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0)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0화(30/173)
숨이 새어남과 함께 그의 입술에서 뽀글뽀글 물방울이 솟았다.
‘지금은 그 이름 모를 놈이랑 같이 있으니까, 나중에 메시지를 보내야지.’
괜찮아요?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많이 놀랐죠. 간도 조그마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야 바닷물만큼 많이 있었다.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내가 언제부터 당신을 알았게요?
인간화를 드디어 했는데, 기분이 어때요.
‘하…… 얼마나 예쁠지 가서 직접 보고 싶어.’
그리고 예쁘다고 수천 번 속삭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유리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쾅!
주먹을 움켜쥐고 벽을 치자 수조 유리를 감싸고 있는 마법이 반동으로 그를 튕겨냈다.
뒤로 훅 밀려난 유리는 온갖 인상을 쓰며 이번엔 또 다른 곳을 쳤다.
‘내보내 줘!’
이딴 감옥에 날 가두지 마!
유리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관상어 수준으로 전락한 그에게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다. 그저 구경하다 지나갈 뿐.
상어 수인이 태어나면 반드시 바다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도 유리는 <책>을 통해서 알았다.
그가 배운 모든 상식과 지식은 <책>에서 나왔다. 펼치기만 하면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이런 수조가 아니라, 한계가 없는 바다.’
그곳이 유리가 노닐어야 할 장소였다.
‘내보내 달라고!’
쾅쾅!
어차피 안 될 걸 알면서 두드리는 건 그의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백상아리 수인인 그는 지치는 법을 몰랐다. 고개 숙이는 법 또한 몰랐다. 바다의 패권자 중 하나니까.
물론, 오직 자존심 하나만으로 이런 무용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황가의 피와 드리블랴네의 피.
그 두 가지를 모두 물려받은 유리는…… 일단 안 될 짓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나 난리를 피웠을까.
수조에서 물이 흠뻑 넘쳐 카펫이 젖어버리고 마법의 반동으로 인해 황성의 벽면마저 울려대자 결국 누군가가 찾아왔다.
“새벽 기도를 올리고 왔더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경어를 쓰지만 묘하게 하대의 느낌이 깃든 말투. 이 속에 갇힌 그와는 달리 사뿐사뿐 ‘걷는’ 여자는 수조 앞에 멈춰 서서 풋 하고 웃었다.
“상어 수인이 성체가 되려면 바다의 기운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하지만 내 그리 둘 것 같습니까?”
올해로 스물여덟. 황제보다 두 살 어린 마도 제국의 황후는 물을 함빡 머금어 피어난 장미처럼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황후의 외모나 몸가짐을 칭찬하기도 하고, 기품과 박식함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황후를 빛나게 하는 것은 자애심이었다. 제 배로 낳은 것도 아닌, 데려온 아들을 예뻐하지 않는가.
황가에는 사생아라는 개념이 없었다. 황제의 씨를 받아 태어났으면 무조건 황제의 자식이다. 그러니 그들의 어머니인 황후는 인자하고 마음이 넓어야만 했다.
어쨌거나 겉으로는.
“황자는 내 아들이 태어날 때까지 결코 성체가 되지 못할 겁니다. 결단코.”
내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선언한 황후는 굳었던 얼굴 근육을 애써 편 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얌전히 있도록 하세요. 폐하께서 노하십니다.”
황후의 이야기 속에서 아리아드네는 최악의 악녀였다.
제 남편을 훔친 자였다. 물론 아리아드네가 황자를 낳은 건 황제와 황후의 약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만 하던 시점이었지만…….
아무튼 황후는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선 이미 살아갈 수가 없었다.
‘됐다.’
그리고 그런 황후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유리의 입가엔 악동 같은 짓궂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제 황후도 <책>에 잠시나마 포함시킬 수 있어.’
이 책은 유리의 고유한 이능이었다. 언제부터 손에 쥐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어느 날부터 있었으니까.
<책>은 수많은 사람의 생애를 보여주었다. 조금 특별한 것이라면, 유리가 지배하는 물방울이 쫓는 자는 <책>에 새롭게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물이 마르기 전까지, 유리는 상대를 캐릭터화 시켜서 자신의 <책>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걸로 황궁 내부 지도를 좀 더 상세하게 그릴 수 있어.’
곧 갈게요. 가짜 남편이랑 너무 친해지지 마. 질투 나니까.
유리는 수조에 이마를 대고 ‘질투……’까지 쓰다가 지웠다.
언젠가 만나서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해줄 테니, 그때까지는 참아야지.
‘잘 자요, 누나.’
대신 유리는 차가운 수조의 벽면에 대고 입을 맞췄다. 마치 반대편에 플로린이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그리고 그건 꼭……. 신을 경배하는 것처럼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해 보였다.
제 3장. 사관 학교에 가자!
다음 날 아침, 나는 어쩐지 일어나기가 싫어 미적거렸다.
