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77)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77화(77/177)
그 옆의 귀부인이 상완근에게 환히 웃으며 다가갔다.
“오늘 활약은 잘 지켜보았어요. 정말 대단하셨어요.”
그러면서 다정히 상완근(인간)의 상완근(근육)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다른 귀부인은 힘줄에게 손을 내밀었다.
힘줄(인간)이 사교계 예법을 흉내 내며 힘줄(진짜) 돋은 손으로 귀부인의 손을 움켜잡자 “어마맛!” 하면서 좋아했다.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환영하네.’
뭐, 잘됐지.
길드 ‘레젠다’는 돈과 권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 때문에 귀족들한테 은근히 눈 밖에 난 상태였다.
실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뢰하는 정도랄까.
‘이번 기회에 좋은 연을 만들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살피는데 가족들이 보였다.
‘가족들이 다 왔다고?’
나는 서둘러 그쪽으로 갔다.
바렌토 자작이나 린첼 자작이 올 순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와도 제일 한가한 아카인만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내가 제대로 못 할까 걱정되셨겠지.’
델로시프의 명예뿐만 아니라, 향후 정치사교계의 흐름에도 영향 끼치는 일이다.
“아버지.”
“그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왠지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 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부족했나.’
발현식부터 주목받던 역대 델로시프의 각성자들에 비하면 별로였을지도.
아버지뿐만 아니라 두 오라버니들도 고개를 돌린 채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
자꾸 고개가 숙여지려고 해서,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가족들 곁에는 로르아 공작 부인도 있었다.
공작 부인은 어딘지 곤란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내 칭찬을 하러 왔다가 민망한 일을 겪었나 보다.
로르아 부인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저어, 그, 역시 억지로 먹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억지로 먹지 않았소.”
“맛, 있어서 먹은 겁, 니다.”
“아, 더 먹고 싶네!”
아버지, 제르노 그리고 아카인이 차례로 답했다.
셋 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의아해하다 곧 깨달았다.
‘민트 초코를 먹느라 표정이 안 좋은 거였어?!’
셋은 가엽게도 미각을 잃어서 민트 초코가 치약인 줄 아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얼굴이 지나치게 굳어 있는 거였다.
‘대체 왜 먹고 있었던 거지?’
생각하는데 귀족들이 다가왔다.
“하하, 이렇게 델로시프 대공가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아주 든든합니다.”
“이제 보니 공녀님이 아버지를 쏙 빼닮았더군요.”
“그런가.”
“예, 압반나 영애와 맹세를 했을 땐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 거기서 그런 승부수를 걸 줄이야! 꼭 소싯적 전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의아하게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런 아부 같은 건 딱 귀찮아하시는데,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거나 피해도 되었을 텐데,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죠. 이건 제르노 소공작의 특기 아닙니까!”
“……큼, 특기랄 것까진 아닙니다.”
“정면 돌파하는 건 오빠인 아카인 공자와 똑같더군요!”
“뭐, 내가 좀 직접 맞부딪치는 편이긴 한데.”
제르노와 아카인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꽤 괜찮은 편이었다.
“공녀님은 델로시프답게 배짱이 두둑하더군요. 만약 압반나 영애가 맞는 길을 골랐다면…….”
“예, 공녀는 바로 앞에서 <라테리움>을 놓쳤을 텐데요.”
“운도 실력이죠. 한데 공녀는 실력에 운까지 따르니 정말 대단합니다.”
나는 그 말에 속으로 웃었다.
‘운? 천만에.’
정기가 고여 있다는 건 광산 내부의 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환경에서—
– 이름: 리처드 스트럼
…
– 권능: 감지(F급)
‘F급 감지가 제대로 파악할 리 없지.’
여기저기 정기가 고이고 흩어진 곳이 많을 테니까.
<라테리움>의 위치와 존재를 확신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뛰어난 <탐지> 권능자 정도는 되어야지 알까.
‘모스넬이 헛발질 할 걸 알고서 그런 거야. 걔는 갱도를 최대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더 유도하기 쉬웠지.’
‘어느 쪽’이라는 질문을 들으면, 이미 나 있는 길 중에서 한쪽을 선택하게 되거든.
나는 성격이 나빠서 그런 애를 봐주지 못하고 확실히 밟아줘야 직성이 풀린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일부러 모스넬을 도발해서 맹세를 걸게 만들었다.
