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47)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47화(147/173)
찰나, 시야가 홱 뒤집혔다.
이번엔 내가 밑에 있고, 이안이 그런 나를 제 팔 사이에 가두었다.
쪽.
빤히 올려다보고 있자니 이안이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다음에는 귓가, 그리고 살짝살짝 스치듯 미끄러져 내려와서 목덜미로…….
피부에 닿는 숨결이 간지럽다.
괜스레 웃음이 나고 가슴이 빠듯하게 부풀어 올랐다.
‘행복해. 내가 설탕으로 된 과자라도 된 것 같아.’
키스를 하는 게 이렇게 두근거리고 즐거운 일일 줄이야.
끝도 없이 입 맞추고 싶다. 이안이 아닌 그 누구와도 이런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이안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이러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다.
“행복하게 해줄게, 플로린.”
몇 번의 키스가 더 이어진 뒤, 이안이 다시금 나를 바라보며 약속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곳으로 함께 걸어가자.”
아, 여기서 ‘응’이라고 대답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아직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돼. 키스까지 다 해놓고 이러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같이 자자, 이안.”
그래서 나는 ‘응’ 대신 다른 말로 그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수줍고 설레어서 양 뺨 가득 홍조가 피어올랐다.
나, 널 선택했어. 우리는 곧 부부가 될 거야.
차마 당장 입 밖에 내지 못한 말들이 내 안에서 작은 유리 구슬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톡 뱉어서 보여주고 싶지만 아직은 꾹 참아야겠지.
하지만 그때였다.
“나는 내려가서 잘게. 넌 침대에서 자.”
“어……? 이안, 가?”
어딜 가?
갑작스레 들려온 말에 찬물을 맞기라도 한 듯 깜짝 놀란 나는 일어서는 그의 소매를 붙들었다.
‘방금 내가 용기를 냈는데……!’
이러면 내가 같이 잘 줄 알고 엄청 고뇌했던 게 다 뭐가 돼!
두 눈을 부릅뜨자 이안이 곤란하다는 듯 입가를 매만졌다. 그러면서도 내 눈길을 피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에게서 분명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내가 이해하기에는 무거운 감정도 함께.
“음…… 사실 같이 자려고 개수작을 부렸었는데.”
“어?”
이안이?
무슨 말인지 곧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나는 소매를 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보내야 하는 게 맞는데……. 왜 붙잡고 있는 거지, 나. 아직 결혼하기 전이잖아! 보내는 게 맞지! 맞는데!
“……내가 참을 자신이 없어서.”
“?!”
“애기는 푹 자. 좋은 꿈 꾸고.”
이안이 내 뒷머리를 감싸 쥐더니 쪽쪽 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번엔 야릇한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어린애한테 굿나잇 키스를 해주는 듯한 분위기였다.
“지, 진짜 가?”
혼자 남은 침실.
그렇게 외쳐보았지만 이안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던데 계단에서 헛발이라도 디딜까 봐 걱정이었다.
물론 이안은 굴러떨어지는 일 없이 잘 내려간 것 같지만…….
‘으아아!’
그렇게 멍하니 있던 나는 그제야 내가 방금 뭘 한 건지 깨닫고 내적 비명을 내질렀다.
‘그냥 보내지는 못할망정, 붙잡긴 왜 붙잡았어!’
퍽, 퍽.
애꿎은 베개를 주먹으로 쳤지만 부끄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분위기에 취하는 바람에! 악! 악!
‘어떡하면 좋아…… 내일부터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귀는 물론이고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나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첫 키스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느낌이었다.
* * *
‘죽겠네.’
한편, 간신히 아래층에 내려간 이안은 벽에 기댄 채로 열을 식히고 있었다.
방금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위험했다.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했어.’
그를 올려다보는 눈망울이 어찌나 순진한지 모른다.
플로린은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니 겁도 없이 같이 자자는 둥 졸라대지.
만약 키스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안은 그녀와 기꺼이 같은 침대에 들었을 것이다. 안아주고 얼러주며 좋은 남자인 척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안 된다.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었다.
“아…….”
고개를 숙이던 이안은 못 볼 걸 봤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럴까 봐 일부러 나가서 뛰고 왔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시 나가서 뛰어야 할 것 같았다.
시간은…… 저 위에 있는 플로린이 잠들 때까지.
‘전혀 예상한 적 없던 일인데, 이건.’
플로린은 키스 도중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스스로 더 안겨왔지.
아마 자각을 하고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 알았더라면 허벅지끼리 부딪치고 옷감이 쓸리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그를 더욱 부추기는 짓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가 살살 꼬드긴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할 줄은 몰랐다.