‘아휴, 왜 이렇게 피곤하담?’
눈꺼풀은 무겁고 몸은 축축 처지고. 꼭 내가 팬케이크 반죽이 된 것만 같아.
눈을 꼭 감은 채로 끙끙거리던 난 베개에 뺨을 비비적거리며 최선을 다해 게으름을 피웠다.
린다나 유모가 와서 살그머니 깨워줄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지…….
“아, 귀여워.”
그런데 그때, 내 귀에 쿡쿡거리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스몄다.
린다도 아니고 유모나 니나도 아닌 ‘소년’의 목소리에 나는 어제의 기억을 퍼뜩 떠올렸다.
‘맞아! 어제 큰일이 있었지!’
의식이 확 돌아오자마자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킨 나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뭐야, 왜 또 시야가 확 낮아졌어?!’
황급히 궁둥이를 흔들자 새하얗고 풍성한 꼬리가 살랑거렸다.
현실을 부정하며 시선을 내리니…… 맙소사. 사람 손이 아니라 앙증맞은 앞발이 보였다.
앞발! 실타래 같은! 앞발!
“끄아앙! 왜 또!”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이 망할 세상아!
“왜 또 담비야아아아아!”
꽥 소리를 지른 나는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발라당 드러누워 버둥거렸다.
내 사람 몸 돌려주세요! 흐엉엉!
“플로린.”
“으아앙!”
“충격이 컸구나. 괜찮아. 첫 인간화를 했으니 곧 또 인간화를 할 수 있을 거야.”
누군가 꺼이꺼이 우는 나를 꼭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유독 기억에 남을 만큼 예쁜 금색 눈동자가 나를 걱정스레 보고 있단 걸 깨달은 건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고 난 다음의 일.
이안이 나를 달래며 눈가를 닦아주었다.
“뚝. 보상이 많이 있을 거야. 위엄 있게 받으러 가야지.”
“보……상?”
“응. 어제 아주 큰일을 해냈잖아. 가주께서 네게 보상을 주실 거야.”
어디선가 손수건을 꺼낸 이안이 코를 팽 풀게 해줬다.
좋긴 한데…… 얘 왜 이렇게 다정해졌지?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잖아.
게다가 왜 내 침대에 같이 있는 거야?
“그럼 아침 식사 가져오라고 할까?”
“으응. 근데 이안, 왜 여기 있어?”
“어제 누가 나를 꼭 잡고 안 놔준 채 잠들어서.”
“?!”
내가? 내가 그랬다고?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에.”
이안이 짓궂게 웃더니 테이블 옆에 놓인 종을 들고 흔들었다.
그런데 내가 일어났다는 걸 알리자 마치 문 앞에 5분 전부터 서 있었단 것처럼 사람들이 우르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도련님, 작은 마님. 푹 주무셨어요?”
“세상에! 깨어나셨군요! 너무 걱정했어요!”
“환영 연회가 엉망이 되어서 정말 어쩜 좋아요. 크게 다치실 뻔하고…… 너무 속상해요.”
유모 에반젤린과 린다 그리고 니나의 얼굴에는 걱정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바로 기절해서 어떻게 된 건지 모두에게 말해줄 새가 없었구나.’
코를 훌쩍이며 유모에게 달려가 폭 안긴 나는 이내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을 알아차렸다.
“존 경은 어디 갔어? 괜찮아?”
“그럼요. 오늘 하루는 유급 병가로 처리되어 쉬고 있답니다. 하지만 작은 마님께서 부르시면 당장 달려오겠다고 했어요.”
“상처는? 움직일 수 있는 거 맞아?”
“상처는 흉터 하나 남지 않았답니다. 마법으로 깔끔히 치유했으니까요. 그래도 마법이 만능은 아니니 의사들이 하루는 쉬는 게 좋다고 권유했답니다. 그래서 쉬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셔요.”
“그렇구나…….”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린 나를 향해 이안이 눈매를 살짝 휘어 웃었다.
“그럼 나는 가볼게. 이따 보자, 플로린.”
“으응.”
이안, 저렇게 웃을 수 있었어……? 하룻밤 만에 사람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는데.
‘역시 내 인간화한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탓인가?’
고개를 갸웃하던 난 이윽고 담비 전용 욕조에 작은 몸을 담근 채 찰박거렸다.
왜 다시 사람에서 담비로 변해버린 건지는 알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성과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나는 무려 꽃 연성술사란 말씀!’
엣헴.
몰랑몰랑한 배를 괜히 둔둔하게 내밀어 본 나는 시무룩해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괜찮아. 언제든 다시 인간화를 할 수 있겠지. 물론 또 그렇게 목숨이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다이스를 다시 한번 찾아볼까? 결국 이큘리스가 문제인 거잖아. 다이스만 있으면 다 해결될 텐데.
‘원작을 더듬어서 기억해 보는 거야. 분명 어딘가에 다이스에 대한 게 더 적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