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01)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01화(10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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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 의미는 두 분이 다투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만 한다는 거야.”
나는 소매가 치렁치렁하고 넓은 형태의 이곳 옷을 입은 채 창가에 턱을 괴고 있었다.
“공주님, 하문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앗, 아니야.”
내 시중을 가장 가까이서 드는 령이가 다가와 물어볼 걸 알면서도 소리 내서 중얼거린 이유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이안과 단테 화해시키기! 안 싸우게 하기! 이게 목표였는데. 여기 올라오니까 아빠랑 아버님이 안 싸우게 하기가 목표가 됐잖아?’
누군가의 사이를 조율하고 친해지게 만드는 게 내 업보인가?
나는 오늘 아침 식사에서도 몹시 데면데면하던 아빠와 아버님을 떠올리며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공주님, 왕께서 귀한 옷감이 든 상자와 함께 산호석 장신구를 보내오셨습니다.”
“또? 어제도 선물이 왔잖아.”
“그만큼 공주님을 아끼시는 것이지요.”
물론 아빠는 아주 부유했다. 삼천 년 치세 기간 동안 온갖 귀한 건 창고에 다 모아두었겠지. 그러니 내게 펑펑 선물하셔도 상관없다지만…….
“와, 이건 진짜 예쁘네.”
“공주님께 아주 잘 어울리셔요.”
나는 다홍빛이 도는 귀걸이와 목걸이를 보며 언젠가 이걸 착용하고 파티에 나가는 걸 상상해 보았다.
어린이가 쓸 만한 물건은 아니어서 아빠가 준 건 전부 모아뒀다가 데뷔당트 이후부터 쓸 계획이다.
‘근데 파티 때마다 새 장신구를 달고 나간다고 쳐도 지금까지 받은 것만 3년 치는 되는 듯해.’
이걸 다 어찌 들고 간담?
무거워서 사람 하나 내려놓고 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싶던 나는 손바닥을 탁 쳤다.
‘화이란을 두고 가면 되잖아!’
어차피 화이란은 여기 사람이고, 비행정에 타지 않아도 알아서 오갈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아빠가 준 거, 단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 가고 싶었는데.’
양어머니를 뵈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물을 풀어서 보여드리며 말씀드려야지. 할아버님이랑 이난나 님께도 길게 설명을 드려야 해.
그런 다음에는 이안이랑 단테의 손을 잡고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었다. 그럼 둘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줄 거야.
“아이, 참. 숨어서 보지 말고 가까이 와서 보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복도로 나간 나는 저어어어기 모퉁이에 삐죽 나와 있는 고운 손을 발견했다.
다 보라는 듯 반만 숨어 있으면서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선물만 보내다니. 왠지 이럴 것 같았는데, 나와 보기를 잘했지.
“아빠! 찾았다!”
내가 소매 깃을 쥐자 크게 움찔한 아빠가 서서히 나를 돌아보았다.
얼핏 보면 냉랭하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이지만 나를 향할 때마다 눈이 울고 있어서 전혀 무섭지가 않단 말씀.
아빠는 곧바로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선 머뭇거렸다.
“선물…… 열어보았니?”
“응! 산호석 귀걸이, 엄청 예뻐.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마워요, 아빠.”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대답을 해주자 아빠가 몹시 기뻐하는 게 보였다. 좀 심하게 과장하자면 머리 위에 새싹이 돋아난 것처럼 안색이 확 밝아졌달까.
“아직 줄 것이 많아. 보물 창고는 통째로 네 것이라지만 그 안에서도 가장 귀한 것만 고르고 또 골랐단다.”
“설마…… 직접?”
“응, 당연하지. 밤을 새워서 겨우 몇 가지 골랐는데 화이란이 그 산호석 장신구가 좋겠다고 하더구나.”
“……밤새?!”
나는 뿌듯하다는 듯 설명하는 아빠를 기가 막힌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
아니, 연세도 많으신 분이 안 주무셨다고요?
“오늘부터 당분간 선물 고르기는 금지야.”
“……!”
“보내도 안 받을 거니까 밤에 주무세요.”
내가 팔짱을 낀 채 딱 잘라 말하니 안절부절못하던 아빠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 아, 미치겠네!
“아빠, 아니, 잠시만. 우, 울지 말고! 아빠가 걱정돼서 그랬지!”
뚝.
뚝.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모공 하나 없이 뽀얗기만 한 뺨을 타고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미인에 약한 내게 미인의 눈물은 쥐약이나 다름없다. 두 눈을 질끈 감은 나는 부르르 떨다가 결국 아빠를 꼭 껴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아니이, 나는 아빠가 잠도 안 자고 막 그렇게 보낸 선물은…… 기쁘긴 한데, 그래도 아빠 건강을 챙기고 나서 보낸 선물이 더 기뻐. 안 기쁘다는 게 아니라. 알아들어요?”
