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13)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13화(113/173)
제 9장. 세 명의 남편 후보와 데뷔당트 준비
“공주님, 공주님. 곧 신랑들을 보러 가시잖아요.”
“어느 분을 택하실 거예요?”
“꼭 한 명만 택해야 하나요?”
뺨에 닿는 햇살은 따사롭고 녹음은 싱그러운 나날이다.
아르칼리크는 사시사철 비슷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올 때 대단히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나 바람이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한 명만 택하는 게 규칙이야.”
“에-이.”
몇 년 전, 지상에서 아르칼리크로 올라온 나는 우선 이곳에서 유서 깊은 집안의 딸들과 친해졌다.
처음엔 나를 몹시 어려워하던 이들도 지금은 꽤나 편한 사이가 되어서 친구라고 부를 만해졌다. 비록 여전히 저들은 존대를 쓰고 나는 반말을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신으로 받들리는 왕의 딸인 나와 친근히 지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저들에게는 큰 충격이자 기쁨인 모양이었다.
“공주님! 재미있는 소식을 이 화이란이 가져왔습죠!”
그렇게 다과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머리에 삿갓을 쓴 화이란이 나타나 문간에서 인사를 올렸다.
분명 화이란은 발랄하게 말했는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아르칼리크는 신분제가 강력하게 적용되는 나라이니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굳이 피라미드로 따지자면-
이렇게 된달까.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1번 신분이 각 섬의 주인들이었으니 4번 신분들이 그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제가 공주님의 다과회를 망쳤습니까?”
“아냐. 되었으니 무슨 정보를 가져왔는지 말해줘. 근데 차는 안 줄 거야.”
“으악! 너무하십니다. 제가 얼마나 재미있는 정보를 가져왔는데요!”
나는 손짓으로 모두에게 물러가라고 명하고 이내 화이란을 앞에 앉혔다.
“얼마나 재미있는 소식인지 일단 들어보고 차를 대접할지 말지 정할게.”
“그럼 얼른 들려드려야겠군요. 단테 드리블랴네. 공주님의 남편 후보 말입니다.”
단테.
그리운 그 이름에 나는 움찔하며 손을 떨었다. 이런 반응을 보이면 화이란이 놀릴 거라는 걸 알면서 어쩔 수 없었다.
“마도 제국과 신성 제국에서 각자 제일 잘나가는 기사를 몇 명 뽑아서 토너먼트를 열었는데 거기서 냅다 우승을 했답니다.”
“정말?!”
“예. 압도적으로 이겨 먹었다던데요.”
대단하다!
이곳에서 나는 지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르칼리크는 지상의 나라에 대해 여러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 덕에 나는 신성 제국이 보유한 신성 기사단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게 됐다.
그런데 그런 신성 제국의 기사들을 단테가 이겼다니.
‘하긴, 단테는 팔라딘에도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역시 내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단테였다.
귀찮았을 텐데 매주 꼬박꼬박 일기를 쓰듯 편지를 써서 화이란에게 한 아름 안겨서 보내던 너.
그걸 읽을 때면 나는 단테의 하루하루가 손에 잡히는 듯했다.
이따금 내가 답장을 쓰면 뛸 듯이 기뻐하는 게 편지지 너머로도 느껴지는 내용의 답장을 또 보내왔지. 나중에는 너무 많아져서 단테의 편지만 따로 보관하는 방이 생겼을 정도였다.
“어떻게 자랐을지 너무 궁금해. 얼른 만나고 싶다.”
“공주님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겁니다. 장담하지요.”
“다들 나더러 예쁘다고만 하니까 난 내가 무슨 세기의 미인 같아.”
“어이쿠, 당연히 세기의 미인이시죠!”
참 나.
흥흥거렸지만 칭찬이 싫진 않았다.
나는 화이란의 뒤쪽에 놓인 서랍장과 그 옆에 자리한 전신 거울을 괜히 흘긋 보았다.
이제 완연한 성인이 된 내가 거기에 있었다.
여전히 동글동글한 느낌은 남아 있지만 그건 얼굴형이 그런 거고, 전혀 앳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는, 어른.
미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윤택한 생활을 누리며 행복하게 크다 보니 그런 유복함이 전신을 타고 흐르긴 했다.
“그런데 의외입니다.”
“뭐가?”
“아니, 공주님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지상에 있는 그들과 영상으로 소통하지 않게 된 거요.”
“아…….”
그건 내 뜻이 아니었는데.
나는 뺨을 긁적였다.
긴 시간 동안 아버님은 자주 아르칼리크에 오셨다. 아버님이 오실 때면 마법으로 지상에 있는 양어머니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마법이 펼쳐지니까 어색할 것도 없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안이 거부의 뜻을 전했다. 유리도 나중에 직접 만나자며 편지만 할 뿐, 얼굴을 보여주진 않았고.
