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32)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32화(132/173)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내가 갑자기 마법을 할 줄 알게 되어서 저걸 날렸다.
둘째, 내가 무례하게도 손수건을 냅다 집어 던졌다.
셋째, 그도 아니면…… 내가 갑자기 작아졌다.
나는 분명 작았던 손수건이 텐트만큼 커 보이는 장면을 목도하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거 짐승화 저주구나!
“아아, 귀여워라. 이렇게 작은 담비였군요.”
드레스의 옷감이 무거워 낑낑대고 있던 차에 나를 구해낸 건 얄미운 신관이었다.
명색이 ‘저주’이다 보니 알몸 상태로 담비가 된 모양이다. 참 사람 짜증 나게 하는 저주였다.
“분명 이 손수건이 이상하다는 걸 아셨을 텐데 그래도 받아 들다니.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흥미가 가득했다.
나는 나를 손바닥에 올린 신관을 노려보며 이를 벅벅 갈았다.
록산이란 이름이 진짜인지 이제 알 수도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 된 김에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라흰을 쫓아낼 절호의 기회거든요.”
“……!”
“그러게, 부를 때 한 번 와주셨으면 좋았잖습니까.”
아니, 내가 왜 이런 식으로 납치를 당해야 하는데?!
어이가 없었지만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다려도 누구도 날 구하러 오지 않았던 것이다.
“혹 도움을 청할 생각이라면 괜한 힘 빼지 말아요. 신성 베리어를 쳐놨으니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못 들을 겁니다.”
맙소사. 무려 계획범죄라고?
공교롭기는 정말 공교로웠다.
만약 지금 만나러 가는 상대가 이안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대신 그냥 소매로 좀 문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안이니까.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그래서 번진 화장을 좀 꼼꼼하게 닦고 싶었을 뿐인데.
‘라흰, 넌…… 정말 도움이 안 돼.’
신관은 나를 두 손으로 꽉 쥐어 어디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풀숲이 흔들리더니 거기서 우리를 든 또 다른 신관이 나타났다.
“진짜 잡았군! 잘 했네, 잘 했어! 이제 어서 집어넣으세.”
교황청 꼴 잘 돌아간다.
제 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그것도 다른 어디도 아닌 황성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이 사실이 발각되면 두 나라 간의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
‘혹은 그래도 상관없을 만큼 라흰을 쫓아내고 싶다는 건가?’
대체 라흰이 저기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순순히 따라가 줄 수야 있나.
나는 한숨과 함께 짤뚱한 팔을 뻗었다.
“이, 이게 대체!”
좀 아깝긴 하지만 하는 수 없지.
나는 입고 온 드레스를 붉디붉은 덩굴장미로 바꾸었다.
덩굴에 빼곡히 난 가시가 우리를 들고 있던 신관의 온몸을 휘감은 틈을 놓치지 않고 난 나를 쥐고 있던 록산의 손을 깨물었다.
“윽……!”
이래 봬도 담비도 육식과거든.
며칠 꽤 고생할 거다, 흥.
놈의 손아귀에 악력이 느슨해진 찰나, 난 온 힘을 다해 도약해 근처의 나무를 타고 기어올랐다.
나 자신의 무력이야 별것 없지만 믿는 구석이 다 있단 말씀.
‘오늘은 이안이 준 반지를 끼지 않았어.’
그렇다면 유리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이다.
이안은 또 어떻고? 불렀는데 오지 않으니 의아해할 테지.
즉, 시간만 끌면 내 승리다.
내 연성술은 신성력과는 궤가 달랐다. 제아무리 신성력이 강한들 연성술이 악한 힘도 아닌데, 어떻게 파훼하겠어?
“이, 이보게! 이것 좀 어떻게 해 봐!”
덩굴에 얽혀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나이 많은 신관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동안 록산은 어깨를 늘어트리고 푸흐흡 하는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는데, 진짜 뒤통수를 한 대만 갈기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아, 이걸 이렇게 벗어나는군요. 꽤 재미있네요.”
“웃지만 말고 뭐라도 하란 말이다!”
결국 얼굴이 시뻘게진 신관이 화를 냈다. 그러나 록산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제가 뭘 하겠습니까. 저도 이렇게 묶여 있는데요.”
“요즘 젊은 것들은! 떼어 낼 시도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럼 제 손이 가시에 찔리는데요?”
능청 떠는 모습이 꽤 가증스러웠다. 살면서 미움깨나 받을 스타일이랄까.
나는 한숨과 함께 누가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해 줄지 점쳤다.
딱 한 대만 때려주고 싶은데 믿는 구석 없이 날아올라 뒷발차기를 시전하는 건 위험부담이 컸다.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잡아가야 한다! 아직 멀리 못 갔을 테니 쫓아가게!”