이렇게 심약해서 어쩌면 좋담. 이 나라, 어떻게 삼천 년이나 유지가 되어 온 거야?!
“공주야. 아빠가 또 실수를……. 잘 몰라서 그랬어. 앞으로 밤에는 꼭 자고, 낮에 선물을 고를게.”
선물을 안 고른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군요…….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곤 아빠의 등 뒤를 보았다.
거기엔 화이란이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가면을 쓰고 있어도 뚫고 나오는 표정이 꼭 못 볼 꼴을 봤다는 것 같았다.
왜 저러는 거야?
“아빠, 화이란 왔어.”
그런데 아빠가 못 들은 척했다. 분명 시선을 피하면서 어색하게 고개도 살짝 꺾었어!
맙소사, 지금 일하러 가기 싫어서 못 들은 체하는 거야?
“아빠, 일은 해야지! 여기도 지상만큼이나 백성들이 많다며!”
“하지만 지금 가면 공주는 또 언제…….”
“난 여기 있잖아.”
친부를 찾은 날로부터 닷새째, 나는 궁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침엔 아빠와 아버님, 유리를 마주하게 해서 한 자리에서 꼭 같이 식사했고, 그 뒤엔 유리와 함께 궁 뒤쪽의 구름길을 타박타박 산책했다.
그동안 아버님은 궁내 서고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것 같았고, 아빠는 병아리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오다가 지금처럼 화이란에게 걸려서 대전으로 돌아갔다.
산책을 끝내고 조금 쉬고 있으면 방금처럼 선물이 오는데 아빠는 처음엔 아예 내가 기거하는 이 건물 바깥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 하루씩 거리가 가까워져서 모퉁이 정도에 숨어 있게 된 거야.
“그리고 일을 하고 와야 나한테 엄마 이야기 해주지.”
사실 엄마 이야기는 당장 여쭤보고 싶었던 거였다. 어떤 분인지, 초상화는 있는지, 나랑 얼마나 닮았는지……. 다 궁금했다.
하지만 이틀째까지는 나도 정신이 없었고 그 뒤엔 엄마의 ‘엄’만 나와도 아빠가 오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진정시키는 데 또 이틀이 필요했었지.’
그러다 바로 어제, 내게 슬쩍 다가온 화이란이 이 궁에 왕비님을 기리는 추모관이 있음을 귀띔해 주었다.
엄마의 초상화 밑에 향로도 놓여 있고, 거기에 향을 꽂을 수도 있다는데 추모관에 있는 건 그뿐이 아니었다.
‘엄마가 남몰래 나를 위해 준비했던 아기 용품도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당연히 거길 가 봐야 하지 않겠어?
아빠랑 같이 가서 엄마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엄마의 제단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향이 꺼진 적 없다던데 나도 딸로서 향을 꽂아드리고 싶었고.
“같이 추모관 가기로 했잖아.”
“그래야지. 곧 돌아오마. 혼자 잘 있을 수 있겠니?”
“응. 나, 생각보다 뭐든 잘 한다? 책 읽고 있을게. 유리랑 놀고 있어도 되고.”
“그렇지. 아직 까마득히 어린데도 이리 의젓하여서……. 또 불편한 곳은 없고?”
“응.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궁인들이 무릎 꿇는 거, 이제 안 하잖아.”
잃어버렸던 공주가 돌아왔으며 친딸이 맞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궁은 발칵 뒤집혔다.
화이란을 제외하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나를 보면 저 멀리서부터 이미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댔다.
그게 너무 불편해서 그러지 말아달라고 한 뒤로는 다들 허리만 굽히는 정도로 바뀌었다. 그 외에는…….
“령이가 눈짓만 해도 원하는 걸 다 갖다줘.”
“그러니. 다행이로구나.”
아빠가 슥 고개를 들어 내 방을 보더니 이내 우아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 저녁에는 둘이서 식사할까?”
“앗…… 으음, 좋아요.”
아빠가 나랑 단둘이 있고 싶은가 봐. 아무래도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니까 그게 좋겠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우린 좀 더 친해질 필요가 있어.’
사실 말투만 봐도 아빠한테 자연스럽게 말을 했다가, 존대했다가 갈팡질팡하고 있잖아.
아빠는 내가 편하게 말하길 바랐는데 종종 존대가 튀어나왔다. 아직 덜 친해서 그런 거겠지.
“그럼 이따 만나!”
난 아빠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어줬다.
아빠는 가는 길 내내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나를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그렇게 아빠를 배웅한 나는 아버님께 오늘 저녁에 추모관에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려고 몸을 빙글 돌렸다.
혹시 나를 찾아오셨는데 내가 방에 없어서 깜짝 놀라시면 안 되잖아.
“아버님?”
하지만 오늘따라 아버님은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유리의 방까지 찾아가 봤지만 나를 보고 신나 하는 유리만 있을 뿐, 아버님은 없었다.
‘대체 어딜 가신 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