둘이 그러니까 단테도 같이 ‘얼굴은 나중에 직접 만나서 보자’고 했고.
어렸을 적엔 그게 서운했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이안은 아마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걸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으리라.
나이가 들면서 사적인 일들도 생겼을 거고……. 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면 어째?
아버님의 마법 영상 연결은 상대방에게 ‘연결해도 되겠습니까’하고 친절하게 묻지 않았다. 그냥 냅다 연결해 버렸지.
그 방의 상황까지 다 보여주다 보니 사춘기가 지나면서 아무래도 곤란해졌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지금 나는 그 애들이 다 어떻게 자랐는지 알지 못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어릴 때 그 모습들뿐.
“헌데 공주님. 누구를 신랑으로 할지 어떻게, 언제 결정합니까?”
“음…… 그건 잘 모르겠어. 일단 지상에 내려가면 알려주지 않을까?”
“어른이 되었으니 데이트도 해보고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닌지요?”
“그건 그런데……. 아빠한테 나 데이트한다고 고했다간 봐.”
아빠는 지금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내가 열 살짜리도 아닌데 지상에 내려가기만 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셔. 데이트를 한다는 이야길 들으시면 분명 뒤따라오실걸.
‘아빠가 따라오는 첫 데이트…….’
그걸 상상하던 나는 부르르 떨었다.
끔찍해. 첫 데이트를 그런 식으로 망칠 순 없지!
‘문제는 누구랑 첫 데이트를 해보느냐인데.’
들려오는 이야기만으로 따지자면 유리는 벌써 유능함을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머리가 좋고 기발해서 여러 현안을 해결할 답을 척척 내놓는다나.
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하니까, 대단한 건 맞지. 단테야 방금 들었듯 멋진 기사가 되었고.
‘이안에 관한 소문은 전혀 없지만…….’
이안은 빛이 아닌 어둠에서 활약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화이란의 제자가 되었다고 했으니까.
그러니 아마 모두 가주가 될 만한 실력을 쌓아두지 않았을까?
‘으음. 근데 말이야. 그 애들이 나를 이성적인 의미로 좋아할지도 의문이긴 해.’
여섯 살짜리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손을 꼭 잡고 다닐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좋아해’와 지금의 ‘좋아해’는 여러모로 달랐다.
그땐 모두에게 다 좋아한다고 해도 되지만, 지금은 아닌 차이랄까.
어쩌면 나를 다시 만났는데,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아주 고민이 많아 보이십니다.”
“으응. 막상 내려갈 때가 되니 그러네.”
정체된 관계의 변화는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많은 것이 변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 * *
“어이, 뭐가 그리 좋아서 실실 웃냐?”
“내버려 둬. 저 녀석, 드디어 공주님이 오신다잖아.”
단테의 공주님.
그건 흑륜 기사단 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였다.
오랜 시간 근무해 온 기사들은 직접 모신 적도 있다는 ‘단테의 공주님’에 관한 이야기는 새롭게 입단한 기사들에겐 마치 동화와도 같았다.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달까.
아르칼리크라는 하늘 위 나라로 가신 분이 곧 돌아와 작은 마님이 된다는데……. 뵌 적이 없으니 솔직히 믿기지도 않았다.
아무튼 그 이야기의 장점이라면, 단테가 요즘 무서울 정도로 실실거리면서 다닌다는 것이다.
훈련을 하면서도 웃고, 신입 기사들을 가르치면서도 웃고, 아무튼 웃고 다니더니 심지어 훈련 강도도 세 단계나 낮춰주었다.
그것만 해도 기사들은 공주님을 찬양할 마음이 가득했다.
“근데 그 공주님이 다음 대 가주가 될 사람을 선택하는 거 아니었어?”
“엉.”
“만에 하나…… 단테 놈이 선택 못 받으면?”
“우린 다 뒤지겠지.”
단테는 이제 이 흑륜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이었다.
기사단장인 살로네스 님은 이제 연세가 있어 먼 곳까지 원정 훈련을 가기는 어렵기에 그 역할을 단테가 도맡고 있었다.
또래보다 월등한 체격과 힘,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와 동체 시력 등.
단테 드리블랴네는 가히 괴물이었고 그런 단테에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죽을 맛이었다.
웬만하면 공과 사를 구분하고 사적인 감정을 훈련에 끌고 오지 않는 단테라지만…….
저렇게 좋아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상대에게 버림을 받으면?
훈련 강도가 갑자기 여섯 단계는 더 높아지는 것 아닐까?
“제길, 단테 놈이 선택되길 빌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