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Who Accidentally Stole Their Hearts RAW novel - Chapter (81)
악녀인데 하트 받아버렸다 81화(81/177)
쟈넷이 우후후, 웃었다.
“아가씨께서 좋아하실 거 같아서요. 민트를 넣은 초콜릿 봉봉도 있으니까.”
아카인의 눈동자에서 순식간에 짜증이 사라졌다.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그가 거칠게 물었다.
“거기가 어딘데.”
“어디였더라……. 위치만 기억해서.”
아카인은 서류에서 시선을 뗀 채 쟈넷의 말을 기다렸다.
쟈넷은 은근슬쩍 소파에 앉았다.
“가족분들이 아카인 님 빼고 다 나가서 서운하시겠어요.”
“서운은 무슨.”
“오늘 밤, 불꽃놀이가 있다잖아요. 분명 예쁠 텐데.”
그에 아카인이 무언가를 떠올리듯 창밖을 보며 말했다.
“……예쁘긴 하겠지.”
아카인이 이렇게 대화를 받아주다니.
분위기가 좋았다.
쟈넷은 입 끝을 말아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도 오늘 밤 제가 곁에서 함께 있을 테니까요. 너무 외로워하진 마세요.”
‘외롭긴커녕 아주 뜨거운 밤이 될 테니까요.’
쟈넷이 우후후, 웃었다.
때마침,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아카인의 허락에 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과를 준비해 왔습니다.”
아카인은 일할 때 진하게 우린 홍차를 즐겨 마셨다.
집사가 아카인의 곁에 다과를 세팅하고 고개를 숙였다.
다시 나가려는 찰나, 쟈넷과 시선이 마주쳤다.
‘좋아.’
집사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걸 본 쟈넷이 씨익 웃었다.
달칵.
문이 닫혔다.
이제 집무실에는 쟈넷과 아카인, 단둘만 남았다.
* * *
쟈넷은 조급함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서류를 정리했다.
검토를 끝낸 서류에 사인한 아카인이 자연스럽게 찻잔을 들었다.
‘드디어……!’
쟈넷은 숨도 멈춘 채 아카인이 찻잔을 입술에 대는 것을 바라보았다.
찻물이 그의 입술을 적시고, 목울대가 움직였다.
달칵.
아카인이 찻잔을 소서에 올려놓았다.
그가 다시 서류를 집어 들려는 순간이었다.
“윽……?”
아카인의 몸이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생각보다 독이 더 빨리 돌잖아?!’
쟈넷은 놀랐지만 오히려 좋았다.
‘우리 두 사람을 이어줄 소중하고 귀한 밤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는 거니까요.’
쟈넷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카인에게로 다가갔다.
“아카인 님, 괜찮으세요?”
“큿…….”
아카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소파 위로 쓰러졌다.
그가 괴로운 숨을 몰아쉬며 눈을 깜빡였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모양이다.
“아카인 님, 어떻게 해.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요. 아프신 건가.”
그야 아플 거다.
독을 먹었으니까.
“쉬이— 괜찮아요, 아카인 님. 아픈 건 사라질 거예요. 아픈 건 못 느껴요.”
쟈넷의 목소리에 기묘한 힘이 깃들었다.
언령.
그녀의 권능이 발동한 것이다.
“자아, 좀 편해지셨죠?”
쟈넷이 손을 뻗어 아카인의 뺨을 감싸 쥐었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생겼을까.’
쟈넷은 황홀한 숨을 몰아쉬며 아카인을 감상했다.
조금 사납게 올라간 눈꼬리도 도도한 맹수 같아서 너무 설렜다.
‘절대 길들여지지 않지만, 나에게만은 길들여지는— 나만의 맹수님.’
항상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고통에 살짝 찡그린 미간도 너무나 섹시했다.
“고통은 점점 사라질 거예요. 저와 함께 있으니까요. 제가 아카인 님을 어루만지고 있으니까요.”
“……윽.”
“왜 그런지 아세요?”
쟈넷이 설레는 얼굴로 웃었다.
“아카인 님이 절 사랑하셔서 그래요.”
아카인의 두 눈에 자신의 얼굴만이 담기다니.
너무 행복했다.
“아아, 아카인 님……! 어서 저를 안아주셔요!”
“…….”
“어서요!”
언령의 힘을 더 강하게 담아 외치자 아카인이 자신의 등을 감쌌다.
‘아아, 이 품에 안기는 날이 오다니!’
쟈넷은 아찔한 기분으로 아카인의 탄탄한 가슴에 제 뺨을 문질렀다.
‘우후후, 아무리 아카인 님이라고 해도 음독한 상태에서는 제 언령이 통할 수밖에 없다구요.’
쟈넷은 스스로의 언령이 꽤 강력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고 제약이 있어서 많이 사용할 순 없다는 게 아쉬울 뿐.
