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2)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2화(32/173)
“크흠, 플로린. 연성술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
“키, 아니, 아버님이 제가 꽃 연성술사라고 하셨어요.”
잠시 뒤. 발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나자 가주 할아버님은 내 특별한 능력에 대해 말씀을 꺼내셨다.
“연성술사는 아주 희귀하여서 100년에 한 명꼴로 나온단다. 나조차 직접 본 적은 네가 처음이구나.”
“우와.”
정말 극악한 확률이구나.
나는 이 세계에 대해서는 웬만해선 배우지 않고도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사실 연성술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에서 본 적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검술, 사격술, 마법, 마법 기계 공학, 은신술 등등. 이 소설 속엔 온갖 능력이 다 나왔지만 연성술에 대한 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러잖아도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참이었다.
“지금까지 역사상 연성술사는 어김없이 알비노였단다. 알비노가 연성술사가 아닐 수는 있지만, 연성술사가 알비노가 아닐 수는 없었지.”
“아하……!”
“다만 아주 희박한 확률이고 연성술보다 마법이 훨씬 응융 범위가 뛰어났기에 연성술사는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새 연성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니 돌멩이를 금으로 만들 수 있거나 술을 독약으로 바꾸거나…… 혹은 흙을 밀가루로 바꿀 수 있는 등. 하나의 물질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힘을 일컬어 연성술이라 하는 것 같더구나.”
난 문득 궁금해져서 손을 반짝 들었다.
“가주님, 연성술은 마법과는 다른 거예요?”
“그래. 어느 정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마법보다는 제한이 있지. 너 같은 경우에는 어떤 물질을 대가로 바쳐 꽃을 연성할 수 있는 게다.”
그런데 난 평소에 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왜 하필 꽃일까?
‘연성술이 발현되는 나이가 정해져 있나?’
어떤 것을 연성하게 될지는 핏줄로 정해지나?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내 꽃이 그냥 예쁘고 화사하기만 한 건지, 아니면 꽃 자체에 다른 능력이 부여되는 건지도 무척 궁금했다.
‘일단 피어나는 꽃 종류는 딱 정해진 게 아닌 것 같긴 하던데.’
난 가주 할아버님의 앞에 놓인 화병을 흘긋 보았다.
흰 장미, 거베라, 안개꽃, 라일락, 해바라기…….
본래 화염이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으리만치 아름다운 꽃다발이었다.
“또 다른 연성술사가 있다면 수소문하여 만나게 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현존하는 연성술사는 너뿐이란다, 플로린.”
“아…… 그렇구나.”
조금 아쉬운 탓에 동글 귀가 축 처졌다.
어른 연성술사가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마법 하위 호환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내 능력이어서 나는 이걸 꼭 껴안고 아껴주고 싶었다.
“멋진 일이지 않으냐?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니.”
시무룩한 게 티가 났는지 가주 할아버님이 은근히 나를 치켜세워 주셨다.
‘근데 진짜 그러네? 나밖에 없다는 건 엄청 특별한 일이잖아.’
칭찬에 약한 팔랑귀 담비인 나는 금세 고개를 들고 꼬리 끝을 살랑거렸다.
‘내가 연성술사라는 건 분명 가문에 도움이 될 거야.’
실질적인 능력이 크지 않더라도 이름값이라는 게 있잖아. 드리블랴네는 무려 연성술사를 며느리로 두었다! 뭐 이런 대대적인 자랑을 하기도 좋을 테고.
“휴우.”
“왜 한숨을 쉬느냐?”
“안도의 한숨이에요!”
내가 갑작스레 긴 숨을 뱉어내자 가주 할아버님이 의아해하셨다.
그에 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드렸다.
“저, 이미 아시겠지만 저한테는 성력이 없어요. 지금은 성녀라는 소문을 입고 있어도 신성 제국 사람을 한 번이라도 만나게 되면 분명 이상하게 여길 거예요. 성력이 없으니까……. 그럼 쓸모없어지는 거죠. 제가 진짜고 신성 제국에 있는 성녀가 가짜라고 낸 소문이 다시 뒤엎어질 거예요.”
일단 나는 성력이 뭔지도 모르거든.
그러나 내가 내 입으로 쓸모를 논하는 게 조금 이상했던지, 가주 할아버님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에이, 그러실 거 없는데.
애초에 나를 가문에 받아들여 주신 것 자체가 키락서스의 억지 때문이었는걸.
“하지만 이제 저한테 꽃 연성술이란 힘이 있으니까요! 이건 진짜 제 힘이니까, 저는 계속 쓸모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요?”
난 두 손을 꼭 모은 채 가주 할아버님을 올려다보았다.
크고, 강대하고, 무서운 분. 이 위험한 가문을 통째로 떠받치고 계신 중심. 가문의 이득에 대해 늘 계산하실 수밖에 없는 분이다.
