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45)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45화(145/173)
이안은 부드럽게 눈을 휘었다.
“만약 옷이 편하다고 생각해 준다면…… 이 수영복 사업은 앞으로의 시대에 혁신이 될지도 몰라.”
전쟁이 지나가고 평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놀고 싶어 하는 법이다.
특히 바다에서 노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귀족 남성들은 이따금 웃통을 까고 호수에 뛰어드는 기행을 벌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성들은 그럴 수 없었고, 귀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여전히 고루했다.
이안은 거기에 돌을 던지고 싶었다.
수영복이란 이름의 돌을.
“나는 수영복을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만들 거야. 시대를 앞서 나가는 세련된 귀족만 입는 것처럼 홍보할 거고.”
“과연. 어차피 나이 든 귀족들은 입을 생각도 안 할 테니까. 젊은 층을 노리겠단 거구나.”
“응. 거기에 앞장서 줄 수 있겠어?”
“당연하지!”
플로린이 해사하게 웃었다.
재미있어서 벌써부터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느껴져 이안은 가슴속 깊숙이 확신했다.
플로린은 앞으로도 그가 만들려는 변화를 누구보다 즐거워해 줄 거라고.
그래서였다.
아직 구상 중일 뿐이지만 그가 가주가 된다면 반드시 해내고 싶은 것을 입에 올린 건.
“이런 것 말고도 나는 만들고 싶은 게 있어, 플로린.”
“어떤 거야?”
“아직 이름은 못 붙였어. 그런데 말을 타지 않고도 평민들이 다른 마을로 쉽게 오갈 수 있게 하는…… 그런 도구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마차는 아니야. 말이 쓰이지 않거든.”
순간, 플로린의 크게 뜨인 두 눈에 뭔가 알겠다는 빛이 스쳤다.
그에 이안은 내심 충격을 받았다.
설마 그가 생각한 것을 플로린도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운전수가 운전을 하기만 하면 되는 마차 같은 건데, 많게는 열두 명까지도 한 번에 태울 수 있게 설계하려 해.”
“많다!”
“그리고 그걸…… 여기저기에 연결해서 사람들이 손쉽게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안은 지금 자신이 평소와 달리 들떴음을 인지했다.
심장 박동이 점차 빨라졌다.
이런 꿈만 같은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있단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던 것이다.
“열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칸을 여러 개 이어 붙이면 어때?”
그때였다.
플로린이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제안을 해왔다.
“마법으로 이동하는 것도, 편안한 마차나 말도 다 귀족의 전유물이지.”
“맞아, 플로린.”
“이안은 그걸 깨부수고 싶은 거구나. 평민들도 편리하게 여러 군데를 다닐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거야.”
대단해.
플로린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안은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그는 꽉 막힌 귀족 사회가 싫었다. 모든 좋은 것을 자기들만 움켜쥐려고 하는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다.
마탑 역시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흘렀는데도 여전히 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가 드리블랴네의 가주가 되면 흐름을 바꿀 터였다.
세차게 흘러내리던 물길의 방향을 트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성공한다면 이 나라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거야. 저렴한 값으로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면 평민들이 보고 배우는 것도 늘어나겠지.”
그리고 귀족들은 그걸 매우 탐탁지 않게 여기리라.
귀족이란 보통 ‘많이 배운 평민’을 고깝게 여기니까.
하지만 플로린이 홍보 대사로 나서준다면?
그와는 달리 신분적으로도 완벽하다 못해 우월하고,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을 만한 성격이다.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면 플로린은 사교계의 중심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런 플로린이 재미있다고 하면 그가 만드는 새로운 물건들이 재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가주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절대 권력.
그걸 손에 넣지 못하면 이런 구상들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진다.
드리블랴네의 가주가 한다고 해도 처음엔 우려 섞인 비웃음을 당할 텐데, 고작 해 봐야 반쪽짜리인 자신이 나서면 누가 돌아봐 주겠는가?
이안은 자신의 처지를 아주 명확하게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정류소는 또 어떻게 구하고.’
처음엔 시범적으로 드리블랴네가 소유한 영토를 잇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가신 가문의 영지를 잇고, 그다음에 우호적인 가문들의 영지를 잇는 것이다.
중간중간 반발을 고려하면 전국을 모두 잇는 데 걸릴 세월은…… 약 20년.
그와 플로린이 40대가 되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이안은 그 변화를 플로린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
* * *
‘이안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려 해.’
그날 밤. 신나는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나는 욕조에 푹 잠겼다.