이걸로 나는 하위 각성자회 중 최고의 공적치를 갖게 되었다.
단 한 번의 미션으로!
“공녀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배짱 좋게 승부수를 걸 수 있었습니까.”
모스넬을 꼭 엿 먹이고 싶다는 사악함과 공적치를 강탈하고 싶다는 악랄함으로.
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순 없었다.
‘내가 또 개망나니짓을 할까 봐 아버지께서 여기까지 오셨으니 안심시켜 드려야지.’
그래야 앞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하기도 편할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힐끔 보고 말했다.
“다 가족들 덕분이지요.”
“호오, 가족분들 말입니까?”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에 어깨 너머로 계속 지켜보다 보니 닮게 된 것 같아요.”
아버지가 “크흠.” 헛기침했다.
“제르노 오라버니는 원하는 게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고요.”
제르노가 “흠흠.” 했다.
“아카인 오라버니는…….”
“…….”
“오라버니는…….”
“…….”
“…….”
“…….”
침묵.
아카인이 왈칵 인상을 쓰며 “됐어!” 외쳤다.
그제야 칭찬거리가 생각났다.
“아카인 오라버니는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아카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 내가 뭘 그렇게 알려줬다고…….”
“아냐. 정말 잘 알려줬어.”
살아 있는 본보기로서.
‘스스로의 능력을 믿다 못해 과신하잖아.’
“이런 따님을 두어서 정말 행복하시겠습니다.”
“아아, 제 동생도 이랬다면 우애가 좋았을 텐데요.”
주변 귀족들이 냉큼 내 말을 받아 아버지와 오라버니들한테 아부했다.
분위기가 꽤 좋다.
‘이걸로 내가 사회 생활을 할 줄 안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그때.
“하아, 우리를 두고 가면 어떡하란 거요.”
“어우, 난 나를 싫어할 줄 알았지 이럴 줄은…….”
헤레이스를 비롯한 광부들이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얼굴로 다가왔다.
‘맞다. 함께 일한 사람을 치하하고 공을 돌리는 것도 사회 생활에서 중요하지.’
나는 얼른 그들을 맞으며 칭찬했다.
“무엇보다 제 권능자들을 믿었기 때문이죠. 이들이 아니었으면 전 큰일 났을 거예요.”
“……!”
“……!”
“……!”
“다들 정말 멋진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데—
‘왜 저런 눈으로 보지?’
가족들이 엄청나게 살벌한 눈으로 광부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기세였다.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위 결과가 나왔습니다.]때마침 안내가 나와서 다행이었다.
아래 순위는 물고기의 영상을 통해 심판들이 점수를 매겨 순위를 결정했다.
우승자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전광판에 순위 결과가 떴다.
[이번 미션의 우승자이신 니케아르샤 님께서는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나는 우승자로서 유일하게 단상 위로 올라가 상을 받았다.
[니케아르샤 님께서는 모든 각성자회를 통틀어 신기록을 세우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에 기존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공적치 30점에 더해, 가산 10점을 드립니다!] [또한 맹세에 따라 모스넬 님의 공적치 110점까지 전부 니케아르샤 님께 귀속됩니다.]저 멀리서 모스넬이 발악하는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공적치를 챙겼다.
그리고.
♥♡된 사랑의 배달˚₊·—̳͟͞͞♡
<델로시프 대공>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제르노>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아카인>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길드 ‘레젠다’>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이스칼리온>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 행진을 보다 멈칫했다.
‘이스칼리온이?’
나는 중계장을 휙휙 둘러봤다.
이스칼리온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스칼리온뿐만이 아니었다.
<세르카엘>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루크반>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율리시즈>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라파엘>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세르카엘은 좋은데 루크반이랑 율리시즈는 뭐야.’
거기다 제일 짜증 나는 라파엘까지.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쟤네도 보고 있었다는 거야?’
♥행진은 그 후로도 쭈욱 이어졌다.
.
.
<로르아 공작 내외>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중계장 관람자 무리>님으로부터 ♥가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내 시합이 도파민 돌았나 봐.’
하긴, 갑자기 폭탄이 터져버리면 누구라도 흥분하겠지.
‘어쨌든.’
각성자로서 화려한 데뷔였다.
* * *
“안녕하세요, 공녀님. 오늘 정말 날씨가 좋죠?”
