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61)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61화(161/173)
언젠가 그의 원대한 계획이 실현될 때 플로린은 재료로써 꼭 필요하다.
그랬기에 조르주는 플로린이 겨울을 불러왔을 때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봉인했다.
복수에 필요한 건 두 가지.
연성에 쓸 재료와 아르칼리크의 왕이 가진 약점.
시간이 흘러 마도 제국에도 성녀가 나타나고 그 성녀가 아르칼리크 왕의 딸임이 밝혀지자 조르주는 전율했다.
드디어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 길었던 복수도 끝이다.’
준비는 완벽했다.
왕이 이 땅에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왕의 생김새는 아버지에게 수도 없이 들었으니 실수하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여어, 죄인의 자식.”
그런데 그때였다.
생각에 심취해 걷던 조르주는 어두운 복도 끝에 누군가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내는 아르칼리크인의 상징인 새하얀 머리칼과 붉은 눈을 지녔다.
그에 조르주는 움찔했다.
누군지 몰라도 어쩌면 각 섬의 주인쯤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확히 그를 향해 ‘죄인의 자식’이라 불렀다.
‘어떻게 해야 하지?’
몇 초간 치열하게 고민한 조르주는 결국 놈을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다.
“너도 사람으로 뭐 연성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하지만 그의 뒷덜미를 잡는 서늘한 말에 조르주는 결국 걸음을 멈출 수밖에는 없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뒤를 돈 그는 멈칫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던 자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그에 조르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어디까지 눈치챈 거지?’
아버지는 신신당부하셨다.
그가 약점을 손에 쥐고 협박하는 모양새로 왕을 불러내야 한다고.
그 전에 붙잡히면 안 된다고 했다.
‘당장 나를 붙잡지는 못할 테니 아직 시간이 좀 있다.’
그 안에 해결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조르주는 애써 천천히 걸어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 조르주의 뒷모습을 몸을 숨긴 화이란이 기묘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신전에서 손님들이 온 첫날 밤이 저문다.
묘한 긴장감이 황성 안을 감돌았다.
제 13장. 마음으로 낳은 내 딸아
환영 파티는 환한 낮부터 시작되었다.
타국 사람이 함께 하는 연회는 너무나 오랜만이었기에 귀족이란 귀족은 다 몰려왔는데, 그 탓에 연회장이 어마어마하게 북적거렸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마도 제국 사람과 신성 제국 사람이 확연히 구분이 된다는 거였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마도 제국 귀족들과 달리 신성 제국에서 온 신관들은 단출한 차림이었다.
다들 장식 하나 없이 밋밋한 신관복에 단체로 맞춘 에메랄드 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는데, 깔끔해서 그런지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나 역시 어깨 한쪽으로 떨어져 내리는 형태의 망토를 두른 채 두 손을 겹쳐 포개고 조용히 서 있었다.
귀족들은 내게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함부로 다가와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일단 그러기에는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신관들이 식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저히 대화를 할 분위기가 아니랄까.
나야 연회장에 보기 좋게 차려놓은 음식들이 정말 먹으라고 해둔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연회에 참석한 적 없는 신관들이 알 리가 없지.
게다가 신성 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고급 요리들인걸.
찰나, 나와 눈이 마주친 샌디가 벌떡 일어서서 손짓했다.
“성녀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기가 막히게 맛있어요.”
온 귀족들이 다 돌아볼 만큼 큰 목소리였다.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는지 샌디는 이내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앉았다.
‘저런.’
웬만하면 같이 앉아서 먹어주고 싶지만 연회의 순서를 알고 있기에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신성 제국에서 온 무리들을 구경거리로 던져놓은 지 십 분째야. 그럼 이제 슬슬 황제 폐하께서 오실 테지.’
아직 라흰은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유리도 없었고 단테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드리블랴네 일가 자체가 연회장 내에 없어.
‘그렇다면 황제 폐하가 라흰을 직접 데리고 오신다는 뜻이야.’
교황과 나를 기선 제압하고 싶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왜. 가서 먹지 않고.”
그때, 교황이 자상한 말투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는 헛웃음을 내뱉고는 교황을 노려보았다.
“너 같으면 입맛이 있겠어?”
“으음. 그런가? 그래도 시킨 대로만 하면 풀어줄 거야. 그 폭탄.”
“미리 말하지만 난 오늘 여기 이 자리에서 라흰을 공격할 생각은 없어. 그랬다간 전…… 내가 즉결 처형당할걸.”
하마터면 전쟁이라고 할 뻔했네.
두 성녀가 만난 자리에서 마도 제국 성녀가 신성 제국 성녀에게 습격을 당하면 당연히 전쟁이 발발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교황이 아는 ‘플로린’은 지극히 자기 본위의 이기적인 인간이므로 그런 것까지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그거 안타깝네. 난 네가 오늘 공격했으면 좋겠거든.”