그런 채로 나는 머리칼을 살살 꼬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안이 구상하고 있는 건 기차야.’
기차를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든다. 철도를 까는 데 드는 액수 역시 만만치 않았다.
드리블랴네가 부유하기는 하지만 투자를 받지 않고서는 안 되겠지.
그 과정은 꽤나 어려울 테고.
‘하지만 기차가 생기면 경제가 크게 살아날 수밖에 없어. 말 그대로, 시대가 바뀌는 일이야.’
아마 이미 나이가 든 보수적인 귀족들은 싫어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층들은 새롭고 신기하게 생각할 터였다.
사람은 원래 그러니까.
‘여기서 제일 어려운 건 유리를 설득하는 일인데……. 내가 새로운 시대를 원한다고 한 마디만 해도, 유리는 그렇게 될 수 있게끔 만들어 나가겠지.’
꼭 내가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 시대가 바뀌려면 지금이 유일무이한 기회이기는 했다.
이런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대가문의 가주.
그 대가문 출신의 황제.
새로운 것을 홍보하기에 딱 좋은 아르칼리크의 공주 출신의 공작 부인.
이렇게 삼위일체가 되기도 쉽지 않잖아.
‘문제는…… 기차가 그 자체만으로는 수익성이 좋지 못할 텐데. 그건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평민들이 이용하는 것이니 값을 결코 비싸게 받을 수 없었다.
특히 처음에는 아주 저렴해야겠지.
사람들이 기차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시간만 어림잡아 5년은 필요할 테고…….
그 5년간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투자한 귀족들이 원하는 단기적인 수익은 발생하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황가의 돈을 너무 많이 끌어다 써도 안 돼. 결국 백성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니까.’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버님이 돌아오시면 한번 슬그머니 여쭤봐야지.
어차피 기차를 만드는 건 마탑에서 할 테니까.
‘아버님이 이안을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게 이런 것 때문인가?’
단테는 기사였다. 그리고 기사란 중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멋있지만 변화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가주로는…… 이안을 선택해야겠어.’
아, 오늘이 길고 길었던 고민을 내려놓는 날이구나.
왠지 모르게 허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응. 이안을 선택할래.’
나는 내 선택을 강조하듯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안과 함께하면 앞으로 정말 즐거울 것 같았다.
나는 아마 이안에게 있어 아내, 그 이상일 테지.
같은 목표를 보고 나아가는 동료이자 단 하나뿐인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나는 이미 기차가 무엇인지 아니까.
이안에겐 내가 필요할 것이다.
‘얼마나 뿌듯할까. 모든 걸 다 만든 다음에 돌아보면. 우리 시대에 이뤄놓은 게 하나는 있는 셈이잖아.’
어찌나 오래 있었는지 욕조의 물이 다 식어버렸다.
나는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는 작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아냈다.
그런데 문제는 다 마르지 않은 몸으로 옷을 입자니 찝찝하다는 거였다.
“이안! 거기 있어?”
슬그머니 불러 보았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욕실의 문을 아주 조금 열고는 바깥을 살폈다.
2층에 있기라도 한 건지 다행히 붉은 머리칼은 보이지 않았다.
“흐아, 더워라. 이안! 잠시만 내려오지 말아줘!”
그때였다.
끼익.
마치 요정의 고약한 장난처럼 바로 그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내가 욕실 문을 열고 살금살금 나오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
나는 이안과 눈이 딱 마주치곤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안 역시 적지 않게 놀랐는지, 찰나의 순간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었다.
“2층에 이, 있는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란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변명을 했다.
이건 꼭…… 일부러 이러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잖아! 아닌데!
“……잠시 해변가를 달리고 왔어.”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이안은 느리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초조하게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바람에 내가 다 마른침을 삼키게 됐다.
‘이 집이 너무 좁은 탓이야!’
현관과 거실과 욕실이 가까이 붙어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맨몸을 보인 것도 아니라지만 그와 별 차이도 없는 큼지막한 수건만 두른 모습이잖아.
나는 울상이 되어서는 뒷걸음질을 쳤다.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것만이 답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영원히 나오지 않는 거야.
욕조의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도 좋고.
‘나가서 뛰고 왔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나간다는 말도 없이 나갔는걸.
이안을 그렇게 탓해 보았지만 이건 명백히 내 실수였다.
그 순간, 이안이 짧게 혀를 차며 나를 불러왔다.
“내가 미안해. 그러니 너무 그렇게 겁먹지 마, 애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