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s Daughter-in-law is Inherently Powerful RAW novel - Chapter (38)
악당의 며느리는 권력자 체질입니다-38화(3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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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았던 환영 연회 이후, 나는 각종 수업을 받게 되었다.
잘 되진 않았지만 아무튼 이큘리스를 느끼는 수업과 각종 꽃의 종류와 그 효능에 대해 배우는 원예 수업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 외에 외국어 두 종류를 무리 없이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는 익히셔야 합니다.”
“으응.”
“세계 역사와 지리 수업은 보름에 한 번씩만 하도록 하죠. 기초 체력 단련과 호신술은 몹시 중요하기에 매일 하셔야 합니다. 이건 존이 가르쳐 드릴 거고요.”
“네에…….”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
눈앞이 핑핑 도는 기분에 나는 책상에 이마를 쿵 박았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라면 제가 맡은 기초 상식 교육은 오늘로 끝이라는 겁니다.”
숨도 쉬지 않고 내 일정을 브리핑하던 라피렌이 들고 있던 양피지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시간이 비면 그 자리를 다른 수업으로 채울 사람이 라피렌이기 때문이었다.
“대신 앞으로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아이다호 경과 티 타임을 가지시면 됩니다. 휴식과 함께 사교계에 대해 배우실 겁니다.”
“어머니랑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예.”
“그, 그건 좋은 일이네!”
비록 공부를 같이 하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양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다.
양어머니는 나를 예뻐하셨고 나도 양어머니를 동경했다. 그러나 함께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우리는 아직까지 서로가 서먹서먹했다.
사실 양어머니는 기사단장으로 복귀하시는 바람에 늘 바쁘셨고, 나도 이런 엄청난 수업을 해내다 보면 해가 질 즈음엔 녹초가 되거든.
‘그래도 오후 두 시경이면 내가 아직 살아는 있을 때네. 제정신으로 양어머니를 뵈러 갈 수 있겠어.’
지금까지는 드리블랴네의 며느리가 되면 좋은 점만을 보았다면 지금부터는 힘든 부분을 겪을 차례다.
그래도 이 모든 걸 다 해내고 나면 나도 엄청 우아한 숙녀가 되겠지. 이난나 님처럼 말이야!
“세 달 뒤부터는 큰 마님께서 직접 교양 수업을 하실 겁니다. 그 전까지 대 귀족가의 일원으로서 기초 중의 기초는 닦아놓는 게 좋겠지요.”
라피렌이 밉살스레 말하며 안경을 추켜올렸다.
난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세를 다시 바로잡았다.
‘배고파라.’
분명 아침을 실컷 먹었는데 왜 이렇게 허기가 지나 몰라. 버섯수프에 빵을 찍어서 다섯 개나 냠냠 해치웠는데 말이지!
“이건 세계 지도입니다. 마도 제국 헬리코프리온은 대륙의 중앙을 기준으로 남쪽에 위치해 있지요.”
툭.
라피렌이 정말 무심한 태도로 내 앞에 캐러멜 하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눈을 댕그랗게 뜨고는 그걸 집어 들었는데, 라피렌은 못 본 척하며 수업을 그대로 이어갔다.
“신성 제국은 대륙의 중앙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두 제국 사이에 중립국 엘바가 있고…….”
마, 맛있어.
라피렌이 준 건 딸기 맛 캐러멜이었다.
입안 가득 단맛이 퍼지자 집중력이 확 올라가는 느낌적인 느낌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중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휴전 협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양국은 국경의 전쟁 지역에서 군사를 모두 물렸습니다. 이 평화를 가능한 한 길게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양국 귀족들의 사명이자 숙명입니다.”
“선생님, 협정을 깨고 신성 제국에서 쳐들어올 수도 있지 않아요?”
기운을 차린 나는 손을 반짝 들고 질문을 했다.
사실 원작을 읽은 나는 앞으로 양국에 별다른 갈등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라흰이 드리블랴네 저택에 떡하니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두 나라의 황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맺은 협정이니 웬만한 일로는 깨질 리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지적이에요. 신성 제국에서 마음을 바꿔 먹을 수도 있지요.”
“그러면 국경을 비운 우리가 당하는 거 아니에요?”
“신성 제국에 신전과 신관들이 있듯 우리 마도 제국에는 마탑과 마법사들이 있습니다. 수상쩍은 기색이 있다면 마탑에서 제일 먼저 알아차릴 거예요.”
“그렇구나……! 아버님, 대단해요.”
캐러멜은 금세 입안에서 녹아 사라져 버렸다.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하나 더 달라고 할 만큼 뻔뻔하진 않았기에 나는 이만 깃펜을 쥐었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작은 마님께서는 고대의 우월종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네! 신이 축복한 일곱 우월종이 있고, 그중에 드리블랴네가 가장 강해요!”
촤라락.
라피렌이 양피지 하나를 들고 칠판에 끼워 펼쳤다.
거기에는 [신성 제국], [마도 제국], [아르칼리크 공국]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앞선 둘은 알지만 모르는 나라도 있었다.
“우선 신성 제국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신성 제국에 존재하는 우월종은 딱 둘입니다.”
황족인 뿔고래 족 ‘서테시아’.
