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1)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1화(31/173)
유모가 뽀득뽀득 털을 닦아주는 동안 나는 꼬리를 껴안고 철퍼덕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고뇌를 했는데 그게 풀 죽은 것처럼 보였는지 유모가 짝 하고 박수를 치며 내 주의를 돌리려 했다.
“그러고 보니 작은 마님! 발음이 아주 명확해지셨어요!”
“발음이……?”
“네! 길게 말씀하셔도 명확하시네요. 이제 폼폼의 통역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어라, 진짜 그러네?”
신묘한 일이다! 이제 나쁜 놈을 만나면 대놓고 욕해줄 수 있어!
내 입으로 욕을 못해서 그간 얼마나 답답했는지!
‘이거 하나는 좋은 일이네!’
기운을 차린 나는 힘차게 몸을 일으키며 꼬리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유모가 열심히 내 꼬리도 닦아서 다시 보송보송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 다음 린다가 딸기 자수가 놓인 뜨개질 케이프를 둘러주었는데, 거울을 보니 꽤 예뻐서 마음에 쏙 들었다.
“어쩜, 정말 딸기 생크림 케이크 같으셔요!”
“나, 맛있어 보여……?”
예쁘고 귀여운 게 아니라 맛있어 보이는 거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심각해진 채로 묻자 린다는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네! 한입에 넣고 와앙 와랄랄라 뇸뇸쨥쨥 해버리고 싶어요!”
그, 그건 대체 뭐야. 무서워.
‘눈에 광기가 어려 있잖아…….’
삵 수인은 담비와 크기 차이가 별로 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털에 침이 잔뜩 묻을 생각을 하니 몇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
“자, 자. 그럼 이제 가보실까요? 모두 작은 마님을 기다리고 계세요.”
이윽고 유모가 나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어깨 위에 얹었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당히 상을 받으러 도착한 대회의실. 그곳에는 가주 할아버님과 이난나 님, 키락서스는 물론이고 가신 아저씨들과 장로회 일원들조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모여 있었다.
상석에 위치한 가주 할아버님의 앞에는 커다란 유리 화병이 있었는데, 그 안엔 만개한 꽃이 가득 꽂혀 있었다. 아마 내가 어제 연성해 낸 바로 그 꽃인 듯했다.
“저 왔어요!”
“어서 오거라. 플로린.”
어서 오라는 말, 참 듣기 좋다. 내가 마땅히 있어도 될 곳이라는 의미니까.
나는 헤헤 웃으며 테이블 위로 폴짝 내려앉았다.
드리블랴네의 주역들이 모두 모인 회의. 이곳에서 가주 할아버님은 제일 먼저…….
“진료부터 받거라.”
첫 인간화를 한 내 상태가 괜찮은지부터 확인하셨다.
* * *
잠시 뒤.
“저도 알비노 족을 진료한 것은 난생처음입니다만, 아무 이상이 없는 듯합니다. 흔한 발열 증상 같은 것도 전혀 없네요.”
내 입안에 나무 막대를 넣어 뭔가를 살피던 의사가 이내 진중하게 진단을 내렸다.
수십 쌍의 눈앞에서 진료를 받자니 좀 부끄러웠지만 이상이 없다니까, 뭐어. 다행이지.
“자, 포도맛 사탕이랍니다. 착하게 진료를 다 받은 아이에게만 주는 거예요.”
“포도 사탕!”
가주 할아버님은 내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을 때까지 기다려 주신 다음,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입을 여셨다.
“자, 너는 영민하니 어찌하여 이리 다 모여 있는지 궁금할 테지?”
“네에!”
“우선 어제 일이 아니라 그 이전의 일부터 칭찬해야겠구나.”
헉, 칭찬이 두 개나?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꾹 누르며 귀를 바짝 세워 집중했다.
“황제 놈 꼴이 참 우스워졌다. 어마어마한 값을 치르고 사들인 룩소리아가 희소가치가 없어진 탓이란다.”
“!”
“정말 네 말대로 여기저기에 봄이 오더구나.”
가주 할아버님은 계란찜처럼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을 이었다.
“이 일에는 네 공이 크니, 가문 회의에서는 네게 룩소리아 영지를 매매한 금액의 1%를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우리 드리블랴네 가문에서 운영하는 은행에 계좌를 열고 돈을 넣어둘 테니 언제든 네가 원하는 대로 써도 좋다.”
와, 진짜 생각보다 많이 주시네!
그 1%라는 게 그래서 얼마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따져가며 여쭤볼 건 아니었다.
‘진정한 행복과 여유는 꽉 채워진 통장에서 나오는 법!’
통장에 얼마가 들어 있든 벌써부터 흐뭇해서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아!
“플로린, 드리블랴네가 운영하는 은행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
기뻐서 꼬리 끝을 살랑거리던 나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골드러시 은행이에요!”
