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27)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27화(2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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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어딘가에 폭탄이 있다. 그 전제하에 추리하는 건 쉬웠다.
‘분명 불꽃이 번져 나가기 쉽도록 나무나 종이, 천으로 된 것 근처나 그 안에 있겠지. 물건이라면 없었다가 갑자기 생긴 것. 혹은 고용인들이 잘 보지 못하는 계단 뒤쪽 같은데.’
하지만 하녀들을 불러 물어보아도 그 어디에도 폭탄의 흔적은 없었다.
결국 다급해진 나는 생각을 다시 했다.
어쩌면 일이 틀어졌을 때 회수하기 쉬운 것.
넉넉한 공간이며 뭔가를 감출 수 있을 만한 물건.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어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청소를 하더라도 결코 떨어트리지 않을 만한 것.
그 조건에 모두 들어맞는 건 딱 하나였다. 후계자 관 곳곳에 놓인 ‘장식품.’ 그리고 결국 내 생각은 옳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범인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려면 내 환영 연회 장소가 후계자 관이 되어야만 했다.
물론 준비를 거의 다 마쳐가는 연회의 장소를 갑자기 후계자 관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미쳤냐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다행히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지.’
아리아드네 님의 영상석을 발견한 대가로, 무엇이든 상을 주시겠다고 한 약속. 그걸로 나는 이난나 님께 여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아이인데도 대단한 심계구나.”
“헤헤. 감사합니다!”
“발음도 좀 더 좋아진 것 같고. 혼자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니?”
헉, 어찌 아셨담.
잠시 뒤.
나는 이난나 님의 무릎에서 실컷 예쁨을 받고 있었다. 배 간질간질 해주시는 거, 너무 좋아!
“발에 묻은 화약만으로 어찌 폭탄이 숨겨져 있음을 유추했을까. 참 똑똑하구나.”
그건 책에서 본 거지만 난 뻔뻔하니까 당당하게 칭찬을 받았다.
“네가 폭탄을 발견하였다고 큰 소리를 내며 알렸더라면 범인은 숨어버렸을 것이다.”
“마자요.”
“네가 굳이 보물찾기를 하겠노라 하였기에 온 고용인들이 여기저기에 물건을 숨기고 다니게 되었지. 숨긴다는 것은 이미 숨겨져 있는 걸 찾아낼 수도 있다는 말. 결국 범인은 두려워져 제 발로 회수하러 나타났다.”
“에헤헤.”
뭘 또 그렇게 풀어서 칭찬을 해주세요.
난 기분이 좋아서 몸을 배배 꼬았다.
“저자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철저히 밝혀낼 테니 걱정 마려무나.”
저 배후가 누군지 알아요. 리첸비움이에요.
그렇지만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알아서 하시겠지.
대신 난 좀 더 쓸모 있는 행동을 했다. 이름하여, 일러바치기!
“이짜나요, 이짜나요. 이난나 님! 제가 들었는데요, 아까 저 사람이 이안을 때린대써요.”
“……무어?”
“잘모태서 벌 받으면은, 체벌 받아요?”
공작가의 후계자인데? 아마 아닐걸.
위즐이 독단적으로 이안에게 체벌을 가한 게 틀림없다.
내 생각이 맞는지, 이난나 님의 미간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내가 잠시 내정을 놓고 사는 동안 쥐새끼가 들끓었구나. 잘 말해주었다. 그도 조사하마.”
이난나 님의 엄격한 시선이 위즐을 향했다.
그걸 보며 속으로 박수를 친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안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그나저나 이안은 어디 갔지? 이 담비 님의 역사적인 순간을 봐야 하는데.’
내가 테러범을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큰 소리로 자랑을 늘어놓고 싶었다.
“읍, 으읍! 읍읍!”
자살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려놓은 테러범은 아까부터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를 흘긋 본 나는 공작 부인의 무릎에 매달려 졸랐다.
“이난나 님, 제가 이안을 데려오께요.”
“그러겠니? 녀석이 수줍음이 많아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단다.”
수줍음이 많은 건 아닌 거 같은데요…….
나는 공작 부인의 착각을 굳이 정정해 주진 않았다.
“이안의 방은 오디에요?”
“2층, 동쪽 끝이었지 아마.”
“다녀오께요!”
공작 부인이 친히 ‘모두 뜰로 나오라’고 명했는데도 이안은 무시했다. 그 말인즉, 가족 사이가 상당히 멀다는 뜻. 이안은 아무래도 누구도 믿지 않는 듯했다.
