일 무리를 토벌한 경험이 있는 자들로 22명의 용병 중 7명이 권능자로 이루어져 있지요.”
“너와 계약한 건가?”
“예. 열흘 전 계약한 이후로 아가씨께서 외출하실 때면 늘 3킬로 밖에서 움직이도록 지시해 두었습니다.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전하의 기운을 느끼고 다시 물러난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결코 들키지 말 것.
이게 내가 건 ‘용병단 호위를 받는 조건’이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스칼리온을 쳐다봤다.
“전하께서도 모르셨지요?”
“……3킬로는 너무 멀어. 최소한 2킬로로 조정하는 게 좋겠어.”
“그럴게요. 전하가 걱정하시니까.”
“오늘 추적한 자들의 심문이 필요하면유스릴을 써. 전문이니까.”
그 말에유스릴이 자랑스레 말했다.
“한 시간만 주시면 3년 전에 입은 속옷 무늬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아.”
내가 질색하는 표정을 하자 이스칼리온을 제외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레널드가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일로 추적한 것은 아닐 겁니다.”
“영애에게 각성 받고 싶은 예비 권능자가 붙인 거겠지.”
“알고 계셨습니까?”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 추적을 교육받은 자가 아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부터 저런 자들이 엄청 붙었어요. 제가 발현했다는 소문을 믿는 사람이 많은가 봐요.”
“어, 사실이 아닙니까?! 마탑에서도 그 얘기로 시끄러운데요.”
브라운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안 했어.”
“그럼 아니라는 정정 기사를 내시면 어떻겠습니까? 마탑에 취재 오는 기자들에게 제가 흘릴까요?”
“아니, 됐어.”
“하지만 이렇게 쫓겨 다니면 귀찮으실 텐데요.”
“소문은 귀찮은 일만 만드는 게 아니거든.”
난 입꼬리를 올렸고, 그 표정을 본유스릴이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겉모습은 헐렁해 보여도 대공의 부관을 맡을 만한 남자였다. 눈치가 빠르다니까.
‘각성자라는 소문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거든.’
벌써 파티 초대장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불륜파이브의 행동마저 달라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날 만나고 싶어 하던 클레아스는 이제는 지겨울 만큼 연락을 취해 왔다.
‘초조하지 않은 척할 만한 여유가 전혀 없다는 거지.’
루크반에, 현재 제국을 떠나있는 라파엘까지도 편지를 보내왔다.
심지어는…….
‘미카린한테도.’
내 앞에서 대공에게 쫓겨난 게 엄청나게 분했는지, 이전까지는 조금도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각성했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내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꿈에 나왔더라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클레아스가 시켰겠지.’
어떤 표정으로 그 편지를 썼을지 예상이 간다.
“아무튼유스릴의 도움은 받고 싶어.”
“저 바보 추적자들이 의뢰한 자에게 절대로 오늘 일을 불지 못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눈치가 빨라서 좋다니까.
난 생긋 웃었다.
* * *
그날, 델로시프 저택까지 이스칼리온이 바래다주었다.
물론 나는이스칼리온과 마차에 함께 탔을 뿐, 마차를 모는 건유스릴이었지만.
마차 안엔 나와이스칼리온 단둘뿐이었다.
“—그래서 안톤 경과 그의 각성자가 꼭 은혜를 갚겠다고 했어요.”
“생장의 권능이라면 여러 가지로 도움받을 일이 많겠지.”
“네! 힘을 열심히 키우겠다고 했으니까 전하도 탈모가 오면 말씀하세요!”
“아켈로스 가문엔 탈모가 없어.”
“외가는요?”
“…….”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계 쪽 가족력이 중요하다던 걸요!”
이스칼리온이 휙, 고개를 돌렸다.
“……저녁 식사가 아직인데 배는 안 고파?”
“신시아가 챙겨준 과자를 먹어서 괜찮아요. 맛있었다고 전해주세요.”
신시아가유스릴손에 과자를 보내주어서 잘 먹었다.
초코칩이 잔뜩 박힌 쿠키였는데, 쌉싸름한 차와 아주 잘 어울려서 홀랑 다 먹어버렸다.
“아,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브라운과 함께 계셨어요?”
긴급 신호를 받았을 때, 브라운과 함께 있었으니 달려와 준 것일 텐데.
날 가만히 쳐다보던 대공이 대답했다.
“황제의 명으로 에센다 국왕을 만나러 다녀올 거야.”