드리블랴네가 가진 여러 가지 사업 중엔 당연히 금융 사업도 있다.
마도 제국은 은행 제도를 오래 전부터 유지하고 있다고 원작에 나왔었는데, 골드러시는 3대 전의 드리블랴네 공작이 세운 은행이었다.
“그래, 맞다. 가문 부지 내에도 지점이 있으니 가보고 싶거든 얼마든지 가보거라.”
“네에! 감사합니다!”
아, 어쩌면 좋아. 입꼬리가 마구 올라가네. 신나서 막 탭댄스도 타닥타닥 출 수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으쓱 올라가는 어깨를 억누르느라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굳이 위선적으로 겸손을 떨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잘난 척해서 미움을 살 필요도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공손한 자세로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상을 내려야겠지.”
또 뭘 주실까?
기대감에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주 할아버님은 잠시 침묵하며 일부러 모두가 집중할 때까지 기다리셨다. 그런 다음 떨어진 한 마디는 내게 마치 운석 충돌과도 같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권력을 주마.”
“!”
“후계자 관도 무너졌으니 모두 본관에 들여야 하는데……. 혈육이라 해도 멍청한 놈들을 내내 가까이서 지켜볼 인내심은 없어서 말이다.”
설마, 설마…… <선택의 권리>를 주시는 걸까?
“허니, 네가 가문에 남아 있을 후계자를 고르거라. 플로린. 이건 가문 총 회의에서 내린 결론이다.”
맞네! 선택의 권리네!
너무 좋아서 선 채로 기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애써 침착하게 참으며 꼬리 끝에 온 힘을 집중시켰다. 너무 좋아서 바르르 떨리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 다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딱 잡아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아 있을 후계자요?”
“그래. 네 선택을 받지 못한 녀석은 후계자 자격을 박탈하고 내보낼 것이다.”
몇몇 장로들이 불편한 듯 움찔거렸다. 내게 그런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할 명분이 없었겠지!
“너는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으냐.”
때마침 가주 할아버님이 던진 한마디는 너무나 의미심장했다.
“어디에 기습이 들어올지 알았던 예지력이라면, 이 가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 놈이 누구인지도 충분히 알 수 있을 테지.”
“마, 맞아요.”
정확히는 앞으로 일어날 몇 가지 사건을 알고 있을 뿐이지만.
나는 눈을 데굴 굴려 키락서스를 보았다.
그는 조금도 양심이 찔리지 않는다는 듯 아주 태연한 얼굴이었는데 그래서 나도 좀 뻔뻔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중히 생각하여 다섯 명만 남기거라. 그 외에는 모두 돌려보낼 것이다.”
“네!”
아, 이 소식을 들은 게르드와 그 외 떨거지들의 표정이 볼만하겠네.
‘싹수 노란 게르드야, 이제 진짜 집에 갈 시간이란다!’
나는 속으로 사악하게 히죽거렸다.
‘넌 푸딩 백 개를 바쳐도 안 뽑아줄 거지롱!’
일단 남길 자 중에는 당연히 이안이 포함될 거고, 나머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잘생긴 순서대로 뽑든지, 아니면 나한테 잘해주는 순서대로 뽑든지 해야지.
‘원작 후반부 남자 주인공인 단테와 유리는…… 능력이 뛰어나니 다섯 명 안에 포함시키는 게 좋겠지만.’
아직 안 만나봐서 어떤 애들인지 모르겠어.
‘게르드처럼 엄청 재수 없을 수도 있잖아.’
한번 직접 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특히 유리는 절세미인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왔었기에 꼭 실물을 보고 싶었다.
“한 달 뒤에 대답을 들으마.”
“감사합니다, 가주님!”
일단 나는 배에 힘을 딱 주고 엄청 큰 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언제나 그렇듯 가주님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라피렌도 잘했다는 듯 눈썹을 추켜세우는 걸 보고 있자니 괜스레 가슴이 뿌듯해졌다.
‘어라, 이러면 처음 내가 정했던 목표 중에 반이나 달성한 셈이잖아?’
나는 내 목표들을 슬그머니 다시 떠올렸다.
이 중에 1번이랑 3번은 성황리에 해결 중이다.
2번은 아직 사교계에 나가기 전이니까 좀 더 기다려야 달성할 수 있어.
‘4번, 피폐한 남주들 만나기는…… 음, 이것도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단테나 유리를 만나보고 싶다고 나중에 키락서스에게 슬그머니 이야기를 해봐야지.
“자, 그럼 공식 회의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플로린은 잠시 남거라.”
가주 할아버님의 엄중한 명이 떨어지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회의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가주 할아버님과 나뿐.
키락서스도 회의실을 나갔는데, 그는 나를 스쳐 지나며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주었다.
‘따뜻해.’
다정한 손길이 지나간 자리를 조그마한 앞발로 슥슥 문질러 보던 나는 가주 할아버님이 요상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걸 알아차리고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