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75)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75화(75/177)
제르노였다.
“아, 안 됩니다, 소공작님! 살인은 나쁜 겁니다!!”
“으아악! 대공 전하! 좀 말려보십시오!”
콰직! 콰지지직!
반대편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
진원지는 델로시프 대공이었다.
“끄아아아! 대공 전하! 고정하십시오오—!!”
“저희 다 죽습니다!!!”
하지만 둘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여기에 아카인까지 가세해 오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드래곤본으로 뼈대를 만든 집무실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아가씨께서 이 사태를 알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습니까!”
우뚝.
그 말에 거짓말처럼 세 남자가 멈췄다.
“아주 칠색 팔색 하실 겁니다. 무엇보다—”
린셀 자작의 눈이 번뜩였다.
“이 경우 뭐라 해봐야 역효과만 날 뿐입니다! 더 타오를 뿐이에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 같던 세 남자가 린셀 자작의 말을 경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래서 자작의 딸이 야반도주했던 건가.”
린셀 자작은 딸이 야반도주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픈 곳이 찔린 린셀 자작이 “크윽!” 하고 심장을 부여잡았다.
어쨌든 린셀 자작의 희생으로 집무실은 평화를 되찾았다.
델로시프 대공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그 애가 무얼 하든 지켜봐 주기로 했지.”
어제 마차 안에서 니케아르샤가 했던 말.
“제가 못미더울 수 있겠지만, 가문에 폐 끼치지 않게 열심히 할게요.”
못미덥겠지만 폐 끼치지 않겠다는 그 말이 대공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
그 애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전부 자신의 탓인 것 같아서.
아니, 그게 맞아서.
“그 애가 처음으로 외부에 나섰으니…….”
“칫, 어쩔 수 없지.”
제르노와 아카인 역시 그렇게 말하며 기세를 가라앉혔다.
가신들은 찌잉 감동한 얼굴로 세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리 주인님들이 막내 아가씨를 위해 참다니…….’
‘크흡, 이리 훈훈할 수가!’
보고자는 차마 그 훈훈한 분위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울 듯한 얼굴로 생각했다.
‘아가씨께서 더 먹고 싶다고 한 건 스튜인데요…….’
.
.
다시 현재.
“알겠나.”
델로시프 대공이 살벌한 얼굴로 이를 으득 갈았다.
“이번 기회에 그 놈팡이들을 척살해야 한다.”
“천수대를 대기 시켜놨습니다.”
“명분이야 어떻게든 만들어지겠죠.”
델로시프 남자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압반나 후작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 사내들! 내가 두고 보겠어!’
때마침 고대하던 안내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미션이 시작합니다.]미션 시작 안내가.
* * *
텐타 광산 앞.
모스넬 압반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서 있었다.
‘좋아. 물고기들도 나한테 많이 붙었어.’
미션 중계를 위한 물고기형 영상 마도구.
이를 통해 진행 상황이 중계된다.
즉, 가장 주목받는 각성자에게 가장 많은 물고기가 붙는다.
‘나 다음으로 많이 붙은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니케아르샤 델로시프였다.
‘흥, 치사하게 가족을 써서 주목받는다니까. 아니지. 논란이 너~무 많아서 주목받는 건가?’
모스넬은 픽 입매를 비틀었다.
어느 모로 보나 실력으로 주목받는 자신과는 달랐다.
‘데려온 권능자들 꼴 좀 봐. 다들 몸만 우락부락해선……. 곧 저 물고기들도 내게 오게 될 거야.’
시합 내용은 간단했다.
텐타 광산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라테리움>을 획득할 것.
기한은 최대 5일.
등록 가능한 권능자는 최대 4명.
어디로 가면 되는지, 어떻게 획득하면 되는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그것부터가 시험이었다.
‘오히려 내게는 좋지!’
[오오! 모스넬 님! 과연 공적치 1위답게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광산 안으로 들어갑니다!] [권능자가 4명이에요! 벌써 4명이나 각성시킨 모스넬 님!]모스넬이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각성자들도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뒤처질 게 걱정되는 것이다.
광산 안에 어느 정도 접어들자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런. 아무것도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그 순간, 모스넬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앤디!”
그녀의 권능자, 앤디가 부름에 답하여 권능을 펼쳤다.
파아아앗!
순식간에 사위가 밝아졌다.
[정말 대단하군요! 벌써 저런 범위의 빛이라니!]그 후로도 모스넬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다른 각성자들과 권능자들도 기지를 발휘할 때가 있었으나, 모스넬을 따라갈 순 없었다.
혹은 모스넬의 추종자들이 물고기를 피해 방해해 왔다.
[그러고 보니 미션 전부터 주목받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죠.] [아아, 니케아르샤 님 말이죠. 니케아르샤 님은 과연 뭘 하고 계실까요?]중계장의 영상이 니케아르샤 쪽으로 전환되었다.