“이안! 내려가자아!”
2층은 1층과 달리 카펫이 깔려 있고 좀 더 사람 사는 곳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존과 함께 열심히 동쪽으로 향하며 앞발을 모아 소리를 쳤다.
“이안!”
그리고 그건…… 바로 그 순간에 터졌다.
내가 이안을 세 번째 부르려던 그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찰나. 누구도 생각지 않아 대비하지 않았던 바로 그때에.
두 번째 폭탄이 굉음을 울리며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
여린 몸이 폭발의 충격에 그대로 찢어질 뻔했다. 만약 존이 어마어마한 반사신경으로 나를 끌어안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히 목숨을 잃고 말았으리라.
“작은 마님! 괜찮으십니까!”
“존…… 드, 등이…….”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이안 도련님을 찾아야 합니다!”
존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진지한 얼굴이었다.
폭음이 난 것은 2층 중앙부.
존에게 실려 가던 나는 등 뒤에 있어야 할 계단이 사라진 걸 보고 오싹함에 파르르 떨었다.
“아, 안 대. 이안……!”
후드득. 불붙은 나뭇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아래쪽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 2층의 바닥이 터져 나갔다. 존은 그걸 쉽사리 피했지만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불구덩이엔딩이다.
“어디 있는 거야! 이안!”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됐어.
거칠거칠한 그 말 속에 깃든 외로움을 나는 알았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으니까. 가시를 세우며 다가오지 말라고 하는 건 사실 더 상처받기 싫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게 된들 그걸 지킬 힘이 없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에, 빼앗기느니 차라리 갖지 않겠다며 자존심을 바락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채로 그대로 죽으면 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 있었다.
“이안! 이안!!!”
그러니까 안 돼.
네 눈동자에 담긴 하지 못한 말을 읽지 못했으면 몰라도, 이미 알아버린 이상 난 이안을 잊고 잘 살 자신이 없었다.
“이안 도련님!!!”
그때였다. 존의 외침 끝에 그 애가 있었다.
화르르 타오르는 불길 속에 멍하니 서 있는 한 소년. 제 뒤에 번진 화염만큼이나 붉은 머리칼을 지닌 그 애는, 이상하게도…… 전혀 그곳에서 빠져나올 마음이 없어 보였다. 초점 없는 눈으로 제 앞의 불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
‘쟤 미쳤나 봐. 죽으려는 건가 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쿵.
동시에 창틀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저택 절반이 터져 나가 우리를 발견한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외치는 것도, 존이 나를 꽉 안는 것도, 또 누군가가 달려와 마법으로 물을 쏘아내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싫어. 살려고 해. 살려고 하란 말이야!’
난 뒷발에 힘을 주고 버둥거리다 존의 품을 쏙 빠져나와 이안을 향해 달렸다.
“쥬, 쥭디마!!!”
“……!”
“흐어어어엉! 나, 죽디 시러! 나가자!!!”
이번에 죽으면 쇠똥구리일 거야. 틀림없이 쇠똥구리라고!
난 엉엉 울며 이안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그에 간신히 제정신이 든 듯 이안의 금색 눈동자에 이지가 돌아왔다.
“……너.”
기가 막힌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을 마주 째려보며 나는 조그만 앞발로 이안의 멱살을 쥐었다.
“나가자고!!! 머 하구 있눈 거야!!!”
“너나 가.”
“너 안 가면 나두 안 가!”
“……미쳤어?”
뜨겁다. 사방에 붙은 불이 나를 살라 먹을 것만 같았다.
이 매캐한 연기 속에 서 있는 건 안 되는데. 몸을 숙여야 하는데.
나야 조그마해서 아직 버티지만 이안은 연기를 더 마셔서 좋을 게 없었다. 때마침 뒤에서 도련님! 작은 마님! 하고 간절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 내 남편이라니까? 쥭지 말구 살아서 내 남편 하란 말이야!”
“그게 무슨 억지…… 윽.”
존이 버티는 이안을 강제로 둘러업고, 나는 그런 존의 머리 위에 올라가 히끅히끅 울고 있는데 어디선가 빠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불길해서 눈물마저 뚝 멈추게 하는, 그런 소리가-
“위험해!!!”
내 비명이 신호라도 된 듯 그 순간, 머리 위의 대들보가 무너졌다. 그와 함께 내 주변으로 새하얀 빛이 폭사했다.
모두 숨을 한 번 몰아쉬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