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00)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00화(100/173)
나는 그런 아빠에게 안긴 채 천장을 바라보며 펑펑 울었다. 이걸 놓으면 아빠라는 존재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듯이 간절하게 옷깃을 꽉 쥔 채로.
‘아, 눈앞이 흐려.’
너무 많이 울어서일까? 눈을 벅벅 문지르던 나는 멈칫했다. 관자놀이가 찌르는 듯 아파지더니 곧이어 누군가의 처절한 절규가 귓가를 맴돌았다.
“아아아아아악!!!”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아서 숨을 몰아쉬며 귀를 막았지만 그건 바깥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었다. 내 안 어딘가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이지.
‘환각? 환상? 이게 뭐지?’
나는 어느덧 어떤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폐허로 변해버린 땅.
타들어가고 있는 집들과 부서진 성벽.
그리고 동물화를 한 채 도망치거나 울부짖는 사람들…….
팔이 꺾이거나 머리가 깨져 있는 기괴한 사체들이 즐비한 가운데 파래야 할 하늘이 그저 짙붉었다.
이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진 찰나, 난 누군가를 발견했다. 긴 은발을 늘어트린 아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누군가를 껴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저건 나잖아?’
바짝 마른 데다가 지금보다 훨씬 자란 모습이지만 못 알아볼 수는 없었다. 나니까.
볼이 움푹 패고 안색이 나빴다. 머리칼도 푸석푸석하고 피부도 흙색이야.
그런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숨도 쉬고 있지 않은 듯했다. 꼭, 죽은 것처럼.
‘뭐지? 이게 뭐야? 설마 미래는 아니지?’
등골이 오싹했다. 피부에 거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소름이 쭉 돋았다.
아빠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나를 껴안고 뺨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는데……. 그 얼굴이 너무 허망해서 나는 감히 거기에 대고 어떤 말도 붙일 수가 없었다.
나는 저런 얼굴을 본 적 있다. 아리아드네 님을 잃었던 이난나 님의 표정이었다.
세상의 모든 게 가치가 없다는 듯한 눈빛. 자식을 잃었을 때 몰려오는 후회와 절망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의 꼭 100배인 것 같았다.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이리저리 함께 휩쓸리게 돼.
“!!!”
그리고 아빠가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질렀다.
폐부를 토해내는 듯한 그 끔찍한 울음의 끝에 온 하늘이 일그러지더니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으아악!”
“살려줘!!!”
구멍에서 내가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물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의 비명이 더욱 커지고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혈향이 짙어진 순간, 아빠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플로린을 내놔라.”
아, 저 목소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버님이었다.
“누구 멋대로 훔쳐 가는 거냐. 미친 새끼 같으니라고는.”
아버님!
놀라서 돌아보자 거기엔 마법으로조차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은 듯한 아버님이 계셨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강하고, 가장 대단한 어른이 아버님인데 누가 저런 큰 상처를 입힌 거야?
‘설마……. 설마 아빠가.’
다가가려 했지만 허공에 떠 있는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그 자리일 뿐.
‘싸우지 마세요!’
울상이 된 나는 어차피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 착한 아이로구나.
그때였다.
내 뒤에서 환한 빛이 일더니 누군가가 내 눈을 가렸다.
– 이건 이미 한 번 지어졌다 없어진 세상의 이야기란다. 그러니까, 세상이 회귀하기 전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회귀?
– 사라진 미래이니 걱정할 것 없어요. 다만 네 아비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긴 해야겠다 싶어서 따로 빼둔 영상이지.
……당신은 누구야?
‘왜 갑자기 이런 걸 보여주는 거고,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사라진 미래라니?
– 이제 슬슬 내 존재를 알아야 할 때란다. 하지만 아기가 놀라지 않게, 친해지기부터 할까?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분위기.
‘나, 이 느낌 알아.’
어디선가 이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데.
‘분명 꿈이었어. 여기 오기 전에 꿨던 꿈 말이야.’
눈물이 날 만큼 다정한 빛이 나를 감싸고, 내게 이 몸이 원래 내 것이었다고 말해줬었지.
‘혹시 그때 그 꿈에 나온 사람도 당신이에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매달리며 묻자 상대가 쿡쿡 웃었다.
– 엄밀히 말하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 그때도 내가 이 세상에 간섭을 했던 게 맞단다.
사람이 아니면 신적인 존재라도 되는 걸까. 아르칼리크에 온 것만 해도 믿기지 않는데 아빠를 찾은 것도 기적이어서, 난 이제 내게 환영을 보여주며 말을 거는 상대가 신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 생각보다 아기는 눈치가 빠르구나. 역시 내 화신이야.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상대가 냉큼 대답을 해왔다. 내가 알아주기를 바랐다는 듯 반응 속도가 아주 빨랐다.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신이 나한테 찾아와?’
