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3)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3화(13/173)
“저게 지금 이 몸을 보고 웃은 건가?”
“게르드 도련님. 작은 마님께 ‘저것’이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경도 귀가 있으면 들었을 텐데! 저게 지금 나를 비웃고 있잖아!”
아, 미치겠네.
어른을 흉내 내며 온갖 거드름을 피우는 말투가 솔직히 너무 웃겼다. 게다가 커다란 존의 머리 위에 있는 내 눈엔 상대가 완전 꼬맹이로 보이거든.
“당장 이리 내려오지 못해? 리첸비움이라면 무희밖에 되지 못할 알비노 님이 날 비웃어?”
게르드가 씩씩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가 난 통에 방금 키락서스의 마법이 작용하여 내게 ‘님’이라고 한 건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안 됩니다, 도련님.”
내 호위를 맡은 존은 게르드를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쏙쏙 피했다.
“그만하십시오.”
“아악! 저게 자꾸 웃잖아! 감히! 감히 이 몸을!!! 리첸비움의 차남인 나를!”
꼬리를 살랑 흔들며 참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빵 터졌다.
나는 존의 머리칼을 부여잡고 끅끅거리다가 거의 굴러떨어질 뻔했다.
한참 뒤에야 웃음을 그친 나는 입을 모은 소년이 나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이제 천하다고 하려나?
“이…… 이…… 가족도 있는 게! 출신도 귀한 것이!”
“……풉. 푸하하하!”
너무 예상이 적중하는 바람에 간신히 참았던 웃음이 다시 터졌다. 어떤 욕설을 내뱉든 키락서스의 필터링 마법을 뚫을 순 없지.
‘어떡해, 저게 무슨 남자주인공 중 하나야!’
겨우 눈가를 닦아낸 난 폼폼의 머리를 두 번 두드렸다.
“푸딩 범인이야?”
– 오늘 간식으로 나온 푸딩을 요리사들 눈앞에서 쓰레기통에 처박은 게 너야?
게르드는 그 순간, 혼란에 빠졌다.
‘뭐, 뭐지? 저게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사실 그가 이렇듯 아랫것들이 머무는 층까지 온 건 미리 매수해 둔 복도 청소 당번 하인의 보고 때문이었다.
그는 일명 작은 마님이라 불리고 있는 천한 알비노를 기선 제압하고 가주는 제가 될 것임을 주지시키려 했다.
작년까지 리첸비움에서 살았던 게르드가 평생 만나본 알비노라고는 천민 무희뿐. 하지만 막상 만나본 ‘작은 마님’이란 알비노는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리첸비움이었다면 감히 내 얼굴조차 올려다보지 못할 것이!’
지금은 호위 기사인 존 그리즐리 경의 머리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지 않는가.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음식이고 방이고 다 마음에 안 드는데!’
분에 차서 눈이 뒤집힌 그는 천한 것을 할퀼 만한 말을 다시 골랐다.
“결혼만 하고 나면 너 같은 것은 이혼한 뒤 첨탑에 가둘 것이다. 넌 평생 내 사랑만을 갈구하겠지!”
리첸비움에 계신 왕이신 아버지에겐 수많은 첩이 있었다. 그 첩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첨탑으로 끌려갔다. 평생 거기서 나오지 못한 채 왕의 자비를 구걸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냐. 이제 무섭겠지!’
의기양양해진 그는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영 기대와는 달랐다.
“푸, 푸하하핫! 나, 나를 가둔대!”
“지금 말씀은 선을 넘으셨습니다. 가주님께 따로 보고를 올릴 테니 그리 아십시오.”
왜지?
천한 것은 웃고, 그가 나름대로 잘 보이고 싶었던 존 그리즐리 경은 정색하며 얼굴을 굳혔다.
게르드는 그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애의 생각이야 뻔하지.’
나는 그런 게르드의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였다. 왕의 아들로 얼마나 오냐오냐 떠받들리며 자랐을까. 저 애가 장남이 아닌 건 왕국에게 있어 큰 복이었다.
후련하게 다 웃은 나는 이내 싸늘한 말투를 꾸며냈다. 웃긴 건 웃긴 거고 혼은 내야지.
“야.”
“!”
“누가 너랑 겨론해 준대?”
“뭐, 뭣?”
“너 말고도 후보는 많아. 바보야.”
귀하신 왕자께 욕을 하면 안 되는 거겠지만 내가 들은 욕이 더 세다.
‘어차피 이 상황은 존에 의해 가주님께 공정히 보고될 테고.’
난 웃은 죄밖에 없는데 거기에 발끈해서 하면 안 될 말을 한 건 저 녀석이다.
“푸딩, 버리지 먀.”
– 네 입에 들어갈 그 푸딩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아? 음식을 함부로 대하지 마.
