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05)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05화(105/173)
“두 번 다시는 네 몸이 상하는 이런 짓을 하지 마라.”
“그럼 아버님이 도망가지 않으면 돼요.”
“……누가 도망을 갔단 말이냐. 미트볼.”
“아야야!”
아버님이 내 코를 꽉 꼬집었다.
진짜 아파서 한순간 눈물이 쏙 났어.
그러자 아빠가 아버님의 손을 쳐내며 나를 품에 꽉 껴안았다.
아버님은 그런 나와 아빠의 모습을 한참 보더니 말없이 몸을 돌렸지만……!
내가 누구냐. 놓아줄 것 같았으면 저런 쇼를 벌이지도 않았단 말이지.
“안 두고 간담서!”
나는 아버님의 재킷을 꾹 쥐고는 바락 소리를 질렀다.
“주워 간담서! 거짓부렁이었어요?”
“그건…….”
“아, 몰라요! 난 공주도 하고 드리블랴네의 며느리도 할 거야!”
빽 소리치자 아빠와 아버님의 얼굴이 동시에 난감함으로 물들었다.
그걸 보며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나를 소중히 여기시니까. 이 두 분이 서로 친해지게 하려면 이 수밖에 없지.’
억지로 얼굴 보고 대화할 자리를 만들 것.
그게 친해지는 것의 첫 단계잖아?
“아빠 말대로 열세 살까지는 지상과 이곳을 오가면서 살래요. 아버님이 데려다주세요.”
“……그 이후는?”
“그 이후엔 아르칼리크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스무 살이 되면 다시 내려갈게요.”
처음엔 논의를 하려 했지만 이제는 통보다.
며칠 동안 숨어 계시는 걸 보아하니 논의한다고 뭐가 될 것 같진 않고, 그냥 내가 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때요, 아버님. 아빠?”
나는 두 어른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버님과 아빠는 서로를 돌아보았고, 미간을 좁혔고, 고개를 탁 꼬았다.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죽겠다는 듯했지만, 어쨌거나 싸우진 않았다.
둘 다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활짝 웃었다.
“그럼 됐네요! 그렇게 하기로 해요!”
단테와 이안의 얼굴을 한 번 본 탓인지 얼른 돌아가서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아르칼리크도 참 좋지만, 내게 집은 드리블랴네라서. 돌아가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었다.
“짐이 증인이 되어 공증하면 되겠군.”
그때, 황제 폐하와 유리가 나타났다.
황제 폐하는 몹시 수척해진 얼굴이었는데 살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까슬한 얼굴이 위태해 보였다.
“더 나라를 비워둘 수 없으니 내일 해가 뜨는 대로 제국으로 돌아간다.”
“헉, 내일……!”
그럼 오늘은 아빠랑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
나는 아빠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아빠가 나를 안고 일어서선 고개를 까딱였다.
‘아빠, 다른 어른들이랑 있을 땐 울보가 아니란 말이지.’
이날 밤, 아빠는 다른 어른들과 함께 뭔가 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나는 돌아갈 생각에 잠을 설쳤고, 아침이 되자 엉엉 울었는지 눈가가 빨개진 아빠를 목격하게 됐다.
울지 말라고 토닥토닥도 해주고 꼭 안아도 주고, 볼에 뽀뽀도 해주고. 그러고 나서야 나는 비행정에 올랐다.
“조만간 또 올게, 아빠!”
그때는 다른 섬의 주인들도 다 소개받고, 아르칼리크에 대해 보다 자세히 배우고 싶다. 나는 그런 소망을 갖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집으로 갈 시간이었다.
제 8장. 이안의 생일 파티와 잠깐의 이별
내가 집으로 돌아오고 난 뒤, 드리블랴네 저택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버님이 모든 사실을 알리자 장로회는 나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파와 다른 애로 바꿔야 한다는 파로 나뉘어서 물어뜯고 싸웠다.
재미있는 점은 전자는 현재 있는 후계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게르드가 돌아오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내정된 안주인이 다른 소녀로 바뀌게 되면 내가 해둔 선택은 무효가 되고, 그러면 내쫓겼던 후계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런 소란은 보름 쯤 뒤, 후계자들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잦아들었다. 이안을 비롯해 모두가 내가 아니면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강경히 말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내가 아르칼리크에 아빠를 보러 네 번 더 다녀온 뒤, 황제가 공식적으로 아르칼리크와 수교하게 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아르칼리크에는 지상에 없는 과일과 광물, 뛰어난 대장장이들이 있었기에 마도 제국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었다.
아빠는 사실 수교를 해봤자 지상에서 얻을 것이 없어 손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정식으로 튼 것은 오직 나를 위해서였다.
누구도 나를 ‘부모 없는 천한 애’로 여기지 못하게 하려고.
이후, 외교 특사인 화이란은 물론이고 아르칼리크 사람들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공주님’이라고 부르니 사교계가 크게 들썩거렸다.
그간 알비노를 무시해 왔던 사람들은 아르칼리크라는 국가가 나타나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허둥댔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퉜던 이들 역시 몸을 사렸고……. 세상이 알비노에 대한 인식을 천천히 바꿔갔다.
