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5)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5화(35/173)
하지만 잠시 뒤, 하인들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하나 더 올릴 수 있나?”
“여긴 무리입니다!”
“그럼 두 번째 탑은?”
“여긴 아직 여유 있습니다만 너무 높이 쌓으면 무너질 수 있으니까 딱 다섯 개만 더 쌓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세 번째 테이블 가져와!”
……일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다른 데 가야겠다.
“플로린은 처음 봤지?”
“으응. 이안은 선물 탑, 본 적 있어?”
“내 건 아니었지만. 생일이 되면 생일 파티를 열어줬거든. 몇몇 아이들은 저렇게 선물을 많이 받곤 했어.”
아니, 그렇게 말하면 너무 짠하잖아요.
“이안, 생일이 언제야?”
“나? 6월 1일.”
“이안의 생일이 되면 내가 남들 몇 배로 챙겨줄게! 나, 은행에 돈도 있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작은 선물 탑 하나는 쌓아줄 수 있지 않을까.
내 호언장담에 이안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환하게 미소를 보였다.
“말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 플로린. 하지만…… 난 너만 있으면 돼.”
“에이, 나도 있고 선물도 있어야지!”
“그럼 더 좋겠지만……. 정말이야. 플로린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난 그걸로 좋아.”
어쩜……!
이 욕심 많은 가문에 어떻게 이렇게 소박한 애가 태어났을까. 나 같으면 준다는 선물은 선물이고 다른 것도 더 달라고 할 텐데!
‘이안, 자기 밥그릇은 챙길 수 있을까?’
솔직히 이안은 욕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예를 들면, 이안의 그릇에 맛있는 게 있다고 쳐. 그런데 옆자리에 있던 녀석이 맛있는 걸 더 먹고 싶다면서 빼앗으려 들면 이안은 어떻게 할까?
‘분명 그냥 줘버리고 자긴 맛없는 걸로 배를 채우고 말걸.’
어휴, 이래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나는 안쓰러운 시선으로 이안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내 남편 후보인데 내가 잘 챙겨야지, 어쩌겠어.’
그런데 내가 그렇게 다짐한 찰나였다.
“안녕! 네가 플로린이지?”
“처음 인사하네!”
“귀는 일부러 인간화 안 한 거야? 귀여워 보이려고?”
“근데 너 진짜 귀엽다.”
툭. 우르르 몰려온 한 무리의 소년들이 이안을 밀치고 내 앞에 섰다.
‘아, 뭐야?’
별 관심도 없는 애들이 나와 이안을 갈라놓자 나는 인상을 팍 썼다. 무엇보다 나보다 훌쩍 키가 큰 남자애들이 나를 내려다보면서 함부로 귀를 만지는 게 싫었다.
“비켜.”
“성질 장난 아니네.”
“만지지 마.”
“소가주님에다가 이제 아이다호 경에게 예쁨받기까지 하니까 기고만장하다 이건가?”
사람의 벽에 둘러싸인 바람에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어른들이 보지 못하게 하려고 이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비키라고 했지!”
울컥한 나는 제일 가까이 서 있던 녀석의 발을 콱 밟았다. 그런 다음 지체하지 않고 옆에 있던 놈들의 멱살을 잡아서 팽개쳐 버렸다.
내게 괴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긴 연회장이니까. 이 정도만 해도 순순히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다.
“이안, 괜찮아?”
“아아.”
틈이 생기자 나는 얼른 그 사이를 비집고 나가서 이안에게 달려갔다.
“출신 모를 여자애에 적국 용병을 아버지로 둔 이안 드리블랴네라니.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네.”
“어른들이 지금 널 좀 예뻐한다고 해서 잘난 척하지 마.”
악의에 찬 말들이 쏟아졌다.
어른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이죽거리는 녀석들의 면면을 살피던 나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흘긋대는 게르드를 발견했다.
‘네놈이 사주한 거구나!’
어차피 나한테 밉보여서 후계자 자리를 박탈당할 것 같으니까 자기편인 애들을 시켜서 괴롭히시겠다?
“찌질해.”
“뭐?”
“찌질하다고! 너희도, 게르드도!”
흥!
나는 크게 콧방귀를 뀌곤 가까이 있는 녀석의 정강이를 퍽 걷어찼다.
“아! 이 조그만 게!”
