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04)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04화(104/173)
“……반역이 있었다.”
“반역?”
“월 섬의 월휘. 화 섬의 화이란. 목 섬의 목희. 그 셋을 제외한 다른 섬의 주인들이 꾀한 일이었지.”
아빠의 붉은 눈이 차갑게 식었다.
“그들은 입으로는 충심이라 하였다. 비가 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현혹시키려 한다고 주장했고, 내가 그걸 알면서도 넘어가 주었다고 하더구나. 그리하여 끝내 이 나라가 비의 뜻대로 좌지우지될 터이니 그걸 막아야 한다고. 그리 말했다.”
으음, 당시에 그렇게 주장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상상하지 말기로 하자. 오싹하니까.
“죽일 의도는 없었으며 그저 내 곁에서 비를 떼어놓으려 했을 뿐이라 하였지만, 결과가 그리되지 않았나.”
“그럼 지금 수 섬, 금 섬, 토 섬의 주인은 그때랑 다른 사람이에요?”
“그렇단다.”
궁궐 분위기, 굉장히 살벌했겠는걸.
난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의 초상화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곤 손을 뻗어서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빠 잘못 아냐. 스스로를 탓하지 마.”
“……내 잘못이란다. 아내와 아이를 둘 다 지키지 못했으니 그것이 어찌 내 잘못이 아니겠니.”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잘못한 거야. 엄마도 아마 똑같이 말할걸?”
부모와 자식은 닮는다잖아.
나는 아빠가 감동을 받아서 또 울려는 걸 보고 서둘러 화제를 바꾸었다.
“아빠. 엄마도 흰 담비였어? 아빠는 페가수스지?”
“그래. 아빠는 페가수스고, 비는 흰 담비였단다.”
“그럼 이곳 사람이 다 페가수스인 건 아니네!”
그게 궁금했었다.
원래 수인들은 서로 다른 종족이 결혼할 시, 자식은 둘 중 한쪽을 따른 종으로 태어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흰 담비고 나도 흰 담비면, 아르칼리크의 모든 사람이 다 페가수스 족인 건 아닌가 봐.
“아아. 페가수스는 아주 희박한 확률로, 심지어 몇 대를 건너서 태어나는 편이란다. 조상 중에 페가수스가 있다면 언젠가 그 집안에 다시 페가수스가 태어날 수 있는 거지.”
“우와, 신기해.”
“오직 페가수스만이 지상과 이곳을 오갈 수 있기에 죄인을 호송하여 추방하는 임무를 맡거나 혹은 사절단이 된단다. 대표적으로는 화이란이 있겠구나.”
스르르.
아빠의 등에서 반짝거림이 일더니 날개가 휙 펼쳐졌다.
날개는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새 일족들의 날개와는 조금 다르지. 훨씬 튼튼하단다. 폭풍우 속에서도 날 수 있으니까.”
아빠가 설명을 하며 내게 깃털을 하나 뽑아서 내밀었다.
내 손바닥 두 개를 겹쳐놓은 것보다도 더 큰 데다 새하얀 깃털이라 이걸로 깃펜을 만들면 참 예쁠 것 같았다.
“그래서 비가 임신했었다는 걸 알자마자 아빠는 너를 빼돌…… 아니, 살린 이가 혹 있을까 싶어 모든 섬의 페가수스를 다 모아 추궁했단다. 하지만 그 누구도 너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었지. 딸인지, 아들인지조차 모르고 아르칼리크에 있는지, 지상으로 떨어졌는지도 몰랐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엄청 자랑스럽고 기쁘고 미안하고 좋지?”
“그래.”
이제 아빠가 하려는 말은 눈 감고도 외울 수 있단 말씀.
하지만 나는 다음에 이어지는 말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다.
“공주야. 혹 여기서 살아줄 수는 없겠니.”
“으응……?”
“당장은 친구들과 떨어지면 힘들 테니, 열셋까지는 오가기만 하다가…… 그 이후부터.”
아빠의 표정이 몹시 진지했다.
오랫동안 생각을 한 다음에 입 밖으로 낸 것이라는 게 뚜렷하게 느껴져.
그래서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방금 엄마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돌아가겠다는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아빠는…… 공주가 열네 살이 되는 해부터는 아르칼리크의 각 섬에서 1년씩 살아봤으면 좋겠어. 여기를 집이라고, 고향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일곱 섬이니까, 그러고 나면 어른이 되는데?”
손가락 하나하나 접어보던 나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열네 살부터는 지상에 가기가 힘들어져?”
오가는 게 설마 불가능하진 않겠지.
그러나 아빠는 불길하게 오랫동안 침묵했다.
“아빠는 불순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내새끼가 셋이나 있는 곳에, 공주가 아빠와 멀리 떨어져 사는 게 너무나 불안하고 염려가 된단다.”
