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2)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2화(12/173)
‘아차, 하지만 먹기 전에 오늘 초콜릿 푸딩이 어땠는지 칭찬부터 해야지!’
제프는 물론이고 이제 다른 요리사들까지 은근슬쩍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안 듣는 척하면서 귀를 쫑긋거리는 게 다 보인달까.
나는 엣헴 하고 헛기침을 하곤 나를 졸졸 따라와 있는 폼폼의 머리 부분을 툭툭 쳤다. 그러고는 열심히 칭찬을 입력했다.
“사르르 해서 꺄아, 미꾸럼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자 귀엽다는 듯 웃던 사람들이 이내 폼폼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감각은 꼭 융털 카펫에서 배로 미끄럼틀을 타는 것 같았어!
정확해! 어떻게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내 말을 이해하는 거지?
“다꼬하구 싸쌰하구, 앙마가 머꾸시퍼 해.”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이번에도 사람들은 폼폼으로 눈길을 보냈다.
– 달콤하면서도 적당히 쌉싸름한 맛이 질리지 않게 해줬는데 분명 악마도 옆에서 한 입만 달라고 했을 거야.
폼폼의 말투는 기계적이었지만 말뜻을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오오, 이번에도 이리 극찬을 해주시다니……!”
“솔직히 카카오 열매가 풍족하지 못하여 주방장께서 푸딩의 풍미를 살리시느라 고생을 했잖습니까.”
“그 노고를 작은 마님께서 이리 알아주시고 치하해 주시는군요.”
감동을 받았다는 듯 몇몇 요리사가 들고 있던 국자를 내려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뭘 저렇게까지나 감동하나 싶지만…….’
일단 나는 하던 칭찬을 마저 하기로 했다.
“캐루맬이랑, 쪼꼬랑 구어서 바사사해써. 두구두구두구 달려와써!”
– 게다가 끝부분에 캐러멜과 초콜릿 시럽을 섞은 채 구웠잖아. 설탕이 바사삭 하면서 내 입안을 향해 종횡무진 달려왔어.
가주 할아버님이랑 있을 때면 몰라도 매일 발음을 힘주어서 신경 써야 하는 건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목구멍이랑 혀가 아려온단 말이지.’
어떤 날은 마비된 것처럼 목이 붓기도 했다.
그런데 키락서스의 발명품은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니 참으로 기특했다.
분자 단위 칭찬을 끝낸 나는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최대한 쭉 뻗어 하트 비슷한 걸 만들어냈다.
“오늘두 째고야!”
초콜릿 푸딩을 줘서 고마워. 내일도 맛있는 걸 주기로 약속해!
그런 의미를 담아 윙크를 발사하자 주방장 제프가 무릎을 꺾으며 휘청거렸다.
“어흐흑. 흐어엉!”
그러더니 울어버리는 게 아닌가!
나는 놀라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존 역시 나만큼이나 놀랐는지 입을 헤 벌렸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제프가 왜 저렇게 통곡을 하는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핍박받는 나날이었지요…….”
“식재료가 모자란 게 저희 잘못이 아니온데…….”
“후계자분들께서는 매번 맛없다고만 하시고. 돼지 수인들이나 먹는 거라고 하시고!”
“남기고! 눈앞에서 쓰레기통에 처박고!”
“재료가 아깝…… 읍, 읍읍!”
마지막 말은 아무리 그래도 하면 안 되는 것인지라 주변에 서 있던 요리사들이 입을 막았다.
나는 주방 안에 감도는 가라앉은 공기를 느끼곤 고개를 갸우뚱했다.
“셔마…… 누가 푸딩, 버려떠?”
어느 호랑말코가! 푸딩을! 버려! 그것도 이렇게 대기근의 시대에 감사한 줄 모르고!
“누구야! 누구!”
저도 모르게 씩씩거리며 묻자 요리사들이 난감한 얼굴로 눈을 굴렸다. 감정에 북받쳐서 쏟아내긴 했는데 ‘누구’냐고 하니까 콕 집어서 일러바치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구럼, 됴아. 주근 푸딩은 오디떠?”
– 푸딩의 죽음을 위로하고 싶어. 아아, 가여운 푸딩…….
아, 참. 아직 이거 안 껐지.
나는 폼폼의 머리를 다시 두 번 두드려서 꺼버렸다.
그러는 동안 서로를 쳐다보던 요리사들이 주방장의 옆쪽에 있는 쓰레기통을 흘긋거렸다. 입으로 말은 못 하지만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존!”
“명 받듭니다, 작은 마님.”
쿵, 쿵, 쿵.
덩치가 커다란 존이 딱 세 발짝 움직이자 쓰레기통 앞에 도착했다.
나는 거기에 버려진 푸딩이었던 것의 형체를 보며 그대로 오열할 뻔했다.
‘저, 저 맛있는 걸! 저걸! 버렸다고?’
그것도 만들어준 요리사들의 눈앞에서?
“후계자분들이 요즘 식사에 불만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존 역시 기가 막힌지 한마디를 했다.
‘물론 대귀족가의 후계자들이니 병에 붙은 것까지 싹싹 긁어서 아껴 먹을 필요는 없어.’
