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44)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44화(144/173)
어마무시한 말을 던져 놓고 이안은 슬쩍 웃을 뿐이었다. 그러니 할 말이 없어지는 쪽은 결국 나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집을 둘러보던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부부라니. 맙소사.’
그야 결혼을 하면 부부가 되는 거겠지만!
‘이안은 저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아주 습관이야.’
난 볼을 부풀렸다가 푸후 하고 바람을 뺐다. 그러고는 이안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집을 한 바퀴 돌았다.
그래 봤자 인형이 살 것처럼 조그마한 집이어서 금세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게 됐지만.
“안도 구경할래?”
“으응.”
어젯밤엔 피곤했는지 긴장할 것도 없이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래서 이안이 어디에서 잤는지, 가까이 있었는지도 몰랐어.
침대 간의 거리가 생각보다 떨어져 있어서 안심하고 잠든 걸지도.
아무튼 그랬는데 오늘은 또 좀 남다른 느낌이었다.
어제처럼 많이 피곤하지도 않고, 너무 쌩쌩한 맨정신이거든.
‘과연 오늘 내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달밤 체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나는 손부채질을 하며 집 안으로 쑥 들어갔다. 마시멜로처럼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앙증맞고 귀여운 집이었다.
‘귀엽기는.’
그리고 그런 플로린을 바라보며 이안은 픽 웃었다.
팔랑팔랑거리며 자신을 따라다니는 게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을 만큼 깜찍했다.
짓궂은 한 마디를 던지면 어쩔 줄 몰라 하고, 진도라도 나가려 하면 온 얼굴이 발갛게 물든다.
손잡는 건 이제 곧잘 했지만 슬쩍 얼굴을 보면 어김없이 귀까지 불그스름했다.
거기에 떨어져 있어도 들리는 맥박은 또 어떠하고.
‘그렇게 나 좋다는 티를 온몸으로 내면…….’
내가 욕심을 버릴 수가 없잖아.
이안은 사랑스러운 은발을 지닌 여인을 바라보며 짐짓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채워둔 가구며 장식품을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줄곧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했다.
이대로 여기서 내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하지만 그는 유리처럼 강압적인 방식을 쓰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 건 이안이 즐겨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는 플로린이 제 발로 그에게 걸어오기를 바랐다.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더더욱 포기할 이유가 없지.’
이안은 단테처럼 무르지 않았다.
그는 플로린이 제게 안달 내는 게 좋았다. 제게 휘둘리는 것도 좋았고.
그러는 시간 동안은 오직 그만을 생각할 테니까.
이안은 결코 플로린의 남자들 중 하나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플로린의 전부고, 그가 줄 것은 자신의 전부다.
그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배고프지? 핫케이크 만들어 줄게.”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응. 의외야?”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았다.
문을 열면 곧바로 식당 겸 거실이 있고, 몸을 돌리면 주방인 식이다.
침실이야 2층에 따로 있었지만 방은 하나뿐. 당연히 침대도 하나다.
두 개를 놓을 공간은 없었다.
애초에 없도록 설계했으니.
이런 데까지 와서 침대를 두 개 쓸 거면 뭐 하러 여행을 온단 말인가?
“핫케이크 만드는 동안 2층에서 잠시 쉬고 있을래? 이불은 다 새것이니 편히 누워도 돼.”
“이안이 요리를 하는데 내가 어떻게 혼자 쉬어.”
“쉬어도 돼.”
이안은 덜그럭거리며 무쇠 팬을 꺼냈다.
하나하나 그가 손수 채워 넣은 물건이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다 알고 있다.
그는 이미 2주 전에 이곳에 들러 찬장에 핫케이크 가루와 단풍 시럽을 넣어뒀었다.
“그럼…… 나 잠깐만 위에 구경하고 올게.”
“다 되면 부를게.”
침대가 하나뿐인 걸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한데.
‘당황하겠지. 놀랄 테고. 그다음에는 애써 차분히 생각하겠지. 그 뒤에 너는 함께 잘 방법을 찾을 거야.’
물론 이안은 딱히 뭘 하려고 침대를 하나만 둔 건 아니었다.
단지 플로린이 자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싶었을 뿐.
이안은 플로린이 깨어 있을 때는 물론이고 잠든 모습까지도 독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가 정말로 부담스러워한다면 그는 얼마든지 1층의 식탁 의자에서 잘 수도 있었다.
사실 서서 자는 훈련은 물론이고 아예 잠들지 않는 훈련도 받은 그였기에 침대가 아닌 곳에서 잠을 청하는 게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늘 하던 짓이니 괴로울 게 전혀 없지.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면 짠해서 결국 넌 나를 침대에 들이게 될 거야. 난 최대한 불쌍하게 잘 테니까.’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쳐야 하는데 이 정도 가식은 떨어도 되잖아?