“이런 날에는 저와 함께 장미 정원을 산책하면 어떻습니까.”
“아니, 그보다는 호숫가에서 배를 타는 게 좋죠. 저와 오붓하게—”
화려한 데뷔……라고 생각은 했지만.
“공녀님의 각성을 받게 되면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아니, 저야말로.”
“제가!”
‘이건 과하잖아!’
니케아르샤는 우글우글한 예비 권능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내적 비명을 질렀다.
‘이럴 땐 튀자.’
“난 이만 갈 곳이 있어서.”
“그럼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니, 제가!”
“저!”
튀려는 조짐이 보이자 권능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때.
“너무 집적거리는 남자는 꼴불견인데요.”
그 말과 함께 유스릴이 나타났다.
니케아르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권능자들이 주춤주춤 길을 비켜주었다.
‘유스릴이 대공 앞에서는 그냥 동네북이지만, 확실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다르다니까.’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빈틈없는 차림새.
귀족적인 우아한 얼굴.
괜히 아켈로스 대공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공녀님.”
유스릴이 니케아르샤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니케아르샤가 꽃다발을 받자 주변에서 “와….”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정말 잘 어울리네요. 다들 넋을 놓고 공녀님을 볼 만해요.”
“그게 아니라 이 꽃다발을 보고 기함한 거겠지. 꽃향기가 아니라 돈 냄새가 날 정도니까. 대체 얼마짜리야?”
“공녀님의 얼굴과 합을 맞추기 위해 좀 노력했지요. 그럼 타실까요?”
유스릴이 마차를 가리켰다.
니케아르샤가 그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 위에 올랐다.
마차 문이 닫히기 전, 유스릴은 자신들을 올려다보는 남자들을 깔아보며 “훗” 웃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공녀님과의 은밀하고도 아찔한 비밀을 위해 자리를 비우신 상황입니다.”
“…….”
‘아니, 저렇게 말하니까 진짜 이상한데.’
“왜요. 맞잖아요. 은밀하고 아찔한 비밀. 들킬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다니까요?”
“……진짜 아찔하긴 하지.”
무려 황실 몰래 땅을 도모하고 있으니까.
“그럼 전하가 아직 제도로 돌아오지 않은 게 맞구나. 근데 어떻게 내 미션을 봤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
“대공 전하께서 공녀님 미션을 관람하신 거 말입니다. 제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가짜 눈물을 콕콕 찍던 유스릴이 갑자기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니케아르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멀~리서라도 공녀님의 시합을 지켜보고 싶어 하시는 거니까! 그 생각에 힘냈죠!”
“파트너인 내가 제대로 해야 전하의 계획도 순조로울 테니까.”
유스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니케아르샤를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니케아르샤는 픽 웃었다.
‘뭐,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네.’
자신을 응원하며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래서? 축하만 하러 온 건 아닐 거 아니야.”
그 말에 유스릴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하하, 웃었다.
“또 왜.”
“아니, 진짜 대공 전하 말씀대로라서요.”
“……?”
“공녀님은 절대 그냥 축하드리러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랬어요. 다른 용건이 본론이라 여길 거라고요.”
“당연하잖아?”
“……그렇다고 하죠, 뭐.”
입술을 쭉 내민 유스릴이 봉투를 건넸다.
“이쪽이 대공 전하께서 준비하신, 공녀님이 원하시는 ‘본론’입니다.”
그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한 니케아르샤가 씨익 미소 지었다.
“내가 파트너 하나는 잘 뒀다니까.”
* * *
며칠 후.
나는 편안한 차림으로 외출했다.
‘절대 배가 낑기는 옷은 안 돼.’
사뭇 전투적인 태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영원의 스튜를 먹는 날이니까.’
이번엔 쌀을 넣어서 동부식으로!
나는 비장한 얼굴로 마차에서 내렸다.
벌써부터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작했구나!’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광부들 외에 세르카엘도 있었다.
미션일에 사용했던 마도구는 전부 다 세르카엘의 작품이었다.
“하하! 그러지 말고 한잔하라니까~! 이게 아주 죽여!”
“그런 뇌가 멍청해지는 음료는 너희 같은 근육 바보들이나 마시는 거지.”
세르카엘은 근육감옥에 갇혀 아주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대흉근과 삼각근 사이에서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