나이 든 신관이 발로 덩굴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꽥꽥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나뭇가지에 밀가루 반죽처럼 찰싹 달라붙어 숨죽이고 있던 내 시야에 카나리아가 포르르 내려앉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 카나리아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내 등 뒤였다.
“오랜만이네.”
그의 등장은 소리조차 없었다.
나뭇가지가 부드럽게 휘어지는 반동도, 나뭇잎들이 서로 비벼대며 내는 소리도 하나 없이-
이안은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사람처럼 부드럽게 말을 건네 왔다.
“어떻게 해줄까? 저자들.”
태연한 어조였지만 왠지 등골이 오싹했다. 아무래도 이안은 화가 난 것 같았다.
“축하받아야 마땅할 데뷔당트 날에 저런 짓을 하다니. 아무래도 그렇게 좋아하는 신의 곁으로 한시바삐 가고 싶은 모양인데……. 네 생각은 어떠니?”
화난 것, 맞네.
그런데 목소리…… 되게 낮다.
사근사근하면서도 어딘가 묘하게 서늘한 구석이 있는 음성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변성기 이전의 목소리가 지금의 이안의 것으로 덮인다.
내가 돌아보지 않자 이안이 내 조그마한 머리를 가만가만 쓸어주었다.
“나 봐야지, 애기야.”
“……안 볼래.”
이런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난 힘이 축 빠져선 꼬리마저 늘어트렸다. 그러다 문득 다시 열이 빡 올랐다.
이안을 드디어 만났는데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게 바로 저놈이잖아?!
‘심지어 옷도 없어서 함부로 인간화 할 수도 없어!’
평소처럼 아버님이 주신 요술 지팡이로 인간화와 동물화를 오간 게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인간화를 했는데 다 벗은 상태면 어떡해.
‘이안이 있으니까, 뒤통수 딱 한 대만 때리자.’
그런 다음에 후련한 마음으로 이안을 보는 거야.
결심한 나는 벌떡 일어서서 쏘아져 나갈 위치를 잘 조준했다.
탄성이 좋은 나뭇가지라 어렵진 않을 것 같고.
“내가 응징할 거야. 응징하고 만나.”
가끔 아플 때 빼고는 동물화 한 게 오랜만인데 발음이 새지 않아 다행이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휙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무어라 지껄여대는 놈의 뒤통수를 그대로 퍽 쳐버렸다.
“그러니까 애초에 메레반노 님의 명이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시키는 대로 한 것…… 큽!”
혀를 씹었는지 록산이 쿨럭거리며 입을 틀어막았다.
‘쌤통이다.’
쪼르르 달려가 다음 나무로 올라간 나는 이내 또 한 번 발차기를 날렸다. 이번에는 나를 가둘 우리를 가져온 신관을 향해서였다.
“라흰이나 이쪽이나 무례하기는 똑같…… 켁!”
너희 전부 폐하께 일러바칠 거야. 딱 두고 봐. 교황이 와도 뭣도 못 할 테니까.
난 씩씩거리며 놈들을 노려보았는데,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드는 손길이 있었다. 이안이었다.
“우리 담비 무섭네. 혼도 잘 내고. 몇 대 더 때릴래?”
“응!”
“자, 그럼 더 때려.”
……아니, 저기요. 내가 ‘응’이라고 해도 말려줘야지.
저쪽도 선을 넘었고, 나도 선을 넘었다. 그러니 수습을 해야 할 단계였다. 문제를 더 키울 게 아니라.
헌데 이안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올 뿐이었다.
“안 때릴 거니?”
“……여기까지만.”
“그래, 그럼 눈 꼭 감고 있어. 뒤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렇게 속삭이며 이안이 나를 어깨에 얹는 바람에 난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그를 마주하게 되었다.
“아.”
짧은 탄성이 터졌다.
노을처럼 붉은 머리칼. 여우처럼 얇고 긴 눈매. 그리고 다정한 미소가 걸린 입꼬리.
이안을 이루는 요소들.
기억하던 모습에서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은데도 아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건…… 여유롭기 때문일까.
재킷 안쪽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끼는 그는 몹시 느긋해 보였다.
“선택은 하게 해주지. 산 채로 묻힐지, 아니면 불에 태워질지.”
……어?
“빨리 고르는 게 좋을 거다. 이쪽은 인내심이란 덕목을 못 배우고 자라서.”
어어? 되게 평이한 어조인데 내용은 몹시 살벌하지 않나요……?
“네 이놈! 내가 누군 줄 알고! 교황님께서 가만히 안 계실 거다!”
“아, 그쪽 먼저?”
이안의 소매 안쪽에서 누가 봐도 수상쩍은 일에 쓰일 것만 같은 철사가 나왔다.
픽 웃던 그는 그걸 순식간에 올가미처럼 만들어 나이 든 신관의 목에 걸었다.
거의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