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0)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0화(10/173)
“와하하하! 내가 졌구나. 내가 졌어. 요 깜찍한 녀석!”
“우앗!”
잠시 정적이 흐르던 장내에 가주 할아버님의 폭소가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회의장은 다시 부드러운 분위기를 되찾았다.
“그래. 드리블랴네보다 더 좋은 건 없지. 너무나 현명한 대답이로구나! 네가 나보다 낫다!”
가주 할아버님이 내 털가죽을 마구 헤치며 배를 간질였다. 발라당 뒤집힌 나는 거의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싫은데! 싫어야 할 거 같은데! 근데 좋아!
‘위, 위험해!’
사람으로서의 이성이 멀리 날아갈 뻔했다.
나는 숨을 할딱이며 내 소중한 분홍 배를 꼭 껴안았다.
더 만지지 말라는 뜻을 알아차렸는지 가주 할아버님이 쩝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뗐다.
“너는 지금 즉시 네 개인 침실을 갖게 될 거다. 여기, 이 본관 2층에. 방은 네 마음대로 고르도록 하거라.”
“!”
“아직 어리니 하녀와 함께 유모도 붙여주마. 어디 보자, 아기가 몇 살인고?”
“모, 모랴요(몰라요).”
가주 할아버님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인간화를 해보기 전엔 알 수가 없다.
하녀로 들어오면서 제출했을 서류도 믿을 수 없는 게, 나이 따위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으니까.
“흠. 많아봐야 열 살. 혹은 그 아래일 터.”
당장 인간화를 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보통 수인들은 이큘리스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인간화에 사용한다던데 난 아무리 끙끙거려도 느껴지는 게 전혀 없었다.
“네가 인간화를 한 모습을 어서 보고 싶구나. 방법을 찾아보마.”
따스함이 감돌기 시작한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 눈빛에서 나는 이제 막 시작되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네가 드리블랴네를 지탱하는 이상, 드리블랴네는 너를 지킨다. 그걸 잊지 말거라.”
“네!”
가주 할아버님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왠지 잡으라는 것 같아 슬쩍 앞발을 내밀자 가주 할아버님은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나와 손가락 악수를 해주었다.
“자, 그럼. 드리블랴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아가야.”
“……!”
가슴이 따뜻해져. 괜히 가슴이 뭉클해서 나는 배어나는 눈물을 살짝 닦았다.
이제 나는 퇴장할 타이밍이겠지.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에요.’
나는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지도 위로 토도도 달려가 어느 지역을 뒷발로 살포시 짚었다.
“거기에 무엇이 또 있습니까?”
가신 아저씨들이 나를 돌아보며 인자하게 물었다.
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일확천금이나 황실 엿 먹이기 같은 걸 기대하는 듯 반짝반짝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쉽게도 이번엔 적은 배팅액을 크게 불리는 그런 류의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작 돈 몇 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치 귀한 정보다. 어떤 사람에게는 억만금과도 기꺼이 바꾸겠다고 할, 그런…… 군사 정보.
“조만간 요기가 기습바다요.”
일순, 장내에 적막이 감돌았다.
“그다음에는, 요기, 조기, 요기요.”
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느냐고?
‘원작에서 라흰을 좋아하던 신성 제국 기사들이 염병천병 떠는 장면들이 간간이 나왔거든.’
그래서 기억하고 있다.
신성 제국이 치사하게 기습을 해서 대승을 거뒀다는 부분만 떠올려서 알려주면 되는 일이잖아?
내가 짚은 부분들에 라피렌이 핀을 꽂았다.
가주 할아버님의 표정이 심상찮기에 나는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지도 위에서 물러 나왔다.
안 믿으시는 걸까?
“라피렌.”
“예, 가주님.”
“당장 이 사실을 알려라. 감청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명 받듭니다.”
라피렌은 두 번 질문하지 않고 곧바로 회의실을 나섰다.
그걸 지켜보던 가신 중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했다.
“예? 가주님, 믿으시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이가 전선에 대해 안다는 건 조금…….”
“봄이 온다는 것도 아는 아이다. 제대로 된 정보라면 우리 군사들의 목숨을 살릴 것이고, 헛된 것이라 한들 신성 제국 놈들에게 혼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아……!”
“신성 제국 놈들이 성녀를 가졌을 때 그토록 기고만장했었지. 이 아이가 우리에게 큰 복이 될 수 있다.”
“…….”