폼폼이 아주 훌륭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번역해 주었다.
나와 폼폼을 번갈아 보던 녀석은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오? 참나?’
여기서 참는다면 나름 싹수가 있긴 한데.
‘아니면 덤비고 싶어도 존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걸지도.’
대부분의 사람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그러나 드리블랴네의 가주는 그래선 안 됐다. 그렇게 무게감 없는 사람이 파는 무기를 누가 사겠어?
“가자, 존.”
“예, 작은 마님.”
나는 새침하게 고개를 팩 돌렸다.
‘어휴, 눈 버렸네.’
그래도 저런 싹수 노란 애가 나중에 알파가 되긴 되나 봐.
‘정말 왕국에서 억지로 억지로 어떻게든 알파로 각성하게끔 도와준 모양인데…….’
응, 결정했어. 게르드는 라흰이 구원하라고 하자.
난 도저히 게르드의 구원 서사를 가로채고 싶지 않았다. 저건 그냥 라흰더러 가지라고 하고…….
“뀩!”
그런데 찰나, 내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작은 마님!”
순식간에 나를 빼앗긴 존이 황망한 얼굴로 몸을 돌렸으나 난 이미 게르드의 손아귀에 잡힌 채였다. 그것도 꼬리만 대롱대롱!
“감히 날 능멸해?”
엄마야, 얘 눈 돌았어요.
어떻게 존의 반응 속도보다 빠르게 나를 거머쥐었나 했더니 게르드의 옆에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은은한 빛에 휘감긴 새는 척 보기에도 심상찮았다.
“그건, 바람의 정령이 아닙니까! 작은 마님을 상대로 정령술을 쓰시다니요!”
사색이 된 존이 대번에 가까이 다가왔으나 게르드는 한 발짝 물러서며 정령을 방패로 삼았다.
“이 녀석은 내가 혼쭐을 내야겠으니 거기 서 있도록.”
“그만두십시오. 정말 크게 혼이 나실 겁니다!”
“아, 그래?”
씨익. 비틀린 입매가 위로 치솟았다. 동시에 내 꼬리에 어마어마한 통증이 가해졌다.
‘아파!’
아무리 그래도 게르드는 열세 살이다. 난 작고 연약한 아기 담비에 불과했고.
그런데 그런 게르드가 작정하고 나를 움켜쥐자 진짜 꼬리가 뽑힐 듯이 고통스러웠다.
“이 몸이야말로 알비노 따위와 결혼할 수 없으니 지금 당장 가주님께 가서 말씀드려. 널 미래의 안주인으로 내정하신 건 실수라고, 그만두겠다고 하란 말이야!”
“뀩!”
사냥당한 소동물처럼 허공에 대고 흔들리자 조그만 뇌며 장기가 모조리 뒤집히는 듯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존이 검을 빼든 게 보였다.
정령이라 해봤자 게르드가 불러낸 건 바람의 중급 정령이었다. 심지어 계약의 증거인 이마의 보석도 없잖아. 개인 정령도 아니고 아마 왕실에서 준 보호 아티팩트 속의 정령이거나 그렇겠지.
“저는 가주님께 작은 마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정령을 강제 송환하겠습니다.”
“쳇. 알겠어, 알겠다고!”
존의 엄중한 경고에 게르드가 혀를 차더니 정령부터 없앴다. 그런 다음 나를 존의 손 위로 휙 집어 던졌다.
“작은 마님,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아.
‘복수할 거야!’
날 이렇게 아프게 했겠다?
벌떡 일어난 나는 험악한 눈빛으로 게르드를 노려보았다. 인간화를 하지 못하는 게 이렇게까지 서러운 일이라니!
‘아니지. 동물 모습이니까 할 수 있는 복수도 있지.’
밤톨 손을 까득 움켜쥔 나는 온 힘을 뒷발에 집중해 쏘아져 나갔다.
“작은 마님!”
존이 말리기 전에 원수의 어깨에 당도한 나는 입을 쩍 벌리곤 놈의 투실투실한 귀를 그대로 악 물어버렸다.
“아아악! 이 짐승!!! 놔!!!”
흥, 내가 놓을 줄 알고? 너도 내 꼬리 안 놨잖아!
“놓으랬지! 아악!!!”
피 맛이 입안을 채운다. 역겨웠지만 난 이리저리 붕붕 흔들리는 와중에도 이빨을 떼지 않았다.
혼쭐나 봐라!
존은 나를 말려야 하는 건 알았지만 차마 나를 잡아뗄 수 없는지 안절부절못했다.
게르드는 꽥꽥 소리를 질러댔고, 그 비명에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다 무슨 난장판입니까?”
그리고 마침내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났다. 라피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