“때리려고? 이난나 님이 보고 계시는데?”
“……이익!”
“더 큰 권력 앞에선 꼼짝도 못 하는 주제에.”
못났다, 못났어.
“너희 같은 것들보다 이안이 몇천 배 나아.”
또박또박 말해주자 이름도 모르는 상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아주 그냥 게르드와 판박이네, 판박이야.
“너, 분명 후회하게 될걸?”
“맞아. 저 자식은 마도 제국 사람이 아니라고!”
“언젠가 뒤통수를 칠 게 분명해. 신성 제국 놈들은 태생부터 비열하거든.”
“너도 조심해라.”
상황을 지켜보며 뒤쪽에 서 있던 소년들이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피식 웃었다.
진짜 웃겨서 웃은 거야.
“말이 많네.”
“…….”
“혼자서 다닐 줄도 모르고, 꼭 다 같이 모여서 왈왈거려야 하는 주제에. 혼자서는 이안에게 덤비지도 못할 거면서.”
더 상대할 것 없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이안의 손을 꼭 잡고 세차게 몸을 돌렸다.
“너희는 영원히 그러고 살아. 게르드 밑에서, 걔가 던져주는 거나 받아먹으면서. 그게 너희의 주제니까.”
“뭐라고?”
“아, 아니지. 주제 파악을 이미 잘 하고 있는 건가?”
이 몸이 그래도 너희보다는 인생 경험이 길거든.
까불고 있어.
말싸움에서 져서 어버버 거리는 멍청이들은 그냥 내버려 두고 나는 이안과 함께 척척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연회장 중앙까지 와서야 난 이안을 돌아보며 눈썹을 늘어트렸다.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어? 저 깡패 놈들 같으니라고!”
“안 다쳤어. 괜찮아.”
“정말?”
“응, 그냥 어깨가 욱신거리는 정도야. 이런 건 흔하게 있는 일이었으니까.”
이안이 제 어깨를 털어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는 그게 마음이 참 안 좋았다.
저런 시비를 매일 겪고 살았다니.
큰 불행은 사람을 좌절시키지만 작은 불행은 사람을 마모시킨다.
나는 그래서 이안이 신경 쓰였다.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서.
‘책에 빙의하기 전에도 힘들게 살긴 했지만 그보다는 소금쟁이로 살 때가 가장 힘겨웠어.’
매일 먹이 사냥을 위해 서로 싸우고 영역 다툼을 하고. 하늘에서 비라도 오면 그대로 꽥 죽는 거고…….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지만, 흘러간 시간이라 해서 흉터를 남기지 않았다는 소린 아니다.
“앞으로는 참지 마, 이안.”
나는 이안의 손을 꼭 쥐고는 도리질을 했다.
“시비를 그냥 넘겨주지 마. 두 번 다시 괴롭히지 못하게 만들어버려.”
“플로린.”
“나는…… 나는 내 남편 후보가 여기저기서 시비 걸리는 게 싫어! 무슨 사고를 치든 내가 수습해 줄게!”
오늘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 말고, 오늘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을 맞이하면 좋겠다. 나는 지금 그러니까, 이안도 그랬으면 좋겠어.
“……응, 그럴게.”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안이 낮게 숨을 뱉으며 웃었다. 어딘가 후련해진 듯한 표정으로.
“그래도 네게 폐를 끼치진 않을 거야.”
“폐라니! 그런 생각 하지 마.”
“남편 후보니까?”
이안이 내 손을 다시 꼭 잡아왔다.
‘눈동자, 정말 예뻐.’
오직 나만을 담고 있는 금색 눈동자는 꼭 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너무 간절해 보여서.
그래서 나는 꼭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남편 후보니까. 유일한 친구기도 하고.”
“나 말고 다른 후보도 있어?”
“남편 후보?”
“응. 네가 생각하기에 남편이 되어도 좋겠다 싶은 애. 또 있어?”
이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우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련해진 눈빛에 나는 움찔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직 없어. 후계자 관에 있는 다른 애들, 만나본 적도 없는걸.”
저어어어기서 쭈뼛거리고 있는 쟤네가 후계자들인 것 같긴 한데, 미안하지만 저길 한 번 보고 이안을 보면 어느새 이안밖에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안의 얼굴이 품은 존재감이 너무 대단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