바로 보인 것은,
[엥?]맑디맑은 새파란 하늘.
그 아래로 니케아르샤와 니케아르샤의 권능자들 모습이 보였다.
[어…… 니케아르샤 님은 아직도 광산 밖인데요?] [하하… 설마 시합을 포기한 걸까요?]그 말을 듣고 모스넬은 비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나한테 발릴 거니까 핑계 대려고 그러는 거야?’
제대로 했으면 자신이 이겼을 거라는 같잖은 핑계나 대려고!
‘그래봤자 넌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발판일 뿐이야!’
[승부 결과에 자신 없어도 진지하게 임했으면 좋겠는데요. 이번이 첫 출전 아닙니까?] [니케아르샤 님이 제출한 권능자 목록부터가 실망스러웠죠. 보세요, 저 권능자들을!]니케아르샤 곁에는 네 명의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있었다.
햇빛 아래 드러난 그들의 근육을 타고 땀방울이 흘렀다.
중계장에 있는 몇몇 귀부인들이 “어머머머!”, “하아아!” 탄성을 흘렸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누가 봐도 광부였다!
[니케아르샤 님이 그간 각성시킨 권능자들이 아니죠?] [이렇게 단기간에 4명이나 되는 권능자를 새로 각성시켰을 리도 없고…….] [저들 모두 ‘감별’ 때 일반인이었습니다. 자기 권능자로는 안될 거 같으니 그냥 광부들을 데려온 거죠.] [허어! 각성자로서 능력을 뽐내는 자리에 어떻게 일반인을!] [권능자와 일반인이 비교나 되겠습니까?]중계자가 뭐라 떠들든 말든 니케아르샤는 광부들과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살피며 수다나 떨고 있었다.
[더 봐야 아무것도 없겠군요.] [다시 모스넬 님을 살펴볼까요?]그 말과 함께 니케아르샤에게 붙어 있던 물고기들이 떠났다.
의무적으로 붙어 있어야 하는 딱 한 마리만 남기고.
* * *
바깥은 해가 기울기 시작했지만, 광산 안은 계속 같은 환경이다.
언제 휴식을 취할지 결정하는 것도 능력이다.
[슬슬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1일 차를 마무리하는 팀이 보이네요. 체력 배분은 중요하죠.] [하지만 모스넬 님은 아직도 탐색 중입니다! 권능을 오래 사용하긴 힘든데, 아주 노련하군요!]<광휘>의 권능자가 빛을 밝히고, <감지>의 권능자가 주변을 탐색하고, <토굴>의 권능자가 암석을 뚫는다.
마지막으로 <회복>의 권능자가 지친 사람을 돕는다.
[아직 첫날인데 벌써 광산의 20%를 탐색했습니다! 하위 각성자회에서 이렇게 빠른 진행은 처음입니다!] [이대로라면 5일 이내에 광산 전부를 탐색하겠는데요!] [그럼 <라테리움>은 그 전에 찾는 것 아닙니까!]중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압반나 후작은 와인을 홀짝였다.
‘오늘따라 와인이 달군.’
중계장에는 화려한 뷔페가 마련되어 있었다.
미션이 장기전인 만큼, 보러 온 귀족들을 위한 편의가 많았다.
주변 귀족들은 벌써 모스넬이 우승한 것처럼 압반나 후작에게 아부 중이었다.
그때였다.
“헉! 로르아 공작님과 공작 부인이셔!”
로르아 공작 내외만이 아니었다.
다른 귀족들도 함께였다.
황궁에서 일과를 마친 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중계장에 온 것이다.
하위 각성자회 미션이 이토록 주목받는 건 처음이었다.
“로르아 공작 부부께서도 오셨군요.”
“각성자회 뷔페가 정말 맛있지 않나. 올 수밖에 없지.”
“하하! 일품이긴 하지요. 요리 관련 권능자가 맡는다는 게 진짜일까요?”
“농담이고, 당연히 니케를 보러 왔지.”
그 말에 압반나 후작이 후다닥 달려갔다.
“모처럼 델로시프 공녀의 활약을 기대하고 오셨나 본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흠?”
“지금 공녀는 광산 밖에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반면 제 여식은 선두로 활약하고 있지요!”
로르아 공작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압반나 후작은 눈치채지 못하고 떠벌떠벌 말했다.
“공녀는 제 딸에 비하면 반쪽 각성자랄까요. 이럴 게 아니라 직접 보시죠!”
압반나 후작이 자랑스레 화면을 가리켰다.
그곳엔 모스넬이 자신의 권능자들을 이끌고 활약하고 있었다.