“아, 에센다에 새로 국왕이 즉위했는데 아직 친선 대사를 안 보냈죠?”
“이전까지는 찬탈이었으니 대세가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이 필요했겠지.”
“이번에 전하를 보내는 걸 보면 친교를 결정했나 보군요.”
그러면 대공이 꽤 오래 자리를 비우겠다.
“할멈에게 말해둘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
“그럴게요. 언제 가세요?”
“오늘 밤.”
“그렇게나 빨리요?!”
화들짝 놀라서 소리치다가 “아.” 하고 입을 막았다.
“가시는 게 막 엄청나게 싫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좀 섭섭해서요.”
“막 엄청나게 싫다면 좋겠어.”
“네?”
대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대공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단둘이 있는 게 재밌고 편한데, 가끔 말문이 막힐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장난스럽게 웃을 때는 특히.
“놀리시는 거죠.”
“진심이야.”
“……뭐, 파트너께서 제가 엄청나게 싫어하면 좋겠다니 그렇게 할게요.”
나는 두 주먹을 쥐고 진지하게 저주문을 읊었다.
“전하를 친선 대사로 임명한 황제 폐하 대머리 돼라.”
그런데 옆에서 큭, 소리가 났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스칼리온이 저렇게 웃는 건 처음이야.’
그는 꼭 어린 소년처럼 웃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
마차가 덜컹! 흔들렸다.
“……!”
몸이 훅 튀어 나가려 하자 대공이 재빨리 손을 잡아줬다.
아주 커다랗고 뜨거운 손.
“…….”
“…….”
“……분위기 이상해졌죠, 지금. 전하가 손을 놓으면 다시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마차가 또 덜컹거릴 텐데.”
“네?”
“그냥 이대로 가자는 말이야…….”
대공이 휙,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노을도 없는데 그의 귓불이 붉었다.
그래서 어쩐지 나도 볼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돌아가는 내내 마차는 조용했다.
그가 손을 놓아주지 않아서.
“잘…… 다녀오세요.”
“그래.”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느껴졌다.
* * *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흥신소>를 업그레이드했다.
비록 큰 위협은 아니었지만, 추적자들을 마주하고 나니 뭐든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트도 충분하고.’
♥ 8개를 사용해 <♥♡된 사랑의 흥신소>를 업그레이드합니다 ( •̀ ω •́ )✧
두구두구두구—
: ̗̀ ♥ˎˊ: 빠밤 : ̗̀ ♥ˎˊ:
이제 사냥할 때 <소지품>까지 사냥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8개나 사용될 줄은 몰랐지!’
업데이트할 때마다 ♥ 사용량이 커지는 건 확실했다.
혹시 두 배씩 커지는 건가.
‘그나저나, 소지품?’
이거 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어.
* * *
제도의 한 게임 클럽.
포켓볼의 볼이 화려하게 부딪치며 테이블 위를 굴러갔다.
그러나 정작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이 없었다.
“정말로 델로시프 공녀가 각성자일까? 발현식에선 실패했는데…….”
“하지만 진짜 권능을 알아봤었어. 직접 각성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지?”
“역대급 자질을 타고났다고 선대 대신관이 말했잖아! 뭔가 특별한 게 있을지도…….”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했다.
니케아르샤의 친가와 외가 모두 각성자를 수없이 배출한 명문가.
그 피를 그대로 이어받아, 선대 대신관의 공언까지 받은 니케아르샤가 무권능자라니?
“오히려 전에 없던, 특별한 각성자라는 쪽이 말이 되지…….”
“그럼 발현식에서도 실패한 게 아니라, 이전과 다른 특별한 각성자라서…….”
수군대던 사람들이 “힉!” 어깨를 좁혔다.
“젠장! 어떡하지? 나 저번에 공녀를 완전 비웃었는데.”
“날 각성시켜 주지 않으면 어떡해! 니케아르샤에게 각성 받고 싶은데…….”
“내, 내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너무 심한 말은 하지 않았었지? 응?”
호들갑 떠는 목소리.
옆 테이블에 앉아 포커를 치던 루크반은 코웃음 쳤다.
‘어차피 니케는 쟤들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할 텐데.’
니케아르샤는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
제 주변의 하녀들 이름도 모를 정도로.
‘걔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우리뿐이야.’
가족들.
사촌인 미카린과 약혼자인 클레아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가족처럼 함께한 소꿉친구들.
‘그러니까, 나.’
루크반이 오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