설마 내가 성녀를 사칭해서 벌을 주러?!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배를 잡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사칭이라니, 귀여운 생각이구나. 내가 온 건 알려주고 싶어서란다. 이제 넌 비로소 네가 있어야 할 곳에 돌아왔어. 원래 속한 곳으로 되돌리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 그러니 이젠 행복해지기만 하렴.
행복해지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걸 보면 신벌을 내리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저 지금 많이 당황스럽거든요!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신이라면 저한테 신성력을 준 게 당신이에요? 이게 지금 제2회차 인생인가요?
‘그래서 단테에게 제가 이상한 말을 했던 거예요? 막 모르는 곳도 그냥 가고요?’
– 모두 설명해 주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어서.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그렇다’로구나.
맙소사.
혹시나 싶어서 질문을 던진 건데 돌아온 대답이 긍정이라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정보 과부하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 이런,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렴. 그저 네 아버지가 네 진짜 아버지가 맞고, 세상을 멸망시킬 만큼 너를 사랑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단다. 나중에 다 알게 될 테니까…….
자신을 신이라고 칭한 자의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며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방금 벌어진 일은 찰나의 순간인 듯 아빠는 여전히 나를 꼭 껴안고 있었고 나도 그랬다.
감동이 여전히 가슴속에 넘실거렸지만 좀 황당하기도 했다.
‘아니, 남의 부녀 상봉 자리에 끼어들어 놓고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슥 가면 그만이야?!’
무슨 신이 그래?!
씩씩거려 봤지만 이번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와, 진짜 편하게 사네.
‘아, 그나저나…….’
이제 슬슬 아버님께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잡을 수도 없는 신을 뒤쫓는 대신 당장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아……빠. 저어, 이제 아버님을 찾아야 할 거 같아요.”
“……다시 한번 불러주련?”
“으음. 아빠? 저기, 천장에 금이 가고 있거든요.”
빠각빠가각.
어디선가 매우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천장에서 내 꽃들의 꽃잎이 팔랑팔랑 떨어져 내렸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서 난 두 팔로 아빠의 머리 위를 가려주었다.
암만 봐도 내 아빠는 좀 감수성이 풍부하고 멘탈이 약한 데다 극단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죽었다고 세상을 멸망시키다니.
‘그런 세상이 어떡하다가 회귀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세계를 아주 조각내는 게 내 아빠라는 건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지켜줘야지.’
충격을 받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나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무엇에 먼저 경악해야 할지를 모르겠는걸.
‘그런데 없어진 미래라는 거에서 난 왜 그렇게 바짝 말라서 죽었을까?’
가족을 찾는다는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의문이 여러 개로 더 증식해 버렸다.
답을 줄 존재는 대답도 없으니 하는 수 없지.
“플로린!!!”
결국 천장이 무너지며 거기에서 아버님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뛰어내렸다.
뒤이어 난감한 표정의 화이란과 매서운 표정의 유리가 나타났는데, 나는 본능적으로 이 사태를 말리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걸 직감하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저 여기 있어요! 아빠가 많이 울어서 금세 못 나갔어요!”
아버님, 손에 휘두른 그거 뭐예요. 그 시커먼 거. 무서우니 얼른 집어넣어요.
나는 내가 무사하며 안전하다는 것을 최대한으로 어필했다.
“참, 아빠 맞대요! 으익?!”
폴짝폴짝 뛰던 내가 품을 벗어나려 하자 가만히 있던 아빠가 나를 꼭 껴안아서 못 가게 했다.
그러면서 또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여기서 벗어나면 진짜 펑펑 울다 쓰러질 것 같아서 나는 눈치를 보다 그냥 손만 흔들었다.
“아빠, 아빠도 이제 일어나야죠. 다리 안 저려요?”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계시네. 쥐 날 텐데. 게다가 연세도 많으시면서…….
난 아빠의 관절과 연골의 상태도 조금 걱정했다.
겉모습이 호호 할아버지가 아니라서 다행히 아빠라고 호칭하는 게 크게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삼천 살이신 건 변함없잖아.
“다행이……구나. 나는 네가 납치된 줄로만 알고.”
“히히, 괜찮아요. 아버님. 구하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유리도 고마워!”
날개처럼 팔을 파닥거린 난 흔들리는 청록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신이 보여준 사라진 미래라는 건, 아빠가 나에 대해 깊은 사랑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았다. 그 안에는 두 가지 숨은 의미가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죽은 나조차 구하러 와주신 분이야. 아버님은.’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아빠가 두 분이구나.
부모님께 사랑받는 자식이 되는 게 이룰 수 없는 내 꿈이었는데, 아니었구나.
‘이미 이룬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