“하아.”
이안은 짤막하게 한숨을 뱉었다.
저렇게 순수하게 ‘좋아해’라고 얼굴에 써 놓으니 이런저런 잔꾀를 부리던 자신이 아주 쓰레기처럼 느껴지고 만다.
그저 ‘좋아해’라는 한 마디면 될 일인데 그걸 못해서 수작을 부렸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참아야지.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이니까.’
이안은 마른세수를 하던 손을 툭 내렸다.
그림자가 고인 듯 초점이 흐려졌던 눈에 서서히 이지가 돌아왔다. 그러자마자 이안은 문을 열고 나갔다.
이때 바람을 쐬어야 할 것 같아서. 심장이 너무 거세게 뛰어서 갈비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
* * *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이안과의 여행에서 돌아왔다.
사실 그 뒤로 이안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해서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돌긴 했지만, 어쨌건 간에 나는 내 마음을 정했으니까.
그래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나는 내내 이안에게 안겨 있었다.
“그럼 아버님은 아직 안 돌아오신 거예요?”
“네. 대신 이 카드가 왔어요, 따님.”
오랜만에 저택에 복귀한 나는 제일 먼저 양어머니와 함께 단둘이서 식사를 했다. 양어머니께서 내게 줄 것이 있다고 하셨기 때문인데…….
‘아버님께 카드가 왔구나.’
나는 지체하지 않고 나이프로 편지 봉투를 뜯었다. 내용은 짧았기에 눈으로 훑으니 금세였다.
“무어라 되어 있나요?”
“음, 바빠서 못 오신대요. 그런데…….”
아무래도 약초를 구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돌아오시는 걸 보니까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싶지만…….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버님을 믿는 수밖에.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꾸며내 양어머니께 대답을 해드렸다.
“대신, 홀로그램으로 선택의 시간을 지켜보겠다고 하세요.”
“아하.”
아직 가주 할아버님이 나를 부르기 전이지만 그것도 곧이겠지. 벼르고 계실 테니까 말이야.
“직접 오진 못해도 홀로그램 소통 마법으로 공간을 뛰어넘어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내 표정이 어두워지기라도 했는지 양어머니가 달래주셨다.
나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배시시 웃어 보였고.
“네. 맞아요.”
“따님, 선택은 했나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고요?”
“없어요. 저는 제가 이 나라를 위해, 그리고 이 가문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양어머니는 내가 ‘누구’를 택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으셨다. 그저 후회하지 않느냐고만 물어보셨지.
그 따스한 배려가 좋았고, 고마웠다.
‘오늘부터 며칠간은 모두가 긴장 속에 지내겠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일지 몰라도 속은 아니다.
누가 이 거대한 가문을 이어받게 될 운명인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버님은 정치가나 귀족이란 이미지보다는 마탑의 주인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누군가’가 앞으로의 드리블랴네를 이끌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수치로 따지자면 아버님이 60% 정도의 일을 하시고, 20대 가주 예정자가 40%를 할 거라고 생각한달까.
그리고 그건 거의 사실에 가까웠다. 만에 하나 이번처럼 아버님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다음 대 가주 예정자가 실권을 잡고 일을 하게 될 테니까.
“어머니, 있잖아요.”
양어머니와의 식사가 끝날 무렵.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누구를 지지하고 계세요? 그냥 궁금해서요.”
그러고 보니 양어머니께서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듣지 못했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됐든 한 명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자 양어머니가 나를 가만히 응시해 왔다.
눈부신 은발과 어우러지는 푸른 눈. 여전히 멋들어진 제복 차림.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는 강함.
그런 것들을 갖고 계신 분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자 난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따님.”
“네, 네에.”
“누구든 상관없어요. 따님이 평생을 함께해서 행복할 사람이면 됩니다.”
“제가…… 행복할 사람.”
“그래요. 그게 가장 중요하지요. 따님이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다면 가문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양어머니께서 진지하게 해주신 말씀이 내 가슴을 잔잔히 울렸다.
나는 쿡쿡 웃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항상 감사해요. 앞으로도 제 옆을 지켜주실 거죠?”
“당연하지요.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저는 따님의 곁에 있을 거예요. 따님이 힘들 때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되고, 따님이 고생할 때는 그 옆에서 뭐라도 거들 겁니다.”
나를 보는 푸른 눈동자 가득히 애정이 담겨 있다. 나는 그게 좋아서 뺨을 비비적대며 애교를 부렸다.
아주 짧은 여유가 지나고 그로부터 또 며칠.
마침내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 날은 새조차 울지 않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