“어쩌면…… 그래. 키락서스 녀석의 말대로 진짜 마도 제국의 성녀일지도 모르지. 어디서 구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앗, 가주 할아버님의 눈에 신뢰와 호기심이 한 겹 더 쓰이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아!
그래도 이건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까 나는 그냥 공손하게 배시시 웃기만 했다.
“자, 그럼 가서 네 침실을 고르거라.”
“네에!”
내가 알려준 걸로 많은 사람이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바라며 바구니 안으로 다시 폴짝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번에 가주 할아버님이 나를 부르면 또 무슨 정보를 팔지?’
* * *
난 햇볕이 잘 들어오는 크고 넓은 방을 내 침실로 선택했다.
비슷한 방이 몇 개 더 있긴 했지만 꼭 여길 갖고 싶었던 건 커스터드 푸딩과 닮은 색의 벽지가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방 침대가 다른 방보다 좀 더 컸거든!’
내가 담비 몸으로 저어어쪽에서 구르기 시작하면 수십 바퀴는 구를 만큼 광활한 침대란 말이지!
“얌.”
행복한 시간은 참 느긋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지금은 오후 간식 시간. 귀하디귀한 순간인지라 내가 하루 내내 기다리는 때이기도 했다.
“다꼬해……(달콤해)!”
니나가 아주 작은 은스푼으로 내게 초콜릿 푸딩을 떠먹여 주었다.
난 그걸 한 입씩 받아먹었는데, 진한 초콜릿이 혀에 닿을 때마다 꼬리가 찌릿찌릿했다. 혀가 녹을 만큼 달콤한 맛에 감격해서 처음 먹었을 땐 꼬리 끝까지 바르르 떨었다니까?
“저도 한 입만 먹여보면 안 될까요……?”
“니나, 한 번만 양보해 주렴.”
“제길……. 제비뽑기에 뭔가 조작을 해둔 게 틀림없소! 어떻게 오늘도 니나가 간식 담당이요?”
그런 내 주변에 모여 있는 세 사람은 차례대로 하녀, 유모, 호위 기사였다.
내 전속 하녀가 된 린다는 삵 수인이었고,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다고 한다. 발랄한 성격이라 보고 있으면 나도 힘이 났다. 내 목욕과 의상을 담당한다나?
‘옷을 입을 일은 없지만 말이야.’
내 유모는 카라칼 수인으로, 나이는 50대. 이름은 에반젤린이었다.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긴데다 성격도 푸근했다. 내 식사와 간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양육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호위 기사인 존은…… 곰 수인이었다.
그리즐리 베어 말이야.
진짜 덩치가 엄청 커서 처음 봤을 땐 전설에 나오는 괴물인 줄 알았다.
“작은 마님께서 식사 중이신 게 안 보입니까. 다들 귀여운 엉덩이 두 쪽을 냉큼 저 멀리 위치하세요.”
앗, 니나가 꺼지라고 욕했나 봐.
키락서스의 마법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아직까지 유효했다. 그래서 니나가 욕을 할 때마다 웃겨 죽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키락서스는 소가주 자리를 계승했다더니 많이 바쁜가 봐.’
나는 푹신한 깃털 쿠션에 몸을 기댄 채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빛덩어리를 흘깃 보았다.
주먹만 한 크기의 발광체인 저건 사실 골렘이었다. 아마도 키락서스의 수제품일 통신 골렘.
내가 이 침실을 골랐던 날, 키락서스는 밤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오다 주웠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저걸 던졌지.
“네가 내게 아침 인사와 저녁 인사를 하고 싶을 것 같아 만들었다.”
뭐죠, 그 자신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는 아주 당당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그 골렘의 쓰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 녀석의 머리 부분을 두 번 툭툭 치면 아기어 번역기가 켜진다. 네가 대충 말을 하면 이 녀석이 번역을 해줄 거다.”
“우와……!”
길게 말을 해야 할 때 곤란했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얼떨떨했지만 나는 이제 내 소유가 된 골렘에게 이름도 붙여줬다. ‘폼폼’이라고.
‘일단 이걸 줬다는 거 자체가 내가 첩자였던 과거를 잊어주고 살려주겠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안심이야.’
게다가 폼폼의 쓸모는 또 있었다.
바로, 호신용품.
드리블랴네의 며느리는 귀한 몸이잖아? 납치당하는 일이 생기면 저기다 대고 냅다 소리 지를 테다!
그럼 키락서스가 시끄러워서라도 달려와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