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17)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17화(17/173)
“작은 마님이시라면 앞으로 어디다 무기를 판매하시겠습니까?”
나? 나라면…….
대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방어하구, 지키려구 하는 쪽에.”
정답이었을까?
라피렌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었지만 내 의견을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맞습니다. 전쟁을 하려는 쪽이 아닌, 전쟁을 대비하려는 쪽. 공격을 위한 무기가 아닌 방어를 위한 무기. 그게 이제 드리블랴네에서 개발하고 판매해야 하는 것입니다.”
“!”
그럼 나, 맞혔네!
조금 뿌듯해진 나는 가슴을 쑥 내밀었다.
“또한, 이런 신식 총은 이제 귀족들에게 판매될 것입니다. 검의 시대는 지나갔지요. 이제 전 세계의 귀족들은 총을 교양으로 배우게 될 겁니다.”
그게 드리블랴네가 그리는 미래구나.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인 거지.’
검을 쓰는 시대에서 총을 쓰는 시대로 자연스레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총을 잘 쏘고 싶어.’
검은 무거워서 배우기 쉽지 않지만 총은 아니니까. 앞으로 있을 수많은 위협에 대비해서 내 한 몸쯤은 나도 지킬 수 있게 되고 싶다.
그렇게 무기에 관한 간략한 체험과 문답이 끝난 뒤, 물건을 다 치운 라피렌은 이번엔 책을 꺼내놓았다.
“자, 그럼 가장 기본 중의 기본으로 들어가서 가계도부터 펼치겠습니다.”
앗!
그러잖아도 내게 꼭 필요했던 물건의 등장에 나는 콧김을 팡 내뿜었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부터 알려드리자면 현재 드리블랴네의 후계자들은 모두 열 명입니다.”
현 가주 임마누엘에게는 형제, 자매가 세 명 더 있었다. 그들이 자식을 낳고 또 그 자식이 자식을 낳아 지금의 열 명이 만들어진 것이다.
“드리블랴네의 후계자들은 매 순간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다 한 번씩 가주님께서 약한 자를 솎아내지요. 혹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응.”
“그러니 작은 마님께서는 후계자들을 지금 일일이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기억하려 하지 마십시오.”
라피렌이 가계도 위를 손으로 덮어 가려버렸다.
하긴, 어차피 후계자 자리에서 쫓겨나게 될 애와 친해지면 안 될 테니까.
“그래서 후계자분들은 후계자 관에 따로 모시는 겁니다. 차후, 본관 입성 조건을 달성하신 분이 생길 텐데…….”
“텐데……?”
“본관에 입성하시는 분만 기억하시면 되는 겁니다.”
아하. 숫자가 많아도 다 기억할 필요는 없다!
그 조건이 뭔지는 몰라도 아무튼 의미는 확실하게 알아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원작에서 남자주인공 셋 외에 다른 애들은 거의 설명도 안 된 거구나.’
난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본관에 입성하는 건 딱 세 분까지입니다. 작은 마님의 남편 후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열 명 중에 세 명…….”
“예. 지금으로서는 정치적 입지가 큰 게르드 님이 가장 유력하긴 합니다만.”
나는 그 이름을 흘겨보았다.
하필 라피렌의 손이 가리지 않은 부분에 게르드의 이름이 떡하니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라피렌이 허리를 숙여 게르드의 이름 위를 짚었다.
“제거하고 싶으십니까?”
“……제거?”
“그렇다면 모략을 세우십시오. 게르드 도련님은 왕자로 자라 자존심이 강합니다. 앙심을 품고 조만간 귀찮은 짓을 벌이겠죠.”
라피렌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는 투였다.
“가능하다면 그러기 전에 내쫓는 게 좋습니다. 이 저택 내에서 게르드 도련님을 지지하는 세력은 제법 강한 편이니까요.”
“……만약 내쪼치 모타면……?”
“글쎄요. 내일쯤부터는 식사에 독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히익! 그거 그렇게 태연하게 말해도 되는 일이냐고!
“그래도 키락서스 님이 부재하신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진 크게 나서지 않을 겁니다.”
“그티만…… 산맥에 간댔는데…….”
“예. 그 사실이 알려지면 제법 힘드시겠군요.”
키락서스는 내 편을 들겠다고 했다. 그 자신의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말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제정신이니 무턱대고 나를 100%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키락서스가 여기 없는 지금. 난 위험한 상황이 되는 거야.’
어떻게 살아남지?
제프한테 가서 식사에 독이 들 수도 있으니까 주방 식구가 직접 가져다 줄 수 있느냐고 할까? 아니면 귀찮지 않게 내가 내려가서 먹는다고 그럴까.