평민들이 굶주려도 귀족, 특히 대귀족들은 여전히 배부르게 사니까.
하지만 바깥이 뻔히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 이렇게 귀한 식재료를 낭비하는 건…… 좀 아니었다.
가주가 될 자질은커녕 싹수가 노랗게 말라붙었는걸?
‘게다가 돼지 수인들이나 먹는 거라는 말은 인종 차별이잖아.’
나는 죽은 푸딩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두 손을 꼭 모아 기도했다.
“다움 생앤 내 입에 드러와. 세상에서 쩨이 마싯게 머거주께.”
“허허, 작은 마님께서 알아주시니 저희 모두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건 가주에게 일러바칠 수도 없고, 공작 부인에게 가서 토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두 분은 후계자들 중 누군가가 못되게 구는 것을 알아주기엔 너무 바쁘고, 또 까마득히 위에 계시니까.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나는 다르지.’
게다가 난 무려 후계자들 중 가주를 선택할 권리를 지닌 몸이었다.
일명, 작은 권력자!
“앞으로두 이론 일이 이쓰면 나한테 꼭 말해조. 나눈 이론 애랑 겨론 안 해.”
내가 단호한 표정을 짓자 주방장 제프가 코를 팽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결과적으로 나한테 잘된 일인 건가?’
이제 저 사람들은 나를 의지하게 될 거야. 자신들의 억울함이나 답답함을 고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창구가 나니까.
“존, 후계자드리 몇 명이나 이떠?”
“모두 열 분이십니다. 하지만 현재 후계자 관에 머무시는 분은 일곱 분이십니다.”
“세 명은 오디 가써?”
잠시 뒤, 간식을 다 얻어먹고 받을 수 있는 예쁨이란 예쁨은 몽땅 받은 뒤에 주방을 나온 나는 내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전선의 상황이 하도 급박하다 보니 아직 나는 제대로 공부를 한다거나, 며느리로서 소양을 갖추기 위해 가문에 대해 배우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당장 드리블랴네 가문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드리블랴네의 가계도가 복잡하여 아무래도 설명이 좀 어렵습니다만…… 한 분은 현재 사관 학교에 계십니다.”
“사관 하꼬?”
“예. 부친이신 디엔 글란스 님이 아드님의 재능을 알아보시고 사관 학교 기숙사에 보내셨지요.”
아, 사관 학교라면…… 분명 그건 단테겠구나.
존이 이름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관 학교에 보내질 검술 재능이면 단테뿐이지.
“또 다른 분은 황자십니다. 자라는 데 특수한 환경이 필요한 종이셔서 황궁에 계십니다.”
“상어……?”
“예, 맞습니다.”
신성 제국의 황가는 서테시아. 즉, 뿔고래 족이다.
마도 제국의 황가는 헬리코프리온인데, 톱니 상어 족이었다. 바다 동물은 아무래도 바다에 있어야겠지.
‘드리블랴네의 후계자들 중 유일하게 검치호가 아닌 아이라면…… 유리야.’
미래의 황태자, 유리 예레반 헬리코프리온 드리블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존에게 또 질문을 했다.
“마지막은?”
“마지막 분은 저희 제국과 동맹국인 리첸비움의 왕세자이십니다. 나라를 떠받쳐야 하는 몸이시니 이곳에 오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곧 후계권을 포기하실 테고요.”
“아하.”
“저도 사실 그분은 뵌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동생이신 리첸비움의 차남은 여기 계시지요.”
하긴, 장남이 아니면 드리블랴네를 물려받는 쪽이 이름 없는 왕자로 살다 죽는 것보다 낫지.
‘어, 근데…… 리첸비움?’
그거 되게 익숙한 성인데.
분명 원작 후반부에서 여자주인공한테 질척거리며 매달리는 남자주인공 1번. 게르드의 성이 리첸비움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몸더러 알비노 짐승과 결혼을 하란 건가?”
그런데 그때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복도 앞쪽에서 아주아주 심술궂은 사내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주께서 알비노를 선택했다고 하셨을 땐 농담하시는 거라 생각했는데.”
“……게르드 도련님을 뵙습니다.”
“그래. 경이 저것의 호위 기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 긍지 높은 곰 수인이 어쩌다 그리된 거야?”
존과 눈을 마주치려고 애를 쓰며 허리를 쭉 펴는 녀석은 황동색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사납게 올라간 눈매와 황동색 눈동자가 그의 출신을 알려줬다.
나는 거만함으로 무장한 꼬맹이를 훑어보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게르드? 진짜 그 게르드?’
라흰에게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무슨 짓이든 해도 좋다며 두 손으로 채찍을 내민 바로 그놈?!
원작에선 분명 날렵한 육신이 아주 아름답고 몹시 순종적인 성격으로 묘사되었던 것 같은데.
성녀에게 밟히며 그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맡은…….
게르드 안톤 리첸비움 드리블랴네.
그놈의 변태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냥 꼬마쟈나……?”
맙소사.
나는 게르드의 통통한 장밋빛 뺨을 보며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왕자님 그 자체인 게르드는 딱 그 나이대 소년이 가질 만한 자부심과 자존심 따위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