“……아니 대체, 왜 걔한테 그렇게 집착해? 그 애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교황은 어딘가 날이 서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평소와 느낌이 좀 달라.
‘화이란을 만났기 때문인가?’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일부러 헛소리를 덧붙였다.
“그 애가 뭐, 전생의 원수라도 되냐고. 그럼 네가 직접 공격하면 될 걸 왜 나를 시켜?”
지금까지는 교황이 나를 쓱싹 해치워 버려도 아무도 모르거나 은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뿐이야.
그러나 여기에서 교황은 힘을 쓸 수 없었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죽일 수도 없지.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나는 무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걸 믿고 교황을 몰아붙였다.
그러자 교황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야 네가 제대로 된 성녀기만 했어도 신이 두 번째 성녀를 내려보낼 일은 없었을 거잖아? 네 잘못이니까 네가 처리하는 게 맞지.”
“그건 억지야. 그리고 넌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하아. 우리 강아지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바락바락 짖어대지.”
어, 짜증 낸다.
교황이 감정을 표출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항상 빙글빙글 웃기만 하니까, 그게 너무나 재수가 없었는데…….
‘대답을 회피하네?’
화이란은 어제 아르칼리크로 떠나기 전, 내게 잠깐 찾아왔다.
‘아무래도 교황이 우리가 예측한 대로인 것 같다고 했었지.’
이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화이란은 자신이 아르칼리크로 떠나 왕에게 죄인에 관한 것을 보고할 것을 염려한 교황이 오늘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도 걱정을 했다.
‘하지만 죽여도 내가 아니라 라흰을 죽이겠지.’
그야 지금은 라흰이 아르칼리크의 공주니까.
“……뭣보다 안 오잖아. 연회에 나타나야 뭘 하든 말든 하지.”
나는 대충 그렇게 대꾸하고는 한 발을 뺐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라흰은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다.
어느덧 연회를 시작한 지 이십 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 저기! 이안 공자가 오셨어요!”
“어디, 어디요?”
그때, 신성 제국 사람들에게 몰려 있던 관심이 스르르 흩어지는 일이 생겼다.
바로, 이안의 등장이었다.
“이안 공자님은 연회에 잘 안 오시는데!”
“횡재했네요. 예쁘게 입고 나오길 잘했어요!”
주변의 영애들이 부채를 펼치며 빠르게 속삭였다. 흥분 어린 분위기가 넘실넘실 퍼져 나가 연회장에 막 입장한 한 남자를 휩쌌다.
나는 마치 이안을 잡아먹을 듯 쳐다보는 영애들을 보며 약간 불편한 마음이 되었다.
‘내 남자인데.’
그렇게 보지 말지.
아마 귀족 사회에서는 내가 단테나 유리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안은 굳이 따진다면 비주류 후보니까.
이안이 그 거대한 가문을 짊어질 20대 가주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난 그 점이 영 거슬렸다.
즉, 자신들의 잠재적인 남편감. 혹은 사윗감으로 보고 있다는 거 아냐!
내 건데!
“그런데 왜 오셨지?”
“역시 신성 제국에서 온 손님들이 궁금했던 걸까요?”
“설마 성녀를 보러 온 건 아니겠죠.”
이어서 따가운 눈길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굉장히 억울하게도 말이다.
이안은 내 쪽으로는 달리 시선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아주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자신이 하는 말이 내 귀에도 들릴 정도의 거리가 되자 걸음을 멈춘 그는 제게 모여드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상대해 주었다.
“라흰 님이 혹시 언제 오시는지 아시는지요.”
“아아, 오늘 저녁쯤에 온다더군요.”
“네에? 그렇게 늦게 말입니까?”
“일이 생겨서.”
라흰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걸 듣자마자 실망한 듯 몇몇 영식들이 탄식을 뱉었다. 괜히 일찍 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이안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었구나!
화이란이 아르칼리크에 갔다가 다시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오늘 저녁은 되어야 한다.
‘지금쯤 아빠가 보고를 듣고 있을 테지.’
아빠가 모든 정황을 알고 나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주실 것이다.
난 그걸 믿고 있었다.
그러니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참, 이안은 아버님을 만났을까? 그것도 궁금한데.’
나는 귀를 쫑긋 세운 채 무알코올 칵테일 한 잔을 들었다. 그리고 그걸 마시는 척하며 이안에게 집중했다.
“새 가주께서는 언제 오십니까?”
“허허, 별것은 아니고 사업 문제로 나누고 싶은 대화가 있는데…….”
그러고 있자니 다행히 이번엔 각 가문의 수장들이 이안에게 달라붙었다.
드리블랴네와 기존에 사업을 함께 하던 가문은 아니고 들어본 적 없는 가문의 수장들이었다.
이안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며 모양새 좋은 입술을 달싹였다.
“가주께서는 이미 이 자리 와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