바꿔 말해 필요한 조건을 모두 다 충족시키면 웬만해서는 통한다는 뜻이다.
아카인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힘든 남자였다.
쟈넷은 몇 년에 걸쳐 아주 어렵게 조건을 충족시켰다.
‘그런데 정작 아카인에게 언령이 통하지 않았지.’
아직 각성도 하지 않았는데, 언령이 통하지 않다니.
과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특별한 남자였다.
그래서 더 갖고 싶었다.
‘이렇게 독을 먹이고 약해졌을 때를 노려야 했지만……. 아카인, 당신도 이해할 거예요.’
쟈넷이 아카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음독이나 언령은 그저 사소한 계기일 뿐.’
“아카인, 당신은 날 사랑해요.”
“…….”
“제 입술에 입을 맞추어주세요. 아주 깊고, 달콤하게—”
쟈넷이 두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술을 모아 앞으로 ‘우—’ 내미는 순간.
쾅!
문짝이 터져나가는 굉음이 들렸다.
쟈넷은 깜짝 놀라 문을 바라보았다.
“동작 그만.”
삐딱한 목소리가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니케아르샤 델로시프가 삐딱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
뒤에 델로시프 대공과 소공작을 거느리고.
‘어, 어떻게?! 왜 벌써…….’
대공 일가는 모두 파티에 참석해 불꽃놀이를 보고 올 예정이었는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니케아르샤가 차갑게 분노한 얼굴로 일갈했다.
“감히 대공 일가가 자리 비운 틈을 타 병약한 대공자를 덮치려 들어?!”
붉은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타올랐다.
쟈넷은 흠칫, 어깨를 움츠리며 눈알을 굴렸다.
대공도, 소공작도 싸늘하다 못해 경멸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다 나를 그런 눈으로…….’
쟈넷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가련하게 외쳤다.
니케아르샤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서로 사랑……?”
“그래요, 사랑!”
당당하게 외친 쟈넷이 아카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아카인 님, 말해주세요.”
“…….”
“아카인, 당신은 나— 쟈넷을 사랑한다고. 이렇게나 원한다고. 응?”
쟈넷의 목소리가 아카인의 귀를 파고들어 정신을 옭아맸다.
독과 언령으로 몽롱한 가운데, 아카인의 입술이 느릿하게 열렸다.
“나는, 너를…….”
“응, 사랑하죠?”
“사…….”
“네!”
언령이 제대로 통한다!
쟈넷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위기는 곧 기회라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아카인의 한마디로 이제 그와 자신의 관계가 공인되는 것이다!
‘다 네 덕분이야, 주제도 모르는 개망나니야.’
쟈넷이 “으응~ 어서요….” 하고 아카인을 채근했다.
“사……망시키고 싶다, 이 사무치게 역겨운 것아!”
퍽!
아카인이 쟈넷을 거칠게 밀쳤다.
우당탕, 엉덩방아를 찧은 쟈넷이 넋나간 얼굴로 아카인을 올려다봤다.
‘왜……? 분명 우리는 마음이 통했는—’
“왜 이렇게 늦게 와?”
아카인이 온몸을 벅벅 문지르며 물었다.
니케아르샤에게.
니케아르샤는 어깨를 으쓱였다.
“최대한 빨리 온 거야.”
“대체 언제 오나 했다. 역겨워서 죽는 줄 알았잖아.”
쟈넷은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지금 대화의 흐름…….
설마.
“처, 처음부터 다 알고서……?”
그 말에 니케아르샤가 픽 웃으며 쟈넷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설마 직장에서 붙어먹으면서 안 들킬 줄 알았니? 이 더러운 불륜충아!”
* *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제.
더 정확히는 낮.
중정에서 초대장을 가지고 나오다가 쟈넷과 마주쳤을 때.
“주제 파악 좀 해.”
“아, 아가씨…….”
“델로시프의 개망나니가 빡돌아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
나는 쟈넷을 휙 지나치며 생각했다.
‘기껏 착하게 마음먹고 봐주려 했는데 짜증 나게 만드네?’
곧바로 쟈넷의 신상명세서를 다시 불러왔다.
– 이름: 쟈넷 오뉴라
– 성별: 여성
– 나이: 38
…
위에서부터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샅샅이 둘러보는데,
– 소지품: 펜, 세율 조정 보고서, 수첩
신상명세서에 변화가 생겼다.
– 소지품: 펜, 세율 조정 보고서, 수첩, 코아나 가루
코아나 가루?
이건…….
‘독이잖아!’
대체 어떻게 대공저에 독을 가지고 들어온 거지?
그때.
신상명세서에 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 인간 관계: 아카인(짝사랑), 메이라(친구) … 게드윅(꼭두각시) …
‘꼭두각시?’