앞으로 흘러갈 일들이 눈에 선하기에 이안은 기꺼이 즐겁게 기다릴 수 있었다.
플로린이 그를 향해 한 발 한 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는 것을.
* * *
2층에 혼자 올라간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멈춰 섰다.
사실 내부가 좁기에 불안하긴 했지만, 진짜 침대가 하나밖에 없을 줄이야!
거기다 침대 사이즈도 문제였다.
‘여기서 자면 분명 자다가 어떻게든 몸이 겹쳐질걸……!’
애초에 안겨서 자라고 만들어진 사이즈 아닌가?
이렇게 작은 침대에서 둘이 잔다고?
갑자기 아찔해진 나는 침대 근처도 가지 못하고 이마를 짚었다.
어젯밤은 약과였다.
침대가 가까이 붙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아예 하나뿐일 줄은…….
‘설마 이안이 일부러 이런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난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내 안의 이안은 그렇게까지 음흉하지 않았다.
그러면…… 혹시 나 혼자 자라는 건가?
‘이안은 어디서 자고?’
아무리 꼼꼼히 둘러봐도 2층에는 옷장과 침대 하나, 협탁과 전신 거울이 다였다.
아주 단출했고 어디에도 숨겨진 침낭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집에 소파가 있느냐고 하면…….
‘아까, 없었지?’
맙소사.
이안은 이 집에 침대가 하나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에이, 그럴 리가 없지.’
보통 귀족들은 별장을 짓는다 하더라도 상세한 것은 모두 아랫사람에게 맡기기 마련이었다.
이안이 굳이, 일부러, 콕 집어서 침대는 하나만 넣으라고 한 게 아니라면 이 결과는 그 이름 모를 수하가 만들어낸 거겠지.
‘어쩌면 좋담…….’
휘청거리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그냥 내가 바닥에서 자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
‘아니면…… 아니면, 그래! 내가 담비로 변하는 거야!’
그러면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도 이 침대를 나눠 쓸 수 있었다.
“플로린, 핫케이크 다 됐어.”
“내려갈게!”
갑자기 현명한 답을 찾아낸 듯한 느낌에 나는 튕기듯이 일어났다.
일단 핫케이크로 주린 배를 채우고, 그다음에 침대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 * *
“이안, 있잖아.”
그리고 한 시간 뒤.
바나나를 얹은 핫케이크와 오렌지 주스로 배를 채운 플로린이 나름의 결론을 이안에게 전달하려던 바로 그 순간.
이안은 이미 플로린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맛있게 먹었어?”
“응? 어, 응! 엄청. 이안이 요리도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
“핫케이크만 구울 줄 아는 거야. 배부르지?”
“응……? 응, 배불러.”
“그럼 나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수영하자.”
그랬기에 그는 플로린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말을 던졌다.
‘어딜 빠져나가려고.’
플로린은 침대가 하나만 있는 걸 보고 꽤나 궁리를 한 듯했다.
착하니 그에게 다른 곳에서 알아서 자라고 하지도 않을 테고, 그렇다고 덥석 같이 자자고 할 수도 없고.
그 작은 머리통에서 나올 타협안은 한 가지뿐이었다.
한쪽이 동물화를 한다.
‘안 되지, 플로린. 나는 네 친구도 아니고 남자 형제도 아냐.’
그는 세상 사람들에겐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여겼다.
가족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겐 할 수 있고, 친구에게 못할 말은 남편에겐 털어놓을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이안은 단테도 할 수 있는 자리에 자신이 들어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수영도 할 수 있어?”
“옷장, 안 열어봤지?”
“으응.”
침대에 모든 정신이 쏠리는 바람에 깜빡했다는 표정이네. 귀엽기는.
이안은 쿡쿡 웃으며 플로린의 뺨을 슬쩍 쓸어보았다.
“옷장 안에 수영복이 있어. 그걸로 갈아입어 볼래?”
“수영복도 이안이 개발한 거야?”
“응. 바다에서 편하게 움직이려고. 헤엄을 잘 칠 수 있도록 기능성에 집중해서 개발했어.”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안은 수로를 타고 움직이며 암살을 할 때마다 옷이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걸 보완하기 위해 수영복을 만들었는데, 만들다 보니 시중에 팔아도 좋을 것 같았다.
당연히 암살자용보다는 훨씬 예쁘게 꾸며서 말이다.
“그런데 시제품이라 네 의견이 중요해. 어딘가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말해주면 좋겠어. 그러면 실제로 출시할 때 큰 도움이 될 거야.”
“앗, 좋아! 시제품이면 실제로 입고 놀아보는 건 내가 처음인 거네?!”
“그런 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