“작은 마님의 지도를 맡은 몸이니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라피렌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지금 그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럼에도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건…… 역시 키락서스 때문일까?
“우선 한 가지는 가주께서 가문에 피해 없이 게르드 님을 내쫓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겁니다.”
“우음.”
그건 아무래도 어렵겠는데.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모략가라도 된 것처럼 내 담비 수염을 쓸어 보았다.
“리첸비움과 제국의 사이는 끈끈한 편입니다. 신성 제국 역시 동맹국이 있고, 동맹국에서 군수 물자를 조달하기도 하니 이 나라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응.”
“따라서 가문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셔야 하는 가주께서는 웬만한 일로는 게르드 님의 후계자 자격을 빼앗지 않으실 겁니다. 본인의 실력 또한 나쁘지 않으므로 아마 이대로라면 본관에 입성하게 되시겠지요.”
그래도 선택을 하지 않으면 된다지만, 본관에 입성하게 되는 순간 내가 그 애를 어른이 될 때까지 봐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절대 싫어!’
그 본관 입성 티켓, 차라리 다른 애를 골라서 걔한테 주고 싶은데.
“작은 마님께서는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어차피 사람 천성은 변하지 않는단 것을요.”
“구로니꺄, 빨리 내쪼치 않으면…… 내가 괴로워져?”
“예. 게르드 님께서는 알비노를 같은 수인으로 대우하지 않으십니다. 그건 리첸비움 왕국의 뿌리 깊은 혐오와도 관련이 있지요.”
“…….”
“리첸비움의 역대 국왕들은 혐오와 우월감으로 나라를 통치해 왔습니다. 알비노는 매번 희생양이었고요.”
그러니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마라.
라피렌의 경고는 그런 것이었다.
다행히 나는 쓰레기를 갱생해 보겠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구롬…… 다른 방법은?”
“큰 공을 세워 선택의 권리를 얻으실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권리?”
“예. 그냥 공으로는 안 되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단한 공적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면 가주께서 <선택할 권리>를 주실 겁니다.”
아,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구나.
“선택할 권리라구 하시면…….”
“열 명은 아무래도 너무 많지요. 그들 중 절반을 솎아낼 권리를 플로린 님의 손에 쥐여주실 겁니다.”
“!”
“탐나지 않으십니까?”
탐나! 완전 갖고 싶어!
나는 두 눈을 반짝였다.
“알려주셔서 고마오요.”
“별것 아닙니다. 전 개인적으로 작은 마님의 예지 비슷한 능력을 특별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더 많은 놀라움을 보여주실 것 같으니 기대가 되는군요.”
라피렌은 공손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나를 재어보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번 발언만큼은 확실히 내게 점수를 높이 쳐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에 어떻게 대응할지 잠깐 고민하던 나는 큰마음 먹고 투자를 하기로 했다. 사실 그래 봤자 별건 없지만…… 나한텐 소중한 거니까.
“저어, 라피.”
“예, 작은 마님.”
“고마우니깐…… 사탕 주께.”
서랍장을 뒤진 나는 구석에 몰래 넣어두었던 캐러멜을 하나 꺼내왔다. 엄청, 엄청 맛있는 딸기 맛 캐러멜이었다.
‘녹아서 찐득해져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겨울인지라 멀쩡하네.
난 얇은 종이에 싸여 있는 캐러멜을 꼭 껴안곤 종종 달려 나와 라피렌에게 두 손으로 내밀었다.
“내가 꼭꼭 숨겨나떤 거에오. 샘미만 머거야 해요!”
“이건…… 캐러멜이 아닙니까. 유모가 단것을 제한하고 있어 드시고 싶으실 텐데요.”
“나눈…… 나눈 갠타나요.”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거다.
난 호기롭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보고 있으면 괜히 침이 고일 것 같아서였다.
“……선물의 가치란 상대적입니다. 이 캐러멜은…… 작은 마님께 있어서는 아주 큰 것이었을 텐데.”
“으응.”
“이 라피렌. 작은 마님의 호의, 감사히 받겠습니다.”
딸기 캐러멜이 그의 손안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망설이던 그가 내게 한 발짝 다가왔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십니까? 시간을 더 할애해 드리겠습니다.”
앗, 웬일이야!
난 화색을 띠며 라피렌을 보았다.
“저 궁금한 게 이써요.”
나는 폼폼을 끌어안고 차근차근 질문을 입력했다.
– 게르드 같은 사람이 예전에도 있었을 거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가주로 선택을 받지 못하면 엄청 반발했을 것 같은데…….
정말 모두 안주인의 선택에 수긍했을까? 가주 후보들도 다 알파잖아.
– 선택받지 못한 가주 후보는 어떻게 돼요?
반란 같은 거 일으키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