방금 전까지 눈알이 빠져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안다.
바뀌기 직전 게드윅은 ‘파트너’였다.
‘나랑 이스칼리온 같은 거래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꼭두각시?’
곧 깨달았다.
‘언령을 사용한 거야!’
게드윅이 누군지 몰라도 내 눈 앞에 없으니 조사할 순 없다.
예전에 조사한 적도 없으니 신상명세서를 불러올 수도 없고.
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사람이라는 건 확실하지.’
쟈넷이 근무 중에 대공저를 나갔을 리 없으니까.
나는 앨리스의 신상명세서를 불러왔다.
– 이름: 앨리스
…
– 인간 관계: 니케아르샤(주인님♥), 아놀(친구) …
‘찾았다.’
… 게드윅(개쓰레기), …
그리고.
… 쟈넷(개쓰레기), …
똑같이 개쓰레기인 두 사람을 보니 더러운 예감이 들었다.
“아가씨, 방으로 돌아가시려구요?”
때마침 앨리스가 편지를 다 태우고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나랑 이야기 좀 하자.”
.
.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앨리스를 추궁했다.
“솔직히 말해. 아까 그 소설, 누구 이야기야?”
“아, 아가씨…….”
“좋아. 그럼 게드윅이 누군데?”
“……!”
앨리스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빤히 쳐다보니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답했다.
“아까 아가씨께 편지를 전해주었던 그 집사예요.”
“아, 그 3등 집사?”
“기억하세요?”
“응. 그 집사를 대하는 네 태도가 이상했거든. 그래서 기억해.”
앨리스는 하급자라고 해도 막 대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낚아채듯 편지 트레이를 가져가고, 서둘러 나가라며 축객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더러운 건 우리 아가씨 눈에 띄어서 안 되니까요!”
“걔가 왜 더러운데?”
“그건…….
“아까 책 이야기랑 관련된 거지?”
결국 앨리스는 다 포기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녀장님이요…….”
하녀장?
그레타?
“그럼 허니진저티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어젯밤, 내게 묵묵히 말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여기서 그레타가 왜?
“하녀장님께 남편분이 바람피우는 걸…… 말씀드리는 게 좋을까요?”
“뭐?!”
나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 개새끼가 그레타의 남편이었어?!”
“네……. 잘 모르셨을 거예요. 하녀장님이 티 내지 않으려고 하시니까.”
앨리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어젯밤에 아가씨 베개맡에 포푸리를 만들어드리려고 정원에 나갔어요. 그런데 마구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거예요.”
“…….”
“처음엔 말들이 아픈가 싶어서 가봤는데, 게드윅 그 개새끼랑 쟈넷이……. 글쎄, 글쎄!”
음, 듣지 않아도 알겠다.
“더러운 걸 봐버렸구나.”
“특히 서로 막 치명적인 척하는 게 진짜!”
앨리스가 눈을 씻고 싶다며 울었다.
“법으로 정해야 해요. 치명적인 건 우리 아가씨만 하기로. 가뜩이나 아가씨를 모시면서 눈이 높아져 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나는 엉엉 우는 앨리스를 토닥이며 말했다.
“가서 게드윅을 불러와.”
“바로 추궁하시게요?”
“아니. 그냥 모르는 척 아무 핑계나 대고 불러와. 얼굴이나 보게.”
“네.”
얼마 지나지 않아 게드윅이 들어왔다.
“말씀하신 커피를 가져왔습니다.”
나는 곧장 <흥신소>를 사용했다.
– 이름: 게드윅 펩슨
…
– 가족 관계: 그레타(아내)
– 인간 관계: 쟈넷(애인) …
…
– 소지품: 코아나 가루
코아나 가루?
‘이건 쟈넷이 가지고 있던 독이잖아!’
나는 다시 쟈넷의 신상명세서를 펼쳤다.
– 이름: 쟈넷 오뉴라
…
– 소지품: 펜, 수첩
소지품에서 코아나 가루가 사라졌다.
1. 아카인을 짝사랑하는 쟈넷.
2. 쟈넷의 꼭두각시인 게드윅.
3. 쟈넷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독을 게드윅에게 넘겼다.
정리하면, 짝사랑에 미쳐버린 쟈넷이 독살을 꾸민 것 같지만—
‘아니지. 쟈넷은 <언령>의 권능을 가지고 있잖아.’
“앨리스.”
“네?”
게드윅이 나간 문에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 있던 앨리스가 놀라서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 밤, 우리 가족 모두 저택을 비우지?”
“아카인 도련님 빼고요. 내일까지 토지부에 제출할 관할지 서류가 누락되어서 보셔야 해서.”
‘일부러 누락시킨 거야, 쟈넷이!’
아카인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려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아카인의 순결이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