오래전부터 신전을 주축으로 지위를 유지해 온 거대 독뱀 족 ‘바실리스크’.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나는 내 공책에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그리고 우리 마도 제국에는 우월종이 네 가문이나 있습니다.”
황족이자 톱니 상어 족인 ‘헬리코프리온’.
검치호 족인 ‘드리블랴네’.
용암 와이번 족인 ‘로이바이엄’.
그리고 정령 사슴 족인 ‘헤르바이젠’.
“헬리코프리온은 황제의 피를 짙게 물려받은 황족일수록 강합니다. 이들은 인간화 한 상태로도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으며 태어났을 때 상어의 그것과 같은 빗금무늬 아가미가 목에 있습니다.”
“우와.”
“손이 귀하기에 많은 숫자의 황족이 태어나지 않는 편입니다. 지금은 드리블랴네의 피를 이은 유리 예레반 헬리코프리온 드리블랴네 님만이 계시지요.”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름 참 예쁘다.
유리는 그 이름만큼 어마어마한 미인일 텐데……. 얼른 만나보고 싶었다.
“황후 폐하께서 아이를 갖지 못한 지 오래되셨기에 유리 황자님이 황태자가 되어야 마땅합니다만…… 그동안은 신성 제국과의 전쟁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유리 황자님은 저택에 안 와요?”
“굳이 오실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 황제가 되셔야 할 분이니 황가에 익숙해지셔야지요.”
음.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 그 애, 황가에서 그다지 행복하게 지낸 건 아닌 것 같던데…….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서술되진 않았으나 황후가 유리를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기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니까 꼴 보기 싫긴 했겠지.
라피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으로 드리블랴네에서 유리가 황태자가 될 수 있도록 밀어붙일 생각인가 본데-
‘뭐, 어차피 유리가 황태자가 되겠지만.’
그렇게 정해진 이야기이니 황후에겐 안 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 그냥 황가에 있게 하는 게 낫나……?’
괜히 원작을 바꿔서 황제가 될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유리가 황가를 벗어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면 내가 함부로 나설 건 아니긴 했다.
“로이바이엄은 드리블랴네와 대외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라이벌입니다. 드리블랴네는 군수 물자와 군사력 쪽을, 로이바이엄은 귀족 사회와 정치 쪽을 꽉 잡고 있지요.”
“아하. 용암 와이번 족은 화산에 살아요?”
“예. 화산 지대에 본가가 있지요. 이들은 더위에 강할 뿐 아니라 고열에도 화상을 입지 않습니다.”
황가는 물에 강하고, 로이바이엄은 불에 강하고.
“드리블랴네 가문은 융통성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승리를 위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물러설 줄 알지요. 그러나 로이바이엄은 아닙니다. 이들은 다혈질이고 자존심이 몹시 강합니다.”
오, 자존심이 밥 먹여주지 않는데.
설명을 자세히 들을수록 내가 드리블랴네에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휴, 정말 다행이지 뭐야.
“마지막으로 헤르바이젠. 이들은 태생적으로 정령과 친합니다. 뛰어난 정령사를 많이 배출해 냈지요.”
“이난나 님도 정령사신데……!”
“예. 이난나 님은 헤르바이젠의 먼 방계 쪽 핏줄이십니다.”
헉, 찍어 맞췄는데 그게 정답이었네.
“그러면 헤르바이젠과는 사이가 좋겠네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헤르바이젠은 자연을 신으로 숭배하는 종교 집단이어서…… 핏줄에 대한 애착이 전무한 편입니다.”
“드리블랴네보다 더요……?”
“이런, 오해가 있으시군요. 드리블랴네는 핏줄을 아낍니다. 명확히는 강한 핏줄‘은’ 아끼는 거지요.”
근데 헤르바이젠은 그것도 아니라는 거네.
“각 우월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제가 오늘 드릴 책에 나와 있습니다. 나중에 읽어보십시오.”
“앗, 선생님! 아직 아르칼리크 공국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으셨어요!”
라피렌이 수업 내용을 빼먹는 실수를 할 리가 없는데?
난 고개를 갸웃했다.
“아아, 아르칼리크…… 이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엥, 알려진 게 없어요?”
“예. 페가수스 일족이라는 것만이 확실할 뿐. 이들의 영토가 어디인지, 어떤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심지어 이 나라에 가본 사람도 없습니다.”
“???”
근데 어떻게 나라로 인정이 된 거지?
“아르칼리크 공국이라는 신비로운 나라에서는 11년에 한 번씩 특사를 보내 각 나라와 교류를 했습니다.”
“페가수스 족이면…… 날개가 있어요?”
“특사로 온 이들의 기록을 보자면 그런 사람도 있긴 했습니다.”
뭐, 나라가 하늘에 붙어 있기라도 한 걸까? 날개 달린 사람만 오갈 수 있는 그런 나라 말이야.
‘근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럼 용암 와이번 족이 뒤를 밟지 못한 게 말이 안 되는데.’
본래 모습인 와이번으로 돌아가면 하늘을 날 수 있잖아.
아니면 와이번조차 쫓을 수 없으리만치 높은 고도에 나라가 있기라도 한 걸까?
‘에이. 무슨 고대 문명도 아니고. 하늘에 어떻게 나라가 세워져 있겠어.’