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67)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67화(167/173)
* * *
그 시각, 수도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엄마, 저게 뭐야?”
광장에서 뛰놀던 어린아이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아이의 엄마도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멀쩡하던 하늘에 시커먼 구멍이 뚫리는 건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므로.
“저, 저게 뭐야?”
“괴물! 괴물이잖아!”
“다들 구경할 게 아니라 도망가야 하는 것 아냐?”
“에이, 가짜겠지.”
이윽고 그 구멍에서 날개 달린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크게 경계하며 집으로 달려갔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 보는 건데 괜히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호기롭게 판단한 것이다.
“끄아아아악!!!”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고, 만용이었다.
쿵 하고 떨어져 내린 놈에게 가까이 다가간 한 사내의 팔이 뜯겨져 나갔다.
피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걸 멍하니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아악!”
“악!!!”
“살려줘!”
하지만 이미 수도 전역에 떨어져 내린 괴물들은 먹잇감을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얼어붙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사람들이 제일 먼저 희생되었다. 그다음엔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이었다.
악의에서 탄생한 구멍. 그 구멍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은 오직 먹어치우겠다는 본능만으로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저, 저리 가! 내가 누군 줄 알고!”
“꺄아아악! 여보!”
공평하다면 공평한 일일까.
평범한 백성뿐 아니라 귀족들 역시 노려졌다.
괴물들은 선물 포장지를 까듯 마차의 윗면을 퍽 날려버리고는 벌벌 떠는 인간들을 꺼냈다.
“엄마! 엄마아!”
괴물이 휘두른 꼬리에 맞은 여자가 맥없이 쓰러지고, 엄마 손을 놓쳐버린 어린아이가 엉엉 울었다.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은 엄마 앞에서 온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이의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졌다.
“어딜 감히.”
그때였다.
허공에 새하얀 빛이 그어지더니 괴물의 팔이 툭 떨어졌다.
손쉬운 먹잇감을 사냥하기만 하다가 도리어 공격을 받은 괴물들은 순간 당황하여 움직임을 멈추었다.
본능밖에 없는 것들이므로 지금 제 앞을 가로막은 자들이 저보다 위험한 상위 포식자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괜찮아. 엄마는 우리가 구해줄 테니 저 언니를 따라가렴.”
“엄마, 엄마는……!”
“들것에 실었으니 구호소로 갈 거야. 걱정할 것 없어.”
수도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한쪽 어깨에 푸른 망토를 늘어트리고 백색 제복을 입은 이들.
그들은 마침 마도 제국의 수도에 머물고 있던 ‘팔라딘’들이었다.
소드 마스터만 모아둔 전 세계적 기사단이 바로 팔라딘이다.
그런 그들이 아무 흔적도 없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던 건 모두 단테 때문이었다.
만약 단테가 드리블랴네 가문을 물려받지 못한다면 팔라딘으로 영입하기 위해 모든 단원이 모인 참이었고, 그건 교황이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야, 이거 장난이 아닌데. 구멍이 점점 더 늘어나잖아?”
“나는 치안대를 통솔하러 간다.”
“그럼 난 일단 큰 놈들 머리부터 날리고 있을게!”
팔라딘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 명, 한 명이 평범한 기사 백 명보다 강하다.
또한, 이렇게 범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들에겐 소드 마스터로서 국가 치안대나 기사들을 이끌 권리가 있었다.
“황궁이 무너진다!”
“조심해!”
그런데 바로 그때, 온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황궁의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무거운 석벽은 물론이고 엄청난 잔해물이 조각조각 부서지며 거리로 튀어 나갔다.
한 대만 잘못 맞아도 즉사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 속, 제 운명을 직감한 사람들이 체념한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만약 땅을 뚫고 올라온 나무뿌리들이 방어막처럼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하필 그 거리에 있던 모두가 죽었으리라.
“괜찮은가.”
“……!”
사람들을 지켜낸 것은 새하얀 머리칼의 여인이었다.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풍기는 여인은 붉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쓰러진 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나무뿌리가 그녀의 의지를 따라 움직였다.
사실 이건 고도의 연성술이지만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피하게. 내가 막아줄 테니.”
“가, 감사합니……다.”
여인의 이름은 목희.
저 먼 하늘에 존재하는 나라, 아르칼리크의 목 섬의 주인이다.
목희가 알비노라는 것에 놀랐지만 목숨을 건졌으므로 사람들은 허리를 꾸벅 숙이고 사라졌다.
그렇게 주변이 정리될 즈음.
하늘이 열렸다.
정말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장면이었다.
* * *
하늘이 열린 순간으로부터 시간을 되감아 현재.
‘저번에도 그랬지만 승리하려 하면 반드시 악신이 심어둔 다른 무언가가 플로린을 죽이려 드는군.’
황궁은 쑥대밭이었다.
