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7)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7화(37/173)
‘호오.’
생각보다 쓸 만한가.
이안을 훑어보던 키락서스는 이내 시선을 떼고는 뺨을 부풀리고 있는 플로린에게 다가갔다.
“찐빵.”
“찐빵 아니에요!”
“미트볼보다는 커졌는데. 이제 찐빵 정도는 되는 크기로군.”
“아이아이아(아니라니까)!”
뺨을 아프지 않게 붙잡고 누르자 플로린이 무어라 종알거렸다.
키락서스는 그런 플로린에게 머물러 있는 이큘리스를 다시 거두어들였다.
“뀩?!”
그러자 플로린이 스르르 줄어들더니 담비 모습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경악할 만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질러 놓고 키락서스는 태연히 선물을 내밀었다.
“자, 마법 변신 요술봉이다.”
“……!”
“눈으로 아주 욕을 하는구나.”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예전처럼 눈치를 보는 것보다 역시 이 편이 더 마음에 들었다.
“복수할 거예요. 언젠가, 반드시!”
“그래, 내가 잘 때 와서 수염이라도 뽑든지.”
씩씩거리던 플로린이 앞발을 뻗어 선물 상자를 낚아챘다.
잔뜩 골이 난 흰 담비의 동그란 얼굴이 상자를 열자마자 놀람으로 바뀌고, 안에 든 것을 꺼내자 이번엔 두 눈이 기쁨과 의구심으로 채워지는 과정을 키락서스는 모두 지켜보았다.
“휘둘러보거라.”
담비의 손에도 딱 알맞게 감길 만한 크기의 요술봉.
그걸 휘두르자 허공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미리 그가 걸어놓은 마법이 발동하는 것이다.
“으갹?!”
잠시 뒤, 마법진이 작은 담비의 몸을 휩쓸고 지나가자 작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플로린이 다시 커졌다. 요술봉 역시 인간화를 한 플로린의 크기에 맞추어 커졌고.
“역시 내가 만든 물건이군. 완벽해.”
악사마저 놀라서 연주를 멈춘 연회장 안. 키락서스의 박수 소리만이 나직이 울려 퍼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옷도 그대로 있네?”
“그런 걸 보고 마법이라고 한다.”
“와…….”
요술봉의 원리는 간단했다.
첫째. 신물인 다이스를 갈아서 마법석과 융합한다.
둘째. 마법석에 인간화 마법진을 박아 넣는다.
셋째. 적당히 예쁜 모양으로 가공한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의 전제 조건은 마탑주급의 방대한 마력과 수식 계산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천재적인 두뇌였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키락서스는 두 가지를 모두 다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마법석에 담긴 이큘리스가 다 소진되면 알아서 원격으로 그에게서 이큘리스가 빠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일명 자동 충전식이랄까.
“소유자에게서 멀리 떨어지면 알아서 네 곁으로 돌아가는 귀환 마법도 걸려 있으니 잃어버리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이건…… 오늘 제가 받은 선물 중에 최고예요!”
“당연히 그래야지.”
키득 웃은 키락서스는 플로린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아는 악마가 그러더군. 늦게 생긴 딸이 그렇게 귀엽다고.”
“……아는 악마가 진짜로 있으세요……?”
“그놈이 제 딸을 마시멜로라고 부른다기에 내 며느리는 미트볼이라고 해줬다.”
대체 뭘 자랑스러워하는 거야!
귀족들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뒤이어 던져진 말에 방금 나서서 욕을 했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키락서스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하는지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훌륭한 존경하는 아버님, 감사합니다. 해 봐라.”
“……그, 큼.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훌……륭한……, 존경하는 아버님. 감사합니다아.”
“듣기 좋군. 그래. 넌 앞으로도 나를 아버님이라 부르면 된다.”
스윽.
웃던 키락서스가 얼굴에서 미소를 싹 거두고 귀족들을 스산히 훑었다.
드리블랴네의 새로운 소가주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낀다!
그 시선을 받은 귀족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스친 생각이었다.
물론, 함부로 입 밖에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금 마탑주로서의 능력을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나. 인간화를 시킬 수 있다면 반대로 멀쩡하던 수인을 동물화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어느 날 갑자기 허허벌판에 동물화 한 채로 던져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입을 조심해야 한다.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지 똑바로 알고 줄을 잘 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키락서스가 던진 것은 그런 섬뜩한 경고였다.
이날, 손님들은 돌아가는 길에 삼삼오오 모여 연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세상에 봄이 도래하며 얼어붙어 있던 사교계의 수레바퀴 또한 다시 굴러가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신호탄이었던 드리블랴네의 연회는 꽤 오랫동안 여러 가문의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화젯거리가 될 터였다.