그해 겨울. 아빠는 전 세계에 숨어 살고 있는 알비노들을 모두 찾아내기로 했다.
3대 이전의 조상을 죄인으로 두고 있는 후손들을 선별해서 그들이 원한다면 아르칼리크로 갈 수 있게 특별 사면을 해줄 모양이었다.
물론 사면 역시 ‘잃어버린 딸을 찾게 되어 그걸 기념하는 의미’로 하는 것이므로 내 인지도는 한층 더 올라갔다.
그렇게 아르칼리크와 드리블랴네를 오가게 된 나는 많이 바빠졌기에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냥 눈 깜빡했을 뿐인데 어느덧 열두 살이었다.
이제 단테는 완전히 안정되어 더는 폭주를 일으키지 않았고, 이안은 사격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둘은 보다 친해져서 이젠 제법 형제 같았고, 유리와는 여전히 사이가 나빴다.
그래도 멱살 잡고 싸울 정도는 아니고 만나면 몇 마디 대충 나누기는 하는 정도랄까.
세 명이 싸우지 않게 하려고 쫓아다니던 나는 열세 살이 될 무렵,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무게를 지킬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알아서 따라오더라고.
그리고 마도 제국의 황후가 딸을 출산한 늦봄.
5월 말. 오늘은 이안의 열다섯 살 생일로부터 일주일 전이었다.
* * *
“이게 낫나? 아니면 좀 더 광택이 도는 게 나을까?”
열세 살이 된 나는 키가 제법 자랐다.
예전엔 높은 선반에 있는 건 발돋움을 해도 꺼낼 수 없었는데 이젠 까치발을 하면 꺼낼 수 있단 말이지!
물론 내가 발꿈치를 들기 전에 이미 존이 꺼내주었지만.
“존은 어떻게 생각해?”
“작은 마님이 말발굽에 서른 번 밟힌 천 조각을 주셔도 가보로 가지고 다니실 겁니다, 이안 도련님은.”
“아아니, 그런 대답 말고. 이건 광택이 있고! 이건 없잖아. 뭐가 나은 거 같냐니까아.”
지금 내가 존과 함께 나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넥타이를 파는 전문 상점이었다.
단테야 제복을 좋아하지만 이안은 아버님처럼 슈트를 즐겨 입었다. 그런 이안이기에 나는 넥타이를 선물하고 싶었다.
오래 간직할 수 있고, 실용성도 있으니까.
“그럼 광택이 없는 게 나을 겁니다. 이안 도련님은 화려한 걸 싫어하시잖습니까.”
“음, 맞아. 화려한 걸 좋아하는 건 유리지. 이안은 단정하게 입고 다니니까…….”
나는 광택이 거의 돌지 않는 고상한 느낌의 붉은색 넥타이를 선택했다. 여기에 넥타이핀까지 함께 꽂아서 선물하면 좋아할 것 같았다.
‘양어머니와 원정 훈련을 간 단테도 이안의 생일에는 돌아오기로 했고.’
몇 해가 흐르면서 나도 바빠졌지만, 드리블랴네의 후계자들은 더 심해졌다. 각자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여 그쪽으로 매진 중이니까.
올해 들어서 단테의 얼굴을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사실 기억도 나지 않았다.
세 번? 혹은 네 번?
‘매번 원정 훈련을 가야 하니까…….’
그래도 우리는 다 같이 약속을 했는데, 최소한 생일만큼은 모여서 보내자는 거였다.
나와 이안, 단테, 앙드레, 메르엠, 시온. 그리고 유리까지. 모두 일곱 명의 약속이었다.
아, 시온이 누구냐면 내가 다가가기만 해도 놀라며 도망치던 초식 동물 같은 애인데 요즘 들어 그나마 가까워졌다.
“그럼 바로 저택에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산책을 더 하시겠습니까.”
“으음. 시내에는 오랜만에 나왔는데 바로 들어가긴 아쉬워.”
어쩌지.
고민하던 나는 일단 근처의 파르페 가게로 돌진했다.
“존도 같이 앉아.”
“아닙니다. 저는 서 있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음……. 그럼 그래도 파르페는 하나 먹어. 여기 가게 맛있어 보여.”
초코 바나나 크림 브륄레 파르페를 시켜 한 입씩 떠먹던 난 어느덧 노을이 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쁘네…….”
그런데 그때였다.
덜컹. 내 앞쪽의 의자를 끌며 누군가 털썩 앉았다.
뭔가 싶어 눈썹을 추켜세우며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나한테도 관심 주세요. 요만큼 떼어주세요.”
살살 눈웃음을 치며 보조개가 쏙 패게 웃고 있는 유리가 있었다.
“유리!”
“안녕, 누나.”
유리가 테이블에 놓인 화병에서 장미를 한 송이 꺼내 제 귀에 꽂았다. 그러고는 또 하나를 꺼내 내 귓가를 쓸어 넘기며 꽂아주었다.
“17일하고도 3시간 23분 7초 만이야. 보고 싶었어,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