교황이 라흰의 안에서 꺼낸 ‘무언가’는 곧바로 다른 세계와 이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그 안에서 괴물이 나타난 건 실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키락서스는 즉시 플로린의 주변으로 천 겹이 넘는 방어막을 구현했다.
물리력, 마법, 정령의 힘, 신성력. 혹은 폭발.
그 무엇으로도 플로린을 상처 입힐 수 없는 강력한 보호 결계였다.
“거기서 나와서는 안 된다, 플로린. 네가 죽으면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
단호하게 주의를 준 키락서스는 이내 이안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네가 지켜라.”
“저자를 상대하실 겁니까.”
“그래야지. 단테, 넌 나를 따라오고. 가장 위험한 곳에 떨어트릴 테니 괴물을 없애라.”
연회장에서 난동을 피우던 괴물을 손쉽게 처리한 단테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기 직전, 저벅저벅 걸어 플로린에게 다가간 단테는 차마 플로린의 눈을 보지 못했다.
속았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그 모든 감정이 혼재되어 얼룩진 눈이 슬픔으로 흔들렸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이던 단테는 결국 주먹을 꾹 쥐고 뒤를 돌았다.
“플로린을 부탁해, 형.”
“다녀와.”
“……다 쓸어버리고 올게.”
단테는 끝까지 플로린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리고 플로린의 앞에 가서 선 이안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퉁겼다. 그와 동시에 몸을 숨기고 있던 조커의 단원들이 모습을 드러내 플로린의 주변을 둘러쌌다.
그들은 오직 플로린만을 지키기 위해 훈련된 이들로, 이안이 조커를 차근차근 손에 넣으면서 키운 이들이었다.
“이 모든 게 끝나면, 결혼하자. 애기야.”
총을 든 이안이 뒤를 슬쩍 돌아보며 씩 웃었다.
바람이 분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날에 부는 그런 바람이었다.
* * *
폭발적인 힘으로 연성술을 펼친 교황이 제일 먼저 한 것은 평생 갑갑하게 쓰고 다녔던 인피면구를 벗어 던진 것이었다.
신력으로 만들어낸 여섯 장의 날개로 날아오른 그는 혼돈에 빠진 세상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테냐.’
아르칼리크의 왕은 신과 같이 영생을 누리는 대가로 지상에 큰 변란이 일어났을 때 해결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신의 대리자와 같은 것이다.
마도 제국의 성녀를 죽이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게 본 목적은 아니었으므로 상관없다.
어떻든 결국 세상은 엉망이 되었고 이 정도의 혼란이라면 반드시 왕이 직접 행차를 할 것이다.
제 딸이 지상에 있는 이상 그러지 않을 수는 없겠지.
“과연, 대단한 악의야. 이 정도로 많은 구멍을 생성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는데.”
삐이이익!
괴상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쏟아져 내려왔다.
또 다른 구멍에서는 바닷물이 넘쳐흐르더니 이내 꾸물거리는 거대한 다리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조르주는 환희에 찬 얼굴로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보아라, 이게 내 연성술이다!”
각각의 구멍은 각각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이 아이디어는 라흰에게서 얻은 것이었다.
만약 다른 세상과 이 세상을 연결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한 것들을 이곳으로 불러낼 수만 있다면!
“거기까지 하지. 추해서 더 봐주지를 못하겠군.”
광소를 터트리는 교황의 앞에 나타난 것은 키락서스였다.
키락서스는 허공을 마치 땅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딛고 섰다.
그 대단한 능력에 조르주는 눈을 샐쭉하게 떴다.
자신이 이룩한 영광의 순간에 재를 뿌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저자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는 생각을 해두었지.’
서로 눈이 마주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초.
두 상대가 준비한 공격이 눈 깜짝할 사이에 펼쳐져 서로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쾅! 쾅! 쾅!!!
키락서스는 저를 집어삼키려는 듯 지척에서 열리는 구멍을 빠르게 피하며 거기서 나오는 괴물들을 손짓 한 번으로 소멸시켰다.
연성술로 만들어진 구멍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괴물을 소멸하는 건 가능했던 것이다.
“하, 그래 봤자다. 수만 개의 구멍을 열면 어떻게 대응할 거지?”
“잔재주를 부리는군.”
여유롭게 대답했지만 사실 교황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키락서스는 이미 자신의 힘 대부분을 현재 존재하는 모든 구멍에서 괴물이 나오자마자 소멸시키는 데 쓰고 있었다.
미처 소멸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건 지상에 있는 기사들이 해결 중이다.
이외에 그의 마법을 피해 구석에서 열리는 구멍들은 단테를 비롯해 제법 쓸 만한 기사들이 대응 중이었다.
남은 힘으로는 저자의 목을 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다른 소드 마스터를 여기로 불러오자니, 그들은 하늘을 날지 못했다.
결국 교황을 죽이는 건 ‘하늘에서 내려온 누군가’여야만 하는데-
‘그거라면 알맞은 사내가 하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