[또다시 토굴 권능! 엄청납니다!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굴이 순식간에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깊숙이 내려온 팀은 모스넬 님의 팀밖에— 엥?!] [어쩌면 3일째에 <라테리움>을 찾는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잉?!]토굴 끝에는 공간이 있었다.
아직 광휘 권능자가 빛을 비추지도 않았는데 안쪽이 밝았다.
그 빛 속에,
[니, 니케아르샤 님?!]니케아르샤가 있었다.
꼭 후광이 비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순간, 장내의 모두가 홀린 듯 화면에 집중했다.
압반나 후작이 이를 악물었다.
“뭐, 뭐야, 어떻게……!”
저 계집은 분명 남들이 뼈 빠지게 길을 뚫을 때도 밖에서 수다나 떨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럴 수가! 니케아르샤 님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그것도 모스넬 님보다 더 아래에! 가장 아래에 있었습니다!!] [잠깐! 그럼 광산 탐색도 니케아르샤 님이 가장 많이 한 것 아닙니까?!] [대체 무슨 수로—]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중계자의 말을 끊었다.
[포, 폭탄?!]마나 에너지가 폭발하며 강렬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뭐야? 왜 저렇게 깔끔해?]중계자는 저도 모르게 반말로 감탄했다.
딱 필요한 곳, 원하는 곳만 적재적소로 폭발했다.
그야말로 신들린 컨트롤이었다.
입사각과 반사각 그리고 마나 주입량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그 뒤로—
쿠우우우우웅!!!
[구, 굴삭기?!]마도 굴삭기가 폭발 잔해를 치우며 맹렬히 갱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번 굴삭기가 움직일 때마다 마법처럼 쾌적한 대로가 생겼다.
사람 열 명이 나란히 걸어가도 될 정도였다.
겨우 한 명이 지나갈 토굴을 만들고 칭찬받았던 모스넬의 권능자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까앙! 깡! 까아아앙!
[헉! 이번엔 또 뭡니까!]곡괭이를 든 울끈불끈한 사내 둘이 괭이질을 했다.
그럴 때마다 암석이 무슨 버터처럼 파였다.
아니, 암석이 아니었다.
[루, 루비! 루비를 캐고 있습니다!]그렇다.
텐타 광산은 본디 루비 광산이었다.
대흉근이 유독 불끈거리는 사내가 주먹만 한 루비 원석을 니케아르샤에게 던졌다.
“오다 캤소.”
[지, 진짜로 오다 캤습니다!!]니케아르샤가 미간을 찌푸렸다.
“딴짓 좀 하지 말고 집중하라니까?”
“아가씨 심심할까 봐 그러는 거지.”
니케아르샤의 옆 수레에는 루비 원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니케아르샤가 대충 수레에 원석을 쑤셔 넣자 곱슬머리 사내가 끌었다.
중계자는 물론, 구경하던 사람들이 입을 떡 벌렸다.
‘딴짓을 하며 쉬엄쉬엄 온 게 이 정도라고?!’
장내의 분위기를 읽은 압반나 후작이 목청 높여 외쳤다.
“이건 사기요! 권능자들의 권능 싸움에 마도구를 들고 오다니……!”
“글쎄. 항상 마법보다 권능이 낫다고 떠들어댄 게 후작 아니었나.”
델로시프 대공이 느긋하게 읊조렸다.
애초에 마도구 사용은 반칙이 아니었다.
검을 사용하는 권능자가 있는 것처럼, 도구 사용은 허용되었다.
지금도 빛 계열 권능자가 없는 팀은 조그마한 램프 마도구를 들고 있었다.
“이익! 아무리 그래도 권능자도 아닌 것들이—”
“전에 후작이 일반인들은 권능자를 따라올 수 없다고 했지?”
“아아, 그럼 모스넬 압반나는 일반인한테도 지는 각성자인가.”
아카인과 제르노가 들으란 듯 중얼거렸다.
시뻘게진 압반나 후작이 할 말을 찾는 사이, 흥분한 중계진이 외쳤다.
[이건 절대 평범한 사람의 힘이 아닙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신기입니다!] [권능…! 이건 권능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광산 안.
니케아르샤는 그 말을 들으며 픽 웃었다.
‘고도로 발달한 재능은 권능과 구별할 수 없지!’
* * *
모스넬은 멍한 얼굴로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왜 네가 여기 있어?’
밖에서 근육빵빵한 글래머 사내들과 까르륵 수다나 떨고 있어야 하는데.
‘나하고 비교당해서 내 위대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잖아.’
그런데.
[니케아르샤 님이 단기간에 네 명이나 각성시킨 겁니다! 그것도 니케아르샤 님께 딱 필요한 권능으로요!] [이번에도 일반인을 각성시켰습니다! 이런 일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이토록 특별한 각성자라니!]자신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니케아르샤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