그러니 나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 섭섭하거나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로 내게 어떤 힘이 생겨서 기뻤지.
이제 나도 떳떳하게 이 가문의 일원이 될 수 있잖아.
“네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한참의 침묵이 지난 뒤, 가주 할아버님이 턱을 쓸며 느릿하게 입을 뗐다.
“네가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흠, 그래. 이리 오너라. 이 할애비 무릎에 앉아보련.”
무릎을 툭툭 치시기에 나는 쪼르르 달려가 얌전히 엉덩이를 붙였다.
“자, 따라 하거라.”
“…….”
“할아버님.”
“……할아……버님?”
“옳지. 앞으로 너는 나를 가주님이라 부르지 않아도 된다.”
헉, 정말로요?
“실은 환영 연회 때 모두 앞에서 공식적으로 허락해 주려 했었는데…….”
사르르.
할아버님이 내 등에 손을 대자 따뜻하면서도 조금은 무서운 기운이 내게 스며들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눈치상 이큘리스인 것 같아 가만히 있자, 잠시 뒤 나는 마치 물 먹은 콩 나무처럼 쑥쑥 자라 인간화를 했다.
“우와!”
“흠, 대충 이리하면 될 것 같아서 시도해 본 건데 정말 되는구나.”
“와……! 할아버님, 저 다시 사람이 됐어요!”
높아진 시야에 앞발이 아니라 사람 손이 보이자 너무 기뻐서 춤을 출 뻔했다.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동글 귀를 까딱…… 응? 까딱?
“인간화가 완벽히 되지는 않아서 귀가 남아 있구나. 귀엽기도 하지.”
가주 할아버님이 허허 웃으셨다. 나는 내 귀를 만져보다가 그냥 배시시 웃었다.
뭐, 어때. 동물 모습이 조금 남아 있어도 어쨌거나 직립 보행 하는 사람이 됐는걸!
‘잠깐, 나 옷은?!’
아, 입고 있네.
어제 키락서스가 마법으로 입혀준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신기하게 이건 인간화를 할 때마다 유지가 되는 듯했다.
“네 말대로 드리블랴네는 가문의 일원 하나하나가 쓸모가 있어야만 한다. 드리블랴네가 서 있는 이 자리를 다른 고대종 가문들 역시 노리고 있으니 가문의 영속성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가주 할아버님의 커다란 손이 내 코끝을 톡 튕겼다.
“하지만 넌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주었다. 아니, 오히려 네 나이에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
“이 할애비가 보기에 너는 네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단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는…… 저는…….”
인정받았다.
눈치로 가주 할아버님이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입으로 직접 듣는 건 또 다른 기분이었다.
‘아, 행복해.’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막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곱슬곱슬한 은빛 머리칼이 내 뺨을 간질였다.
긴 머리칼을 양쪽으로 쥐고 얼굴을 가린 난 대답을 하기 위해 다섯 번쯤 심호흡을 해야 했다.
“저도 제가 충분히, 가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런 자신감이 중요한 법이지. 나는 네가 말하는 방식을 좋아한단다.”
“제가, 말하는 방식이요?”
“지금껏 지켜본 바, 너는 언제나 단호하고 자신감이 있는 말투를 사용하더구나.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거나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않았지.”
내가 그랬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가주 할아버님이 그렇다니까, 그렇겠지!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은 큰 장점이다. 진솔한 것 또한 좋은 성품 중 하나고.”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한 걸 상세히 지켜보고 계셨구나.
괜히 부끄러워져서 나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어제 일까지 보아하니 너는 아무래도 누군가를 살리는 데 재능이 있나 보구나.”
“네에?”
“드리블랴네에는 귀한 재능이지. 이 가문에는 온통 죽이고 빼앗는 데만 재능이 있는 놈들이 넘쳐서, 원.”
어느새 내 머리칼을 땋아주고 있던 가주 할아버님이 쯔쯧 혀를 찼다.
나는 약간 멍해진 채로 입을 헤 벌렸는데, 도대체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어떻게 하면 그런 멋져 보이는 문장으로 도출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였다.
누군가를 살리는 재능이라니.
내가 치유 마법을 쓸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의사인 것도 아닌데 과분한 칭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나한테 그런 재능이 있느냐고 묻고 싶진 않았다.
‘그건 너무 자신감 없어 보이잖아.’
없는 재능도 있다고 스스로를 포장해야 할 판에!
“제일 처음, 너는 어디에 봄이 올지 알려주었지. 봄은 곧 생명의 탄생이자 겨우내 잠든 땅의 소생을 의미한다.”
“……네에.”
아니, 내 속내를 읽으신 건가?!
뜨끔한 나는 눈을 데록 굴리며 가주 할아버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그다음에는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구했고, 어제는 또 후계자들을 살려놓지 않았느냐.”
“아……!”
그게 그렇게 되나요!
기적의 논리에 나는 그만 무릎을 탁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