윽. 아까 보셨구나.
구름길에서 연락을 했으니 아빠도 당연히 보셨겠지.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아르칼리크에서는 본래 열한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소년, 소녀들을 한 자리에 두지 않는 문화가 있어.”
“가족도……?”
“가족은 예외지.”
드리블랴네의 전통은 지상에서도 특이한 케이스이기는 했다. 아르칼리크의 문화는 아주 보수적인 것 같고 말이야.
머리를 쥐어뜯던 나는 고개를 반짝 들고 질문했다.
“그럼 아빠. 스무 살에는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어?”
“네가 어른이 되어 그러기를 원한다면. 혹 이곳 사내를 원한다면 일곱 섬 중 어디에서도 살 수 있단다.”
열네 살이 되기 전까지가 유예 기간이면 그래도 앞으로 몇 년 남은 거다.
그때까지 드리블랴네에 대해 더 많이 공부를 해두면 되긴 하겠지. 대외 활동도 많이 하고.
아르칼리크의 공주라는 것만 해도 내 입지는 그 누구와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치 탄탄한 거라서 이젠 라흰이 내 자리를 빼앗을까 봐 걱정이 되진 않았다.
‘그리고 연성술도 좀 더 잘 익히고 싶어. 여기가 내 나라니까, 아르칼리크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고.’
나는 향갑에서 새 향을 꺼내 연성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향의 끝에서 새하얀 국화가 피어났다.
나는 그걸 엄마의 초상화 아래에 내려놓고는 속으로 질문했다.
엄마, 엄마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왠지 엄마라면……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실 것 같아.
“아빠 난 지키고 싶은 게 있어.”
나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드리블랴네 가문. 난 그 가문이랑 결혼했거든. 그곳 사람들도 참 좋아. 지켜내고 싶다고 생각해. 가벼운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를 버리고 이곳에 영영 머물 수는 없어.”
아빠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내 시선이 손으로 향하자 아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헛기침을 하며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렇지만 아빠 옆에 있고 싶기도 해. 아빠는 적어도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거잖아.”
“……그래.”
“그러니까! 아버님이랑 같이 조율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해. 나는 몸이 하나뿐이니까 여기랑 저기에 동시에 살 수는 없고…….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 논의해 보면 안 돼? 내가 아버님을 데려올게!”
사실 아빠가 제시한 기간이 가장 합리적이기는 했다.
자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어떻게 욕심일까.
그건 사실 정상적이었더라면 부모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권리이자 의무였다.
그런데 아빠는 내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할까 싶어서 몇 년 더 기다려주시겠다고 한 거니까…….
‘어른이 되면 다시 드리블랴네로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리면 할아버님과 이난나 님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그리고 아까처럼 홀로그램으로 통신을 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 그런데 아버님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거야?’
아빠와 추모관에 간 날, 아버님은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심지어 황제 폐하마저 태양섬에 도착한 날까지도 아버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숨은 거지?”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버님이 무슨 일이 있거나 한 게 아니라, 그냥 나를 피해서 숨은 거라는 걸.
‘설마 내가 여기에 영영 남겠다고 할까 봐?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도망치신 건가?’
좀 황당했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나는 과거를 반추할 줄 아는 현명한 담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아버님을 불러낼 최적의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내가 다칠 것 같으면 나타나실걸.
“이거면 됐겠지?”
난 어디서 아주 큰 짱돌을 구해다가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꽤 멀리까지 이동했다.
‘자, 이제 뛰자!’
이렇게 전속력으로 뛰면 반드시 짱돌에 걸려 넘어져서 바닥에 머리를 박게 될 것이다.
물론 내겐 아버님이 걸어준 보호 마법도 있을 테고, 아빠가 지켜볼 수 있는 구름길에서 계획을 실행한 거니까 아무튼 다치진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나타날 수는 없을 거란 말이지.’
왜냐면 아버님은 나를 많이 아끼시니까!
‘이래도 안 나오면 아빠가 아버님을 어디 감금했다고 생각하겠어.’
이얍!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일부러 돌에 걸려서 넘어졌다.
몸이 기우뚱하며 앞으로 쏠리고 기분 나쁜 부유감이 나를 휩쓸었다.
그럼 이제 과연, 이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게 될까?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라고 하더냐.”
“앗, 아버님!”
“공주야!”
“아빠도 왔네.”
당연히 아니지!
평소보다 목소리를 내리깐 아버님이 내 뒷덜미를 덥석 쥐고 있었다.
아빠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팔을 벌리고 있었는데, 내가 넘어지면 그대로 안아줄 셈이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아버님을 돌아보며 배시시 웃었다.
“한 번만 더 숨으시면 다음엔 바닥이 아니라 짱돌에 넘어질 거예요.”
담비는 참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