* * *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 컥!”
“으아아악!”
“아파, 아……아악!”
그리고 그날 밤.
건물 뒤편, 고용인들조차 잘 가지 않는 길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낭자하게 흩뿌려졌다.
늘 참기만 하던 이안이 처음으로 ‘참지 않은’ 날.
이안은 플로린의 말을 착실히 이행했다.
“왜, 아파?”
“커, 커억……!”
“고작 이 정도 고통도 못 견딜 거면서 그렇게 플로린을 둘러싸고 협박했구나.”
입꼬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 있으나 두 눈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저건 괴물이잖아!’
이안을 따로 손봐주기 위해 게르드와 함께 몰려왔던 귀족 소년들은 모두 후회하기 시작했다.
연회장에서 하도 건방지게 굴기에 제대로 밟아주려 했는데 도리어 당할 줄이야.
기절한 채 차곡차곡 쌓여있는 소년들을 마치 의자처럼 사용하며 이안이 다시금 웃었다.
“살려줘, 살려주세요! 여기 괴물이 있…… 흐어억!”
“쉿, 조용히 해야지. 그러다 플로린이 듣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꺾인 다리를 질질 끌고 기어서 도망치던 녀석의 머리채를 잡은 이안은 느슨히 고개를 기울였다.
죽이면 편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날뛰면 감점을 받겠지. 가문에 누를 끼치는 거니까.
‘죽일 거면 여기가 아니라…… 저택에 돌려보낸 다음이어야겠지.’
죽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들켜서 귀찮게 되는 것이 문제다.
잠시 고민하며 밤하늘을 응시하던 이안은 이내 놈의 뒷 목을 쳐서 깔끔히 기절시켰다.
“제법이구나.”
이것들을 어디에 묻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이안의 뒤에 기척도 없이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쪽으로 조용히 몸을 돌린 이안은 그의 숙부, 키락서스를 발견했다.
“하지만 뒤를 좀 더 신경 써야겠어. 뭐, 금세 익숙해질 것 같지만 말이다.”
“숙부님.”
“그것들은 내가 집에 돌려보내 놓겠다. 그리고 내일부터 너는 별도의 수업을 받게 될 거다.”
“별도의 수업이라 하시면?”
“리틀 클라운(Little clown)이 너를 찾아갈 테니 기다리도록.”
제국 최대 암살자 길드, 조커.
이들이 사실 드리블랴네의 정보원이라는 건 극비 중의 극비였다. 알고 있는 건 조커의 길드원들과 드리블랴네를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 몇 명뿐.
어떻게 들으면 ‘너를 암살하겠다’로 들리는 말이었기에 이안은 잠시 고민했다. 죽이겠다는 건지, 가르침을 주겠다는 건지 헷갈려서였다.
“조커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
아, 가르침 쪽이구나.
긴장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던 탓에 손이 아려왔다.
“수습 단계는 바니(bunny)라고 부른다.”
……토끼?
난데없이 던져진 설명은 몹시 불친절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문 내에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이안에게는 오히려 이것이 친절로 느껴졌다. 비록 호칭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걸 지나서 살아남으면 리틀 클라운(Little clown)이 되고. 거기서 길드 내의 기준을 채우면 정식 클라운이 된다.”
“……네.”
삽시간에 토끼가 되어버린 이안은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니까, 토끼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어떻게든 실력을 키우라 이거구나.
“조커의 마스터는 조커라 부른다. 네가 목표해야 하는 건 바로 그 자리다.”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래. 빨강 아기 토끼.”
“…….”
“뭐, 그 안에서 살아남아 정식 클라운이 되는 게 우선이겠지만. 그러려면 네가 가진 모든 능력을 써야 할 게다.”
키락서스가 제 눈가를 툭툭 쳤다.
‘눈치채신 건가.’
미간을 좁힌 이안을 내버려 두고 키락서스는 쓰러져 있는 놈들을 하나하나 주워 마법으로 집에 날려 보냈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제 침실로 돌아갔다.
‘바니든 뭐든, 더 배울 수 있어. 능력을 인정받은 거야. 이걸 기회로 삼으면…… 본관에 입성할 수 있어.’
플로린의 환영 연회 날.
플로린이 던진 ‘두 번 다시 괴롭히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라’는 한마디로 이안은 자신의 적성을 찾았다.
전면 전쟁보다는 암습. 빛보다는 그림자.
그게 앞으로 이안이 갈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